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노예였다”…노예계약서까지 쓴 10대의 눈물
입력 2025.08.03 (13:57)
수정 2025.08.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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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고 보니 저는 성 착취를 위한 노예였더라고요."
제주에 사는 19살 A양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난 8개월간의 피해를 낱낱이 털어놓았습니다.
A양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해 남성인 30대 남성과 알게 된 건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친해진 이 남성은 A양에게 여러 차례 노출 사진을 보내달라 요구했고, A양은 10차례 이상 거절했지만 압박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A양은 "연락을 늦게 확인한단 이유로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몸 사진을 보내라고 거듭 요구했다"며 "관계가 끊어지는 게 무서워서 사진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2월엔 경기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내 노예계약서를 쓰도록 했다고도 합니다.
해당 노예계약서에는 '계약의 목적', '노예의 역할', '주인의 역할'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노예의 역할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주인에게 복종해야 한다'면서 '불복하는 경우 주인이 임의로 정한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분위기상 단순 장난이라고 생각한 A양은 요청에 응했고, B씨가 자신의 이름과 직업 등 신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만큼 비인간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노예계약서 작성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A양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B씨는 3개 회사를 운영하는 CEO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며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회사와 계약을 맺어 홍보모델을 맡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A양에 따르면 B씨는 계약서에 지장을 찍자마자 뺨과 가슴 등을 때리면서 성관계를 갖도록 했습니다.
올해 3월 한 숙박업소에서 만났을 때는 성관계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습니다.

만나지 않을 때는 '나체로 반성문을 써라', '노예일지를 써라', '혼자 하는 성행위를 해라', '속옷을 입지 말고 있어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어플을 깔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7차례 만남을 가졌고, 이 중 2차례는 제주에서 만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A양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두려움에 결국 낙태를 하게 됐습니다.
A양은 "B씨에게 하혈을 한다고 얘길 해도 참으라고만 할 뿐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그제야 이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A양은 이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B씨가 '네가 힘들면 내가 직접 자수라도 하겠다'면서 마음을 약하게 했다"며 "그때마다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연인처럼 구는 행동에 A양은 혼란스러워졌고 결국 신고는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B씨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계속됐습니다. '다른 노예를 섭외해서 셋이 같이 놀자'는 제안을 하고, '다른 여성들과의 성관계 영상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겁니다.
A양은 "줄곧 내 잘못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지인들에게 털어놓고 나서야 내가 성 노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나면서 성적 학대라고 느껴질 법한 행동들이 많았다"며 "인간적인 선을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A양은 성인이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성 착취를 저지르는 이른바 '그루밍 범죄'의 피해자였던 겁니다.
관계를 끊고 싶던 A양은 B씨에게 경찰에 자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경찰서 앞에 와 있다'는 말만 한 뒤 잠적해 버렸습니다.
A양은 B씨가 자신의 노출 사진과 성관계 영상, 다른 여성들의 성관계 영상을 갖고 있는 것을 알기에 이대로 사건을 묻을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A양은 지난 1일 경찰에 직접 고소장을 접수했고, 서귀포경찰서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씨를 입건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소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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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성노예였다”…노예계약서까지 쓴 10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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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8-03 13: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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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고 보니 저는 성 착취를 위한 노예였더라고요."
제주에 사는 19살 A양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난 8개월간의 피해를 낱낱이 털어놓았습니다.
A양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해 남성인 30대 남성과 알게 된 건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친해진 이 남성은 A양에게 여러 차례 노출 사진을 보내달라 요구했고, A양은 10차례 이상 거절했지만 압박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A양은 "연락을 늦게 확인한단 이유로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몸 사진을 보내라고 거듭 요구했다"며 "관계가 끊어지는 게 무서워서 사진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2월엔 경기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내 노예계약서를 쓰도록 했다고도 합니다.
해당 노예계약서에는 '계약의 목적', '노예의 역할', '주인의 역할'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노예의 역할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주인에게 복종해야 한다'면서 '불복하는 경우 주인이 임의로 정한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분위기상 단순 장난이라고 생각한 A양은 요청에 응했고, B씨가 자신의 이름과 직업 등 신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만큼 비인간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노예계약서 작성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A양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B씨는 3개 회사를 운영하는 CEO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며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회사와 계약을 맺어 홍보모델을 맡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A양에 따르면 B씨는 계약서에 지장을 찍자마자 뺨과 가슴 등을 때리면서 성관계를 갖도록 했습니다.
올해 3월 한 숙박업소에서 만났을 때는 성관계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습니다.

만나지 않을 때는 '나체로 반성문을 써라', '노예일지를 써라', '혼자 하는 성행위를 해라', '속옷을 입지 말고 있어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어플을 깔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7차례 만남을 가졌고, 이 중 2차례는 제주에서 만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A양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두려움에 결국 낙태를 하게 됐습니다.
A양은 "B씨에게 하혈을 한다고 얘길 해도 참으라고만 할 뿐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그제야 이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A양은 이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B씨가 '네가 힘들면 내가 직접 자수라도 하겠다'면서 마음을 약하게 했다"며 "그때마다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연인처럼 구는 행동에 A양은 혼란스러워졌고 결국 신고는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B씨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계속됐습니다. '다른 노예를 섭외해서 셋이 같이 놀자'는 제안을 하고, '다른 여성들과의 성관계 영상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겁니다.
A양은 "줄곧 내 잘못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지인들에게 털어놓고 나서야 내가 성 노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나면서 성적 학대라고 느껴질 법한 행동들이 많았다"며 "인간적인 선을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A양은 성인이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성 착취를 저지르는 이른바 '그루밍 범죄'의 피해자였던 겁니다.
관계를 끊고 싶던 A양은 B씨에게 경찰에 자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경찰서 앞에 와 있다'는 말만 한 뒤 잠적해 버렸습니다.
A양은 B씨가 자신의 노출 사진과 성관계 영상, 다른 여성들의 성관계 영상을 갖고 있는 것을 알기에 이대로 사건을 묻을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A양은 지난 1일 경찰에 직접 고소장을 접수했고, 서귀포경찰서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씨를 입건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소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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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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