계엄군 지휘관 “지시가 이상하다, 물러서라” [피고인 윤석열]②
입력 2025.04.20 (06:02)
수정 2025.04.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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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첫 증인 현장 지휘관 2명…조성현·김형기
1차 공판기일에 나온 증인은 계엄군 지휘부 군인 2명이었습니다.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육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입니다.
조성현 단장과 김형기 대대장 모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현장 지휘관이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본관 외곽은 수도방위사령부가, 국회 본관 내부는 특수전사령부가 각각 맡아 통제할 계획을 세우고 군인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수방사 조 단장과 특전사 김 대대장 등은 상부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건, 군경(군인과 경찰)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성현 "이진우 '국회의원 외부로 끌어내라' 지시"

"4시간씩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조성현 단장에게 증인 신문을 시작하기 전 건넨 말입니다.
조 단장은 오전 11시부터 법정 밖 복도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진술이 이어지면서 조 단장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법정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조 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3일 밤, 퇴근 후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군 소집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지시에 따라 조 단장과 예하 부대원들은 탄약과 장비를 휴대한 채 국회로 출동했습니다. 선발대가 지닌 장비 중에는 대테러 작전에서 문을 부술 때 쓰는 수류탄도 있었습니다.
검사가 당시 상황을 기존 조서와 증언을 바탕으로 물었고, 조 단장은 답변했습니다.
검사 : 이진우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지시) 받은 적 있나요? 조성현 단장 :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경내로 들어가서 국회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라'였습니다. 검사 : 최초 부여된 임무가 국회의사당에 사람이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게 국회의사당 출입문을 장악하는 거였나요? 조성현 단장 : 그렇게 해석됩니다. 검사 : (4일) 새벽 0시 31분부터 새벽 1시 사이 이진우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나요? 조성현 단장 : 맞습니다. 조성현 단장 : 이진우 사령관이 제게 전화해서 '특전사 요원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특전사가 인원들 끌고 나오면, 밖에서 지원하라'였습니다. |
■"이상하다. 시민과 충돌이 있을 거 같다"
이진우 사령관 지시가 있었지만, 조 단장은 주어진 임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부하들에게 국회로 추가 병력 투입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본연의 임무인 '대테러 작전'과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조 단장은 4일 새벽 1시 20분경 "상황이 이상하다. 국회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 시민과 충돌이 있을 것 같다"면서 서강대교 쪽에서 국회로 오던 군인들에게 대기할 것을 지시합니다.
해당 발언이 맞냐는 검사 질문에 조 단장은 법정에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맥락은 맞다"면서 "(국회로) 오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안전한 곳으로 대기하라,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테러 작전이라고 하기에는 특이한 것이었다"면서 "특전사도 소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있었다"면서 대기를 지시한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조 단장은 군인들에게 국회 철수 지시를 내린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검사 : 복귀 지시를 내린 경위는 어떻게 됩니까? 조성현 단장 : 새벽 1시 30분경 사령관에게 '특전사가 빠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퇴출하겠다'고 건의드렸고, 사령관이 승인해 줘서 예하 부대를 철수시켰습니다. |
약 100분간 증인 신문을 마친 조 단장은 재판부에 목례한 후에 법정을 나갔습니다.
■김형기 "국회의사당 주인은 의원인데 무슨 소리?"

"영화같이 소개해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조 단장에 이어 약 1시간 동안 증언한 김형기 대대장의 증인 신문이 끝난 후, 지귀연 부장판사가 김 대대장에게 한 발언입니다.
지 재판장 말처럼 김형기 대대장은 당시 국회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황과, 국회 본청에서 시민들과 대치한 장면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김 대대장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급자인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57분쯤 김 대대장을 포함한 특전사 부대원 136명은 버스를 타고 출동했습니다.
부대원은 물론 김 대대장조차 국회로 출동하는 이유를 몰랐고, 이상현 여단장으로부터 '교통 신호를 무시하고 신속히 이동하라'는 지시만 받았습니다.
