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미국 대선 ‘패배 연설’ 살펴봤더니…
입력 2024.11.06 (15:15)
수정 2024.11.06 (16: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통상 승리 연설 보다 앞서서 패배한 후보의 패배 연설이 이뤄져 왔는데요.
승리 연설보다 통합과 양보의 내용을 담은 패배 연설이 더 주목받고 감동을 준 사례가 많았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지난 미국 대선에서의 패배 연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품격 있는 패배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2008년 존 매케인의 연설 먼저 살펴볼까요?
[기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선출됐던 2008년 대선에서 상대 후보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었습니다.
메케인 후보는 패배가 확정되자 마자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고 밝히면서 연설을 시작했는데요.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조금 전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패배를 아쉬워했지만 매케인은 청중을 진정시키고 하나의 미국을 위해 단합하고 화합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역사적인 선거라면서 오바마의 비전과 리더십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던 수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불어넣으면서 당선됐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감탄하고 있습니다."]
2012년 오바마 재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밋 롬니는 승리할 것으로 예상해 패배 연설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롬니 역시 미국을 믿는다며 새로운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밋 롬니/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2012년 : "저도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여러분의 희망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지도자가 선택됐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위대한 나라와 당선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자 합니다."]
[앵커]
공화당 출신 후보의 패배 연설을 봤는데, 민주당 후보들도 통합을 강조하는 패배 연설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했죠?
[기자]
2016년 트럼프 후보를 상대로 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했던 힐러리 클린턴도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선거에서 진 것은 고통스럽다면서도 지지자들에게 통합을 촉구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16년 :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트럼프가 이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는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을 신성시합니다. 단지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힐러리의 연설 이후에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연설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힐러리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며 분열의 상처를 치료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 당시 공화당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던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조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었는데요.
선거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방침을 바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 케리/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04년 : "우리는 지금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통의 대의를 찾아야 하며 분노나 소요 없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앵커]
일반적으로 패배 연설에 공통점이 느껴지는데요.
상대에 대한 축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달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미국에서는 지난 120년간 서른 번이 넘는 대통령 패배 연설이 있었습니다.
후보자 본인들은 결코 원하지 않았을 이 패배 연설에는 상대방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고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표 대결이 과열되는 만큼 지지자들의 감정도 증폭되기 마련인데요.
후보자 본인 만큼이나 지지자들도 패배를 당장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후보가 직접 나서 지지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단합을 촉구하는 역할이 중요한데요.
특히, 민주주의 제도에도 여러 가지 허점이 존재하는데 이 간극을 이런 패배 승복 문화 같은 성숙한 태도로 메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배 연설에는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과정에 참여한 유권자들에 대한 감사를 보내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당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 계속 싸워나갈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후보들은 선거 패배는 후보 자신들의 패배일 뿐이며 지지자들은 더 나은 미국을 위해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 직후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이 나온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었어요?
[기자]
미국 대선은 이렇게 선거에서 진 쪽이 패배를 먼저 인정하는 문화가 전통처럼 이어져 왔는데요.
하지만, 패배 연설이 미뤄지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대선이었던 지난 2020년 대선은 패배 연설이 없었던 선거로 남았습니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후보를 상대로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선거 과정에서 과열됐던 지지자들의 표심과 트럼프의 음모론이 합쳐지면서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대선에서는 조지 W 부시 후보와 경쟁하던 앨 고어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하며 승복 선언을 번복했는데요.
당시 앨 고어 후보는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승복하겠다면서 선거 5주 만에 최종 패배 연설을 했습니다.
패배 연설은 패자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패배를 영광으로 바꿀 기회라고도 하는데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패배 연설과 승리 연설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통상 승리 연설 보다 앞서서 패배한 후보의 패배 연설이 이뤄져 왔는데요.
승리 연설보다 통합과 양보의 내용을 담은 패배 연설이 더 주목받고 감동을 준 사례가 많았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지난 미국 대선에서의 패배 연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품격 있는 패배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2008년 존 매케인의 연설 먼저 살펴볼까요?
[기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선출됐던 2008년 대선에서 상대 후보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었습니다.
메케인 후보는 패배가 확정되자 마자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고 밝히면서 연설을 시작했는데요.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조금 전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패배를 아쉬워했지만 매케인은 청중을 진정시키고 하나의 미국을 위해 단합하고 화합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역사적인 선거라면서 오바마의 비전과 리더십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던 수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불어넣으면서 당선됐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감탄하고 있습니다."]
2012년 오바마 재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밋 롬니는 승리할 것으로 예상해 패배 연설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롬니 역시 미국을 믿는다며 새로운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밋 롬니/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2012년 : "저도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여러분의 희망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지도자가 선택됐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위대한 나라와 당선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자 합니다."]
