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어제 새벽 혹시 도로에서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보신 분들 계십니까?
일년에 두 번 3.1절과 광복절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대폭'날이면 거리 곳곳에서 한바탕 질주를 벌이는 폭주 청소년들. 그들의 아찔한 곡예는 밤 거리 안전은 물론 그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는 단지 그들을 폭주족으로 낙인찍고 단속함으로써, 10대 청소년들을 거리의 범법자로 내몰고 있지는 않는지 뒤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0시 서울 한강 시민공원.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 몇 대가 눈에 띕니다. 보기에도 아찔한 곡예가 계속됩니다. 영하 5도에 바람까지 매섭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은 더욱 늘어납니다.
<녹취>폭주 청소년: "다음주 3.1절 날은 죽어요. 제일 많이 모여요. (다음 주 왜모여?) 3.1절이요. 폭주파티파티. 폭주족의 파티입니다. (그럼 일정이 어떻게 돼요?) 일단 오늘 놀고, 3.1절날 다시 나와야죠. 예비소집이에요."
폭주 시작 중앙선 침범 택시 백미러 치기 사고난 차량들.
<녹취>폭주 청소년 : "찍지 마세요. 찍지 말라니까요."
빨간불에 교차로 정차 막아서기 주유소 앞에서 기름 넣고 담배 피고
<녹취> 택시 운전사 : "아 위험하죠. (만나면 어떠세요 보통?) 위험하죠. 걔네들은 손도 못대잖아요. 경찰이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제 새벽...
경찰이 폭주족들에 대해 한바탕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폭주 오토바이들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오토바이 폭주 구성 경찰 유턴 던지고
<인터뷰> "붕 떠서 날랐어요."
흔히 폭주족으로 불리는 폭주 청소년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가?
서울의 한 운전면허 시험장. 대부분의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는 유일하게 10대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일주일에 하루 오토바이 면허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녹취>고등학교 3학년 : "(면허증 왜 따려고 해요?)저요? 그냥 친구랑 같이 타려구요. (친구들 면허증 많이 있어요?) 네, 대부분 다 있어요."
<녹취>오토바이 운전면허 응시생 : "(연습 많이 했어요?) 아니요. (면허는 왜 따려고?) 무면허로 타면 안 되잖아요. (오토바이 왜 타려고?) 재밌으니까..."
만 16세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는 오토바이 면허는 그야말로 10대들이 처음 접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면허증에 매달리는 것은 단지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녹취>고등학교 1학년 : "(면허 왜 따려고?) 면허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또 타고 놀고...(무슨 아르바이트?) 배달 아르바이트요. (지금 몇 학년?) 고2 되요. (친구들 면허증 많이 따요?) 네 많이 따죠. 아르바이트가 그게 또 돈을 좀 많이 줘요. 배달..."
때문에 이들 나름대로 진지하기는 성인들의 자동차 면허시험장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합격이 쉽지는 않습니다.
<인터뷰>"(왜 떨어졌어요?) 아 몰라요. (어디서 떨어졌어요?) 'ㄱ'자에서요. (또 하러 올 거예요? 연습하고?) 네, 아니요. 연습 안 하고 그냥 바로 볼 거에요."
이처럼 10대들에게 오토바이는 이제 취미이자 또래끼리 소통의 도구, 아르바이트와 생업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피자와 치킨, 중국집 배달 등 가정으로 배달되는 소위 '빨리빨리' 음식의 이면에는 10대들의 오토바이가 있습니다.
<녹취>폭주 청소년들 : "아르바이트해요. 저 아르바이트해요. (어떤 아르바이트?) 그냥 치킨, 피자. 손님들이 기다려요. 족발, 보쌈. 무조건 배달. 퀵서비스는 안 하구요."
또래 친구들이 책상에 앉아있을 때 거리라는 또 다른 길을 선택한 폭주 청소년들. 폭주 청소년 집단의 리더인 재혁(가명) 군. 폭주에서 리더는 빨간색의 곤봉을 들고 지휘를 맞습니다. 그날의 모든 일정과 동선은 리더가 담당하고, 무리는 리더가 시키는 데로 따라갑니다.
