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④ ‘공공’의 도서관인데…열 중 셋은 ‘장애인, 노인, 다문화’ 예산 ‘0원’

입력 2021.04.22 (07:00) 수정 2021.05.04 (14: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씨는 여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훈 연구원은 지난 4월 14일 일터에서 가까운 '공공도서관'인 여의샛강마을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서 자료를 찾아보러 왔다고 문의를 하자 장애인용 좌석으로 안내합니다. 김 연구원이 좌석에 앉아 기다리자, 사서가 장애인 전용 키보드와 헤드폰을 갖다 줍니다. 도서관 사서가 도와줬지만, 키보드를 연결하고 헤드폰을 쓰고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데만 5분 정도가 지나갑니다. 도서관 측은 평소 이용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아, 키보드나 헤드폰을 필요할 때만 꺼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이 공공도서관에 입장하고 있다. 김훈 연구원은 점자블록조차 없기 때문에 도움 없이는 이동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이 공공도서관에 입장하고 있다. 김훈 연구원은 점자블록조차 없기 때문에 도움 없이는 이동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제는 장애인의 날이었고, 내일(23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세계 책의 날 기획, '공공도서관 가보셨습니까?', 이번에는 전국 곳곳 천 개가 넘는 공공도서관들이 장애인을 비롯한 지식정보 취약계층 서비스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 '친절하게 맞아준 것은 고맙지만, 시설·장비·점자 도서 등 아쉬움 커'

컴퓨터 사용 준비가 끝나자, 음성인식 프로그램 이용에 능숙한 김훈 씨가 먼저 자료를 검색합니다. 일부 문서 파일은 음성 변환이 가능하지만, 장애인용 전용 자료가 아닌 경우 음성을 들을 수는 있어도 뒤로 가기나 앞으로 가기 등의 부가 기능이 없어 편하게 듣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훈 연구원은 점자책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도서관 규모가 작아서 점자책을 갖다 놓지는 않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도서관 측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겠지만, 주문하면 영등포구 내의 다른 공공도서관에 있는 점자책을 구해다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공도서관, 열람실 한쪽에 장애인석이 마련돼 있다.공공도서관, 열람실 한쪽에 장애인석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 나들이를 한 김훈 연구원은 사서가 친절하게 맞아주고 설명해준 것은 고마웠지만, 공공도서관 안팎으로 점자 블록이 없는 등 건물 시설이나 구조가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또 점자 도서가 없어서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자료 또한 제한이 있는 등 일터에서 가깝기는 해도 이곳을 자주 이용하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 도서관법 "장애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 위해 자료 확충, 제공, 편의시설 구비해야"

김훈 연구원은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도서관법은 김훈 씨와 같은 장애인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있어 큰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장애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도서관법은 43조 도서관의 책무, 2항에서 '도서관은 장애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의 지식정보 격차 해소를 위하여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공도서관이 장애인과 노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위해 별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도서관법은 이와 함께 공공도서관이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위해 자료를 확충,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들 자료의 공동 활용체제를 갖춰 놓고 편의시설 구비와 전문 인력 배치에 대한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공공도서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실은 법의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상의 공공도서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전국 1,134개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이용자 수는 53만 2천 26명, 도서관 1관 당 평균 장애인 이용자 수는 469명으로 조사됐습니다.

1년이 365일이기에 평균으로만 따져도 하루 평균 장애인 이용자 수가 공공도서관마다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체 공공도서관(자료실) 이용자 수가 2억 명을 넘었다는 사실에 미뤄 보면, 장애인 이용자 수가 얼마나 적은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상의 장애인도서관 자료는 2018년 기준으로 돼 있는데, 전국 36개 장애인도서관의 총이용자 수는 365,220명으로 장애인도서관의 이용자 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자 수가 전체 공공도서관(자료실) 이용자 수의 0.4% 수준에 지나지 않는 셈입니다.

등록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5% 정도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장애인이 들르지 않는, 장애인 이용자 수 0인 공공도서관 275곳

분석 결과, 하루 약 한 명꼴이라 할 수 있는 연간 장애인 이용자 수 365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도서관은 전체 공공도서관의 절반을 넘는 868곳에 이르렀고, 장애인 이용자 수가 0인, 즉 이용한 장애인이 없다고 기록돼 있는 공공도서관도 275곳에 이르렀습니다.

