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불법으로 얼룩진 바다…대책 있나?

입력 2025.04.29 (19:24) 수정 2025.04.29 (20: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뉴스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더 나눠보고 새로운 내용을 더하는 뉴스 더하기 순서입니다.

지난주 전남 지역 불법 김 양식장이 만연하지만 단속은 저조한 실태 연속 보도했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목포 방송국 허재희 기자와 오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허 기자 첫 번째 키워드부터 볼까요?

개척자네요.

보통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바로 허가받지 않은 바다에 불법 김 양식 시설을 처음 설치하는 어민들을 말합니다.

불법 시설을 설치하려는 어민들은 바다를 오가면서 전남이나 해경의 감시에서 벗어난 곳들을 찾는데요.

이런 선박이 정기적으로 다니지 않고 전복이나 김 양식장이 설치되지 않은 숨은 바다를 찾는 겁니다.

이런 바다를 찾아서 불법 시설을 처음 설치한 이들을 어민들끼리는 개척자라고 부르는 거죠.

이런 개척지가 생기면 다른 어민들도 조금 떨어진 곳에 시설을 설치하는 식으로 무허가 양식장 면적이 점점 커지는 겁니다.

[앵커]

이번에 취재하면서 전남 지역에 무허가 김 양식장 얼마나 많은지 직접 확인하셨죠?

규모가 어느 정도던가요?

[기자]

네 면적으로는 1만 6천 헥타르 정도인데요.

쉽게 비유하면 축구장 2만 2천 개 정도의 불법 양식장이 전남 곳곳에 설치돼 있는 겁니다.

특히 완도와 고흥은 양식장 면적도 넓지만 불법 시설이 전체 시설의 절반이 넘어서 김 양식장 2곳 중 1곳이 불법입니다.

전남 7개 지역의 평균을 내면 시설의 40%가 무허가인데 우리가 오늘 먹은 김도 불법 양식장에서 생산된 김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전체 시설의 40%가 무허가라고 하면 굉장히 많은 비율인데 두 번째 키워드도 볼까요?

1%네요.

굉장히 적은 비율이에요.

이건 어떤 비율인가요?

[기자]

네 불법 양식장이 단속에 적발된 비율입니다.

김 양식 시설도 무허가 시설도 가장 많은 고흥을 살펴보면요.

무허가 양식장 5천5백헥타르 중에 단 60헥타르만 적발되는 데 그쳤습니다.

완도,진도가 그 다음을 이었는데요.

해남, 장흥, 여수처럼 상대적으로 육지랑 가까운 곳들은 양식장을 설치할 수 있는 바다가 한정돼 있다 보니 설치 비율은 조금은 낮았지만 고흥, 완도, 진도처럼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지역들이 무면허 시설 비율이 높았습니다.

가까운 바다보다는 먼 바다가 해경이나 지자체의 단속과 감시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법이 많은 겁니다.

[앵커]

쉽게 생각하면 불법 양식장이 많으니까 그만큼 단속하기도 쉬울 것 같은데 단속 면적이 1%밖에 안 된다.

적발 비율이 1%밖에 안 된다면 굉장히 적은 비율이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아무래도 바다라는 특수성 때문인데요.

바로 쫓아가서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데다 행정처분을 위해서는 현장을 적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허가 시설에서 작업하는 현장을 잡지 못하면 설치한 업자들은 내가 설치한 게 아니다라고 잡아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보통 어민들은 배를 타고 매일 같은 곳을 지나기 때문에 불법 시설 여부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한 마을 주민이다 보니 해경이나 전남도의 탐문 수사에 응하면 이웃을 고발하는 꼴이 돼 어민들의 수사 협조에도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현장 단속도 어렵고 주민들의 진술에 의존하기도 힘들다.

그럼 단속이나 적발 시스템 전반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물론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불법 양식업자들을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다는 건데요.

양식장 관리선의 경우 입출항 신고 의무가 없습니다.