<녹취>재혁(가명, 폭주족 리더) :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죠. 한번 뛰면 안 뛸 수 없는 것 같아요. 안 뛰려고 마음 먹어도요. 지나가다가 폭주족들이 지나가면 그 다음 날이 되면 뛰게 되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4년 동안 폭주를 했던 철수 군은 최근 사고를 당한 뒤 오토바이를 처분했습니다. 일반인 같으면 뒤도 돌아보기 싫을 법도 하지만 새로운 오토바이를 구입해 또다시 폭주에 나섰습니다.
<녹취>철수(가명, 17세) : "그런데 저는 이번에 친구 두 명이 사고가 났어요. 택시랑 박아서 진짜 버스 높이보다 높게 떴었어요. 아이들 두 명이 그래서 지금 입원해 있는데... 다리 뼈가 다리 뼈 세 개 철심 다 박았어요. 세 개에다가..."
아찔한 곡예 위험한 주행인만큼 한번 사고는 거의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폭주 청소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밤 10시부터 익일 새벽 4시 심야 시간대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 가운데 만 15세부터 20세 까지 청소년은 전체 사망자의 35%에 달하고 있습니다.
폭주 청소년의 85%가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절반(48%)이 매주 또는 거의 매일 폭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OO(여 20살 폭주족 리더) : "타면서 무서움도 있긴 있어도 사람이 죽는 것을 앞에서 보고 다음주부터 안 나와겠다 하면서도요. (본 적이 있어요?) 네, 본 적이 있어요. 다음주에 혹시나 해서 나와보면요. 안 나온다는 애들 다 나와있어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한번 스피드를 즐겨본 청소년들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폭주. 때문에 그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한 경찰의 단속도 해마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15일 폭주에서 경찰은 순찰차는 물론 오토바이 수백여 대까지 동원해 폭주족들을 단속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를 동원한 채증은 물론 이제는 페인트볼 분사기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6년 6백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천7백여 명이 단속됐습니다. 이번 3.1절 폭주을 앞두고는 단속됐던 폭주 청소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예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오는 6월부터는 처벌도 강화돼 1년 이하 징역, 3백만 원 이하로 벌금이 높아졌으며, 뒷자리 동승자도 함께 처벌됩니다.
<인터뷰>김한철(경찰청 교통안전담당관실) : "폭주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강력하게 경찰에서 대응해 주기를 원하고 있고요. 그러나 경찰에서는 사실 폭주족이 다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좀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경찰관이 검거 과정에서 다치는 부분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같은 대책은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지난 8.15 폭주에서 단속돼 최대 2백만 원까지 벌금을 받았던 청소년은 모두 백여 명.
<녹취>●●(전직 폭주 리더/폭주 혐의 입건) : "벌금 백만 원, 이백만 원이면 솔직히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잖아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낼 수 있는 돈이니까 그것을 갖다 내고, 다시 타는 거예요."
실제 폭주 청소년들은 경찰의 단속이나, 법령 강화보다, 대안적인 놀이 공간, 친구의 권유나 상담을 더 원하고 있습니다.
<녹취>●●(전직 폭주 리더/폭주 혐의 입건) : "시민 단체라든지 아니면 청소년보호단체 있잖아요. 그런 쪽에 의뢰를 해서 아이들이 달리는 욕구를 충만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던가 아니면 그런 기회라도 주던가. 그게 안 되고 있는 실정이잖아요. 솔직히 잡아서 단속만 하고, 경찰서 데리고 가서 벌금 나오고, 아니면 가정법원 송치되고 그게 다예요."
<인터뷰>이한종(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팀장) : "단속을 하게되면 단속을 해서 정말 폭주를 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든다고 하면 폭주 이외에 다른 수단을 활용해서 심리적인 긴장상태를 해소하려고 하는 시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10대 때 오토바이 폭주부터 시작해 이제는 국제 수준의 오토바이 선수가 된 박정열 씨. 면허까지 딸 수 있도록 한 마당에 무조건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탈 공간이나 스포츠의 장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박정열(바이크샵 대표) : "도로에서 활개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하고 목숨을 잃고, 부상당하는 그런 것 보다는 레포츠 문화를 많이 활성화시켜가지고 청소년들이 도로에서 타지 않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폭주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
우리나라 국가청소년위원회 등이 사실상 뚜렷한 대책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의 폭주족 대응 시스템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경시청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폭주 청소년 대응센터를 만들어 적극 대응한 결과 지난 80년대 4만여 명을 넘던 폭주족이 지난해 만3천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이동훈(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오토바이로 굉을을 내며 질주하고, 스피드를 좋아하고, 범법행위를 하고, 차선을 무단으로 횡단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는 그만큼 이 아이들이 관심받고자하는 욕구, 소속받고자하는 욕구가 크다는거죠."