도서관법은 장애인을 비롯한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법의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예산 항목으로도 확인됩니다.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통계입력 매뉴얼: 각 공공도서관마다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에 얼마의 예산을 집행(결산)했는지를 기록해 보고하게 돼 있다.공공도서관 통계조사 통계입력 매뉴얼: 각 공공도서관마다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에 얼마의 예산을 집행(결산)했는지를 기록해 보고하게 돼 있다.

전국 1,134곳 공공도서관 가운데 장애인 예산도 0, 노인 예산도 0, 다문화 예산도 0이어서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 자체가 0인 공공도서관은 모두 414곳이었습니다. 전체 공공도서관의 36.5%입니다.


이들 도서관은 2019년 기준으로 적어도 돈이 들어가는 장애인이나 노인, 다문화 관련 사업은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장애인이나 노인, 다문화에 예산을 집행한 공공도서관도 적지 않았습니다. 1억 원 이상을 쓴 공공도서관이 22곳이었고, 천만 원 이상 집행한 공공도서관은 모두 해서 331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공공도서관의 29.2%입니다.


김훈 연구원이 방문했던 여의샛강마을도서관도 지난 2019년 기준 장애인 관련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 결산 기록에는 0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예산이 없다고 해서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가 전무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나 운영에 제한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장 점자 자료를 구입하는 일도,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일도, 장애인용 컴퓨터를 구비하는 일도, 모두 다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 "한정된 예산, 지역 특성에 맞게 집행하다 보면 뒤로 밀릴 수도"

이와 관련해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은, 예산이 충분하다면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 사업에 다 같이 배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에 먼저 배분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서관 운영 자금이 넉넉하지 않기에, 장애인 관련 사업에 예산을 쓰면서도 노인 관련 사업에는 예산을 쓰지 않거나 반대로 노인 관련 사업에는 예산을 쓰면서도 장애인 관련 사업에는 예산을 쓰지 않을 때가 있고 아니면 아예 지식정보 취약계층 관련 사업 자체에 예산을 배분하지 않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장애인에게 공공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자 훌륭한 문화시설

김훈 연구원은 여의샛강마을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도서관 특유의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훈 연구원은 시각장애인에게 공공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자 훌륭한 문화시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도서관에 앉아 점자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음성으로 서비스되는 책을 들을 수도 있고, 비장애인처럼 이 책, 저 책을 찾아보면서, 도서관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공공도서관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펼칠 때 가능한 일입니다.

김훈 연구원은 장애인이 공공도서관을 한 번 갔다가 불편함을 느끼면 다시 그 도서관을 찾아가는 일을 주저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 일이 몇 번 되풀이되면 그러한 도서관은 장애인이 찾지 않는 도서관이 되고, 그러면 또 그 도서관은 장애인에 대한 투자를 멀리하게 되고,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취약계층·장애인 독서복지 힘써야"

장애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투자가 독서복지의 한 축이라는 점은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독서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로, 먼저 생애주기별 맞춤독서 강화(32.9%)를 들었고, 이어 학교 독서 활성화(28.0%), 다음으로 취약계층과 소외지역 독서복지 강화(22.7%)를 꼽았습니다. 이어 장애인 독서자료 지원(7%) 등을 들었습니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기획, 공공도서관 가보셨습니까? 다음 편에는 학교 도서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일부 포털에서는 인터랙티브 지도 연결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링크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됩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이지연, 윤지희
인터랙티브 개발: 김명윤, 공민진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연관 기사]
[세계 책의 날] 우리 아이 학교 도서관, 몇 권이나 있을까?…도서관 정보는 여기 다!
[세계 책의 날]① 공공도서관 걸어서 10분?…“여기는 30분 걸려요!”
[세계 책의 날]② “공공도서관, 가까이 있다면…” 학생들이 건립 운동에 서명하는 이유
[세계 책의 날]③ 공공도서관 10곳 중 4곳은 장서 수 ‘법정 최소 기준’ 미달
[세계 책의 날]④ ‘공공’의 도서관인데…열 중 셋은 ‘장애인, 노인, 다문화’ 예산 ‘0원’
[세계 책의 날]⑤ 학교도서관 ‘장서 수 격차 400배까지’…“투자해야 더 많이 읽어요”
[세계 책의 날]⑥ 책 살 돈 아끼는 학교…‘3% 이상 필수’ 명문화해도 절반 안 지켜
[세계 책의 날]⑦ 공공도서관 3곳 중 1곳·학교 절반, ‘사서 수 법정 최소 기준’ 안 지켜
[세계 책의 날]⑧ 2억 8천만 번의 방문…‘좋은 책이 많이 나가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계 책의 날]④ ‘공공’의 도서관인데…열 중 셋은 ‘장애인, 노인, 다문화’ 예산 ‘0원’
    • 입력 2021-04-22 07:00:27
    • 수정2021-05-04 14:56:59
    데이터룸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씨는 여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훈 연구원은 지난 4월 14일 일터에서 가까운 '공공도서관'인 여의샛강마을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서 자료를 찾아보러 왔다고 문의를 하자 장애인용 좌석으로 안내합니다. 김 연구원이 좌석에 앉아 기다리자, 사서가 장애인 전용 키보드와 헤드폰을 갖다 줍니다. 도서관 사서가 도와줬지만, 키보드를 연결하고 헤드폰을 쓰고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데만 5분 정도가 지나갑니다. 도서관 측은 평소 이용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아, 키보드나 헤드폰을 필요할 때만 꺼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이 공공도서관에 입장하고 있다. 김훈 연구원은 점자블록조차 없기 때문에 도움 없이는 이동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제는 장애인의 날이었고, 내일(23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세계 책의 날 기획, '공공도서관 가보셨습니까?', 이번에는 전국 곳곳 천 개가 넘는 공공도서관들이 장애인을 비롯한 지식정보 취약계층 서비스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 '친절하게 맞아준 것은 고맙지만, 시설·장비·점자 도서 등 아쉬움 커'