다음 날 새벽 0시 30분쯤 국회로 도착한 김 대대장과 특전사 부대원들, 그들은 민간인들이 군용버스 앞에 누워서 군이 가려는 길을 막고 있는 모습과 마주쳐야 했습니다.
검사는 김 대대장이 통화 녹음을 기반으로 쓴 진술서와 작전일지 내용을 물었고, 김 대대장은 당시 상황을 답했습니다.
검사 : 이상현 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게 사실인가요? 김형기 대대장 : 네, 그렇습니다. 검사 : 작전일지를 보면, 이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상하다고 감지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형기 대대장 : 여단장은 ①국회 담을 넘어라 ②국회 본청에 들어가라 ③의원을 끌어내라, 이렇게 세 가지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제가 '국회의사당 주인은 의원인데, 뭔 X소리냐'고 하는 걸 부하들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검사 : 국회 경내에 진입한 이후 상황을 묻겠습니다. 추가로 지시받은 내용은 무엇인가요? 김형기 대대장 : (이상현 여단장이) 새벽 0시 48분에 통화하면서 '얘들이 의결하려고 하니까 문을 부수고라도, 유리창을 깨서라도 끄집어내라'고 몇 차례 지시했습니다. |
■"물러서라, 참아라, 때리지 마라"
비상계엄에서 군으로부터 국회를 지키고자 몰려간 시민들, 김 대대장은 그들과 대치한 상황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간 특전사 요원들은 시민들로부터 맞았습니다. 김 대대장은 이유도 없이 두들겨 맞기 시작하자 일부 부대원들이 흥분한 걸 감지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자칫 군인과 시민 사이의 충돌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대원들에게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검사 : 시민들 저항을, 물리력을 사용해 제압하고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간다고 보고한 후에 실제로 강행 돌파했나요? 김형기 대대장 : 안 했습니다. 못 했습니다. 검사 : 왜 그랬습니까? 김형기 대대장 : 담을 넘으면서 너무 많이 맞았습니다. (부대) 젊은 친구들이 혈기 왕성한데, 눈동자가 돌아가는 게 보였습니다. '시민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대상인데 왜 때릴까?' 의심했습니다. 김형기 대대장 : 제대로 된 임무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병력만으로 돌파하려면 할 수 있었습니다. 물리력을 (시민 상대로) 사용해야 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
김 대대장은 부대원에게 시민들에게 맞서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평상시 수방사와 협력해 대테러 업무를 하고, 전시에는 적에 침투하는 특전사 요원들에게 최대한의 절제를 명령한 겁니다.
인질극에 투입되고 적 주요 인물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훈련된 군인들에게 시민을 제압하고 국회 본청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는 건 충분히 가능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김 대대장은 강조한 겁니다.
김형기 대대장 : 제가 지시를 했습니다. ①물러서라 ②참아라 ③때리지 마라. 이런 지시를 하면서 병력들은 잘 이행했습니다. 김형기 대대장 : 저희는 충분히 여단장이 지시한 '국회의원 끌어내라' 임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병력들이 그날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자리(증인석)에 앉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 전기 차단?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듯"
이상현 여단장은 김 대대장에게 국회에 전기 차단까지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대장은 해당 임무 역시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검사가 '707부대원들은 국회 지하에서 실제 전기 차단 조치를 했는데, 증인은 시도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물었습니다.
김 대대장은 "전기를 끊으라는 지시는 사실…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는 설명에 방청석에선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윤 "증인 순서에 정치적 의도"…다음 주 신문 예정
윤 전 대통령 측은 두 증인에 대해 따로 신문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장이 신문할 것을 요청했지만 '다음 재판 때 신문하겠다'며 별도로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증인들이 증언하는 도중에 윤 전 대통령이나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 등이 발언했습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증인을 부르는 순서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단장 증언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다 했는데 긴급히 증인 신청을 했다"면서 "증인 신청 순서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은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수방사 관련 범죄 사실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증인이 조 단장이다"면서 "그래서 제일 먼저 증인 신청한 거다"고 맞섰습니다.
