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잠 설치면…내 안의 바이러스 깨어난다?” [박광식의 닥터K]
입력 2025.07.22 (06:00)
수정 2025.07.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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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잠 설친 밤... 대상포진 위험도 '쑥'"
폭염에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분들이 많은데요. 한밤중에 에어컨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기도 하고요. 새벽에 너무 더워 일찍 깬 분도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짜증까지 더해집니다. 이럴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바로 '대상포진'입니다. 최근 수면 부족과 심한 스트레스가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 대상포진, 줄지어 생긴 '물집'과 찌르는 듯한 통증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돼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주로 몸 한쪽에 띠 모양의 물집성 발진이 나타나며, 심한 통증을 동반합니다. 50세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이 올 수 있습니다.
■ 수면 부족·스트레스, 대상포진 위험 최대 48% 높인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료패널조사에 참여한 약 7만 9천 명을 분석한 결과,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그룹은 스트레스가 적은 그룹보다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48% 높았습니다. (기사 말미에 5문항으로 구성된 간이 스트레스 평가도구를 첨부했습니다.)
또, 하루 6시간 미만 잠을 자는 수면 부족 그룹은 충분히 잠을 자는 그룹에 비해 대상포진 위험이 19% 높았습니다.
■ "폭염에 깨진 생체리듬…잠든 바이러스 깨운다"
이완형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스트레스는 면역 기능을 억제하고 신체의 항상성을 방해하여, 잠재되어 있던 수두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호르몬들이 면역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하고 깨우는 원리입니다.
수면 부족 역시 면역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교수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염증 물질(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키고, 신체의 면역력을 감소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방어 체계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 '여성은 더 취약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별에 따른 차이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여성은 대상포진 위험이 61% 높았고, 수면이 부족한 여성은 33% 높았습니다.
이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남녀 간의 면역 반응 차이도 존재하여, 이러한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성의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여름철 수면·스트레스 관리법은?
연구팀은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대상포진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기 전에 가볍게 샤워하면 체온을 낮춰 숙면에 더 쉽게 들 수 있습니다. 잘 때 체온이 높으면 수면이 잘 유도되지 않아 몸을 뒤척이게 됩니다. 샤워가 여의치 않다면 에어컨의 타이머를 이용해 잠들기 전후 1시간 정도 켜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잠이 안 온다고 스마트폰을 보는 건 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긴장을 풀어줘야 합니다. 선선해지는 시간대를 골라 짧은 산책이나 가벼운 스트레칭 등 신체 활동을 생활화하는 게 좋습니다. 또 '명상'이나 '일기 쓰기' 같은 습관을 갖는 것도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저널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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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에 잠 설치면…내 안의 바이러스 깨어난다?” [박광식의 닥터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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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22 06:00:08
- 수정2025-07-22 06:02:32

■"폭염에 잠 설친 밤... 대상포진 위험도 '쑥'"
폭염에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분들이 많은데요. 한밤중에 에어컨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기도 하고요. 새벽에 너무 더워 일찍 깬 분도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짜증까지 더해집니다. 이럴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바로 '대상포진'입니다. 최근 수면 부족과 심한 스트레스가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 대상포진, 줄지어 생긴 '물집'과 찌르는 듯한 통증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돼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주로 몸 한쪽에 띠 모양의 물집성 발진이 나타나며, 심한 통증을 동반합니다. 50세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이 올 수 있습니다.
■ 수면 부족·스트레스, 대상포진 위험 최대 48% 높인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료패널조사에 참여한 약 7만 9천 명을 분석한 결과,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그룹은 스트레스가 적은 그룹보다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48% 높았습니다. (기사 말미에 5문항으로 구성된 간이 스트레스 평가도구를 첨부했습니다.)
또, 하루 6시간 미만 잠을 자는 수면 부족 그룹은 충분히 잠을 자는 그룹에 비해 대상포진 위험이 19% 높았습니다.
■ "폭염에 깨진 생체리듬…잠든 바이러스 깨운다"
이완형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스트레스는 면역 기능을 억제하고 신체의 항상성을 방해하여, 잠재되어 있던 수두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호르몬들이 면역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하고 깨우는 원리입니다.
수면 부족 역시 면역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교수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염증 물질(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키고, 신체의 면역력을 감소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방어 체계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 '여성은 더 취약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별에 따른 차이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여성은 대상포진 위험이 61% 높았고, 수면이 부족한 여성은 33% 높았습니다.
이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남녀 간의 면역 반응 차이도 존재하여, 이러한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성의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여름철 수면·스트레스 관리법은?
연구팀은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대상포진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기 전에 가볍게 샤워하면 체온을 낮춰 숙면에 더 쉽게 들 수 있습니다. 잘 때 체온이 높으면 수면이 잘 유도되지 않아 몸을 뒤척이게 됩니다. 샤워가 여의치 않다면 에어컨의 타이머를 이용해 잠들기 전후 1시간 정도 켜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잠이 안 온다고 스마트폰을 보는 건 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긴장을 풀어줘야 합니다. 선선해지는 시간대를 골라 짧은 산책이나 가벼운 스트레칭 등 신체 활동을 생활화하는 게 좋습니다. 또 '명상'이나 '일기 쓰기' 같은 습관을 갖는 것도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저널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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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식 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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