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 파병’ 북한군 분대 명단 KBS 입수…평균 나이 21살 군인들 정보 들여다보니
입력 2024.12.27 (07:00)
수정 2024.12.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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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군 사상자가 3천 명 가까이 된다고 지난 23일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군 사상자 규모를 1,100명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투 현장에서 북한군 시신이 발견되면서 유류품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글로 적은 편지는 물론 '드론 대처법'이 적힌 메모도 발견됐습니다.
지난주 쿠르스크 전선에서는 북한군 분대의 상세 명단이 우크라이나 총참모부에 의해 확보됐는데, 이 명단을 KBS가 우크라이나 당국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2소대 2조 상세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격자무늬 종이에 손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분대' 정도 단위의 대원 9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무기 번호, 혈액형 등 각종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군인들의 평균 나이는 21살. 가장 어린 군인은 2006년생, 18살입니다. 2005년생 19살도 1명 있고, 2004년생 20살은 2명, 2003년생 21살도 2명, 2001년생 23살은 1명입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군인도 2000년생, 24살로 2명입니다.
군 경력이 가장 긴 대원이 2017년 입대해 만 7년차, 가장 신참은 입대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나이가 어린 군인들을 보낸 건지, 전체 폭풍군단의 평균 연령이 이 정도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파병 군인들이 상당히 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폭풍군단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꽤 있다는 북한 매체 인터뷰도 있었기 때문에 노련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 분대 명단을 보면 상당히 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파병 군인들의 주소도 평양, 개성, 평북, 강원, 자강도 등 다양한데, 흥미로운 점은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출신은 없다는 겁니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함경도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에 따라 '함경도 제외주의'를 표방하면서 중앙 정치무대나 주요 조직의 함경도 사람들을 제외시키고 있는데, 이번 파병군에도 그런 관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주요 특수작전 부대인 폭풍군단 선발 과정에서부터 함경도가 배제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모의 이름과 전화번호, 직업도 쓰여 있는데, 의사, 대의원 같은 직업도 눈에 띄지만, 사망했거나 노동자, 농장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출신 성분이 좋은 군인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홍민 연구위원은 "의사도 눈에 띄지만 부모 중 사망자가 5명, 노동자와 농장원이 5명인데, 이 점으로 보면 북한 서민 가정의 자제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북한군 영상 속 메모하는 모습
이 명단을 보면 북한군이 분대 또는 소대 단위로 러시아 편성 부대에 들어가 작전 통제를 받고, 제한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진호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군이 독립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고, 러시아와 북한의 연합작전 태세 확립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 같은 메모를 통해 북한군 운영 방식 등을 조사하고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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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러시아 파병’ 북한군 분대 명단 KBS 입수…평균 나이 21살 군인들 정보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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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27 07:00:13
- 수정2024-12-27 07:01:1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군 사상자가 3천 명 가까이 된다고 지난 23일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군 사상자 규모를 1,100명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투 현장에서 북한군 시신이 발견되면서 유류품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글로 적은 편지는 물론 '드론 대처법'이 적힌 메모도 발견됐습니다.
지난주 쿠르스크 전선에서는 북한군 분대의 상세 명단이 우크라이나 총참모부에 의해 확보됐는데, 이 명단을 KBS가 우크라이나 당국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2소대 2조 상세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격자무늬 종이에 손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분대' 정도 단위의 대원 9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무기 번호, 혈액형 등 각종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군인들의 평균 나이는 21살. 가장 어린 군인은 2006년생, 18살입니다. 2005년생 19살도 1명 있고, 2004년생 20살은 2명, 2003년생 21살도 2명, 2001년생 23살은 1명입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군인도 2000년생, 24살로 2명입니다.
군 경력이 가장 긴 대원이 2017년 입대해 만 7년차, 가장 신참은 입대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나이가 어린 군인들을 보낸 건지, 전체 폭풍군단의 평균 연령이 이 정도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파병 군인들이 상당히 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폭풍군단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꽤 있다는 북한 매체 인터뷰도 있었기 때문에 노련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 분대 명단을 보면 상당히 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파병 군인들의 주소도 평양, 개성, 평북, 강원, 자강도 등 다양한데, 흥미로운 점은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출신은 없다는 겁니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함경도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에 따라 '함경도 제외주의'를 표방하면서 중앙 정치무대나 주요 조직의 함경도 사람들을 제외시키고 있는데, 이번 파병군에도 그런 관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주요 특수작전 부대인 폭풍군단 선발 과정에서부터 함경도가 배제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모의 이름과 전화번호, 직업도 쓰여 있는데, 의사, 대의원 같은 직업도 눈에 띄지만, 사망했거나 노동자, 농장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출신 성분이 좋은 군인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홍민 연구위원은 "의사도 눈에 띄지만 부모 중 사망자가 5명, 노동자와 농장원이 5명인데, 이 점으로 보면 북한 서민 가정의 자제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명단을 보면 북한군이 분대 또는 소대 단위로 러시아 편성 부대에 들어가 작전 통제를 받고, 제한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진호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군이 독립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고, 러시아와 북한의 연합작전 태세 확립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 같은 메모를 통해 북한군 운영 방식 등을 조사하고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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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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