폭주족들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을 폭주족으로 낙인찍고 외면할수록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최은영(팀장/서울YMCA 청소년쉼터) : "폭주 문제만을 집중해서 보도하고, 사회적으로도 그것만 집중해서 보는건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로 봐야하고, 그래서 사회적으로나 언론에서도 그런 청소년 문제로 집중을, 방향을 돌려보는 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새벽 시간 거리로 나선 폭주 청소년들.
그들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 속에 오토바이 굉음은 더욱 커지고 목숨을 담보로 한 그들의 안전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어제 새벽 혹시 도로에서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보신 분들 계십니까?
일년에 두 번 3.1절과 광복절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대폭'날이면 거리 곳곳에서 한바탕 질주를 벌이는 폭주 청소년들. 그들의 아찔한 곡예는 밤 거리 안전은 물론 그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는 단지 그들을 폭주족으로 낙인찍고 단속함으로써, 10대 청소년들을 거리의 범법자로 내몰고 있지는 않는지 뒤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0시 서울 한강 시민공원.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 몇 대가 눈에 띕니다. 보기에도 아찔한 곡예가 계속됩니다. 영하 5도에 바람까지 매섭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은 더욱 늘어납니다.
<녹취>폭주 청소년: "다음주 3.1절 날은 죽어요. 제일 많이 모여요. (다음 주 왜모여?) 3.1절이요. 폭주파티파티. 폭주족의 파티입니다. (그럼 일정이 어떻게 돼요?) 일단 오늘 놀고, 3.1절날 다시 나와야죠. 예비소집이에요."
폭주 시작 중앙선 침범 택시 백미러 치기 사고난 차량들.
<녹취>폭주 청소년 : "찍지 마세요. 찍지 말라니까요."
빨간불에 교차로 정차 막아서기 주유소 앞에서 기름 넣고 담배 피고
<녹취> 택시 운전사 : "아 위험하죠. (만나면 어떠세요 보통?) 위험하죠. 걔네들은 손도 못대잖아요. 경찰이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제 새벽...
경찰이 폭주족들에 대해 한바탕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폭주 오토바이들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오토바이 폭주 구성 경찰 유턴 던지고
<인터뷰> "붕 떠서 날랐어요."
흔히 폭주족으로 불리는 폭주 청소년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가?
서울의 한 운전면허 시험장. 대부분의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는 유일하게 10대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일주일에 하루 오토바이 면허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녹취>고등학교 3학년 : "(면허증 왜 따려고 해요?)저요? 그냥 친구랑 같이 타려구요. (친구들 면허증 많이 있어요?) 네, 대부분 다 있어요."
<녹취>오토바이 운전면허 응시생 : "(연습 많이 했어요?) 아니요. (면허는 왜 따려고?) 무면허로 타면 안 되잖아요. (오토바이 왜 타려고?) 재밌으니까..."
만 16세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는 오토바이 면허는 그야말로 10대들이 처음 접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면허증에 매달리는 것은 단지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녹취>고등학교 1학년 : "(면허 왜 따려고?) 면허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또 타고 놀고...(무슨 아르바이트?) 배달 아르바이트요. (지금 몇 학년?) 고2 되요. (친구들 면허증 많이 따요?) 네 많이 따죠. 아르바이트가 그게 또 돈을 좀 많이 줘요. 배달..."
때문에 이들 나름대로 진지하기는 성인들의 자동차 면허시험장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합격이 쉽지는 않습니다.
<인터뷰>"(왜 떨어졌어요?) 아 몰라요. (어디서 떨어졌어요?) 'ㄱ'자에서요. (또 하러 올 거예요? 연습하고?) 네, 아니요. 연습 안 하고 그냥 바로 볼 거에요."
이처럼 10대들에게 오토바이는 이제 취미이자 또래끼리 소통의 도구, 아르바이트와 생업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피자와 치킨, 중국집 배달 등 가정으로 배달되는 소위 '빨리빨리' 음식의 이면에는 10대들의 오토바이가 있습니다.
