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들 모두 걸렸다…‘한국 남성 암 1위’ 바뀌나 [건강하십니까]

입력 2025.07.19 (09:02) 수정 2025.07.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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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전 중국국가주석,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덩샤오핑 전 중국국가주석,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 주석,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아키히토 전 일본 천황, 여기에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까지…. 모두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인물들입니다. 여기에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 '연기의 신' 로버트 드 니로,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도 포함됩니다. 모두들 매우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만한 이들이지만, '소리없는 노년의 암살자'로 불리는 전립선암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 바이든, 암 진단 사실 숨겼나?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측은 5월19일 '뼈까지 전이된 공격적 형태의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퇴임 4개월 만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가 대통령 재임 기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도 "진작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알고도 숨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의료계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전립선암 환자의 약 10%는 멀리 있는 뼈나 림프절, 다른 장기 등에 원격전이된 단계에서 발견됩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 이렇다 할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자각하지 못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전 대통령 측은 전립선암 진단에 주로 활용되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2014년 이후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의 경우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글리슨 점수'가 10점 중 9점으로, 매우 공격적이고 빠른 악성 암에 해당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 "전이 및 확산이 매우 빨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매스제네럴브리검 암센터의 매튜 스미스 박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남성들이 아주 건강하다고 느끼다가 전이성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놀라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며 "영상 진단을 통해 이미 확산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더욱 놀라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 서양권 대부분 남성 암 1위…"한국도 예외 아냐"

문제는 국내에서 전립선암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KBS 데이터랩이 1999년부터의 발생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2013년 1만 명을 밑돌았던 전립선암 발생은 10년 뒤 2만 명을 넘어 한국 남성 암 발생 2위를 기록하고 있다.2013년 1만 명을 밑돌았던 전립선암 발생은 10년 뒤 2만 명을 넘어 한국 남성 암 발생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한국에서 전립선암은 10위권 안팎에 머무는 수준이었습니다. 2002년 발생 2,148명으로 처음 5위에 올라섭니다. 이후 줄곧 5위를 유지하던 전립선암 발생은 2014년 1만 명을 넘었고, 2016년 4위에 이어 2020년에는 3위로 올라섭니다. 다른 암종에 비해 증가율이 매우 가파릅니다.

최신 국가암통계가 나온 2022년 말 현재 전립선암은 한국 남성 암 발생 2위입니다.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올해 말 발표될 2023년 통계에서는 폐암을 앞질러 1위에 오를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예상입니다.

전립선암이 유독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가족력을 제외하면 전립선암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노화'가 첫 손에 꼽힙니다. 연령대별 발생 비율을 보면 70대가 41.7%로 가장 많고 60대가 32.7%를 차지하는 등 60세 이상이 전체의 92.6%에 달합니다. 따라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립선암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전립선암, 시대 변화 맞게 국가암검진 포함해야"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전립선암을 포함한 노인 질환이 우리 사회의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전립선암의 5년상대생존율(일반 인구 대비 해당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을 계산한 값)은 96.4%(2018~2022년 기준)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쉬운 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립선에서 멀리 떨어진 뼈, 장기, 림프절로 퍼진 '원격전이'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49.6%로 뚝 떨어집니다. 10년 상대생존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정도 차이가 큰 암종입니다.

전립선암은 국가암검진 사업 암종에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현재 국가암검진 사업은 위·간·폐·대장·유방·자궁경부암에 대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등 의료계에선 한국이 전립선암 연간 발생 2만 명 시대에 진입한 데다 앞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전성수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한 환자가 '국가에서 하라는 검사를 모두 충실히 해왔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안타까웠다"며 "조만간 남성 암 1위가 될 수 있는 전립선암의 조기 검진을 위해 PSA 검사를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선 PSA 검사 등을 본인이 챙겨야 합니다.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적절한 검진과 함께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성수 교수는 "고기 섭취를 줄이면서 비만을 피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일주일에 5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자료분석: 윤지희
그래픽 :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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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7-19 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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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전 중국국가주석,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 주석,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아키히토 전 일본 천황, 여기에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까지…. 모두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인물들입니다. 여기에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 '연기의 신' 로버트 드 니로,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도 포함됩니다. 모두들 매우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만한 이들이지만, '소리없는 노년의 암살자'로 불리는 전립선암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 바이든, 암 진단 사실 숨겼나?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측은 5월19일 '뼈까지 전이된 공격적 형태의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퇴임 4개월 만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가 대통령 재임 기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도 "진작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알고도 숨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의료계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전립선암 환자의 약 10%는 멀리 있는 뼈나 림프절, 다른 장기 등에 원격전이된 단계에서 발견됩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 이렇다 할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자각하지 못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전 대통령 측은 전립선암 진단에 주로 활용되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2014년 이후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의 경우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글리슨 점수'가 10점 중 9점으로, 매우 공격적이고 빠른 악성 암에 해당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 "전이 및 확산이 매우 빨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매스제네럴브리검 암센터의 매튜 스미스 박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남성들이 아주 건강하다고 느끼다가 전이성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놀라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며 "영상 진단을 통해 이미 확산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더욱 놀라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 서양권 대부분 남성 암 1위…"한국도 예외 아냐"

문제는 국내에서 전립선암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KBS 데이터랩이 1999년부터의 발생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2013년 1만 명을 밑돌았던 전립선암 발생은 10년 뒤 2만 명을 넘어 한국 남성 암 발생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한국에서 전립선암은 10위권 안팎에 머무는 수준이었습니다. 2002년 발생 2,148명으로 처음 5위에 올라섭니다. 이후 줄곧 5위를 유지하던 전립선암 발생은 2014년 1만 명을 넘었고, 2016년 4위에 이어 2020년에는 3위로 올라섭니다. 다른 암종에 비해 증가율이 매우 가파릅니다.

최신 국가암통계가 나온 2022년 말 현재 전립선암은 한국 남성 암 발생 2위입니다.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올해 말 발표될 2023년 통계에서는 폐암을 앞질러 1위에 오를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예상입니다.

전립선암이 유독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가족력을 제외하면 전립선암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노화'가 첫 손에 꼽힙니다. 연령대별 발생 비율을 보면 70대가 41.7%로 가장 많고 60대가 32.7%를 차지하는 등 60세 이상이 전체의 92.6%에 달합니다. 따라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립선암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전립선암, 시대 변화 맞게 국가암검진 포함해야"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전립선암을 포함한 노인 질환이 우리 사회의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전립선암의 5년상대생존율(일반 인구 대비 해당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을 계산한 값)은 96.4%(2018~2022년 기준)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쉬운 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립선에서 멀리 떨어진 뼈, 장기, 림프절로 퍼진 '원격전이'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49.6%로 뚝 떨어집니다. 10년 상대생존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정도 차이가 큰 암종입니다.

전립선암은 국가암검진 사업 암종에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현재 국가암검진 사업은 위·간·폐·대장·유방·자궁경부암에 대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등 의료계에선 한국이 전립선암 연간 발생 2만 명 시대에 진입한 데다 앞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전성수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한 환자가 '국가에서 하라는 검사를 모두 충실히 해왔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안타까웠다"며 "조만간 남성 암 1위가 될 수 있는 전립선암의 조기 검진을 위해 PSA 검사를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선 PSA 검사 등을 본인이 챙겨야 합니다.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적절한 검진과 함께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성수 교수는 "고기 섭취를 줄이면서 비만을 피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일주일에 5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자료분석: 윤지희
그래픽 :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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