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 노동자 작업 환경은?…“감전 피했더니 목디스크”

입력 2021.04.23 (21:30) 수정 2021.04.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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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에서 정전이 가장 없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나랍니다.

한 해 동안 정전되는 시간이 평균 10분이 안됩니다.

이렇게 국민들이 편안하도록 수많은 배전 노동자들이 오늘(23일)도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낡은 전선을 교체하고 고장난 설비를 고치고...

모두 전봇대에 직접 올라가서 해야하는 작업들입니다.

특히나, 주민 불편이 없도록 전기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이른바 '활선공법'입니다.

작업 현장엔 최고 2만 2천 볼트가 넘는 고압 전류가 흐릅니다.

이런 만큼 노동자들,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감전사고는 반드시 피해야하고...

그러려다 보니까 잦은 어깨병과 목디스크가 배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연속기획 '안전한일터, 건강한 노동을 위해', 먼저 허효진 기자가 배전 작업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로 건설을 위해 전봇대를 옮기는 날.

배전 노동자들이 차량 작업대에 올라 전선으로 다가갑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전선의 피복 벗기기.

전기가 끊기지 않게 우회 전선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작업은 긴 막대 모양의 '스마트스틱'으로 해야합니다.

감전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한전이 도입한 겁니다.

작업 단계마다 일일이 스틱 끝에 공구를 바꿔 끼워야 하는데 스틱 종류만 4가지, 공구도 13가지나 됩니다.

["이거 좀 조여줘. 헛돌아 헛돌아."]

길이 2미터, 무게 5~6kg.

무겁고 긴 스마트스틱을 들고 일하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아이… 안보여 들어갔어?"]

한번 작업에 들어가면 1시간 넘게 벌을 서듯 스마트스틱을 들고 있기 일쑤입니다.

[김일/배전 노동자 : "손으로 직접 작업을 했을 때 1시간이라면 스틱으로 했을 때는 1시간 반 정도, 그 이상 걸릴 수도 있고…"]

20여 년 동안 배전노동자로 일해온 신진규 씨, 스마트스틱을 쓴 지 3년 만에 갑자기 오른손에 마비가 왔습니다.

결국 목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까지 받아야했습니다.

재활 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젓가락질도 힘겹습니다.

무거운 스틱을 들고 목을 젖히거나 꺾은 채로 일하는 작업 방식이 부른 산재라고 근로복지공단도 인정했습니다.

[신진규/배전 노동자 : "(작업자 입장에서는) 감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거 말고도 평소에 느끼는 신체 부담이 많이 늘어났죠. 스틱을 이용해서 작업한다는 게 맨손으로 하는 게 아니고 또 자세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하다보니까..."]

스마트스틱이 도입된 2017년 이후 신 씨처럼 디스크나 어깨근육 파열 등으로 산재승인을 받은 배전노동자는 모두 58명, 병원치료를 받은 노동자는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620명이 넘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석훈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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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전 노동자 작업 환경은?…“감전 피했더니 목디스크”
    • 입력 2021-04-23 21:30:26
    • 수정2021-04-23 22:15:22
    뉴스 9
[앵커]

세계에서 정전이 가장 없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나랍니다.

한 해 동안 정전되는 시간이 평균 10분이 안됩니다.

이렇게 국민들이 편안하도록 수많은 배전 노동자들이 오늘(23일)도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낡은 전선을 교체하고 고장난 설비를 고치고...

모두 전봇대에 직접 올라가서 해야하는 작업들입니다.

특히나, 주민 불편이 없도록 전기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이른바 '활선공법'입니다.

작업 현장엔 최고 2만 2천 볼트가 넘는 고압 전류가 흐릅니다.

이런 만큼 노동자들,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감전사고는 반드시 피해야하고...

그러려다 보니까 잦은 어깨병과 목디스크가 배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연속기획 '안전한일터, 건강한 노동을 위해', 먼저 허효진 기자가 배전 작업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로 건설을 위해 전봇대를 옮기는 날.

배전 노동자들이 차량 작업대에 올라 전선으로 다가갑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전선의 피복 벗기기.

전기가 끊기지 않게 우회 전선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작업은 긴 막대 모양의 '스마트스틱'으로 해야합니다.

감전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한전이 도입한 겁니다.

작업 단계마다 일일이 스틱 끝에 공구를 바꿔 끼워야 하는데 스틱 종류만 4가지, 공구도 13가지나 됩니다.

["이거 좀 조여줘. 헛돌아 헛돌아."]

길이 2미터, 무게 5~6kg.

무겁고 긴 스마트스틱을 들고 일하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아이… 안보여 들어갔어?"]

한번 작업에 들어가면 1시간 넘게 벌을 서듯 스마트스틱을 들고 있기 일쑤입니다.

[김일/배전 노동자 : "손으로 직접 작업을 했을 때 1시간이라면 스틱으로 했을 때는 1시간 반 정도, 그 이상 걸릴 수도 있고…"]

20여 년 동안 배전노동자로 일해온 신진규 씨, 스마트스틱을 쓴 지 3년 만에 갑자기 오른손에 마비가 왔습니다.

결국 목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까지 받아야했습니다.

재활 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젓가락질도 힘겹습니다.

무거운 스틱을 들고 목을 젖히거나 꺾은 채로 일하는 작업 방식이 부른 산재라고 근로복지공단도 인정했습니다.

[신진규/배전 노동자 : "(작업자 입장에서는) 감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거 말고도 평소에 느끼는 신체 부담이 많이 늘어났죠. 스틱을 이용해서 작업한다는 게 맨손으로 하는 게 아니고 또 자세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하다보니까..."]

스마트스틱이 도입된 2017년 이후 신 씨처럼 디스크나 어깨근육 파열 등으로 산재승인을 받은 배전노동자는 모두 58명, 병원치료를 받은 노동자는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620명이 넘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석훈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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