<녹취>폭주 청소년들 : "아르바이트해요. 저 아르바이트해요. (어떤 아르바이트?) 그냥 치킨, 피자. 손님들이 기다려요. 족발, 보쌈. 무조건 배달. 퀵서비스는 안 하구요."
또래 친구들이 책상에 앉아있을 때 거리라는 또 다른 길을 선택한 폭주 청소년들. 폭주 청소년 집단의 리더인 재혁(가명) 군. 폭주에서 리더는 빨간색의 곤봉을 들고 지휘를 맞습니다. 그날의 모든 일정과 동선은 리더가 담당하고, 무리는 리더가 시키는 데로 따라갑니다.
<녹취>재혁(가명, 폭주족 리더) :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죠. 한번 뛰면 안 뛸 수 없는 것 같아요. 안 뛰려고 마음 먹어도요. 지나가다가 폭주족들이 지나가면 그 다음 날이 되면 뛰게 되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4년 동안 폭주를 했던 철수 군은 최근 사고를 당한 뒤 오토바이를 처분했습니다. 일반인 같으면 뒤도 돌아보기 싫을 법도 하지만 새로운 오토바이를 구입해 또다시 폭주에 나섰습니다.
<녹취>철수(가명, 17세) : "그런데 저는 이번에 친구 두 명이 사고가 났어요. 택시랑 박아서 진짜 버스 높이보다 높게 떴었어요. 아이들 두 명이 그래서 지금 입원해 있는데... 다리 뼈가 다리 뼈 세 개 철심 다 박았어요. 세 개에다가..."
아찔한 곡예 위험한 주행인만큼 한번 사고는 거의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폭주 청소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밤 10시부터 익일 새벽 4시 심야 시간대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 가운데 만 15세부터 20세 까지 청소년은 전체 사망자의 35%에 달하고 있습니다.
폭주 청소년의 85%가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절반(48%)이 매주 또는 거의 매일 폭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OO(여 20살 폭주족 리더) : "타면서 무서움도 있긴 있어도 사람이 죽는 것을 앞에서 보고 다음주부터 안 나와겠다 하면서도요. (본 적이 있어요?) 네, 본 적이 있어요. 다음주에 혹시나 해서 나와보면요. 안 나온다는 애들 다 나와있어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한번 스피드를 즐겨본 청소년들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폭주. 때문에 그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한 경찰의 단속도 해마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15일 폭주에서 경찰은 순찰차는 물론 오토바이 수백여 대까지 동원해 폭주족들을 단속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를 동원한 채증은 물론 이제는 페인트볼 분사기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6년 6백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천7백여 명이 단속됐습니다. 이번 3.1절 폭주을 앞두고는 단속됐던 폭주 청소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예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오는 6월부터는 처벌도 강화돼 1년 이하 징역, 3백만 원 이하로 벌금이 높아졌으며, 뒷자리 동승자도 함께 처벌됩니다.
<인터뷰>김한철(경찰청 교통안전담당관실) : "폭주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강력하게 경찰에서 대응해 주기를 원하고 있고요. 그러나 경찰에서는 사실 폭주족이 다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좀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경찰관이 검거 과정에서 다치는 부분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같은 대책은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지난 8.15 폭주에서 단속돼 최대 2백만 원까지 벌금을 받았던 청소년은 모두 백여 명.
<녹취>●●(전직 폭주 리더/폭주 혐의 입건) : "벌금 백만 원, 이백만 원이면 솔직히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잖아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낼 수 있는 돈이니까 그것을 갖다 내고, 다시 타는 거예요."
실제 폭주 청소년들은 경찰의 단속이나, 법령 강화보다, 대안적인 놀이 공간, 친구의 권유나 상담을 더 원하고 있습니다.
<녹취>●●(전직 폭주 리더/폭주 혐의 입건) : "시민 단체라든지 아니면 청소년보호단체 있잖아요. 그런 쪽에 의뢰를 해서 아이들이 달리는 욕구를 충만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던가 아니면 그런 기회라도 주던가. 그게 안 되고 있는 실정이잖아요. 솔직히 잡아서 단속만 하고, 경찰서 데리고 가서 벌금 나오고, 아니면 가정법원 송치되고 그게 다예요."
