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국회의원과 조직폭력배

입력 2021.05.15 (09:00) 수정 2021.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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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 국민의힘)은 신고한 부동산 재산만 61억 원입니다. 강 의원은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 사업가와 함께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 국민의힘)은 신고한 부동산 재산만 61억 원입니다. 강 의원은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 사업가와 함께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 국회의원 강기윤, 자산가 강기윤

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 국민의힘)은 꽤 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국회가 공개한 재산신고내역을 보면 강기윤 의원은 115억 원을 신고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0번째로 재산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부동산은 61억 원가량 되는데요. KBS가 취재하고 있는 경남 진해2부두 땅은 강기윤 의원 가족이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는 ㈜일진단조공업이라는 회사 소유라 신고 내역에는 빠져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땅이 이 땅입니다.

강기윤 국회의원이 산 땅은 진해항 제2부두 바로 뒤편에 있는 항만 배후부지입니다.강기윤 국회의원이 산 땅은 진해항 제2부두 바로 뒤편에 있는 항만 배후부지입니다.

■ 강기윤 의원이 산 땅은 어떤 땅?

강기윤 의원은 부인과 장남이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일진단조공업이라는 회사를 통해 경남 진해2부두의 배후부지를 2018년 2월에 법원 경매에서 낙찰받습니다. 이 땅(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782-33, 79,895㎡)은 STX중공업의 자회사인 STX엑스마린서비스가 물류야적장으로 사용하던 곳입니다. 진해2부두 바로 뒤에 있는 말 그대로 ‘항만 배후부지’니까요.

그런데 STX중공업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 땅이 법원 경매로 나왔고, 3차례 유찰 끝에 법원 감정가 509억 원의 절반 수준인 270억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약 8만 ㎡에 이르는 큰 규모이고, 항만시설로 항만 기능과 관련된 여객이용시설이나 창고, 선박보급 및 수리시설 등으로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뜻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3차례 유찰된 것이죠.

그 와중에 강기윤 의원이 법인 2곳 및 개인 2명과 함께 이 땅을 샀습니다.

■ 그런데 강기윤 의원은 왜 이 땅을 샀을까?

강기윤 의원은 ㈜일진단조공업 공장 이전을 위해 이 땅을 샀다고 해명했습니다. 경남 김해에 있는 ㈜일진단조공업을 이전해야 하는데, 마땅한 땅이 없던 차에 괜찮은 땅이 나와서 샀다는 거죠.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일진단조는 차량용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그리고 이 땅은 항만시설이라는 점이지요. 즉, ㈜일진단조공업은 항만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허가관청에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고요.

자동차부품 공장을 지을 수 없는 땅을 자동차부품 공장을 짓기 위해 샀다?’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그러자, 강기윤 의원 측과 관련자들의 추가 해명이 나왔습니다.

‘항만시설인 줄 몰랐다. 자동차부품 공장을 지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27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주고 땅을 사면서, 땅의 성격도 알아보지 않았다니, 이해하기가 어렵죠. 인터넷에서 토지이용계획만 검색해도 이 땅이 ‘항만시설’이란 건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 사업가와 동업한 강기윤 의원

강기윤 의원이 부자라도 270억 원이나 되는 땅을 단독으로 사들이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 명과 함께 2018년 2월 이 땅을 낙찰받았는데요.

그중에 한 명이 진해지역 조직폭력배 두목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김00 씨였습니다. 김 씨는 2015년에 ㈜산해개발이란 업체를 만들어 부동산개발사업에 나섰지만, 별다른 실적은 없었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땅이 사실상 첫 사업입니다.

강기윤 의원이 “업무차 알게 된 사이”라고 말하는 김 씨는 진해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입니다. 현재는 폭행과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강기윤 의원이 “업무차 알게 된 사이”라고 말하는 김 씨는 진해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입니다. 현재는 폭행과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 등은 2018년 4월 이 땅을 18개 필지로 분할했습니다. 그리고 동업자들끼리 땅 소유권을 정리하는데, 전체 79,895㎡를 강기윤 의원의 ㈜일진단조가 33.1%, 김 씨의 ㈜산해개발이 46.3%, 진해의 한 청소용역업체와 대표 개인 명의로 각각 4.1%씩, 또, 경남 진해지역 사업가 개인 명의로 12.4%를 각각 귀속시킵니다.

낙찰금액 270억 원을 기준으로 각 귀속된 토지 면적을 역산해보면 강기윤 의원 측의 ㈜일진단조공업은 약 86억 원, 김 씨의 ㈜산해개발은 약 12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강기윤 의원 측 회사는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김 씨 회사는 경남지역 신협 6개 사에서 대출을 받아 매매대금을 마련했습니다.

■ 강기윤 의원과 김 씨는 어떤 사이?

