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옥 계획’에 ‘지옥’되어 가는 가자 지구 [지금 중동은]

입력 2025.03.17 (07:00) 수정 2025.03.17 (07: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한 소녀가 구호단체의 음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5년 3월 16일가자 지구에서 한 소녀가 구호단체의 음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5년 3월 16일

■ 이스라엘의 지옥 계획…가자 지구 구호품 봉쇄 · 전력 차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구호품 반입이 차단된 지 2주가 됐습니다. 전력 공급도 지난 9일부터 끊겼습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를 ‘지옥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일, 가자 지구로 들어가는 식량과 물, 의약품, 연료 등 구호품을 차단했습니다.

구호품 반입이 막힌 뒤부터 구호센터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줄이 더 길어졌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자 지구 구호센터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2025년 3월 16일자원봉사자들이 가자 지구 구호센터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2025년 3월 16일

■ "라마단 금식 후 첫 식사(이프타르)가 없어 고통"

가자 전쟁 1단계 휴전이 끝나기 직전 이슬람의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됐습니다.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는 낮에 금식하다 해가 지면 하루의 첫 식사(이프타르-Iftar)를 합니다.

가자 지구 중부 디르 알바라에 살고 있는 크트라 나사르는 금식 후 먹을 음식이 없다며 고통스러운 상황을 호소했습니다.

크트라 나사르/ 가자 주민

“우리는 물, 음식, 요리용 가스가 부족합니다. 땔감조차 없습니다.

지금은 라마단인데, 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데,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 하루 한 끼를 때우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식량 없이 어떻게 금식을 버틸 수 있겠냐며 반문했습니다.

가자 주민들이 구호단체가 제공한 단식 후 첫 식사(이프타르)를 하고 있다. 2025년 3월 15일가자 주민들이 구호단체가 제공한 단식 후 첫 식사(이프타르)를 하고 있다. 2025년 3월 15일

라마단 기간에 구호단체들은 이프타르를 가자 주민들에게 제공합니다.

구호단체의 배식 시간이 다가오면 구호단체 텐트 앞에는 어느새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과 여성들이 이프타르를 받기 위해 줄을 서는데, 아이들을 밀려오는 허기에 음식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음식을 받고서야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구호단체의 음식을 받은 가자 지구 여자 어린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2025년 3월 13일 구호단체의 음식을 받은 가자 지구 여자 어린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2025년 3월 13일

■ "'지옥 계획' 실행 후 가자 지구 악화"

UN을 비롯한 각국의 구호단체들이 그동안 비축해 둔 구호품을 나눠주고 있지만, 봉쇄가 지속된다면 구호품 나눔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티키엣 움 알리, 즉 ‘알리 어머니의 무료 급식소’라는 요르단 구호단체는 검문소가 통제된 이후부터 급격히 사정이 악화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사메르 발카르/ Tkiyet Um Ali (알리의 어머니) 구호단체장/지난 11일

“가자 지구는 현재 봉쇄됐으며, 약 일주일 전부터 검문소가 폐쇄되었습니다.

우리는 라마단을 대비해 트럭 15대를 준비해 가자로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가자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족한 물자는 현지 시장에서 보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나마 지금 구호단체들이 활동하며, 최소한의 끼니를 가자 주민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1단계 휴전 6주간 들어온 구호품 덕분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합의에 따라, 가자 전쟁 1단계 휴전 기간 인도적 구호품을 실은 트럭 600대가 가자 지구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식량과 의약품, 디젤 등이 가자 지구로 반입됐습니다.

실제로는 합의된 것보다 적은 양의 구호품이지만 지금 가자 주민들에게 너무나 소중합니다.

가자 주민들이 식수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5년 3월 16일가자 주민들이 식수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5년 3월 16일

■ 전력 공급 끊기면서 식수 확보에 큰 어려움

그러나 지난 9일 가자 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습니다.

가자 지구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던 담수화 시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자 지구 중부에 식수를 공급하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기존 하루 1만8천t의 식수를 공급했습니다.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더라도 공급량이 하루 2,500t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모하메드 알아트라쉬/ 디르 알발라 시장실 사무국장
“담수화 시설의 전력 공급 중단으로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복잡해졌습니다.

이로 따라 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현재 도시에서 열 명 중 한 명만이 깨끗한 식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전력 차단으로 가자 지구 담수화 시설이 가동을 중단했다. 2025년 3월 10일이스라엘의 전력 차단으로 가자 지구 담수화 시설이 가동을 중단했다. 2025년 3월 10일

식수 공급에 필요한 전기가 부족하다보니 하수 처리에는 전기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결국 하수 처리 시설 대부분이 가동을 멈추면서 가자 주민들은 하수와 뒤범벅이 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바데르/ 자발리아 난민캠프 주민

“북부 지역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은 거리의 하수 범람과 전력 및 발전기 부족, 그리고 봉쇄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하수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는 질병과 환경 재앙을 초래합니다.”

식량과 물, 전기, 의약품 등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의 공급이 끊긴 가자 지구,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지옥 계획’을 ‘집단 처벌’, ‘집단 형벌’로 규정하며, 이런 잔혹 행위가 끝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

지난 1일 1단계 휴전이 끝난 뒤 다음 단계를 위한 협상은 진전이 없습니다.