컴퓨터 사용 준비가 끝나자, 음성인식 프로그램 이용에 능숙한 김훈 씨가 먼저 자료를 검색합니다. 일부 문서 파일은 음성 변환이 가능하지만, 장애인용 전용 자료가 아닌 경우 음성을 들을 수는 있어도 뒤로 가기나 앞으로 가기 등의 부가 기능이 없어 편하게 듣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훈 연구원은 점자책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도서관 규모가 작아서 점자책을 갖다 놓지는 않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도서관 측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겠지만, 주문하면 영등포구 내의 다른 공공도서관에 있는 점자책을 구해다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공도서관, 열람실 한쪽에 장애인석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 나들이를 한 김훈 연구원은 사서가 친절하게 맞아주고 설명해준 것은 고마웠지만, 공공도서관 안팎으로 점자 블록이 없는 등 건물 시설이나 구조가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또 점자 도서가 없어서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자료 또한 제한이 있는 등 일터에서 가깝기는 해도 이곳을 자주 이용하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 도서관법 "장애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 위해 자료 확충, 제공, 편의시설 구비해야"

김훈 연구원은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도서관법은 김훈 씨와 같은 장애인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있어 큰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장애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도서관법은 43조 도서관의 책무, 2항에서 '도서관은 장애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의 지식정보 격차 해소를 위하여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공도서관이 장애인과 노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위해 별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도서관법은 이와 함께 공공도서관이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위해 자료를 확충,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들 자료의 공동 활용체제를 갖춰 놓고 편의시설 구비와 전문 인력 배치에 대한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공공도서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실은 법의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상의 공공도서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전국 1,134개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이용자 수는 53만 2천 26명, 도서관 1관 당 평균 장애인 이용자 수는 469명으로 조사됐습니다.

1년이 365일이기에 평균으로만 따져도 하루 평균 장애인 이용자 수가 공공도서관마다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체 공공도서관(자료실) 이용자 수가 2억 명을 넘었다는 사실에 미뤄 보면, 장애인 이용자 수가 얼마나 적은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상의 장애인도서관 자료는 2018년 기준으로 돼 있는데, 전국 36개 장애인도서관의 총이용자 수는 365,220명으로 장애인도서관의 이용자 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자 수가 전체 공공도서관(자료실) 이용자 수의 0.4% 수준에 지나지 않는 셈입니다.

등록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5% 정도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장애인이 들르지 않는, 장애인 이용자 수 0인 공공도서관 275곳

분석 결과, 하루 약 한 명꼴이라 할 수 있는 연간 장애인 이용자 수 365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도서관은 전체 공공도서관의 절반을 넘는 868곳에 이르렀고, 장애인 이용자 수가 0인, 즉 이용한 장애인이 없다고 기록돼 있는 공공도서관도 275곳에 이르렀습니다.