국회의원과 조직폭력배. 쉽게 떠올리기 힘든 조합입니다.

김 씨는 경남지역 조직폭력배 ○○파의 우두머리였습니다. 지금은 폭력과 횡령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은 많지만,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수준이니까 차치하고, 강기윤 의원의 해명과 행위에만 집중합니다.

강기윤 의원은 KBS에 "사업상 알게 된 관계"라고만 설명했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강기윤 의원이 사업가 출신이니, 사업체를 운영할 때 맺어진 관계인지, 아니면 이 땅을 살 때 동업을 맺은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꽤 두터워 보이는데요. 강기윤 의원 측의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15억 원이라는 거액을 김 씨 회사에 빌려준 적이 있고, 강 의원 측 회사가 소유한 땅을 CJ대한통운에 팔면서, 김 씨 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21억 원을 몰아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 강기윤 의원 측 회사, 김씨 회사에 15억 빌려줘

조직폭력배 출신 김 씨 회사 ㈜산해개발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8년에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에서 15억 60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차입용도는 ‘용지매입자금’으로 되어 있으니, 2018년 진해2부두 땅을 살 때 빌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15억 6,000만 원. 큰 돈이죠.

그런데 이렇게 큰돈을 빌려주려면 몇 가지 필요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먼저 빌려주는 사람의 형편이 넉넉해야 할 겁니다. 둘째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빌려줘서 얻는 이득 또한 충분해야겠죠. 보통 우리는 이걸 ‘이자’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일진단조공업은 넉넉한 형편이었을까?

㈜일진단조공업은 전체 직원 십 여 명의 자동차부품 생산 기업입니다. 2018년 매출액이 32억 원 정도입니다. 또 2018년엔 약 4억 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모회사인 ㈜일진금속(강기윤 의원과 부인이 지분 절반을 보유)을 포함해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15억 6,000만 원은 ㈜일진단조공업에 꽤나 큰돈이었을 겁니다.

그럼, 김 씨 회사인 ㈜산해개발은 거액을 빌려줘도 떼이지 않을 만큼 건실한 회사였을까요?

2018년 초 강기윤 의원 측 회사가 돈을 빌려줄 때 김 씨 회사는 별다른 매출액도 없었고, 회사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었습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18억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금융기관과 법인, 개인에게 15억 원가량의 채무도 있었습니다. 만일 ㈜산해개발에 문제가 생긴다면, 빌려준 15억 6,000만 원을 되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자는 얼마를 받기로 한 걸까요? 감사보고서에는 “-”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자로 얼마를 받기로 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강기윤 의원 측이나 ㈜일진단조공업 관계자에게, 또 ㈜산해개발 관계자에게 물어봤지만 “밝힐 수 없다”고 하거나 “모른다”는 답변입니다. 15억 원의 거액을 빌려주면서 설마 이자를 안 받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강기윤 의원 측의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산해개발에 15억 6,000만 원을 빌려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강기윤 의원, 김 씨 회사에 21억 원 몰아줘

강기윤 국회의원과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김 씨의 관계에 의아한 대목은 또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소유한 진해2부두 땅을 CJ대한통운에 팔면서 중간에 김 씨 회사를 끼워 넣어 21억 원을 몰아준 겁니다.

강기윤 의원과 김 씨 등은 2018년 4월 진해2부두 배후부지 땅 8만 제곱미터를 사들인 뒤 18개 필지로 나눕니다. 소유권 정리와 함께 관리하기 좋도록 필지를 나눈 거죠.

이 가운데 강기윤 의원 측 회사가 소유한 땅, 만 6,500㎡를 CJ대한통운이 사들이는데요. 이 매매과정이 이상합니다.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땅을 2019년 10월 23일 김 씨 회사인 ㈜산해개발에 78억 4,000만 원에 팝니다. 그리고 ㈜산해개발은 이튿날인 2019년 10월 24일에 이 땅에다 자기 땅 800㎡ 정도를 붙여서 103억 원에 CJ대한통운에 팝니다. ㈜산해개발은 자기 땅값을 제외하면 하루만에 약 21억 원을 앉아서 번 셈입니다.

왜 이렇게 거래 했을까요? 강기윤 의원 측이 어떤 해명도 없으니 더욱 궁금합니다. 강기윤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도 궁금한 모양입니다. 이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진해2부두 배후부지 중 1만 6,500㎡는 강기윤 측 회사 소유에서 김 씨의 산해개발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하루 만에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갔습니다. 김씨 회사 땅 800㎡ 정도를 제외하면 김씨는 약 21억 원의 이득을 본 셈입니다.진해2부두 배후부지 중 1만 6,500㎡는 강기윤 측 회사 소유에서 김 씨의 산해개발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하루 만에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갔습니다. 김씨 회사 땅 800㎡ 정도를 제외하면 김씨는 약 21억 원의 이득을 본 셈입니다.