<인터뷰>이한종(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팀장) : "단속을 하게되면 단속을 해서 정말 폭주를 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든다고 하면 폭주 이외에 다른 수단을 활용해서 심리적인 긴장상태를 해소하려고 하는 시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10대 때 오토바이 폭주부터 시작해 이제는 국제 수준의 오토바이 선수가 된 박정열 씨. 면허까지 딸 수 있도록 한 마당에 무조건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탈 공간이나 스포츠의 장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박정열(바이크샵 대표) : "도로에서 활개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하고 목숨을 잃고, 부상당하는 그런 것 보다는 레포츠 문화를 많이 활성화시켜가지고 청소년들이 도로에서 타지 않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폭주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
우리나라 국가청소년위원회 등이 사실상 뚜렷한 대책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의 폭주족 대응 시스템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경시청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폭주 청소년 대응센터를 만들어 적극 대응한 결과 지난 80년대 4만여 명을 넘던 폭주족이 지난해 만3천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이동훈(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오토바이로 굉을을 내며 질주하고, 스피드를 좋아하고, 범법행위를 하고, 차선을 무단으로 횡단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는 그만큼 이 아이들이 관심받고자하는 욕구, 소속받고자하는 욕구가 크다는거죠."
폭주족들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을 폭주족으로 낙인찍고 외면할수록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최은영(팀장/서울YMCA 청소년쉼터) : "폭주 문제만을 집중해서 보도하고, 사회적으로도 그것만 집중해서 보는건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로 봐야하고, 그래서 사회적으로나 언론에서도 그런 청소년 문제로 집중을, 방향을 돌려보는 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새벽 시간 거리로 나선 폭주 청소년들.
그들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 속에 오토바이 굉음은 더욱 커지고 목숨을 담보로 한 그들의 안전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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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주족, 그들의 질주 본능
-
- 입력 2008-03-03 08:50:20

<앵커 멘트>
어제 새벽 혹시 도로에서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보신 분들 계십니까?
일년에 두 번 3.1절과 광복절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대폭'날이면 거리 곳곳에서 한바탕 질주를 벌이는 폭주 청소년들. 그들의 아찔한 곡예는 밤 거리 안전은 물론 그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는 단지 그들을 폭주족으로 낙인찍고 단속함으로써, 10대 청소년들을 거리의 범법자로 내몰고 있지는 않는지 뒤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0시 서울 한강 시민공원.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 몇 대가 눈에 띕니다. 보기에도 아찔한 곡예가 계속됩니다. 영하 5도에 바람까지 매섭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은 더욱 늘어납니다.
<녹취>폭주 청소년: "다음주 3.1절 날은 죽어요. 제일 많이 모여요. (다음 주 왜모여?) 3.1절이요. 폭주파티파티. 폭주족의 파티입니다. (그럼 일정이 어떻게 돼요?) 일단 오늘 놀고, 3.1절날 다시 나와야죠. 예비소집이에요."
폭주 시작 중앙선 침범 택시 백미러 치기 사고난 차량들.
<녹취>폭주 청소년 : "찍지 마세요. 찍지 말라니까요."
빨간불에 교차로 정차 막아서기 주유소 앞에서 기름 넣고 담배 피고
<녹취> 택시 운전사 : "아 위험하죠. (만나면 어떠세요 보통?) 위험하죠. 걔네들은 손도 못대잖아요. 경찰이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제 새벽...
경찰이 폭주족들에 대해 한바탕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폭주 오토바이들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오토바이 폭주 구성 경찰 유턴 던지고
<인터뷰> "붕 떠서 날랐어요."
흔히 폭주족으로 불리는 폭주 청소년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가?
서울의 한 운전면허 시험장. 대부분의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는 유일하게 10대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일주일에 하루 오토바이 면허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녹취>고등학교 3학년 : "(면허증 왜 따려고 해요?)저요? 그냥 친구랑 같이 타려구요. (친구들 면허증 많이 있어요?) 네, 대부분 다 있어요."
<녹취>오토바이 운전면허 응시생 : "(연습 많이 했어요?) 아니요. (면허는 왜 따려고?) 무면허로 타면 안 되잖아요. (오토바이 왜 타려고?) 재밌으니까..."
