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 의장은 두 명?…파월 해임해도 의장 계속할 수도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7.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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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파월 의장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 미국의 물가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또 미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 회의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발표될 때마다 "금리를 낮추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기엔 기준금리를 단순히 "내려야 한다."라고 밝히더니, 지난달엔 "2.5%P를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고 최근에는 "3%P를 낮추라."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파월 의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너무 늦는 사람(Mr. Too Late)은 그나마 낫습니다. 바보다, 멍청하다."라는 말도 수시로 튀어나옵니다.
내년 5월까지가 임기인 파월 의장을 조기에 해임할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올 상반기 금융 시장은 한때 흔들렸다가 "해임할 의도는 없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금융시장이 다시 잠잠해졌는데, 최근 조기 해임설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시각 15일, 12명의 공화당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파월 의장 해임 서한 초안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는 CBS 방송 등 언론의 보도였습니다. 여러 의원의 동의가 있었다고도 전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원하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기엔 미 국채 이자 수천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젠 1조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배경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부동산 개발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사업가, 특히 부동산 사업가라면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이 커집니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 역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리가 높으면 금융 자산보다 금융 부채가 많은 이들, 특히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잡아야만 경제가 더 튼튼해지고 장기적으로 저소득층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고 또,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물가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조기 해임하겠다는 근거
미 연방준비제도(FRB)에는 7명의 이사가 있습니다. 임기는 14년으로,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습니다.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감독을 담당하는 부의장은 이 이사 중에 대통령이 지명하고 역시 상원의 인준을 받습니다. 임기는 4년입니다.
연준 의장이 되려면 상원의 인준을 받지만, 대통령의 지명으로 시작되니 대통령이 해임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임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판례가 있습니다.
1933년 미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독립기관장을 해임할 수 없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이었던 윌리엄 험프리를 중도 해임하려다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사례입니다. 당시 연방거래위원회 법에 비효율, 부정행위, 직무태만이 아니면 해임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연방준비제도 법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for cause)'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연방거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비효율, 부정행위, 직무태만에 해당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노동관계위원회와 연방 공직자 인사 보호 위원회 위원을 해임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연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파월 의장을 조기 해임해도…의장을 계속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에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습니다. 한은 총재가 위원장을 맡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RB)에 있는 그와 같은 조직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그런데 두 조직의 수장이 결정되는 방식이 다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받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은 위원회에 속한 위원들의 선출로 결정됩니다. 해마다 첫 모임에서 이뤄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을 연방준비제도 의장에서 해임하더라도 실제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은 계속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연준 의장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으로 선출해 왔습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파월 의장의 조기 교체에는 반대하면서도 그가 의장직에서 물러난다면(임기 2026년 5월), 이사직(임기 2028년 1월)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파월 의장을 조기 해임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이 돼서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물가 안정에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 경제 주체들의 기대 물가상승률이 높아집니다. 국채 금리를 낮춰 이자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와 달리 장기 국채 금리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준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도이체 방크는 파월 의장이 중도 해임되면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3~0.4%P 상승하고 미 달러화 가치는 3~4%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변수는?
앞서 연방준비제도 위원의 해임 요건으로 정당한 사유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방준비제도 건물을 개보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보고서가 지난해 말에 나왔지만,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3년 전 공사가 시작되면서 19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산을 잡았는데, 그게 25억 달러로 늘어났다는 겁니다. 이를 빌미로 백악관과 공화당 일각에선 부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을 공격하는 측은 VIP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와 대리석 장식 등으로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파월 의장은 예상보다 많은 석면과 지하수 등이 발견돼 비용이 증가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조기에 해임할 가능성이 작다면서도 '연방 건물 개보수와 관련해 부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 상황에서 해임을 위한 '정당한 사유'를 찾아보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조기 해임을 실행에 옮긴다면 긴 법정 다툼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변호사 출신입니다.
파월 의장이 해임 무효 소송을 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내고, 그게 받아들여진다면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임기를 거의 마칠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진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가 10개월이나 남은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을 벌써 시작했다며 후임자의 구체적인 이름도 밝히고 있습니다.
