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인데…‘고용량’ 처방에 ‘나눠 맞기·체험’까지

입력 2025.07.20 (21:27) 수정 2025.07.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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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정도로 논란이 뜨거운 약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살 빼주는 약, 위고비 이야깁니다.

비만으로 고민 많은 분들에겐 '단비' 같은 치료제입니다만, 비만 환자가 아닌 이들에게 미용 목적의 처방이 공공연히 이뤄지면서 부작용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현장 K 조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른바 '위고비 성지'로 알려진 서울의 한 병원.

BMI, 즉 체질량지수 21로, 정상 체중인 취재진이 위고비 처방을 요청했습니다.

[OO병원 의사/음성변조 :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는 거거든요. (1, 2단계) 잘라서 3단계 처방받아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인근의 또 다른 병원.

이번엔 가장 높은 용량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해 봤습니다.

[□□병원 의사/음성변조 :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시면 되고요. 급성 췌장염 같은 경우에는 생명과도 직결이 되니까 그건 알고 계셔야 해요."]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입니다.

용량도 가장 낮은 0.25mg에서 시작해 최대 2.4mg까지 5단계에 걸쳐 늘리는 게 원칙입니다.

[조영민/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강하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올리는 그런 방식으로 했어요. 최고 용량으로 바로 맞아 버리면 막 응급실에 실려 올 수도…."]

처음부터 고용량의 위고비를 투약해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던 손아진 씨.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한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계속 구토를 했었어요. 더 이상 나올 게 없어서 위액을 계속 토하더라고요."]

해당 병원에선 이른바 '나눠 맞기'까지 제안했다고 합니다.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처음에 제가 처방받은 용량이 좀 셌어요. 1.7(4단계)을 처방해 주면서 첫째 주랑 둘째 주는 0.85씩 이렇게 좀 나눠서 맞아 보라고…."]

위고비 한 통은 주당 1회씩, 4주 분량인데, 고용량의 약을 처방한 뒤 두세 달에 걸쳐 나눠 맞도록 안내한 겁니다.

하지만 권장 사용기간은 개봉 후 6주에 불과합니다.

[오상우/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 대사영양센터장 : "큰일 날 소리죠. 그게 까고 나면 6주 되면 변형이 일어나요. 그 변형된 주사를 계속 맞으라는 이야기하고 똑같거든요."]

1회 체험을 내건 병원도 있었습니다.

[△△병원 상담사/음성변조 : "(이게 회당 결제인 거죠? 펜당 결제가 아니라?) 네 맞아요. 그냥 (개인) 주사가 따로 있거나 이런 차원은 아니에요."]

엄연한 비만치료제이지만 원칙을 무시한 채 다이어트 특효약처럼 소비되는 현실.

[허양임/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임상시험 자체가 정상인 체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비만한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조만간 청소년용 위고비까지 출시를 앞둔 만큼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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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 치료제인데…‘고용량’ 처방에 ‘나눠 맞기·체험’까지
    • 입력 2025-07-20 21:27:06
    • 수정2025-07-20 21:50:57
    뉴스 9
[앵커]

이 정도로 논란이 뜨거운 약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살 빼주는 약, 위고비 이야깁니다.

비만으로 고민 많은 분들에겐 '단비' 같은 치료제입니다만, 비만 환자가 아닌 이들에게 미용 목적의 처방이 공공연히 이뤄지면서 부작용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현장 K 조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른바 '위고비 성지'로 알려진 서울의 한 병원.

BMI, 즉 체질량지수 21로, 정상 체중인 취재진이 위고비 처방을 요청했습니다.

[OO병원 의사/음성변조 :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는 거거든요. (1, 2단계) 잘라서 3단계 처방받아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인근의 또 다른 병원.

이번엔 가장 높은 용량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해 봤습니다.

[□□병원 의사/음성변조 :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시면 되고요. 급성 췌장염 같은 경우에는 생명과도 직결이 되니까 그건 알고 계셔야 해요."]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입니다.

용량도 가장 낮은 0.25mg에서 시작해 최대 2.4mg까지 5단계에 걸쳐 늘리는 게 원칙입니다.

[조영민/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강하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올리는 그런 방식으로 했어요. 최고 용량으로 바로 맞아 버리면 막 응급실에 실려 올 수도…."]

처음부터 고용량의 위고비를 투약해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던 손아진 씨.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한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계속 구토를 했었어요. 더 이상 나올 게 없어서 위액을 계속 토하더라고요."]

해당 병원에선 이른바 '나눠 맞기'까지 제안했다고 합니다.

[손아진/위고비 사용자 : "처음에 제가 처방받은 용량이 좀 셌어요. 1.7(4단계)을 처방해 주면서 첫째 주랑 둘째 주는 0.85씩 이렇게 좀 나눠서 맞아 보라고…."]

위고비 한 통은 주당 1회씩, 4주 분량인데, 고용량의 약을 처방한 뒤 두세 달에 걸쳐 나눠 맞도록 안내한 겁니다.

하지만 권장 사용기간은 개봉 후 6주에 불과합니다.

[오상우/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 대사영양센터장 : "큰일 날 소리죠. 그게 까고 나면 6주 되면 변형이 일어나요. 그 변형된 주사를 계속 맞으라는 이야기하고 똑같거든요."]

1회 체험을 내건 병원도 있었습니다.

[△△병원 상담사/음성변조 : "(이게 회당 결제인 거죠? 펜당 결제가 아니라?) 네 맞아요. 그냥 (개인) 주사가 따로 있거나 이런 차원은 아니에요."]

엄연한 비만치료제이지만 원칙을 무시한 채 다이어트 특효약처럼 소비되는 현실.

[허양임/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임상시험 자체가 정상인 체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비만한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조만간 청소년용 위고비까지 출시를 앞둔 만큼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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