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이진우·여인형, 그들이 ‘엉겁결’에 증언한 것들 [헌재의시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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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는 모두 8명의 전·현직 군인들이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주요 인사 체포조 운용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국회 봉쇄 및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혐의를 받는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했던 김현태 707특임단장 등은 모두 현직 군인들입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난해 3월 안가 회동에 참석했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진술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전직 군인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모두 육사 출신입니다. 한때는 매일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사관생도 신조를 외웠을 그들은 그러나 심판정에서는 모두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 손발 맞춘 듯 "기억나십니까?" "말씀하시니 기억납니다"
우선, 첫 증인으로 소환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계엄의 모의부터 실행 전 과정을 대부분 자신이 했다고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도, 포고령과 이른바 '최상목 쪽지'로 불린 비상 입법기구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도, 국회 봉쇄 작전을 세우고 여 전 사령관에게 '체포 명단'을 전달한 것도 모두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기억은 윤 대통령 쪽이 좀 더 선명했습니다. 직접 신문에 나선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포고령에 전공의(처단 조항)는 왜 집어넣었냐고 웃으며 얘기하니 '계고 측면에서 그냥 뒀습니다'고 해서 저도 웃으며 놔뒀는데 기억하시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 기억난다"고 답했습니다.
손발을 맞춘 듯한 두 사람의 대화는 증인 신문 내내 이어졌지만, 일부 '엇박자'가 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 포고령이 실행할 의사가 없는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김 전 장관에게 두 차례 비슷한 취지로 묻습니다.
"대통령이 포고령은 형식적인 거라 말한 바 있죠?"(송진호 변호사) "'집행 가능성도 없는 거지만, 그냥 놔둡시다'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윤 대통령) |
그런데 김 전 장관은 두 번 모두 곧바로 '그런 말을 들었다'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꼼꼼히 안 보셔서 그렇게 의미가 전달된 것 같다"고만 답했을 뿐입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받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지시 문건을 두고도 말이 엇갈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 - 윤 대통령 (1/21, 3차 변론)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습니다." |
그런데, 바로 다음 변론에서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뜻'을 받아 기재부·외교부·행안부, 또 국무총리와 경찰청장에게 전달할 계엄 지시 사항을 미리 준비해 뒀다고 증언합니다. 윤 대통령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는 이 종이를 직접 전달했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여기 앉으시고 제가 이쪽에 있었고 국무총리께서 여기 계시고 제가 저기 있었고 그다음에 이 옆에 행안부 장관이 있었고 외교부 장관이 있어서 제가 직접 줄 수 없는 상황이라 대통령님께 드려서 대통령께서 이렇게 준 겁니다." (김 전 장관) |
■ 30번 넘게 "답변 제한된다" 반복한 두 사령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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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형사 재판을 이유로 대부분의 증언을 거부한 이진우·여인형 두 전 사령관의 신문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답변드리기 제한된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33번), "형사 재판에서 따지겠다"(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35번) 는 말을 반복한 두 사람이었지만,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대리인 측 신문에서 오히려 "부관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3번 전화가 왔다고 알았다"며 대통령이 직접 전화 건 사실을 인정했고, 당시 받은 지시에 대해서도 '굉장히 충격적인 지시였기 때문에 일부 기억이 나는 게 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배진한 변호사 - 이진우 전 사령관 (2/4, 5차 변론) "대통령이 끌어서라도 끄집어내라, 국회의원을…." "제가 답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근데 만약에 대통령이 만약 지시를 했다면 그건 굉장히 충격적인 지시이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는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억나는 게 있고 그런데 그건 여기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
여인형 전 사령관 역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지만, 명단 자체를 불러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김정민 변호사 - 여인형 전 사령관 (2/4, 5차 변론) "정치인 15명 정도를 체포할 것인데 경찰에서 위치를 좀 확인해 달라 이렇게 요청하신 사실이 있나요?" "저는 조지호 청장에게 두 가지를 협조 요청한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법령과 작전 계획에 따라서 합동 수사본부가 구성이 되어야 하니 경찰 인력을 좀 보내주세요. 두 번째는 특정 명단에 대해서 저희들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좀 요청합니다. 이것이 제가 기억하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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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현·이진우·여인형, 그들이 ‘엉겁결’에 증언한 것들 [헌재의시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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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01 10:01:06