연준 흔들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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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중앙은행 의장은 두 명?…파월 해임해도 의장 계속할 수도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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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19 10:00:57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파월 의장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 미국의 물가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또 미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 회의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발표될 때마다 "금리를 낮추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기엔 기준금리를 단순히 "내려야 한다."라고 밝히더니, 지난달엔 "2.5%P를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고 최근에는 "3%P를 낮추라."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파월 의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너무 늦는 사람(Mr. Too Late)은 그나마 낫습니다. 바보다, 멍청하다."라는 말도 수시로 튀어나옵니다.
내년 5월까지가 임기인 파월 의장을 조기에 해임할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올 상반기 금융 시장은 한때 흔들렸다가 "해임할 의도는 없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금융시장이 다시 잠잠해졌는데, 최근 조기 해임설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시각 15일, 12명의 공화당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파월 의장 해임 서한 초안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는 CBS 방송 등 언론의 보도였습니다. 여러 의원의 동의가 있었다고도 전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원하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기엔 미 국채 이자 수천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젠 1조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배경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부동산 개발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사업가, 특히 부동산 사업가라면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이 커집니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 역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리가 높으면 금융 자산보다 금융 부채가 많은 이들, 특히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잡아야만 경제가 더 튼튼해지고 장기적으로 저소득층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고 또,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물가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조기 해임하겠다는 근거
미 연방준비제도(FRB)에는 7명의 이사가 있습니다. 임기는 14년으로,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습니다.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감독을 담당하는 부의장은 이 이사 중에 대통령이 지명하고 역시 상원의 인준을 받습니다. 임기는 4년입니다.
연준 의장이 되려면 상원의 인준을 받지만, 대통령의 지명으로 시작되니 대통령이 해임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임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판례가 있습니다.
1933년 미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독립기관장을 해임할 수 없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이었던 윌리엄 험프리를 중도 해임하려다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사례입니다. 당시 연방거래위원회 법에 비효율, 부정행위, 직무태만이 아니면 해임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연방준비제도 법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for cause)'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연방거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비효율, 부정행위, 직무태만에 해당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노동관계위원회와 연방 공직자 인사 보호 위원회 위원을 해임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연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파월 의장을 조기 해임해도…의장을 계속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에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습니다. 한은 총재가 위원장을 맡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RB)에 있는 그와 같은 조직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그런데 두 조직의 수장이 결정되는 방식이 다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받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은 위원회에 속한 위원들의 선출로 결정됩니다. 해마다 첫 모임에서 이뤄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을 연방준비제도 의장에서 해임하더라도 실제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은 계속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연준 의장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으로 선출해 왔습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파월 의장의 조기 교체에는 반대하면서도 그가 의장직에서 물러난다면(임기 2026년 5월), 이사직(임기 2028년 1월)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파월 의장을 조기 해임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이 돼서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물가 안정에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 경제 주체들의 기대 물가상승률이 높아집니다. 국채 금리를 낮춰 이자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와 달리 장기 국채 금리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준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도이체 방크는 파월 의장이 중도 해임되면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3~0.4%P 상승하고 미 달러화 가치는 3~4%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변수는?
앞서 연방준비제도 위원의 해임 요건으로 정당한 사유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방준비제도 건물을 개보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보고서가 지난해 말에 나왔지만,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3년 전 공사가 시작되면서 19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산을 잡았는데, 그게 25억 달러로 늘어났다는 겁니다. 이를 빌미로 백악관과 공화당 일각에선 부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을 공격하는 측은 VIP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와 대리석 장식 등으로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파월 의장은 예상보다 많은 석면과 지하수 등이 발견돼 비용이 증가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조기에 해임할 가능성이 작다면서도 '연방 건물 개보수와 관련해 부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 상황에서 해임을 위한 '정당한 사유'를 찾아보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조기 해임을 실행에 옮긴다면 긴 법정 다툼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변호사 출신입니다.
파월 의장이 해임 무효 소송을 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내고, 그게 받아들여진다면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임기를 거의 마칠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진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가 10개월이나 남은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을 벌써 시작했다며 후임자의 구체적인 이름도 밝히고 있습니다.
연준 흔들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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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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