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구글링하니 “마약범?”…‘10년 전 바꾼 전화번호 탓’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5.15 (10:28) 수정 2025.05.15 (10: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에 사는 가브리엘라 올즈 씨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곳에 구직 지원서 등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구글 검색을 한 번 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취업 시장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미치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에 올즈 씨는 이를 직접 해봤습니다.

올즈 씨는 소셜미디어가 검색되고, 거기에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첫 검색 결과는 콜로라도주에 있는 애덤스 카운티의 지방 검사 브라이언 메이슨이 한 2023년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멕시코 마약 조직에 대한 기소를 발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애덤스 카운티 검찰청의 마약 조직 기소 기자회견장에 가브리엘 올즈 씨의 사진이 걸려 있다.미국 콜로라도주 애덤스 카운티 검찰청의 마약 조직 기소 기자회견장에 가브리엘 올즈 씨의 사진이 걸려 있다.

메이슨 검사의 왼쪽에는 압수한 마약 펜타닐이, 오른쪽에는 용의자 9명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그 속에 큼지막하게 올즈 씨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10년 전 운전면허증에 있던 사진이었습니다.

메이슨 검사는 주요 용의자를 '거물'이라 부르며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직접 협력해 마약을 유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즈 씨 역시 최고 35년 형을 받을 수 있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체포 영장도 발부됐고, 5만 달러의 보석금이 제시됐습니다.

올즈 씨는 "환각을 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게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소 2년 전인 2021년 콜로라도에서 텍사스로 이사를 했습니다. 기소 당시 애덤스 카운티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겁니다.

또 전과 기록은 물론 과속 단속조차 걸린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용의자로 지목됐는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결국 형사 전문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확인 결과 문제는 2013년까지 쓰던 전화번호에 있었습니다. 용의자 중 한 명이 올즈 씨가 썼던 이전 번호를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수사 당국은 그 전화번호를 감청했고, 그 전화번호 사용자를 감시했지만, 사용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은 놓친 겁니다.

수사 당국이 실제 추적했던 용의자(가운데)와 가브리엘라 올즈 씨(왼쪽. 오른쪽)의 사진수사 당국이 실제 추적했던 용의자(가운데)와 가브리엘라 올즈 씨(왼쪽. 오른쪽)의 사진

결국 검찰은 넉 달 뒤 기소를 취하했습니다.

올즈 씨가 은행 명세서와 신용카드 거래 명세서 등을 검찰에 제출하고 나서입니다. 애덤스 카운티에서 펜타닐을 팔았다는 혐의를 받는 시점에, 실제론 텍사스에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들입니다.

결국 혐의를 벗었지만, 혐의에서 벗어나기까지 고통은 컸습니다.

기소가 취하될 때까지 정신적 고통도 컸지만, 수천 달러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도 썼고,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혹시 운전하다 교통 단속이라도 당하면 체포될 수 있었고, 만일 체포됐다면 5만 달러의 보석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로부터의 잘못을 인정하는 연락이나 사과는 없었습니다. 올즈 씨가 언론에 이를 밝힌 이윱니다.

수개월의 고통 끝에 혐의를 벗게 된 가브리엘라 올즈 씨와 남편수개월의 고통 끝에 혐의를 벗게 된 가브리엘라 올즈 씨와 남편

올즈 씨 부부는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변호사를 고용할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가족들에겐 정말 충격일 거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지방 검찰청은 2023년 올즈 씨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기소가 법원에 계류 중이며, 일부에 대해선 체포영장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미국서 구글링하니 “마약범?”…‘10년 전 바꾼 전화번호 탓’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5-05-15 10:28:44
    • 수정2025-05-15 10:47:50
    글로벌K

미국 텍사스에 사는 가브리엘라 올즈 씨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곳에 구직 지원서 등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구글 검색을 한 번 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취업 시장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미치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에 올즈 씨는 이를 직접 해봤습니다.

올즈 씨는 소셜미디어가 검색되고, 거기에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첫 검색 결과는 콜로라도주에 있는 애덤스 카운티의 지방 검사 브라이언 메이슨이 한 2023년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멕시코 마약 조직에 대한 기소를 발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애덤스 카운티 검찰청의 마약 조직 기소 기자회견장에 가브리엘 올즈 씨의 사진이 걸려 있다.
메이슨 검사의 왼쪽에는 압수한 마약 펜타닐이, 오른쪽에는 용의자 9명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그 속에 큼지막하게 올즈 씨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10년 전 운전면허증에 있던 사진이었습니다.

메이슨 검사는 주요 용의자를 '거물'이라 부르며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직접 협력해 마약을 유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즈 씨 역시 최고 35년 형을 받을 수 있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체포 영장도 발부됐고, 5만 달러의 보석금이 제시됐습니다.

올즈 씨는 "환각을 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게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소 2년 전인 2021년 콜로라도에서 텍사스로 이사를 했습니다. 기소 당시 애덤스 카운티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겁니다.

또 전과 기록은 물론 과속 단속조차 걸린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용의자로 지목됐는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결국 형사 전문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확인 결과 문제는 2013년까지 쓰던 전화번호에 있었습니다. 용의자 중 한 명이 올즈 씨가 썼던 이전 번호를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수사 당국은 그 전화번호를 감청했고, 그 전화번호 사용자를 감시했지만, 사용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은 놓친 겁니다.

수사 당국이 실제 추적했던 용의자(가운데)와 가브리엘라 올즈 씨(왼쪽. 오른쪽)의 사진
결국 검찰은 넉 달 뒤 기소를 취하했습니다.

올즈 씨가 은행 명세서와 신용카드 거래 명세서 등을 검찰에 제출하고 나서입니다. 애덤스 카운티에서 펜타닐을 팔았다는 혐의를 받는 시점에, 실제론 텍사스에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들입니다.

결국 혐의를 벗었지만, 혐의에서 벗어나기까지 고통은 컸습니다.

기소가 취하될 때까지 정신적 고통도 컸지만, 수천 달러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도 썼고,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혹시 운전하다 교통 단속이라도 당하면 체포될 수 있었고, 만일 체포됐다면 5만 달러의 보석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로부터의 잘못을 인정하는 연락이나 사과는 없었습니다. 올즈 씨가 언론에 이를 밝힌 이윱니다.

수개월의 고통 끝에 혐의를 벗게 된 가브리엘라 올즈 씨와 남편
올즈 씨 부부는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변호사를 고용할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가족들에겐 정말 충격일 거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지방 검찰청은 2023년 올즈 씨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기소가 법원에 계류 중이며, 일부에 대해선 체포영장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