조 단장과 김 대대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 신문은 다음 재판인 내일(21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연관 기사] 키워드로 본 93분의 ‘셀프 변론’ [피고인 윤석열]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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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군 지휘관 “지시가 이상하다, 물러서라” [피고인 윤석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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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20 06:02:07
- 수정2025-04-20 06:02:15

"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첫 증인 현장 지휘관 2명…조성현·김형기
1차 공판기일에 나온 증인은 계엄군 지휘부 군인 2명이었습니다.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육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입니다.
조성현 단장과 김형기 대대장 모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현장 지휘관이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본관 외곽은 수도방위사령부가, 국회 본관 내부는 특수전사령부가 각각 맡아 통제할 계획을 세우고 군인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수방사 조 단장과 특전사 김 대대장 등은 상부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건, 군경(군인과 경찰)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성현 "이진우 '국회의원 외부로 끌어내라' 지시"

"4시간씩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조성현 단장에게 증인 신문을 시작하기 전 건넨 말입니다.
조 단장은 오전 11시부터 법정 밖 복도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진술이 이어지면서 조 단장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법정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조 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3일 밤, 퇴근 후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군 소집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지시에 따라 조 단장과 예하 부대원들은 탄약과 장비를 휴대한 채 국회로 출동했습니다. 선발대가 지닌 장비 중에는 대테러 작전에서 문을 부술 때 쓰는 수류탄도 있었습니다.
검사가 당시 상황을 기존 조서와 증언을 바탕으로 물었고, 조 단장은 답변했습니다.
검사 : 이진우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지시) 받은 적 있나요? 조성현 단장 :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경내로 들어가서 국회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라'였습니다. 검사 : 최초 부여된 임무가 국회의사당에 사람이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게 국회의사당 출입문을 장악하는 거였나요? 조성현 단장 : 그렇게 해석됩니다. 검사 : (4일) 새벽 0시 31분부터 새벽 1시 사이 이진우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나요? 조성현 단장 : 맞습니다. 조성현 단장 : 이진우 사령관이 제게 전화해서 '특전사 요원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특전사가 인원들 끌고 나오면, 밖에서 지원하라'였습니다. |
■"이상하다. 시민과 충돌이 있을 거 같다"
이진우 사령관 지시가 있었지만, 조 단장은 주어진 임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부하들에게 국회로 추가 병력 투입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본연의 임무인 '대테러 작전'과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조 단장은 4일 새벽 1시 20분경 "상황이 이상하다. 국회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 시민과 충돌이 있을 것 같다"면서 서강대교 쪽에서 국회로 오던 군인들에게 대기할 것을 지시합니다.
해당 발언이 맞냐는 검사 질문에 조 단장은 법정에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맥락은 맞다"면서 "(국회로) 오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안전한 곳으로 대기하라,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테러 작전이라고 하기에는 특이한 것이었다"면서 "특전사도 소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있었다"면서 대기를 지시한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조 단장은 군인들에게 국회 철수 지시를 내린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검사 : 복귀 지시를 내린 경위는 어떻게 됩니까? 조성현 단장 : 새벽 1시 30분경 사령관에게 '특전사가 빠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퇴출하겠다'고 건의드렸고, 사령관이 승인해 줘서 예하 부대를 철수시켰습니다. |
약 100분간 증인 신문을 마친 조 단장은 재판부에 목례한 후에 법정을 나갔습니다.
■김형기 "국회의사당 주인은 의원인데 무슨 소리?"

"영화같이 소개해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조 단장에 이어 약 1시간 동안 증언한 김형기 대대장의 증인 신문이 끝난 후, 지귀연 부장판사가 김 대대장에게 한 발언입니다.
지 재판장 말처럼 김형기 대대장은 당시 국회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황과, 국회 본청에서 시민들과 대치한 장면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김 대대장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급자인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57분쯤 김 대대장을 포함한 특전사 부대원 136명은 버스를 타고 출동했습니다.
부대원은 물론 김 대대장조차 국회로 출동하는 이유를 몰랐고, 이상현 여단장으로부터 '교통 신호를 무시하고 신속히 이동하라'는 지시만 받았습니다.
