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신약 대신 미용 사업…검증 없는 ‘뒷문’ 상장

입력 2025.06.24 (21:28) 수정 2025.06.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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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식시장이 이렇게 뜨거울 때가 산적한 숙제를 풀 적기일 수 있습니다.

어제(23일) 전해드린 '좀비 주식' 문제 이어갑니다.

주요 입시엔 '특례 제도'가 있죠.

시험 점수는 좀 부족해도, 고려할 만한 배경을 가졌거나 예체능 같은 특정 재능이 뛰어나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도 비슷합니다.

자본은 좀 부족해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보고 코스닥 입성을 허용해 주는 거죠.

최근 삼성전자의 자회사가 된 로봇 회사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이 제도를 이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첫발을 뗀 2005년부터 지금까지 260개 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했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이들 기업 실적을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그런데, 기술 유망주라기 보다는, 부실한 '좀비 주식'이 훨씬 많았습니다.

제도를 악용한 경우도 상당했습니다.

특례 제도가 부실기업의 상장 '뒷문'이 돼 투자자 피해를 키우는 현실,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술특례의 일종인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 셀리버리.

파킨슨병 치료제 상용화를 앞세웠습니다.

[조○○/셀리버리 대표/2021년/음성변조 :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것은 치료 불가능한 것인가?"]

코스닥 상장 이후 매출은 급락합니다.

반토막, 또 반토막.

상장 3년 차 7억 원까지 줍니다.

연 매출 30억이 안되면 관리종목 대상이지만, 기술특례란 이유로 5년 유예됐습니다.

그러나 신약 계획 허위 공시, 이로 인한 대표 구속 기소, 결국 상장폐지 확정.

5만여 명의 투자금 1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최강혁/셀리버리 주주 : "천만 원 정도 시작하면서 점점 불려 갔습니다. 저한테는 그래도 거의 전 재산이라고…"]

지난해 매출 천억 원을 넘긴 기술특례상장사는 260곳 중 12곳, 4% 정도였습니다.

반면, 각종 부실이 쌓여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비율은 20%를 넘었습니다.

[홍보영상 : "저희는 혁신적인 RNA 기반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습니다."]

RNA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며 2019년 기술특례상장한 기업이 있는데요.

상장 이후 사업 이력을 추적해 봤습니다.

미용기기, 부동산 임대업, 반려동물 용품까지 특례 기술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사업까지 손을 댔습니다.

[기술특례 상장사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식으로 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큰 스타트업들이 굉장히 많아요."]

특례받은 기술의 진행 상황에 대한 검증도 전무합니다.

심사만 통과하면 무풍지대인 셈입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 "기술 상장 기업을 평가할 때 평가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치밀해야 합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88곳 중 42곳이 기술특례상장이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고영민 허수곤/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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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NA 신약 대신 미용 사업…검증 없는 ‘뒷문’ 상장
    • 입력 2025-06-24 21:28:33
    • 수정2025-06-25 07: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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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식시장이 이렇게 뜨거울 때가 산적한 숙제를 풀 적기일 수 있습니다.

어제(23일) 전해드린 '좀비 주식' 문제 이어갑니다.

주요 입시엔 '특례 제도'가 있죠.

시험 점수는 좀 부족해도, 고려할 만한 배경을 가졌거나 예체능 같은 특정 재능이 뛰어나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도 비슷합니다.

자본은 좀 부족해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보고 코스닥 입성을 허용해 주는 거죠.

최근 삼성전자의 자회사가 된 로봇 회사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이 제도를 이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첫발을 뗀 2005년부터 지금까지 260개 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했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이들 기업 실적을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그런데, 기술 유망주라기 보다는, 부실한 '좀비 주식'이 훨씬 많았습니다.

제도를 악용한 경우도 상당했습니다.

특례 제도가 부실기업의 상장 '뒷문'이 돼 투자자 피해를 키우는 현실,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술특례의 일종인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 셀리버리.

파킨슨병 치료제 상용화를 앞세웠습니다.

[조○○/셀리버리 대표/2021년/음성변조 :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것은 치료 불가능한 것인가?"]

코스닥 상장 이후 매출은 급락합니다.

반토막, 또 반토막.

상장 3년 차 7억 원까지 줍니다.

연 매출 30억이 안되면 관리종목 대상이지만, 기술특례란 이유로 5년 유예됐습니다.

그러나 신약 계획 허위 공시, 이로 인한 대표 구속 기소, 결국 상장폐지 확정.

5만여 명의 투자금 1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최강혁/셀리버리 주주 : "천만 원 정도 시작하면서 점점 불려 갔습니다. 저한테는 그래도 거의 전 재산이라고…"]

지난해 매출 천억 원을 넘긴 기술특례상장사는 260곳 중 12곳, 4% 정도였습니다.

반면, 각종 부실이 쌓여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비율은 20%를 넘었습니다.

[홍보영상 : "저희는 혁신적인 RNA 기반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습니다."]

RNA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며 2019년 기술특례상장한 기업이 있는데요.

상장 이후 사업 이력을 추적해 봤습니다.

미용기기, 부동산 임대업, 반려동물 용품까지 특례 기술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사업까지 손을 댔습니다.

[기술특례 상장사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식으로 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큰 스타트업들이 굉장히 많아요."]

특례받은 기술의 진행 상황에 대한 검증도 전무합니다.

심사만 통과하면 무풍지대인 셈입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 "기술 상장 기업을 평가할 때 평가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치밀해야 합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88곳 중 42곳이 기술특례상장이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고영민 허수곤/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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