■ ‘진해농협’의 등장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갑자기 ‘진해농협’이 이 거래에 등장합니다. 진해농협이 어떤 타이밍에 등장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강기윤 의원 측과 김 씨 등은 2018년 초에 진해2부두 배후부지 약 80,000㎡를 사서 이후 2년 동안 절반가량을 팝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땅을 CJ대한통운이 샀습니다. 만 7,000여 ㎡이니까 전체 면적의 22%가량 됩니다.

CJ대한통운이 진해2부두 배후부지 땅을 산 이유는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 이전을 위해서입니다. CJ대한통운은 진해2부두 인근에 진해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더 큰 땅을 매입해 이전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럼 이전에 사용하던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 땅(7,404㎡)은 쓸모가 없어지겠죠.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든지, 팔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하는데,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가 있던 땅은 ‘일반공업지역’이라 활용도가 높지 않습니다. 좋은 가격을 받는다면 파는 게 낫겠죠. 그런데 때마침 옛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 땅을 사겠다는 이가 나타납니다. 그게 바로 ‘진해농협’입니다.

■ 진해농협의 땅 거래에도 등장하는 김 씨 회사 '(주)산해개발'

의아한 대목은 이 거래에도 김 씨의 회사인 ㈜산해개발이 개입했다는 겁니다. 진해농협이 대의원들에게 배부한 자료를 보면,

‘(주)산해개발 소유 땅을 CJ대한통운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CJ대한통운이 진해사업소로 쓰던 땅을 팔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진해농협은 ㈜산해개발과 논의를 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의 옛 진해사업소 땅을 산 날짜는 CJ대한통운이 ㈜산해개발을 통해 강기윤 의원 측 회사 땅을 산 날짜와 2019년 10월 24일로 같습니다.


진해농협의 2019년 9월 임시 대의원대회 회의 자료입니다. 김 씨 회사인 (주)산해개발과 협의해서 CJ대한통운의 땅을 매입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진해농협의 2019년 9월 임시 대의원대회 회의 자료입니다. 김 씨 회사인 (주)산해개발과 협의해서 CJ대한통운의 땅을 매입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의 땅을 김 씨 회사를 거쳐 CJ대한통운에 판 날짜와 CJ대한통운이 필요가 없어진 땅을 진해농협에 판 날짜가 같습니다.강기윤 의원의 땅을 김 씨 회사를 거쳐 CJ대한통운에 판 날짜와 CJ대한통운이 필요가 없어진 땅을 진해농협에 판 날짜가 같습니다.

■ 슈퍼마켓도 못 짓는 땅에 마트를 짓겠다고?

더 이상한 점은 진해농협이 이 땅을 산 이유입니다.

농협의 대형판매점 브랜드인 ‘○○○마트’를 짓겠다는 건데, 진해농협이 ‘대의원대회’에서 밝힌 마트 규모는 1,500㎡였습니다. 1,500㎡ 규모면 소형 마트는 아니고 대형 마트이니까, 진해농협이 대의원들에게 한 설명도 사실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한 대목은,

진해농협이 산 땅(CJ대한통운 옛 진해사업소)은 ‘일반공업지역’이어서 1,000㎡ 이상의 판매시설은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잘못 산 겁니다.

이 땅을 사고 난 뒤 진해농협이 보인 모습은 더욱 이상합니다. 창원시에 이 땅을 1,000㎡ 이상의 판매시설을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으로 바꿔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겁니다. 특혜의혹이 제기될 게 뻔한 만큼 창원시 담당자는 취재진에게 진해농협의 민원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 감정평가 118억 vs 매입가격 165억…40% 차이 왜?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 옛 진해사업소 땅을 산 가격도 논란입니다. 7,407㎡를 3.3㎡당 738만 원씩, 모두 165억 8,000만 원에 샀는데, 이 가격이 적정 가격이 맞느냐는 겁니다.

진해농협은 이 땅을 사기 두 달 전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는데,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격은 3.3㎡당 528만 원씩, 118억 원이었습니다. 감정가격보다 약 47억 원을 더 주고 산 겁니다. 감정가격보다 40%나 비싸게 산 진해농협의 행동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이해할까요?

경력 20년 이상의 감정평가사 2명과 부동산학과 교수, 회계사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A감정평가사는 토지 감정평가를 할 때 해당 토지의 입지조건과 토지상황, 인근 지가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두 달 만에 감정평가 가격과 매매가격이 40%나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라고 밝혔습니다.

