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1도 올라갈 때 00명이 더 숨진다
입력 2025.06.30 (17:41)
수정 2025.06.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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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번 주에는 큰비 소식 없이 더위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열사병과 일사병, 열탈진과 같은 온열질환자가 늘어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무더위가 온열질환 외에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 질환 등 더위가 무관해 보이는 질병들과 사망률에도 영향을 준다는 국제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기온이 높아지면 몸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전문가들은 폭염시 건강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온난화에 따른 초과사망률 4.8%까지 증가" 예측
기후역학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영국 Gasparrini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Gasparrini 연구팀이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Lancet』과 『Lancet Planetary Health』에 각각 2015년과 2017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에 따라 2090년대(2090-2099년)의 고온 관련 초과사망률은 현재(2010-2019년)보다 전 지구적으로 평균 약 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초과사망률’은 일정 기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사망자의 비율을 뜻합니다.
이 연구는 1990년부터 2099년까지 전 세계 23개국 451개 지역을 대상으로, 온도 변화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분포 시차 비선형 모형(DLNM, Distributed Lag Non-linear Model)이라는 통계 기법을 이용해 각 지역의 온도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평가했습니다. 쉽게 말해 더위의 영향은 단지 특정 일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최대 21일까지 시간 지연을 두고 누적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하여 분석한 것입니다.

■ "1도 올라갈 때 동남아 연간 1만2천여 명 초과 사망 가능성"
연구진이 초과사망률이 가장 높을 거라고 예측한 지역은 동남아시아였습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약 4도 이상 오를 거라고 가정한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RCP8.5)에서는 고온 관련 초과사망률이 2090년대까지 약 16.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수치를 환산하면, 동남아시아 4개국(필리핀, 태국, 베트남, 대만)의 경우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초과사망률이 평균 4.39% 증가합니다. 연간 기본 사망자가 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기온이 단 1도만 올라도 439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를 실제 동남아시아 4개국의 연평균 사망자 수(약 27만 6천 명)에 적용하면, 기온 1도 상승 시 연간 약 12,150명이 추가로 숨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아시아의 경우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RCP8.5)에서 2090년대 초과사망률이 약 3.2%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따져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연간 약 57,152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과사망률 자체는 낮지만, 동아시아 3개국의 실제 연평균 사망자 수가 약 178만 6천 명으로 동남아시아 4개국보다 상당히 많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더 큽니다.

같은 지역권에서도 위도 등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초과사망률 상승에 차이를 보였는데요.
유럽의 경우, 남유럽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초과사망률(탄소 고배출 시나리오 기준)이 현재의 약 1.7%에서 2090년대에는 10.5%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반면 북유럽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초과사망률 증가가 약 2.5~3.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습니다.

■ "소득 수준 따라 기후변화 대응도 격차"