중재국을 통해 의사를 교환했지만,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서 한 발 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습니다.

하마스는 당초 합의대로, 남은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군 병력이 가자 지구에 남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는 1단계 휴전 연장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중재국들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면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지옥 계획’처럼 진짜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스라엘 ‘지옥 계획’에 ‘지옥’되어 가는 가자 지구 [지금 중동은]
    • 입력 2025-03-17 07:00:07
    • 수정2025-03-17 07:02:07
    심층K
가자 지구에서 한 소녀가 구호단체의 음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5년 3월 16일
■ 이스라엘의 지옥 계획…가자 지구 구호품 봉쇄 · 전력 차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구호품 반입이 차단된 지 2주가 됐습니다. 전력 공급도 지난 9일부터 끊겼습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를 ‘지옥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일, 가자 지구로 들어가는 식량과 물, 의약품, 연료 등 구호품을 차단했습니다.

구호품 반입이 막힌 뒤부터 구호센터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줄이 더 길어졌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자 지구 구호센터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2025년 3월 16일
■ "라마단 금식 후 첫 식사(이프타르)가 없어 고통"

가자 전쟁 1단계 휴전이 끝나기 직전 이슬람의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됐습니다.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는 낮에 금식하다 해가 지면 하루의 첫 식사(이프타르-Iftar)를 합니다.

가자 지구 중부 디르 알바라에 살고 있는 크트라 나사르는 금식 후 먹을 음식이 없다며 고통스러운 상황을 호소했습니다.

크트라 나사르/ 가자 주민

“우리는 물, 음식, 요리용 가스가 부족합니다. 땔감조차 없습니다.

지금은 라마단인데, 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데,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 하루 한 끼를 때우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식량 없이 어떻게 금식을 버틸 수 있겠냐며 반문했습니다.

가자 주민들이 구호단체가 제공한 단식 후 첫 식사(이프타르)를 하고 있다. 2025년 3월 15일
라마단 기간에 구호단체들은 이프타르를 가자 주민들에게 제공합니다.

구호단체의 배식 시간이 다가오면 구호단체 텐트 앞에는 어느새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과 여성들이 이프타르를 받기 위해 줄을 서는데, 아이들을 밀려오는 허기에 음식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음식을 받고서야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구호단체의 음식을 받은 가자 지구 여자 어린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2025년 3월 13일
■ "'지옥 계획' 실행 후 가자 지구 악화"

UN을 비롯한 각국의 구호단체들이 그동안 비축해 둔 구호품을 나눠주고 있지만, 봉쇄가 지속된다면 구호품 나눔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티키엣 움 알리, 즉 ‘알리 어머니의 무료 급식소’라는 요르단 구호단체는 검문소가 통제된 이후부터 급격히 사정이 악화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사메르 발카르/ Tkiyet Um Ali (알리의 어머니) 구호단체장/지난 11일

“가자 지구는 현재 봉쇄됐으며, 약 일주일 전부터 검문소가 폐쇄되었습니다.

우리는 라마단을 대비해 트럭 15대를 준비해 가자로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가자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족한 물자는 현지 시장에서 보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나마 지금 구호단체들이 활동하며, 최소한의 끼니를 가자 주민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1단계 휴전 6주간 들어온 구호품 덕분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합의에 따라, 가자 전쟁 1단계 휴전 기간 인도적 구호품을 실은 트럭 600대가 가자 지구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식량과 의약품, 디젤 등이 가자 지구로 반입됐습니다.

실제로는 합의된 것보다 적은 양의 구호품이지만 지금 가자 주민들에게 너무나 소중합니다.

가자 주민들이 식수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5년 3월 16일
■ 전력 공급 끊기면서 식수 확보에 큰 어려움

그러나 지난 9일 가자 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습니다.

가자 지구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던 담수화 시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자 지구 중부에 식수를 공급하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기존 하루 1만8천t의 식수를 공급했습니다.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더라도 공급량이 하루 2,500t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모하메드 알아트라쉬/ 디르 알발라 시장실 사무국장
“담수화 시설의 전력 공급 중단으로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복잡해졌습니다.

이로 따라 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현재 도시에서 열 명 중 한 명만이 깨끗한 식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전력 차단으로 가자 지구 담수화 시설이 가동을 중단했다. 2025년 3월 10일
식수 공급에 필요한 전기가 부족하다보니 하수 처리에는 전기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결국 하수 처리 시설 대부분이 가동을 멈추면서 가자 주민들은 하수와 뒤범벅이 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바데르/ 자발리아 난민캠프 주민

“북부 지역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은 거리의 하수 범람과 전력 및 발전기 부족, 그리고 봉쇄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하수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는 질병과 환경 재앙을 초래합니다.”

식량과 물, 전기, 의약품 등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의 공급이 끊긴 가자 지구,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지옥 계획’을 ‘집단 처벌’, ‘집단 형벌’로 규정하며, 이런 잔혹 행위가 끝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
지난 1일 1단계 휴전이 끝난 뒤 다음 단계를 위한 협상은 진전이 없습니다.

중재국을 통해 의사를 교환했지만,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서 한 발 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습니다.

하마스는 당초 합의대로, 남은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군 병력이 가자 지구에 남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는 1단계 휴전 연장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중재국들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면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지옥 계획’처럼 진짜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