B부동산학과 교수는 5~10%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봤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C회계사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거래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D감정평가사는 이 땅을 산 사람이 꼭 사야하고,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면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두 달 차이로 ‘감정평가 금액’보다 ‘매매가격’이 40% 높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 4명 가운데 3명이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두 달 차이로 ‘감정평가 금액’보다 ‘매매가격’이 40% 높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 4명 가운데 3명이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토지 감정평가는 사실상 요식행위일 뿐,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 옛 진해사업소 땅의 매입가격이 이미 결정해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도 있습니다.

지역의 단위 농협은 대규모 신규 사업을 할 때 농협중앙회에 ‘고정투자 심의’를 받습니다. 진해농협이 중앙회에 ‘고정투자 심의’ 신청을 한 것은 감정평가 석 달 전인 2019년 5월인데, 이때 이미 이 땅을 169억 원에 사겠다고 매입가격을 결정해 놓은 겁니다.

다시말해 2019년 5월에 169억 원에 땅을 사겠다고 계획하고, 2019년 8월에 감정가격은 118억 원으로 나왔는데, 2019년 10월엔 165억 8,000만 원에 산 겁니다.

■ 자칫 조합원 피해 우려…농협중앙회 '조건부 승인'

농협중앙회도 진해농협의 무리한 신규사업에 대한 걱정이 컸나 봅니다. 이미 진해농협은 진해 중심가에 1만 2,400㎡ 규모나 되는 대형 마트를 운영하고 있고, 새로 마트를 짓겠다며 산 땅과는 직선거리로 2.5㎞에 불과합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입니다.

또 2019년 4월 기준으로 진해농협의 투자가능액은 119억 원이 최대인데, 땅값 포함해 212억 원의 신규사업을 하겠다니, 게다가 기존 대형 마트도 근처에 있어 신규 마트 장사가 잘 안되면 진해농협 조합원들이 재산상의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업 승인을 내면서 조건을 걸었습니다.

1)올해 말까지 출자금 21억 원을 조성하고
2)올해 말까지 제적립금을 27억 원 확대하고
3)새로 산 땅의 절반을 올해 말까지 팔라는 겁니다

사실상 이쯤 되면 농협중앙회의 의견은 ‘웬만하면 이 사업을 하지 마시라’가 아닐까요?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권고’를 할 뿐이지, 결정은 단위 농협에서 하는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취재진에게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 "강기윤 의원 땅 팔아주려고 거래한 거 아니냐?"

이쯤 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진해농협 조합원들입니다. 평소엔 새 마트 건립에 대해 별말이 없다가 이 땅을 사기 한 달 전인 2019년 9월 6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급하게 결정을 했다는 겁니다.

대의원대회에서도 격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반대 측 대의원들은 “이 땅은 1,000㎡ 이상의 판매시설은 지을 수 없는 땅인데, 왜 이렇게 급하게 결정을 하느냐? 천천히 더 알아보고 결정하자.”라고 반대를 했는데, 결과는 찬성 30 : 반대 25였습니다. 땅을 사기로 결정한 겁니다. 조합장의 영향력이 대단한 지역 농협의 특성을 감안하면 5표 차이로 매입안이 통과된 것도 이례적인 일입니다.

진해농협 석종근 대의원은 이런 이야기까지 합니다.

“지금 상황을 합리적으로 의심하자면, 진해농협의 이익을 위해 이 땅을 산 게 아니라, 강기윤 의원의 땅을 팔아주기 위해서 진해농협이 땅을 사 준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조합원들이 하고 있습니다.”

즉 사업가 김 씨 회사가 넘겨받은 강기윤 의원 측 땅을 CJ대한통운에 파는 조건으로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던 땅을 산 게 아니라,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던 땅을 사는 조건으로 CJ대한통운이 김 씨 회사가 넘겨받은 강기윤 의원 측 땅을 산 게 아니냐는 거죠.

강기윤 의원의 땅이 김 씨를 거쳐 CJ대한통운에 팔렸고, CJ대한통운이 쓰던 땅이 진해농협에 팔렸습니다. “만일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의 땅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강기윤 의원의 땅이 매매될 수 있었을까?” 진해농협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의문입니다.강기윤 의원의 땅이 김 씨를 거쳐 CJ대한통운에 팔렸고, CJ대한통운이 쓰던 땅이 진해농협에 팔렸습니다. “만일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의 땅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강기윤 의원의 땅이 매매될 수 있었을까?” 진해농협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의문입니다.

■ 강기윤 의원, 김○○ 씨, CJ대한통운, 진해농협…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봤나?

매입 1년 만에 땅을 판 강기윤 의원 측과, 앉은 자리에서 21억 원을 남긴 김 씨 회사가 이득을 본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또 결과적으로 CJ대한통운도 이득을 본 건 맞습니다. 7,404㎡ 땅을 팔고, 인근에 1만 7,000㎡ 땅을 매입하고도 약 62억 원을 남겼으니까요. 반면에 진해농협이 얻은 것은 뭘까요? 조합원들의 불안만 남았을까요?