- 수정2025-03-01 15: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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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는 모두 8명의 전·현직 군인들이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주요 인사 체포조 운용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국회 봉쇄 및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혐의를 받는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했던 김현태 707특임단장 등은 모두 현직 군인들입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난해 3월 안가 회동에 참석했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진술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전직 군인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모두 육사 출신입니다. 한때는 매일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사관생도 신조를 외웠을 그들은 그러나 심판정에서는 모두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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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발 맞춘 듯 "기억나십니까?" "말씀하시니 기억납니다"
우선, 첫 증인으로 소환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계엄의 모의부터 실행 전 과정을 대부분 자신이 했다고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도, 포고령과 이른바 '최상목 쪽지'로 불린 비상 입법기구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도, 국회 봉쇄 작전을 세우고 여 전 사령관에게 '체포 명단'을 전달한 것도 모두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기억은 윤 대통령 쪽이 좀 더 선명했습니다. 직접 신문에 나선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포고령에 전공의(처단 조항)는 왜 집어넣었냐고 웃으며 얘기하니 '계고 측면에서 그냥 뒀습니다'고 해서 저도 웃으며 놔뒀는데 기억하시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 기억난다"고 답했습니다.
손발을 맞춘 듯한 두 사람의 대화는 증인 신문 내내 이어졌지만, 일부 '엇박자'가 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 포고령이 실행할 의사가 없는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김 전 장관에게 두 차례 비슷한 취지로 묻습니다.
"대통령이 포고령은 형식적인 거라 말한 바 있죠?"(송진호 변호사) "'집행 가능성도 없는 거지만, 그냥 놔둡시다'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윤 대통령) |
그런데 김 전 장관은 두 번 모두 곧바로 '그런 말을 들었다'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꼼꼼히 안 보셔서 그렇게 의미가 전달된 것 같다"고만 답했을 뿐입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받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지시 문건을 두고도 말이 엇갈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 - 윤 대통령 (1/21, 3차 변론)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습니다." |
그런데, 바로 다음 변론에서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뜻'을 받아 기재부·외교부·행안부, 또 국무총리와 경찰청장에게 전달할 계엄 지시 사항을 미리 준비해 뒀다고 증언합니다. 윤 대통령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는 이 종이를 직접 전달했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여기 앉으시고 제가 이쪽에 있었고 국무총리께서 여기 계시고 제가 저기 있었고 그다음에 이 옆에 행안부 장관이 있었고 외교부 장관이 있어서 제가 직접 줄 수 없는 상황이라 대통령님께 드려서 대통령께서 이렇게 준 겁니다." (김 전 장관) |
■ 30번 넘게 "답변 제한된다" 반복한 두 사령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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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드리기 제한된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33번), "형사 재판에서 따지겠다"(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35번) 는 말을 반복한 두 사람이었지만,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대리인 측 신문에서 오히려 "부관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3번 전화가 왔다고 알았다"며 대통령이 직접 전화 건 사실을 인정했고, 당시 받은 지시에 대해서도 '굉장히 충격적인 지시였기 때문에 일부 기억이 나는 게 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배진한 변호사 - 이진우 전 사령관 (2/4, 5차 변론) "대통령이 끌어서라도 끄집어내라, 국회의원을…." "제가 답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근데 만약에 대통령이 만약 지시를 했다면 그건 굉장히 충격적인 지시이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는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억나는 게 있고 그런데 그건 여기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
여인형 전 사령관 역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지만, 명단 자체를 불러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김정민 변호사 - 여인형 전 사령관 (2/4, 5차 변론) "정치인 15명 정도를 체포할 것인데 경찰에서 위치를 좀 확인해 달라 이렇게 요청하신 사실이 있나요?" "저는 조지호 청장에게 두 가지를 협조 요청한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법령과 작전 계획에 따라서 합동 수사본부가 구성이 되어야 하니 경찰 인력을 좀 보내주세요. 두 번째는 특정 명단에 대해서 저희들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좀 요청합니다. 이것이 제가 기억하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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