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맞고 숨져도…노인 학대 처벌은 1% 왜? [취재후]

입력 2025.07.01 (08:56) 수정 2025.07.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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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 요양원의 업무 편의상 전문 의약품을 개인의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치매 증상이 있는 피해자가 성분을 알지 못하는 의약품을 쉽게 접근하여 복용.
- 요양원에서 입소자에 대한 안전한 약물 투약 및 약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등 노인의 질환 및 의료 조치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제공하지 않는 등 방임행위가 인정.

■사례2

-침상에 소변을 보았다는 이유로 침상에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 오른쪽 허벅지 부위를 양손으로 잡고 침상 벽면에 세게 밀어붙여 그의 얼굴을 부딪치게 하는 등 폭행.
-바지춤과 어깨 부위를 잡고 침상 위로 집어 던지는 등 폭행.
-손을 제지한 후 오른 주먹으로 1회 때려 눈 부위에 멍이 들게 함.

모두 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환자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학대를 당한 치매 노인들은 건강 상태가 입소 전보다 급격히 악화해 결국 숨졌습니다.

노인이 보호받아야 할 요양원에서 벌어진 학대, 요양원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두 사례 모두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경찰에서 요양원 측의 업무상 과실치사, 노인복지법 위반을 인정했으나, 검찰에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경찰은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 (폭행, 상해) 을 위반했다고 봤으나, 요양원 측은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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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학대 벌어져도… 요양원 처벌 비율 1% 내외

시설에서 벌어진 노인 학대 가운데, 과징금 등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사건은 전체의 20% 정도. 형사 처벌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합니다.

요양원에서 노인학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초동 조사에 나섭니다.

그런데 민간기구로 운영되어 조사 전문성이 부족하고 CCTV 열람 요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탓에 요양원 측이 거부하면 현장에서 이렇다 할 방법이 없습니다. 폐쇄적인 요양시설 특성상 요양원 측 진술만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신히 증거가 확인돼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돼도 현행법에는 요양원의 면책 규정이 있습니다.
요양원은 관리·교육만 잘했다는 게 입증되면 처벌을 피합니다.

여기에 방임행위는 정의가 모호하고, 판례상 엄격하게 해석돼 '혐의없음'으로 결론 나는 경우 많은 것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지자체의 봐주기 관행도 한 몫합니다.

노인 복지 전문가는 "요양원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지자체가 시설 영업정지나 폐쇄 처분을 내리는 대신 과징금이나 시설개선 명령만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설이 문을 닫으면 입소해 있던 다른 환자들의 수용 문제 등이 불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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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 없는 노인 보호기관만으로는 한계" "폐쇄적 환경 개선해야"

시설 내 학대는 초동 대응부터 수사기관이 나서고, 지역 노인 보호기관은 가정 내 학대 등 다른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경찰에 신고를 제출해도 보호자에게 다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가서 학대 판정을 받아오라고 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인학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심 신고 단계서부터 강경 대응에 나서는 요양시설을 수사권이 없는 노인 보호기관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말입니다.

노인 복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배광열 변호사는 "노인보호기관이 형사적 판단, 행정처분 판단까지 다 떠맡게 되어, 기관의 부담이 과도해지고, 역량을 초과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기 관의 주된 업무가 시설 내 학대 대응으로 쏠리게 되었고, 정작 훨씬 비율이 높은 가정 내 학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양원 등의 폐쇄적인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 행복재단 대표)는 "시설의 폐쇄적인 환경에서 학대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라며 "요양원 스스로 학대 예방을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했는지를 적극적으로 시설 평가에 반영하는 지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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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서 맞고 숨져도…노인 학대 처벌은 1% 왜? [취재후]
    • 입력 2025-07-01 08:56:47
    • 수정2025-07-01 08:57:34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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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 요양원의 업무 편의상 전문 의약품을 개인의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치매 증상이 있는 피해자가 성분을 알지 못하는 의약품을 쉽게 접근하여 복용.
- 요양원에서 입소자에 대한 안전한 약물 투약 및 약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등 노인의 질환 및 의료 조치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제공하지 않는 등 방임행위가 인정.

■사례2

-침상에 소변을 보았다는 이유로 침상에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 오른쪽 허벅지 부위를 양손으로 잡고 침상 벽면에 세게 밀어붙여 그의 얼굴을 부딪치게 하는 등 폭행.
-바지춤과 어깨 부위를 잡고 침상 위로 집어 던지는 등 폭행.
-손을 제지한 후 오른 주먹으로 1회 때려 눈 부위에 멍이 들게 함.

모두 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환자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학대를 당한 치매 노인들은 건강 상태가 입소 전보다 급격히 악화해 결국 숨졌습니다.

노인이 보호받아야 할 요양원에서 벌어진 학대, 요양원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두 사례 모두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경찰에서 요양원 측의 업무상 과실치사, 노인복지법 위반을 인정했으나, 검찰에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경찰은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 (폭행, 상해) 을 위반했다고 봤으나, 요양원 측은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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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학대 벌어져도… 요양원 처벌 비율 1% 내외

시설에서 벌어진 노인 학대 가운데, 과징금 등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사건은 전체의 20% 정도. 형사 처벌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합니다.

요양원에서 노인학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초동 조사에 나섭니다.

그런데 민간기구로 운영되어 조사 전문성이 부족하고 CCTV 열람 요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탓에 요양원 측이 거부하면 현장에서 이렇다 할 방법이 없습니다. 폐쇄적인 요양시설 특성상 요양원 측 진술만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신히 증거가 확인돼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돼도 현행법에는 요양원의 면책 규정이 있습니다.
요양원은 관리·교육만 잘했다는 게 입증되면 처벌을 피합니다.

여기에 방임행위는 정의가 모호하고, 판례상 엄격하게 해석돼 '혐의없음'으로 결론 나는 경우 많은 것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지자체의 봐주기 관행도 한 몫합니다.

노인 복지 전문가는 "요양원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지자체가 시설 영업정지나 폐쇄 처분을 내리는 대신 과징금이나 시설개선 명령만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설이 문을 닫으면 입소해 있던 다른 환자들의 수용 문제 등이 불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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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 없는 노인 보호기관만으로는 한계" "폐쇄적 환경 개선해야"

시설 내 학대는 초동 대응부터 수사기관이 나서고, 지역 노인 보호기관은 가정 내 학대 등 다른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경찰에 신고를 제출해도 보호자에게 다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가서 학대 판정을 받아오라고 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인학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심 신고 단계서부터 강경 대응에 나서는 요양시설을 수사권이 없는 노인 보호기관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말입니다.

노인 복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배광열 변호사는 "노인보호기관이 형사적 판단, 행정처분 판단까지 다 떠맡게 되어, 기관의 부담이 과도해지고, 역량을 초과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기 관의 주된 업무가 시설 내 학대 대응으로 쏠리게 되었고, 정작 훨씬 비율이 높은 가정 내 학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양원 등의 폐쇄적인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 행복재단 대표)는 "시설의 폐쇄적인 환경에서 학대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라며 "요양원 스스로 학대 예방을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했는지를 적극적으로 시설 평가에 반영하는 지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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