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트럼프 의회 미승인 논란…공화당 일각도 “위헌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타격을 전격 단행하면서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을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란 공격을 단호한 행동이라며 추켜세웠지만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일각에서도 대외 군사 행동을 할 때는 의회의 승인을 받았어야 했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회의 승인 없이 미 정부가 군사력 사용이라는 중대 조치를 할 수 있는가를 두고 이어져 온 오랜 논쟁에 불을 지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군사 행동을 실행한 미국 첫 대통령은 아니지만 이번 대이란 공습은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은 아닌지 즉각적인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헌법은 의회가 전쟁 선포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벌인 사례들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군사행동 등에 대해 의회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앞서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선포하거나 특정 군사행동을 하기 전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해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케인 의원은 이번 이란 공습에 대해 “끔찍한 판단”이라며 “모든 상원의원이 이 어리석은 세 번째 중동 전쟁에 찬성하는지 투표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 공습 전 트럼프 정부는 공화당 주요 인사에게만 공격 계획을 설명하고, 통상 이런 정보를 함께 받는 민주당 인사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상·하원에서 각각 공화당을 이끄는 존 튠 상원 원내대표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공화당 릭 크로퍼드 하원 정보위원장에 이란 공격 계획을 사전에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형식적인 통보’만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슈머 의원은 성명에서 “어떠한 대통령도 이 나라를 비정상적인 위협, 전략 없는 전쟁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국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이란에 맞서려면 힘, 결단력,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통상 국가 안보의 주요 사안을 브리핑하는 ‘8인의 갱’(Gang of Eight) 일원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짐 하임스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도 관련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엄청난 도박이었다”며 “아직 아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이번 이란 공격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관련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해외 전쟁 개입을 반대해온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대이란 공습을 두고 “이것은 합헌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충성파’로 꼽히는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X에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란 공습을 둘러싼 공화당 내 분열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에 포함된 국방비 증액 추진 역시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이 법안은 총 3천500억달러(약 482조원) 규모의 국가안보 패키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조만간 의회 표결이 예정돼 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