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포 명단’에 “한동훈도 추가”…전화 받은 조지호 “정신나갔네”
입력 2025.02.12 (18:20)
수정 2025.02.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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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fckeditor/new/image/2025/02/12/316901739345024079.jpg)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 등 '체포조'를 운영했다는 의혹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가를 핵심 쟁점입니다.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 이른바 '체포 대상 명단'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죠.
이 명단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넘겨 받아 하달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 바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입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 등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한 사람, 한 사람 불러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해 12월 조 청장으로부터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당일 ' 두 차례 통화'를 통해 명단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 "여인형, 체포 대상자 15명 불러줘…한번 더 전화해 '한동훈 추가'"
첫 통화는 밤 10시 30분에서 40분쯤이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텔레그램 전화를 통해 "메모를 좀 해달라"며 체포 대상자 15명을 불러줬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모두 기억하진 못하지만,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우원식,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권순일 등 14명을 불러준 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며 김동현 판사를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청장은 여 전 사령관이 "이 사람들을 체포할 건데 위치파악을 좀 해달라"며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통화는 한 차례 더 이뤄졌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밝히진 않았지만, 여 전 사령관이 다시 전화해 "한동훈 대표 추가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게 조 청장 진술 내용입니다.
이렇게 모두 16명의 이름을 여 전 사령관에게 직접 들었다는 겁니다.
조 청장은 이날 계엄 해제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 윤석열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6차례 정도 통화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는 건데, 이는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도 그대로 기재된 내용입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며, 당시 지시 내용은 경찰이 국회를 출입하려는 의원들을 직접 체포하라는 것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조지호, 박현수에 전화해 "미친 X 아닌가…정신나갔네" 토로
체포 대상 명단을 들은 조 청장의 황당한 심경은 평소 친한 사이였던 박현수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현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과의 통화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조 청장은 계엄 다음날인 12월 4일 새벽 6시 23분쯤, 박 직무대리와 15분가량 통화를 하며 계엄 당시 상황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조 청장은 " 여인형 전 사령관이 전화해 '체포조를 지원 해달라'는 말을 하면서 체포 대상으로 여당, 야당 대표 등등 명단을 불러줬다"며 "나는 이 XX 미친 X 아닌가, 김용현 전 장관도 또라이고 이 군바리들 정신나간 X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 청장은 이 통화에서 자신이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찰청장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 그만둬야겠다"는 말도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박 직무대리는 "그만두면 형님이 잘못한 것처럼 다 뒤집어쓰는데 왜 그만두느냐"고 만류했고, 조 청장은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는데 어떻게 경찰청장을 계속 하느냐"고 답했다는 게 조 청장 진술입니다.
박 직무대리는 지난해 12월 19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출석해 내란 혐의 사건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조 청장과의 통화 내용 등에 관해서도 진술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2/316901739347153492.jpg)
■ 여인형, 명단 언급 인정했지만… "형사 재판에서 따져봐야"
여 전 사령관도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밤 조 청장과 통화를 했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특정 명단을 언급하며,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고도 시인했습니다. "특정 명단에 대해서 저희들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좀 요청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다만, 구체적인 체포 명단에 대해선 "그 부분은 조지호 청장이 기억하는 것도 다르고, 제가 기억하는 것도 달라서 형사 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조 청장 측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맑은 정신으로 증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 전 사령관과 조 청장은 각각 중앙군사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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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체포 명단’에 “한동훈도 추가”…전화 받은 조지호 “정신나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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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12 18: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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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 등 '체포조'를 운영했다는 의혹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가를 핵심 쟁점입니다.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 이른바 '체포 대상 명단'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죠.
이 명단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넘겨 받아 하달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 바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입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 등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한 사람, 한 사람 불러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해 12월 조 청장으로부터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당일 ' 두 차례 통화'를 통해 명단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 "여인형, 체포 대상자 15명 불러줘…한번 더 전화해 '한동훈 추가'"
첫 통화는 밤 10시 30분에서 40분쯤이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텔레그램 전화를 통해 "메모를 좀 해달라"며 체포 대상자 15명을 불러줬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모두 기억하진 못하지만,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우원식,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권순일 등 14명을 불러준 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며 김동현 판사를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청장은 여 전 사령관이 "이 사람들을 체포할 건데 위치파악을 좀 해달라"며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통화는 한 차례 더 이뤄졌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밝히진 않았지만, 여 전 사령관이 다시 전화해 "한동훈 대표 추가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게 조 청장 진술 내용입니다.
이렇게 모두 16명의 이름을 여 전 사령관에게 직접 들었다는 겁니다.
조 청장은 이날 계엄 해제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 윤석열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6차례 정도 통화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는 건데, 이는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도 그대로 기재된 내용입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며, 당시 지시 내용은 경찰이 국회를 출입하려는 의원들을 직접 체포하라는 것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조지호, 박현수에 전화해 "미친 X 아닌가…정신나갔네" 토로
체포 대상 명단을 들은 조 청장의 황당한 심경은 평소 친한 사이였던 박현수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현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과의 통화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조 청장은 계엄 다음날인 12월 4일 새벽 6시 23분쯤, 박 직무대리와 15분가량 통화를 하며 계엄 당시 상황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조 청장은 " 여인형 전 사령관이 전화해 '체포조를 지원 해달라'는 말을 하면서 체포 대상으로 여당, 야당 대표 등등 명단을 불러줬다"며 "나는 이 XX 미친 X 아닌가, 김용현 전 장관도 또라이고 이 군바리들 정신나간 X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 청장은 이 통화에서 자신이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찰청장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 그만둬야겠다"는 말도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박 직무대리는 "그만두면 형님이 잘못한 것처럼 다 뒤집어쓰는데 왜 그만두느냐"고 만류했고, 조 청장은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는데 어떻게 경찰청장을 계속 하느냐"고 답했다는 게 조 청장 진술입니다.
박 직무대리는 지난해 12월 19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출석해 내란 혐의 사건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조 청장과의 통화 내용 등에 관해서도 진술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2/316901739347153492.jpg)
■ 여인형, 명단 언급 인정했지만… "형사 재판에서 따져봐야"
여 전 사령관도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밤 조 청장과 통화를 했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특정 명단을 언급하며,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고도 시인했습니다. "특정 명단에 대해서 저희들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좀 요청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다만, 구체적인 체포 명단에 대해선 "그 부분은 조지호 청장이 기억하는 것도 다르고, 제가 기억하는 것도 달라서 형사 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조 청장 측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맑은 정신으로 증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 전 사령관과 조 청장은 각각 중앙군사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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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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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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