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새 정부 ‘판을 바꾼다는데’…LH 리셋 시동?

입력 2025.07.15 (16:47) 수정 2025.07.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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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

오늘(1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한 사안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LH 개혁은 매우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능동적, 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인 현직 3선 국회의원의 이 발언을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이미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LH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책을 결정할 때 그 영향이 어디에 미치느냐에 대해 방향이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국토부 “LH의 ‘땅 장사’ 문제의식 표현...조직 개편 아냐”

1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길 기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1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길 기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의 이 발언을 두고, 국토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씀하신 LH가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는 문제,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장관 후보자가 말씀하신 것 같다“며 ”‘판을 바꾼다’는 표현도 LH가 속칭 ‘땅 장사’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LH의 사업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검토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LH를 토지와 주택 부문을 나누는 식의 조직 개편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 "집값 상승의 주 원인"...LH 직접 공급 가능할까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직접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LH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땅을 개발해 조성한 공공택지 일부를 민간 건설사에 분양하면, 민간 건설사는 저렴하게 사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진행합니다.

공개경쟁으로 진행돼 비싼 가격을 낸 건설사가 택지를 가져가게 되는데 당연히 그만큼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 등의 이유로 분양가를 올리게 되고, 결국 집값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닌 집값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겁니다.

그래서 ‘건설사가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국민 주거 안정에 돌아가야 할 개발이익이 민간 건설사를 배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이 대통령도 2021년 대선 후보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LH가 택지 분양만 하지 말고 건물도 지어야 한다. 민간 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면 된다"며 "택지 개발하면 팔지 말라고 하고 건물만 분양하거나 기본주택을 지어서 원하면 평생 살게 해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어제(14일) 국정기획위원회 전달 기자회견에서 ”LH가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설립 목적이 아닌 자사 이익과 민간 건설사 중심의 개발이익 확대에 활용해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국토부를 해체하고, 공공주택 공급·저소득층 주거지원 정책을 전담하는 '주택청'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이유도 적지 않습니다. 택지를 조성할 때 발생한 비용을 회수해야 다음 사업에 또 투자를 할 수가 있습니다. 땅을 팔아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공공임대사업을 하고, 새롭게 신도시 등을 개발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아파트 품질이나 시장 수요에 맞춘 아파트 설계는 아무래도 민간의 역량이 더 뛰어난 측면이 있고,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려면 민간 건설사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현재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제3조를 보면, 공공주택지구 내 공공주택은 50% 이상이어야 합니다. 유형별로는 전체 공공임대가 35% 이상, 공공분양은 30% 이하가 되어야 합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LH가 땅 팔아서 임대주택을 짓는 구조로 계속해왔는데 이로 인해 집값이 비싸지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며 "이를 막으려면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이 투입이 돼야 하는데 기획재정부에서 반대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판을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을 한다면 이 사슬을 끊는 게 필요하다"며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 '철근 누락'부터 '투기 의혹'까지...LH 구조 개혁은 어디까지

새 정부가 LH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언급하는 배경에는 단연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문제 의식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지난 2021년 설계와 감리, 시공 모든 부문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철근 누락 사태부터 3기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일부 직원이 땅을 미리 사들인 투기 의혹, 용역 입찰에서 드러난 전관 특혜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 몇 년 새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이후 LH는 혁신안을 내놓긴 했지만, ‘쇄신’에 가까운 변화는 없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으로 보입니다.

LH 관계자는 "공기업으로서 시장여건, 정책변화에 맞게 공적인 역할을 다해야하며, 개선해야할 부분은 정부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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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

오늘(1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한 사안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LH 개혁은 매우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능동적, 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인 현직 3선 국회의원의 이 발언을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이미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LH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책을 결정할 때 그 영향이 어디에 미치느냐에 대해 방향이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국토부 “LH의 ‘땅 장사’ 문제의식 표현...조직 개편 아냐”

1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길 기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의 이 발언을 두고, 국토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씀하신 LH가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는 문제,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장관 후보자가 말씀하신 것 같다“며 ”‘판을 바꾼다’는 표현도 LH가 속칭 ‘땅 장사’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LH의 사업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검토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LH를 토지와 주택 부문을 나누는 식의 조직 개편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 "집값 상승의 주 원인"...LH 직접 공급 가능할까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직접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LH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땅을 개발해 조성한 공공택지 일부를 민간 건설사에 분양하면, 민간 건설사는 저렴하게 사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진행합니다.

공개경쟁으로 진행돼 비싼 가격을 낸 건설사가 택지를 가져가게 되는데 당연히 그만큼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 등의 이유로 분양가를 올리게 되고, 결국 집값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닌 집값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겁니다.

그래서 ‘건설사가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국민 주거 안정에 돌아가야 할 개발이익이 민간 건설사를 배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이 대통령도 2021년 대선 후보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LH가 택지 분양만 하지 말고 건물도 지어야 한다. 민간 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면 된다"며 "택지 개발하면 팔지 말라고 하고 건물만 분양하거나 기본주택을 지어서 원하면 평생 살게 해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어제(14일) 국정기획위원회 전달 기자회견에서 ”LH가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설립 목적이 아닌 자사 이익과 민간 건설사 중심의 개발이익 확대에 활용해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국토부를 해체하고, 공공주택 공급·저소득층 주거지원 정책을 전담하는 '주택청'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이유도 적지 않습니다. 택지를 조성할 때 발생한 비용을 회수해야 다음 사업에 또 투자를 할 수가 있습니다. 땅을 팔아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공공임대사업을 하고, 새롭게 신도시 등을 개발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아파트 품질이나 시장 수요에 맞춘 아파트 설계는 아무래도 민간의 역량이 더 뛰어난 측면이 있고,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려면 민간 건설사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현재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제3조를 보면, 공공주택지구 내 공공주택은 50% 이상이어야 합니다. 유형별로는 전체 공공임대가 35% 이상, 공공분양은 30% 이하가 되어야 합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LH가 땅 팔아서 임대주택을 짓는 구조로 계속해왔는데 이로 인해 집값이 비싸지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며 "이를 막으려면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이 투입이 돼야 하는데 기획재정부에서 반대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판을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을 한다면 이 사슬을 끊는 게 필요하다"며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 '철근 누락'부터 '투기 의혹'까지...LH 구조 개혁은 어디까지

새 정부가 LH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언급하는 배경에는 단연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문제 의식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지난 2021년 설계와 감리, 시공 모든 부문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철근 누락 사태부터 3기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일부 직원이 땅을 미리 사들인 투기 의혹, 용역 입찰에서 드러난 전관 특혜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 몇 년 새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이후 LH는 혁신안을 내놓긴 했지만, ‘쇄신’에 가까운 변화는 없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으로 보입니다.

LH 관계자는 "공기업으로서 시장여건, 정책변화에 맞게 공적인 역할을 다해야하며, 개선해야할 부분은 정부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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