진해농협은 2015년부터 새 마트 건립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감정가격보다 비싸게 산 것은 매도자의 요구, 즉 CJ대한통운의 요구에 맞춘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CJ대한통운은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고, 강기윤 의원 측은 금융권 이자와 토지 정비 공사 비용 등으로 이익을 본 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과 금융기관을 지난달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KBS 취재진이 제기한 여러 의문들이 단지 우연의 연속일 뿐인지, 아니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인지, 수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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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국회의원과 조직폭력배
    • 입력 2021-05-15 09:00:36
    • 수정2021-05-15 09:00:51
    취재후·사건후
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 국민의힘)은 신고한 부동산 재산만 61억 원입니다. 강 의원은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 사업가와 함께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 국회의원 강기윤, 자산가 강기윤

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 국민의힘)은 꽤 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국회가 공개한 재산신고내역을 보면 강기윤 의원은 115억 원을 신고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0번째로 재산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부동산은 61억 원가량 되는데요. KBS가 취재하고 있는 경남 진해2부두 땅은 강기윤 의원 가족이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는 ㈜일진단조공업이라는 회사 소유라 신고 내역에는 빠져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땅이 이 땅입니다.

강기윤 국회의원이 산 땅은 진해항 제2부두 바로 뒤편에 있는 항만 배후부지입니다.
■ 강기윤 의원이 산 땅은 어떤 땅?

강기윤 의원은 부인과 장남이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일진단조공업이라는 회사를 통해 경남 진해2부두의 배후부지를 2018년 2월에 법원 경매에서 낙찰받습니다. 이 땅(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782-33, 79,895㎡)은 STX중공업의 자회사인 STX엑스마린서비스가 물류야적장으로 사용하던 곳입니다. 진해2부두 바로 뒤에 있는 말 그대로 ‘항만 배후부지’니까요.

그런데 STX중공업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 땅이 법원 경매로 나왔고, 3차례 유찰 끝에 법원 감정가 509억 원의 절반 수준인 270억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약 8만 ㎡에 이르는 큰 규모이고, 항만시설로 항만 기능과 관련된 여객이용시설이나 창고, 선박보급 및 수리시설 등으로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뜻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3차례 유찰된 것이죠.

그 와중에 강기윤 의원이 법인 2곳 및 개인 2명과 함께 이 땅을 샀습니다.

■ 그런데 강기윤 의원은 왜 이 땅을 샀을까?

강기윤 의원은 ㈜일진단조공업 공장 이전을 위해 이 땅을 샀다고 해명했습니다. 경남 김해에 있는 ㈜일진단조공업을 이전해야 하는데, 마땅한 땅이 없던 차에 괜찮은 땅이 나와서 샀다는 거죠.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일진단조는 차량용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그리고 이 땅은 항만시설이라는 점이지요. 즉, ㈜일진단조공업은 항만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허가관청에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고요.

자동차부품 공장을 지을 수 없는 땅을 자동차부품 공장을 짓기 위해 샀다?’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그러자, 강기윤 의원 측과 관련자들의 추가 해명이 나왔습니다.

‘항만시설인 줄 몰랐다. 자동차부품 공장을 지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27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주고 땅을 사면서, 땅의 성격도 알아보지 않았다니, 이해하기가 어렵죠. 인터넷에서 토지이용계획만 검색해도 이 땅이 ‘항만시설’이란 건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 사업가와 동업한 강기윤 의원

강기윤 의원이 부자라도 270억 원이나 되는 땅을 단독으로 사들이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 명과 함께 2018년 2월 이 땅을 낙찰받았는데요.

그중에 한 명이 진해지역 조직폭력배 두목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김00 씨였습니다. 김 씨는 2015년에 ㈜산해개발이란 업체를 만들어 부동산개발사업에 나섰지만, 별다른 실적은 없었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땅이 사실상 첫 사업입니다.

강기윤 의원이 “업무차 알게 된 사이”라고 말하는 김 씨는 진해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입니다. 현재는 폭행과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 등은 2018년 4월 이 땅을 18개 필지로 분할했습니다. 그리고 동업자들끼리 땅 소유권을 정리하는데, 전체 79,895㎡를 강기윤 의원의 ㈜일진단조가 33.1%, 김 씨의 ㈜산해개발이 46.3%, 진해의 한 청소용역업체와 대표 개인 명의로 각각 4.1%씩, 또, 경남 진해지역 사업가 개인 명의로 12.4%를 각각 귀속시킵니다.