기후역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연구로 평가받는 Vicedo-Cabrera 연구진의 2021년 연구도 마찬가지로 더위가 초과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결론냈습니다.
연구진은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43개국 732개 지역에서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기후변화 탓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가 사망했는지 조사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없었다고 가정한 경우와 실제 기후변화를 겪은 상황을 비교했는데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약 2,990만 명이 초과사망했다고 추산했습니다.
연구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국가와 지역의 소득 수준이 초과사망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초과사망률이 최대 50% 이상을 기록했고, 중남미(브라질, 페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초과사망률이 약 30~40%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남유럽 국가들의 초과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남유럽 국가들이 동남아시아나 중남미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고, 냉방 인프라나 보건·의료 서비스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 역량'이 보다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데요. 더위가 우리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더위의 원인이 되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과, 이미 닥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이 두 가지 모두가 시급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참고 논문 Gasparrini et al. (The Lancet, 2015) "Mortality risk attributable to high and low ambient temperature: a multicountry observational study" Gasparrini et al. (Lancet Planet Health, 2017) "Projections of temperature-related excess mortality under climate change scenarios " Vicedo-Cabrera et al. (Nature Climate Change, 2021) "The burden of heat-related mortality attributable to recent human-induced climate chan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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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번 주에는 큰비 소식 없이 더위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열사병과 일사병, 열탈진과 같은 온열질환자가 늘어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무더위가 온열질환 외에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 질환 등 더위가 무관해 보이는 질병들과 사망률에도 영향을 준다는 국제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기온이 높아지면 몸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전문가들은 폭염시 건강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온난화에 따른 초과사망률 4.8%까지 증가" 예측
기후역학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영국 Gasparrini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Gasparrini 연구팀이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Lancet』과 『Lancet Planetary Health』에 각각 2015년과 2017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에 따라 2090년대(2090-2099년)의 고온 관련 초과사망률은 현재(2010-2019년)보다 전 지구적으로 평균 약 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초과사망률’은 일정 기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사망자의 비율을 뜻합니다.
이 연구는 1990년부터 2099년까지 전 세계 23개국 451개 지역을 대상으로, 온도 변화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분포 시차 비선형 모형(DLNM, Distributed Lag Non-linear Model)이라는 통계 기법을 이용해 각 지역의 온도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평가했습니다. 쉽게 말해 더위의 영향은 단지 특정 일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최대 21일까지 시간 지연을 두고 누적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하여 분석한 것입니다.

■ "1도 올라갈 때 동남아 연간 1만2천여 명 초과 사망 가능성"
연구진이 초과사망률이 가장 높을 거라고 예측한 지역은 동남아시아였습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약 4도 이상 오를 거라고 가정한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RCP8.5)에서는 고온 관련 초과사망률이 2090년대까지 약 16.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수치를 환산하면, 동남아시아 4개국(필리핀, 태국, 베트남, 대만)의 경우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초과사망률이 평균 4.39% 증가합니다. 연간 기본 사망자가 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기온이 단 1도만 올라도 439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를 실제 동남아시아 4개국의 연평균 사망자 수(약 27만 6천 명)에 적용하면, 기온 1도 상승 시 연간 약 12,150명이 추가로 숨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아시아의 경우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RCP8.5)에서 2090년대 초과사망률이 약 3.2%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따져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연간 약 57,152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과사망률 자체는 낮지만, 동아시아 3개국의 실제 연평균 사망자 수가 약 178만 6천 명으로 동남아시아 4개국보다 상당히 많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더 큽니다.

같은 지역권에서도 위도 등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초과사망률 상승에 차이를 보였는데요.
유럽의 경우, 남유럽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초과사망률(탄소 고배출 시나리오 기준)이 현재의 약 1.7%에서 2090년대에는 10.5%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반면 북유럽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초과사망률 증가가 약 2.5~3.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습니다.

■ "소득 수준 따라 기후변화 대응도 격차"

기후역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연구로 평가받는 Vicedo-Cabrera 연구진의 2021년 연구도 마찬가지로 더위가 초과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결론냈습니다.
연구진은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43개국 732개 지역에서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기후변화 탓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가 사망했는지 조사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없었다고 가정한 경우와 실제 기후변화를 겪은 상황을 비교했는데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약 2,990만 명이 초과사망했다고 추산했습니다.
연구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국가와 지역의 소득 수준이 초과사망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초과사망률이 최대 50% 이상을 기록했고, 중남미(브라질, 페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초과사망률이 약 30~40%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남유럽 국가들의 초과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남유럽 국가들이 동남아시아나 중남미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고, 냉방 인프라나 보건·의료 서비스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 역량'이 보다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데요. 더위가 우리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더위의 원인이 되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과, 이미 닥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이 두 가지 모두가 시급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참고 논문 Gasparrini et al. (The Lancet, 2015) "Mortality risk attributable to high and low ambient temperature: a multicountry observational study" Gasparrini et al. (Lancet Planet Health, 2017) "Projections of temperature-related excess mortality under climate change scenarios " Vicedo-Cabrera et al. (Nature Climate Change, 2021) "The burden of heat-related mortality attributable to recent human-induced climate chan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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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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