[앵커]
공화당 출신 후보의 패배 연설을 봤는데, 민주당 후보들도 통합을 강조하는 패배 연설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했죠?
[기자]
2016년 트럼프 후보를 상대로 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했던 힐러리 클린턴도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선거에서 진 것은 고통스럽다면서도 지지자들에게 통합을 촉구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16년 :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트럼프가 이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는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을 신성시합니다. 단지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힐러리의 연설 이후에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연설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힐러리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며 분열의 상처를 치료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 당시 공화당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던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조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었는데요.
선거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방침을 바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 케리/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04년 : "우리는 지금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통의 대의를 찾아야 하며 분노나 소요 없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앵커]
일반적으로 패배 연설에 공통점이 느껴지는데요.
상대에 대한 축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달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미국에서는 지난 120년간 서른 번이 넘는 대통령 패배 연설이 있었습니다.
후보자 본인들은 결코 원하지 않았을 이 패배 연설에는 상대방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고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표 대결이 과열되는 만큼 지지자들의 감정도 증폭되기 마련인데요.
후보자 본인 만큼이나 지지자들도 패배를 당장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후보가 직접 나서 지지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단합을 촉구하는 역할이 중요한데요.
특히, 민주주의 제도에도 여러 가지 허점이 존재하는데 이 간극을 이런 패배 승복 문화 같은 성숙한 태도로 메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배 연설에는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과정에 참여한 유권자들에 대한 감사를 보내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당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 계속 싸워나갈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후보들은 선거 패배는 후보 자신들의 패배일 뿐이며 지지자들은 더 나은 미국을 위해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 직후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이 나온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었어요?
[기자]
미국 대선은 이렇게 선거에서 진 쪽이 패배를 먼저 인정하는 문화가 전통처럼 이어져 왔는데요.
하지만, 패배 연설이 미뤄지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대선이었던 지난 2020년 대선은 패배 연설이 없었던 선거로 남았습니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후보를 상대로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선거 과정에서 과열됐던 지지자들의 표심과 트럼프의 음모론이 합쳐지면서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대선에서는 조지 W 부시 후보와 경쟁하던 앨 고어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하며 승복 선언을 번복했는데요.
당시 앨 고어 후보는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승복하겠다면서 선거 5주 만에 최종 패배 연설을 했습니다.
패배 연설은 패자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패배를 영광으로 바꿀 기회라고도 하는데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패배 연설과 승리 연설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 이슈] 미국 대선 ‘패배 연설’ 살펴봤더니…
-
- 입력 2024-11-06 15:15:43
- 수정2024-11-06 16:52:31
[앵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통상 승리 연설 보다 앞서서 패배한 후보의 패배 연설이 이뤄져 왔는데요.
승리 연설보다 통합과 양보의 내용을 담은 패배 연설이 더 주목받고 감동을 준 사례가 많았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지난 미국 대선에서의 패배 연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품격 있는 패배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2008년 존 매케인의 연설 먼저 살펴볼까요?
[기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선출됐던 2008년 대선에서 상대 후보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었습니다.
메케인 후보는 패배가 확정되자 마자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고 밝히면서 연설을 시작했는데요.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조금 전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패배를 아쉬워했지만 매케인은 청중을 진정시키고 하나의 미국을 위해 단합하고 화합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역사적인 선거라면서 오바마의 비전과 리더십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던 수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불어넣으면서 당선됐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감탄하고 있습니다."]
2012년 오바마 재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밋 롬니는 승리할 것으로 예상해 패배 연설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롬니 역시 미국을 믿는다며 새로운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밋 롬니/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2012년 : "저도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여러분의 희망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지도자가 선택됐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위대한 나라와 당선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자 합니다."]
[앵커]
공화당 출신 후보의 패배 연설을 봤는데, 민주당 후보들도 통합을 강조하는 패배 연설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했죠?
[기자]
2016년 트럼프 후보를 상대로 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했던 힐러리 클린턴도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선거에서 진 것은 고통스럽다면서도 지지자들에게 통합을 촉구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16년 :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트럼프가 이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는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을 신성시합니다. 단지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힐러리의 연설 이후에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연설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힐러리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며 분열의 상처를 치료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 당시 공화당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던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조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었는데요.
선거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방침을 바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 케리/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04년 : "우리는 지금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통의 대의를 찾아야 하며 분노나 소요 없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앵커]
일반적으로 패배 연설에 공통점이 느껴지는데요.
상대에 대한 축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달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미국에서는 지난 120년간 서른 번이 넘는 대통령 패배 연설이 있었습니다.
후보자 본인들은 결코 원하지 않았을 이 패배 연설에는 상대방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고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표 대결이 과열되는 만큼 지지자들의 감정도 증폭되기 마련인데요.
후보자 본인 만큼이나 지지자들도 패배를 당장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후보가 직접 나서 지지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단합을 촉구하는 역할이 중요한데요.