낙찰금액 270억 원을 기준으로 각 귀속된 토지 면적을 역산해보면 강기윤 의원 측의 ㈜일진단조공업은 약 86억 원, 김 씨의 ㈜산해개발은 약 12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강기윤 의원 측 회사는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김 씨 회사는 경남지역 신협 6개 사에서 대출을 받아 매매대금을 마련했습니다.

■ 강기윤 의원과 김 씨는 어떤 사이?

국회의원과 조직폭력배. 쉽게 떠올리기 힘든 조합입니다.

김 씨는 경남지역 조직폭력배 ○○파의 우두머리였습니다. 지금은 폭력과 횡령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은 많지만,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수준이니까 차치하고, 강기윤 의원의 해명과 행위에만 집중합니다.

강기윤 의원은 KBS에 "사업상 알게 된 관계"라고만 설명했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강기윤 의원이 사업가 출신이니, 사업체를 운영할 때 맺어진 관계인지, 아니면 이 땅을 살 때 동업을 맺은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꽤 두터워 보이는데요. 강기윤 의원 측의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15억 원이라는 거액을 김 씨 회사에 빌려준 적이 있고, 강 의원 측 회사가 소유한 땅을 CJ대한통운에 팔면서, 김 씨 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21억 원을 몰아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 강기윤 의원 측 회사, 김씨 회사에 15억 빌려줘

조직폭력배 출신 김 씨 회사 ㈜산해개발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8년에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에서 15억 60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차입용도는 ‘용지매입자금’으로 되어 있으니, 2018년 진해2부두 땅을 살 때 빌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15억 6,000만 원. 큰 돈이죠.

그런데 이렇게 큰돈을 빌려주려면 몇 가지 필요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먼저 빌려주는 사람의 형편이 넉넉해야 할 겁니다. 둘째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빌려줘서 얻는 이득 또한 충분해야겠죠. 보통 우리는 이걸 ‘이자’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일진단조공업은 넉넉한 형편이었을까?

㈜일진단조공업은 전체 직원 십 여 명의 자동차부품 생산 기업입니다. 2018년 매출액이 32억 원 정도입니다. 또 2018년엔 약 4억 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모회사인 ㈜일진금속(강기윤 의원과 부인이 지분 절반을 보유)을 포함해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15억 6,000만 원은 ㈜일진단조공업에 꽤나 큰돈이었을 겁니다.

그럼, 김 씨 회사인 ㈜산해개발은 거액을 빌려줘도 떼이지 않을 만큼 건실한 회사였을까요?

2018년 초 강기윤 의원 측 회사가 돈을 빌려줄 때 김 씨 회사는 별다른 매출액도 없었고, 회사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었습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18억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금융기관과 법인, 개인에게 15억 원가량의 채무도 있었습니다. 만일 ㈜산해개발에 문제가 생긴다면, 빌려준 15억 6,000만 원을 되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자는 얼마를 받기로 한 걸까요? 감사보고서에는 “-”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자로 얼마를 받기로 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강기윤 의원 측이나 ㈜일진단조공업 관계자에게, 또 ㈜산해개발 관계자에게 물어봤지만 “밝힐 수 없다”고 하거나 “모른다”는 답변입니다. 15억 원의 거액을 빌려주면서 설마 이자를 안 받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강기윤 의원 측의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산해개발에 15억 6,000만 원을 빌려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강기윤 의원, 김 씨 회사에 21억 원 몰아줘

강기윤 국회의원과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김 씨의 관계에 의아한 대목은 또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소유한 진해2부두 땅을 CJ대한통운에 팔면서 중간에 김 씨 회사를 끼워 넣어 21억 원을 몰아준 겁니다.

강기윤 의원과 김 씨 등은 2018년 4월 진해2부두 배후부지 땅 8만 제곱미터를 사들인 뒤 18개 필지로 나눕니다. 소유권 정리와 함께 관리하기 좋도록 필지를 나눈 거죠.

이 가운데 강기윤 의원 측 회사가 소유한 땅, 만 6,500㎡를 CJ대한통운이 사들이는데요. 이 매매과정이 이상합니다.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이 땅을 2019년 10월 23일 김 씨 회사인 ㈜산해개발에 78억 4,000만 원에 팝니다. 그리고 ㈜산해개발은 이튿날인 2019년 10월 24일에 이 땅에다 자기 땅 800㎡ 정도를 붙여서 103억 원에 CJ대한통운에 팝니다. ㈜산해개발은 자기 땅값을 제외하면 하루만에 약 21억 원을 앉아서 번 셈입니다.