양식장을 관리하는 선박들이 지정된 양식장을 주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어민들 불편 최소화를 위해서 입출항 신고 의무를 면제해 준 건데요.

일부 어민들이 이를 악용해서 무허가 시설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불법 시설을 운영하는 겁니다.

또 양식장 관리선은 위치 발신 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의무가 아닙니다.

[앵커]

언제 어디를 돌아다니는지도 항적을 확인할 길이 없어 불법 시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세 번째 키워드도 보겠습니다.

세 번째 키워드 호롱말이네요.

저는 처음 보는 단어인데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호롱말 처음 들어보셨을 텐데요.

표준어는 아닙니다.

주로 전남 지역 어민들이 김 양식 시설을 설치할 때 사용하는 이 나무 말뚝을 말하는데요.

김을 붙인 채묘줄을 물에 떠 있도록 고정시키는 게 필요한데 이때 바다에 말뚝처럼 꽂아 세우는 기둥입니다.

전남도가 새롭게 설치하는 불법 양식장 근절을 위해서 양식장 설치가 시작되는 7월부터 이 호롱말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호롱말 설치 업자들에게 면허지가 아닌 곳에 호롱말을 설치하면 설치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저희가 전남의 김 양식장 태반이 무허가고 적발률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한 뒤 이 같은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겁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앞으로는 불법 김 양식장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건데 이미 설치된 것들도 있잖아요.

그러면 기존에 설치된 불법 양식장들은 어떻게 단속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이런 호롱말 단속 같은 경우에는 무허가 시설이 늘어나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말씀하셨던 것처럼 기존에 설치된 무허가 시설을 단속하려면 앞서 말한 입출항 신고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전남도가 지난해부터 6차례에 걸쳐 해수부와 행안부에 입출항 신고 의무화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하는데요.

해수부는 예산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면서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김이 검은 반도체라고도 불리고 요즘 해외 시장에서 굉장히 인기를 얻으면서 전남 지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지속 가능한 성장 그리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런 불법 김 양식장 문제 하루빨리 해결책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더하기] 불법으로 얼룩진 바다…대책 있나?
    • 입력 2025-04-29 19:24:29
    • 수정2025-04-29 20:18:12
    뉴스7(광주)
[앵커]

뉴스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더 나눠보고 새로운 내용을 더하는 뉴스 더하기 순서입니다.

지난주 전남 지역 불법 김 양식장이 만연하지만 단속은 저조한 실태 연속 보도했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목포 방송국 허재희 기자와 오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허 기자 첫 번째 키워드부터 볼까요?

개척자네요.

보통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바로 허가받지 않은 바다에 불법 김 양식 시설을 처음 설치하는 어민들을 말합니다.

불법 시설을 설치하려는 어민들은 바다를 오가면서 전남이나 해경의 감시에서 벗어난 곳들을 찾는데요.

이런 선박이 정기적으로 다니지 않고 전복이나 김 양식장이 설치되지 않은 숨은 바다를 찾는 겁니다.

이런 바다를 찾아서 불법 시설을 처음 설치한 이들을 어민들끼리는 개척자라고 부르는 거죠.

이런 개척지가 생기면 다른 어민들도 조금 떨어진 곳에 시설을 설치하는 식으로 무허가 양식장 면적이 점점 커지는 겁니다.

[앵커]

이번에 취재하면서 전남 지역에 무허가 김 양식장 얼마나 많은지 직접 확인하셨죠?

규모가 어느 정도던가요?

[기자]

네 면적으로는 1만 6천 헥타르 정도인데요.

쉽게 비유하면 축구장 2만 2천 개 정도의 불법 양식장이 전남 곳곳에 설치돼 있는 겁니다.

특히 완도와 고흥은 양식장 면적도 넓지만 불법 시설이 전체 시설의 절반이 넘어서 김 양식장 2곳 중 1곳이 불법입니다.

전남 7개 지역의 평균을 내면 시설의 40%가 무허가인데 우리가 오늘 먹은 김도 불법 양식장에서 생산된 김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전체 시설의 40%가 무허가라고 하면 굉장히 많은 비율인데 두 번째 키워드도 볼까요?

