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인데…‘고용량’ 처방에 ‘나눠 맞기·체험’까지

입력 2025.07.21 (06:29) 수정 2025.07.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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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의학적 치료 목적을 벗어나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습니다.

처방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도 처방해 주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고용량을 처방하거나 사용 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안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부작용이 뒤따르는 전문 치료제가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현장, 조정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바 '위고비 성지'로 알려진 서울의 한 병원.

BMI, 즉 체질량지수 21로, 정상 체중인 취재진이 위고비 처방을 요청했습니다.

[○○병원 의사/음성변조 :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는 거거든요. (1, 2단계) 잘라서 3단계 처방받아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인근의 또 다른 병원.

이번엔 가장 높은 용량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해 봤습니다.

[□□병원 의사/음성변조 :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시면 되고요. 급성 췌장염 같은 경우에는 생명과도 직결이 되니까 그건 알고 계셔야 해요."]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입니다.

용량도 가장 낮은 0.25mg에서 시작해 최대 2.4mg까지 5단계에 걸쳐 늘리는 게 원칙입니다.

[조영민/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강하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올리는 그런 방식으로 했어요. 최고 용량으로 바로 맞아버리면 막 응급실에 실려 올 수도…."]

처음부터 고용량의 위고비를 투약해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던 손아진 씨.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한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계속 구토를 했었어요. 더 이상 나올 게 없어서 위액을 계속 토하더라고요."]

해당 병원에선 이른바 '나눠 맞기'까지 제안했다고 합니다.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처음에 제가 처방받은 용량이 좀 셌어요. 1.7(4단계)을 처방해 주면서 첫째 주랑 둘째 주는 0.85씩 이렇게 좀 나눠서 맞아보라고…."]

위고비 한 통은 주당 1회씩, 4주 분량인데, 고용량의 약을 처방한 뒤 두세 달에 걸쳐 나눠 맞도록 안내한 겁니다.

하지만 권장 사용기간은 개봉 후 6주에 불과합니다.

[오상우/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 대사영양센터장 : "큰일 날 소리죠. 그게 까고 나면 6주 되면 변형이 일어나요. 그 변형된 주사를 계속 맞으라는 이야기하고 똑같거든요."]

1회 체험을 내건 병원도 있었습니다.

[△△병원 상담사/음성변조 : "(이게 회당 결제인 거죠? 펜당 결제가 아니라?) 네 맞아요. 그냥 (개인) 주사가 따로 있거나 이런 차원은 아니에요."]

엄연한 비만치료제이지만 원칙을 무시한 채 다이어트 특효약처럼 소비되는 현실.

[허양임/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임상시험 자체가 정상인 체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비만한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조만간 청소년용 위고비까지 출시를 앞둔 만큼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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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 치료제인데…‘고용량’ 처방에 ‘나눠 맞기·체험’까지
    • 입력 2025-07-21 06:29:09
    • 수정2025-07-21 14: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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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의학적 치료 목적을 벗어나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습니다.

처방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도 처방해 주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고용량을 처방하거나 사용 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안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부작용이 뒤따르는 전문 치료제가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현장, 조정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바 '위고비 성지'로 알려진 서울의 한 병원.

BMI, 즉 체질량지수 21로, 정상 체중인 취재진이 위고비 처방을 요청했습니다.

[○○병원 의사/음성변조 :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는 거거든요. (1, 2단계) 잘라서 3단계 처방받아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인근의 또 다른 병원.

이번엔 가장 높은 용량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해 봤습니다.

[□□병원 의사/음성변조 :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시면 되고요. 급성 췌장염 같은 경우에는 생명과도 직결이 되니까 그건 알고 계셔야 해요."]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입니다.

용량도 가장 낮은 0.25mg에서 시작해 최대 2.4mg까지 5단계에 걸쳐 늘리는 게 원칙입니다.

[조영민/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강하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올리는 그런 방식으로 했어요. 최고 용량으로 바로 맞아버리면 막 응급실에 실려 올 수도…."]

처음부터 고용량의 위고비를 투약해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던 손아진 씨.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한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계속 구토를 했었어요. 더 이상 나올 게 없어서 위액을 계속 토하더라고요."]

해당 병원에선 이른바 '나눠 맞기'까지 제안했다고 합니다.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처음에 제가 처방받은 용량이 좀 셌어요. 1.7(4단계)을 처방해 주면서 첫째 주랑 둘째 주는 0.85씩 이렇게 좀 나눠서 맞아보라고…."]

위고비 한 통은 주당 1회씩, 4주 분량인데, 고용량의 약을 처방한 뒤 두세 달에 걸쳐 나눠 맞도록 안내한 겁니다.

하지만 권장 사용기간은 개봉 후 6주에 불과합니다.

[오상우/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 대사영양센터장 : "큰일 날 소리죠. 그게 까고 나면 6주 되면 변형이 일어나요. 그 변형된 주사를 계속 맞으라는 이야기하고 똑같거든요."]

1회 체험을 내건 병원도 있었습니다.

[△△병원 상담사/음성변조 : "(이게 회당 결제인 거죠? 펜당 결제가 아니라?) 네 맞아요. 그냥 (개인) 주사가 따로 있거나 이런 차원은 아니에요."]

엄연한 비만치료제이지만 원칙을 무시한 채 다이어트 특효약처럼 소비되는 현실.

[허양임/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임상시험 자체가 정상인 체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비만한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조만간 청소년용 위고비까지 출시를 앞둔 만큼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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