왜 이렇게 거래 했을까요? 강기윤 의원 측이 어떤 해명도 없으니 더욱 궁금합니다. 강기윤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도 궁금한 모양입니다. 이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진해2부두 배후부지 중 1만 6,500㎡는 강기윤 측 회사 소유에서 김 씨의 산해개발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하루 만에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갔습니다. 김씨 회사 땅 800㎡ 정도를 제외하면 김씨는 약 21억 원의 이득을 본 셈입니다.
■ ‘진해농협’의 등장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갑자기 ‘진해농협’이 이 거래에 등장합니다. 진해농협이 어떤 타이밍에 등장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강기윤 의원 측과 김 씨 등은 2018년 초에 진해2부두 배후부지 약 80,000㎡를 사서 이후 2년 동안 절반가량을 팝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땅을 CJ대한통운이 샀습니다. 만 7,000여 ㎡이니까 전체 면적의 22%가량 됩니다.

CJ대한통운이 진해2부두 배후부지 땅을 산 이유는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 이전을 위해서입니다. CJ대한통운은 진해2부두 인근에 진해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더 큰 땅을 매입해 이전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럼 이전에 사용하던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 땅(7,404㎡)은 쓸모가 없어지겠죠.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든지, 팔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하는데,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가 있던 땅은 ‘일반공업지역’이라 활용도가 높지 않습니다. 좋은 가격을 받는다면 파는 게 낫겠죠. 그런데 때마침 옛 ‘CJ대한통운 진해사업소’ 땅을 사겠다는 이가 나타납니다. 그게 바로 ‘진해농협’입니다.

■ 진해농협의 땅 거래에도 등장하는 김 씨 회사 '(주)산해개발'

의아한 대목은 이 거래에도 김 씨의 회사인 ㈜산해개발이 개입했다는 겁니다. 진해농협이 대의원들에게 배부한 자료를 보면,

‘(주)산해개발 소유 땅을 CJ대한통운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CJ대한통운이 진해사업소로 쓰던 땅을 팔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진해농협은 ㈜산해개발과 논의를 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의 옛 진해사업소 땅을 산 날짜는 CJ대한통운이 ㈜산해개발을 통해 강기윤 의원 측 회사 땅을 산 날짜와 2019년 10월 24일로 같습니다.


진해농협의 2019년 9월 임시 대의원대회 회의 자료입니다. 김 씨 회사인 (주)산해개발과 협의해서 CJ대한통운의 땅을 매입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강기윤 의원의 땅을 김 씨 회사를 거쳐 CJ대한통운에 판 날짜와 CJ대한통운이 필요가 없어진 땅을 진해농협에 판 날짜가 같습니다.
■ 슈퍼마켓도 못 짓는 땅에 마트를 짓겠다고?

더 이상한 점은 진해농협이 이 땅을 산 이유입니다.

농협의 대형판매점 브랜드인 ‘○○○마트’를 짓겠다는 건데, 진해농협이 ‘대의원대회’에서 밝힌 마트 규모는 1,500㎡였습니다. 1,500㎡ 규모면 소형 마트는 아니고 대형 마트이니까, 진해농협이 대의원들에게 한 설명도 사실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한 대목은,

진해농협이 산 땅(CJ대한통운 옛 진해사업소)은 ‘일반공업지역’이어서 1,000㎡ 이상의 판매시설은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잘못 산 겁니다.

이 땅을 사고 난 뒤 진해농협이 보인 모습은 더욱 이상합니다. 창원시에 이 땅을 1,000㎡ 이상의 판매시설을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으로 바꿔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겁니다. 특혜의혹이 제기될 게 뻔한 만큼 창원시 담당자는 취재진에게 진해농협의 민원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 감정평가 118억 vs 매입가격 165억…40% 차이 왜?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 옛 진해사업소 땅을 산 가격도 논란입니다. 7,407㎡를 3.3㎡당 738만 원씩, 모두 165억 8,000만 원에 샀는데, 이 가격이 적정 가격이 맞느냐는 겁니다.

진해농협은 이 땅을 사기 두 달 전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는데,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격은 3.3㎡당 528만 원씩, 118억 원이었습니다. 감정가격보다 약 47억 원을 더 주고 산 겁니다. 감정가격보다 40%나 비싸게 산 진해농협의 행동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이해할까요?

경력 20년 이상의 감정평가사 2명과 부동산학과 교수, 회계사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A감정평가사는 토지 감정평가를 할 때 해당 토지의 입지조건과 토지상황, 인근 지가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두 달 만에 감정평가 가격과 매매가격이 40%나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라고 밝혔습니다.

B부동산학과 교수는 5~10%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봤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C회계사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거래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D감정평가사는 이 땅을 산 사람이 꼭 사야하고,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면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두 달 차이로 ‘감정평가 금액’보다 ‘매매가격’이 40% 높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 4명 가운데 3명이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토지 감정평가는 사실상 요식행위일 뿐,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 옛 진해사업소 땅의 매입가격이 이미 결정해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도 있습니다.