1%네요.

굉장히 적은 비율이에요.

이건 어떤 비율인가요?

[기자]

네 불법 양식장이 단속에 적발된 비율입니다.

김 양식 시설도 무허가 시설도 가장 많은 고흥을 살펴보면요.

무허가 양식장 5천5백헥타르 중에 단 60헥타르만 적발되는 데 그쳤습니다.

완도,진도가 그 다음을 이었는데요.

해남, 장흥, 여수처럼 상대적으로 육지랑 가까운 곳들은 양식장을 설치할 수 있는 바다가 한정돼 있다 보니 설치 비율은 조금은 낮았지만 고흥, 완도, 진도처럼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지역들이 무면허 시설 비율이 높았습니다.

가까운 바다보다는 먼 바다가 해경이나 지자체의 단속과 감시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법이 많은 겁니다.

[앵커]

쉽게 생각하면 불법 양식장이 많으니까 그만큼 단속하기도 쉬울 것 같은데 단속 면적이 1%밖에 안 된다.

적발 비율이 1%밖에 안 된다면 굉장히 적은 비율이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아무래도 바다라는 특수성 때문인데요.

바로 쫓아가서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데다 행정처분을 위해서는 현장을 적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허가 시설에서 작업하는 현장을 잡지 못하면 설치한 업자들은 내가 설치한 게 아니다라고 잡아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보통 어민들은 배를 타고 매일 같은 곳을 지나기 때문에 불법 시설 여부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한 마을 주민이다 보니 해경이나 전남도의 탐문 수사에 응하면 이웃을 고발하는 꼴이 돼 어민들의 수사 협조에도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현장 단속도 어렵고 주민들의 진술에 의존하기도 힘들다.

그럼 단속이나 적발 시스템 전반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물론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불법 양식업자들을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다는 건데요.

양식장 관리선의 경우 입출항 신고 의무가 없습니다.

양식장을 관리하는 선박들이 지정된 양식장을 주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어민들 불편 최소화를 위해서 입출항 신고 의무를 면제해 준 건데요.

일부 어민들이 이를 악용해서 무허가 시설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불법 시설을 운영하는 겁니다.

또 양식장 관리선은 위치 발신 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의무가 아닙니다.

[앵커]

언제 어디를 돌아다니는지도 항적을 확인할 길이 없어 불법 시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세 번째 키워드도 보겠습니다.

세 번째 키워드 호롱말이네요.

저는 처음 보는 단어인데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호롱말 처음 들어보셨을 텐데요.

표준어는 아닙니다.

주로 전남 지역 어민들이 김 양식 시설을 설치할 때 사용하는 이 나무 말뚝을 말하는데요.

김을 붙인 채묘줄을 물에 떠 있도록 고정시키는 게 필요한데 이때 바다에 말뚝처럼 꽂아 세우는 기둥입니다.

전남도가 새롭게 설치하는 불법 양식장 근절을 위해서 양식장 설치가 시작되는 7월부터 이 호롱말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호롱말 설치 업자들에게 면허지가 아닌 곳에 호롱말을 설치하면 설치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저희가 전남의 김 양식장 태반이 무허가고 적발률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한 뒤 이 같은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겁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앞으로는 불법 김 양식장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건데 이미 설치된 것들도 있잖아요.

그러면 기존에 설치된 불법 양식장들은 어떻게 단속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이런 호롱말 단속 같은 경우에는 무허가 시설이 늘어나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말씀하셨던 것처럼 기존에 설치된 무허가 시설을 단속하려면 앞서 말한 입출항 신고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전남도가 지난해부터 6차례에 걸쳐 해수부와 행안부에 입출항 신고 의무화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하는데요.

해수부는 예산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면서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김이 검은 반도체라고도 불리고 요즘 해외 시장에서 굉장히 인기를 얻으면서 전남 지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지속 가능한 성장 그리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런 불법 김 양식장 문제 하루빨리 해결책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광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