특히, 민주주의 제도에도 여러 가지 허점이 존재하는데 이 간극을 이런 패배 승복 문화 같은 성숙한 태도로 메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배 연설에는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과정에 참여한 유권자들에 대한 감사를 보내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당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 계속 싸워나갈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후보들은 선거 패배는 후보 자신들의 패배일 뿐이며 지지자들은 더 나은 미국을 위해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 직후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이 나온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었어요?
[기자]
미국 대선은 이렇게 선거에서 진 쪽이 패배를 먼저 인정하는 문화가 전통처럼 이어져 왔는데요.
하지만, 패배 연설이 미뤄지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대선이었던 지난 2020년 대선은 패배 연설이 없었던 선거로 남았습니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후보를 상대로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선거 과정에서 과열됐던 지지자들의 표심과 트럼프의 음모론이 합쳐지면서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대선에서는 조지 W 부시 후보와 경쟁하던 앨 고어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하며 승복 선언을 번복했는데요.
당시 앨 고어 후보는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승복하겠다면서 선거 5주 만에 최종 패배 연설을 했습니다.
패배 연설은 패자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패배를 영광으로 바꿀 기회라고도 하는데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패배 연설과 승리 연설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통상 승리 연설 보다 앞서서 패배한 후보의 패배 연설이 이뤄져 왔는데요.
승리 연설보다 통합과 양보의 내용을 담은 패배 연설이 더 주목받고 감동을 준 사례가 많았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지난 미국 대선에서의 패배 연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품격 있는 패배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2008년 존 매케인의 연설 먼저 살펴볼까요?
[기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선출됐던 2008년 대선에서 상대 후보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었습니다.
메케인 후보는 패배가 확정되자 마자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고 밝히면서 연설을 시작했는데요.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조금 전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패배를 아쉬워했지만 매케인은 청중을 진정시키고 하나의 미국을 위해 단합하고 화합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역사적인 선거라면서 오바마의 비전과 리더십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존 매케인/미국 대선 후보/2008년 :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던 수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불어넣으면서 당선됐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감탄하고 있습니다."]
2012년 오바마 재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밋 롬니는 승리할 것으로 예상해 패배 연설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롬니 역시 미국을 믿는다며 새로운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밋 롬니/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2012년 : "저도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여러분의 희망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지도자가 선택됐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위대한 나라와 당선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자 합니다."]
[앵커]
공화당 출신 후보의 패배 연설을 봤는데, 민주당 후보들도 통합을 강조하는 패배 연설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했죠?
[기자]
2016년 트럼프 후보를 상대로 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했던 힐러리 클린턴도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선거에서 진 것은 고통스럽다면서도 지지자들에게 통합을 촉구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16년 :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트럼프가 이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는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을 신성시합니다. 단지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힐러리의 연설 이후에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연설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힐러리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며 분열의 상처를 치료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 당시 공화당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던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조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었는데요.
선거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방침을 바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 케리/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2004년 : "우리는 지금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통의 대의를 찾아야 하며 분노나 소요 없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앵커]
일반적으로 패배 연설에 공통점이 느껴지는데요.
상대에 대한 축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달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미국에서는 지난 120년간 서른 번이 넘는 대통령 패배 연설이 있었습니다.
후보자 본인들은 결코 원하지 않았을 이 패배 연설에는 상대방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고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표 대결이 과열되는 만큼 지지자들의 감정도 증폭되기 마련인데요.
후보자 본인 만큼이나 지지자들도 패배를 당장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후보가 직접 나서 지지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단합을 촉구하는 역할이 중요한데요.
특히, 민주주의 제도에도 여러 가지 허점이 존재하는데 이 간극을 이런 패배 승복 문화 같은 성숙한 태도로 메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배 연설에는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과정에 참여한 유권자들에 대한 감사를 보내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당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 계속 싸워나갈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후보들은 선거 패배는 후보 자신들의 패배일 뿐이며 지지자들은 더 나은 미국을 위해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 직후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이 나온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었어요?
[기자]
미국 대선은 이렇게 선거에서 진 쪽이 패배를 먼저 인정하는 문화가 전통처럼 이어져 왔는데요.
하지만, 패배 연설이 미뤄지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대선이었던 지난 2020년 대선은 패배 연설이 없었던 선거로 남았습니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후보를 상대로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선거 과정에서 과열됐던 지지자들의 표심과 트럼프의 음모론이 합쳐지면서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대선에서는 조지 W 부시 후보와 경쟁하던 앨 고어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하며 승복 선언을 번복했는데요.
당시 앨 고어 후보는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승복하겠다면서 선거 5주 만에 최종 패배 연설을 했습니다.
패배 연설은 패자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패배를 영광으로 바꿀 기회라고도 하는데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패배 연설과 승리 연설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
-
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홍희정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