도서관법은 장애인을 비롯한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법의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예산 항목으로도 확인됩니다.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통계입력 매뉴얼: 각 공공도서관마다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에 얼마의 예산을 집행(결산)했는지를 기록해 보고하게 돼 있다.
전국 1,134곳 공공도서관 가운데 장애인 예산도 0, 노인 예산도 0, 다문화 예산도 0이어서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 자체가 0인 공공도서관은 모두 414곳이었습니다. 전체 공공도서관의 36.5%입니다.


이들 도서관은 2019년 기준으로 적어도 돈이 들어가는 장애인이나 노인, 다문화 관련 사업은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장애인이나 노인, 다문화에 예산을 집행한 공공도서관도 적지 않았습니다. 1억 원 이상을 쓴 공공도서관이 22곳이었고, 천만 원 이상 집행한 공공도서관은 모두 해서 331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공공도서관의 29.2%입니다.


김훈 연구원이 방문했던 여의샛강마을도서관도 지난 2019년 기준 장애인 관련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 결산 기록에는 0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예산이 없다고 해서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가 전무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나 운영에 제한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장 점자 자료를 구입하는 일도,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일도, 장애인용 컴퓨터를 구비하는 일도, 모두 다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 "한정된 예산, 지역 특성에 맞게 집행하다 보면 뒤로 밀릴 수도"

이와 관련해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은, 예산이 충분하다면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 사업에 다 같이 배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에 먼저 배분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서관 운영 자금이 넉넉하지 않기에, 장애인 관련 사업에 예산을 쓰면서도 노인 관련 사업에는 예산을 쓰지 않거나 반대로 노인 관련 사업에는 예산을 쓰면서도 장애인 관련 사업에는 예산을 쓰지 않을 때가 있고 아니면 아예 지식정보 취약계층 관련 사업 자체에 예산을 배분하지 않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장애인에게 공공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자 훌륭한 문화시설

김훈 연구원은 여의샛강마을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도서관 특유의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훈 연구원은 시각장애인에게 공공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자 훌륭한 문화시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도서관에 앉아 점자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음성으로 서비스되는 책을 들을 수도 있고, 비장애인처럼 이 책, 저 책을 찾아보면서, 도서관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공공도서관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펼칠 때 가능한 일입니다.

김훈 연구원은 장애인이 공공도서관을 한 번 갔다가 불편함을 느끼면 다시 그 도서관을 찾아가는 일을 주저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 일이 몇 번 되풀이되면 그러한 도서관은 장애인이 찾지 않는 도서관이 되고, 그러면 또 그 도서관은 장애인에 대한 투자를 멀리하게 되고,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취약계층·장애인 독서복지 힘써야"

장애인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투자가 독서복지의 한 축이라는 점은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독서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로, 먼저 생애주기별 맞춤독서 강화(32.9%)를 들었고, 이어 학교 독서 활성화(28.0%), 다음으로 취약계층과 소외지역 독서복지 강화(22.7%)를 꼽았습니다. 이어 장애인 독서자료 지원(7%) 등을 들었습니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기획, 공공도서관 가보셨습니까? 다음 편에는 학교 도서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일부 포털에서는 인터랙티브 지도 연결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링크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됩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이지연, 윤지희
인터랙티브 개발: 김명윤, 공민진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연관 기사]
[세계 책의 날] 우리 아이 학교 도서관, 몇 권이나 있을까?…도서관 정보는 여기 다!
[세계 책의 날]① 공공도서관 걸어서 10분?…“여기는 30분 걸려요!”
[세계 책의 날]② “공공도서관, 가까이 있다면…” 학생들이 건립 운동에 서명하는 이유
[세계 책의 날]③ 공공도서관 10곳 중 4곳은 장서 수 ‘법정 최소 기준’ 미달
[세계 책의 날]④ ‘공공’의 도서관인데…열 중 셋은 ‘장애인, 노인, 다문화’ 예산 ‘0원’
[세계 책의 날]⑤ 학교도서관 ‘장서 수 격차 400배까지’…“투자해야 더 많이 읽어요”
[세계 책의 날]⑥ 책 살 돈 아끼는 학교…‘3% 이상 필수’ 명문화해도 절반 안 지켜
[세계 책의 날]⑦ 공공도서관 3곳 중 1곳·학교 절반, ‘사서 수 법정 최소 기준’ 안 지켜
[세계 책의 날]⑧ 2억 8천만 번의 방문…‘좋은 책이 많이 나가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