지역의 단위 농협은 대규모 신규 사업을 할 때 농협중앙회에 ‘고정투자 심의’를 받습니다. 진해농협이 중앙회에 ‘고정투자 심의’ 신청을 한 것은 감정평가 석 달 전인 2019년 5월인데, 이때 이미 이 땅을 169억 원에 사겠다고 매입가격을 결정해 놓은 겁니다.

다시말해 2019년 5월에 169억 원에 땅을 사겠다고 계획하고, 2019년 8월에 감정가격은 118억 원으로 나왔는데, 2019년 10월엔 165억 8,000만 원에 산 겁니다.

■ 자칫 조합원 피해 우려…농협중앙회 '조건부 승인'

농협중앙회도 진해농협의 무리한 신규사업에 대한 걱정이 컸나 봅니다. 이미 진해농협은 진해 중심가에 1만 2,400㎡ 규모나 되는 대형 마트를 운영하고 있고, 새로 마트를 짓겠다며 산 땅과는 직선거리로 2.5㎞에 불과합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입니다.

또 2019년 4월 기준으로 진해농협의 투자가능액은 119억 원이 최대인데, 땅값 포함해 212억 원의 신규사업을 하겠다니, 게다가 기존 대형 마트도 근처에 있어 신규 마트 장사가 잘 안되면 진해농협 조합원들이 재산상의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업 승인을 내면서 조건을 걸었습니다.

1)올해 말까지 출자금 21억 원을 조성하고
2)올해 말까지 제적립금을 27억 원 확대하고
3)새로 산 땅의 절반을 올해 말까지 팔라는 겁니다

사실상 이쯤 되면 농협중앙회의 의견은 ‘웬만하면 이 사업을 하지 마시라’가 아닐까요?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권고’를 할 뿐이지, 결정은 단위 농협에서 하는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취재진에게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 "강기윤 의원 땅 팔아주려고 거래한 거 아니냐?"

이쯤 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진해농협 조합원들입니다. 평소엔 새 마트 건립에 대해 별말이 없다가 이 땅을 사기 한 달 전인 2019년 9월 6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급하게 결정을 했다는 겁니다.

대의원대회에서도 격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반대 측 대의원들은 “이 땅은 1,000㎡ 이상의 판매시설은 지을 수 없는 땅인데, 왜 이렇게 급하게 결정을 하느냐? 천천히 더 알아보고 결정하자.”라고 반대를 했는데, 결과는 찬성 30 : 반대 25였습니다. 땅을 사기로 결정한 겁니다. 조합장의 영향력이 대단한 지역 농협의 특성을 감안하면 5표 차이로 매입안이 통과된 것도 이례적인 일입니다.

진해농협 석종근 대의원은 이런 이야기까지 합니다.

“지금 상황을 합리적으로 의심하자면, 진해농협의 이익을 위해 이 땅을 산 게 아니라, 강기윤 의원의 땅을 팔아주기 위해서 진해농협이 땅을 사 준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조합원들이 하고 있습니다.”

즉 사업가 김 씨 회사가 넘겨받은 강기윤 의원 측 땅을 CJ대한통운에 파는 조건으로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던 땅을 산 게 아니라,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던 땅을 사는 조건으로 CJ대한통운이 김 씨 회사가 넘겨받은 강기윤 의원 측 땅을 산 게 아니냐는 거죠.

강기윤 의원의 땅이 김 씨를 거쳐 CJ대한통운에 팔렸고, CJ대한통운이 쓰던 땅이 진해농협에 팔렸습니다. “만일 진해농협이 CJ대한통운의 땅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강기윤 의원의 땅이 매매될 수 있었을까?” 진해농협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의문입니다.
■ 강기윤 의원, 김○○ 씨, CJ대한통운, 진해농협…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봤나?

매입 1년 만에 땅을 판 강기윤 의원 측과, 앉은 자리에서 21억 원을 남긴 김 씨 회사가 이득을 본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또 결과적으로 CJ대한통운도 이득을 본 건 맞습니다. 7,404㎡ 땅을 팔고, 인근에 1만 7,000㎡ 땅을 매입하고도 약 62억 원을 남겼으니까요. 반면에 진해농협이 얻은 것은 뭘까요? 조합원들의 불안만 남았을까요?

진해농협은 2015년부터 새 마트 건립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감정가격보다 비싸게 산 것은 매도자의 요구, 즉 CJ대한통운의 요구에 맞춘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CJ대한통운은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고, 강기윤 의원 측은 금융권 이자와 토지 정비 공사 비용 등으로 이익을 본 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강기윤 의원 측 회사인 ㈜일진단조공업과 금융기관을 지난달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KBS 취재진이 제기한 여러 의문들이 단지 우연의 연속일 뿐인지, 아니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인지, 수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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