다음 날 새벽 0시 30분쯤 국회로 도착한 김 대대장과 특전사 부대원들, 그들은 민간인들이 군용버스 앞에 누워서 군이 가려는 길을 막고 있는 모습과 마주쳐야 했습니다.
검사는 김 대대장이 통화 녹음을 기반으로 쓴 진술서와 작전일지 내용을 물었고, 김 대대장은 당시 상황을 답했습니다.
검사 : 이상현 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게 사실인가요? 김형기 대대장 : 네, 그렇습니다. 검사 : 작전일지를 보면, 이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상하다고 감지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형기 대대장 : 여단장은 ①국회 담을 넘어라 ②국회 본청에 들어가라 ③의원을 끌어내라, 이렇게 세 가지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제가 '국회의사당 주인은 의원인데, 뭔 X소리냐'고 하는 걸 부하들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검사 : 국회 경내에 진입한 이후 상황을 묻겠습니다. 추가로 지시받은 내용은 무엇인가요? 김형기 대대장 : (이상현 여단장이) 새벽 0시 48분에 통화하면서 '얘들이 의결하려고 하니까 문을 부수고라도, 유리창을 깨서라도 끄집어내라'고 몇 차례 지시했습니다. |
■"물러서라, 참아라, 때리지 마라"
비상계엄에서 군으로부터 국회를 지키고자 몰려간 시민들, 김 대대장은 그들과 대치한 상황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간 특전사 요원들은 시민들로부터 맞았습니다. 김 대대장은 이유도 없이 두들겨 맞기 시작하자 일부 부대원들이 흥분한 걸 감지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자칫 군인과 시민 사이의 충돌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대원들에게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검사 : 시민들 저항을, 물리력을 사용해 제압하고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간다고 보고한 후에 실제로 강행 돌파했나요? 김형기 대대장 : 안 했습니다. 못 했습니다. 검사 : 왜 그랬습니까? 김형기 대대장 : 담을 넘으면서 너무 많이 맞았습니다. (부대) 젊은 친구들이 혈기 왕성한데, 눈동자가 돌아가는 게 보였습니다. '시민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대상인데 왜 때릴까?' 의심했습니다. 김형기 대대장 : 제대로 된 임무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병력만으로 돌파하려면 할 수 있었습니다. 물리력을 (시민 상대로) 사용해야 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
김 대대장은 부대원에게 시민들에게 맞서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평상시 수방사와 협력해 대테러 업무를 하고, 전시에는 적에 침투하는 특전사 요원들에게 최대한의 절제를 명령한 겁니다.
인질극에 투입되고 적 주요 인물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훈련된 군인들에게 시민을 제압하고 국회 본청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는 건 충분히 가능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김 대대장은 강조한 겁니다.
김형기 대대장 : 제가 지시를 했습니다. ①물러서라 ②참아라 ③때리지 마라. 이런 지시를 하면서 병력들은 잘 이행했습니다. 김형기 대대장 : 저희는 충분히 여단장이 지시한 '국회의원 끌어내라' 임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병력들이 그날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자리(증인석)에 앉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 전기 차단?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듯"
이상현 여단장은 김 대대장에게 국회에 전기 차단까지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대장은 해당 임무 역시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검사가 '707부대원들은 국회 지하에서 실제 전기 차단 조치를 했는데, 증인은 시도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물었습니다.
김 대대장은 "전기를 끊으라는 지시는 사실…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는 설명에 방청석에선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윤 "증인 순서에 정치적 의도"…다음 주 신문 예정
윤 전 대통령 측은 두 증인에 대해 따로 신문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장이 신문할 것을 요청했지만 '다음 재판 때 신문하겠다'며 별도로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증인들이 증언하는 도중에 윤 전 대통령이나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 등이 발언했습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증인을 부르는 순서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단장 증언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다 했는데 긴급히 증인 신청을 했다"면서 "증인 신청 순서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은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수방사 관련 범죄 사실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증인이 조 단장이다"면서 "그래서 제일 먼저 증인 신청한 거다"고 맞섰습니다.
조 단장과 김 대대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 신문은 다음 재판인 내일(21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연관 기사] 키워드로 본 93분의 ‘셀프 변론’ [피고인 윤석열]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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