만 16세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는 오토바이 면허는 그야말로 10대들이 처음 접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면허증에 매달리는 것은 단지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녹취>고등학교 1학년 : "(면허 왜 따려고?) 면허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또 타고 놀고...(무슨 아르바이트?) 배달 아르바이트요. (지금 몇 학년?) 고2 되요. (친구들 면허증 많이 따요?) 네 많이 따죠. 아르바이트가 그게 또 돈을 좀 많이 줘요. 배달..."
때문에 이들 나름대로 진지하기는 성인들의 자동차 면허시험장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합격이 쉽지는 않습니다.
<인터뷰>"(왜 떨어졌어요?) 아 몰라요. (어디서 떨어졌어요?) 'ㄱ'자에서요. (또 하러 올 거예요? 연습하고?) 네, 아니요. 연습 안 하고 그냥 바로 볼 거에요."
이처럼 10대들에게 오토바이는 이제 취미이자 또래끼리 소통의 도구, 아르바이트와 생업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피자와 치킨, 중국집 배달 등 가정으로 배달되는 소위 '빨리빨리' 음식의 이면에는 10대들의 오토바이가 있습니다.
<녹취>폭주 청소년들 : "아르바이트해요. 저 아르바이트해요. (어떤 아르바이트?) 그냥 치킨, 피자. 손님들이 기다려요. 족발, 보쌈. 무조건 배달. 퀵서비스는 안 하구요."
또래 친구들이 책상에 앉아있을 때 거리라는 또 다른 길을 선택한 폭주 청소년들. 폭주 청소년 집단의 리더인 재혁(가명) 군. 폭주에서 리더는 빨간색의 곤봉을 들고 지휘를 맞습니다. 그날의 모든 일정과 동선은 리더가 담당하고, 무리는 리더가 시키는 데로 따라갑니다.
<녹취>재혁(가명, 폭주족 리더) :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죠. 한번 뛰면 안 뛸 수 없는 것 같아요. 안 뛰려고 마음 먹어도요. 지나가다가 폭주족들이 지나가면 그 다음 날이 되면 뛰게 되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4년 동안 폭주를 했던 철수 군은 최근 사고를 당한 뒤 오토바이를 처분했습니다. 일반인 같으면 뒤도 돌아보기 싫을 법도 하지만 새로운 오토바이를 구입해 또다시 폭주에 나섰습니다.
<녹취>철수(가명, 17세) : "그런데 저는 이번에 친구 두 명이 사고가 났어요. 택시랑 박아서 진짜 버스 높이보다 높게 떴었어요. 아이들 두 명이 그래서 지금 입원해 있는데... 다리 뼈가 다리 뼈 세 개 철심 다 박았어요. 세 개에다가..."
아찔한 곡예 위험한 주행인만큼 한번 사고는 거의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폭주 청소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밤 10시부터 익일 새벽 4시 심야 시간대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 가운데 만 15세부터 20세 까지 청소년은 전체 사망자의 35%에 달하고 있습니다.
폭주 청소년의 85%가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절반(48%)이 매주 또는 거의 매일 폭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OO(여 20살 폭주족 리더) : "타면서 무서움도 있긴 있어도 사람이 죽는 것을 앞에서 보고 다음주부터 안 나와겠다 하면서도요. (본 적이 있어요?) 네, 본 적이 있어요. 다음주에 혹시나 해서 나와보면요. 안 나온다는 애들 다 나와있어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한번 스피드를 즐겨본 청소년들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폭주. 때문에 그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한 경찰의 단속도 해마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15일 폭주에서 경찰은 순찰차는 물론 오토바이 수백여 대까지 동원해 폭주족들을 단속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를 동원한 채증은 물론 이제는 페인트볼 분사기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6년 6백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천7백여 명이 단속됐습니다. 이번 3.1절 폭주을 앞두고는 단속됐던 폭주 청소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예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오는 6월부터는 처벌도 강화돼 1년 이하 징역, 3백만 원 이하로 벌금이 높아졌으며, 뒷자리 동승자도 함께 처벌됩니다.
<인터뷰>김한철(경찰청 교통안전담당관실) : "폭주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강력하게 경찰에서 대응해 주기를 원하고 있고요. 그러나 경찰에서는 사실 폭주족이 다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좀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경찰관이 검거 과정에서 다치는 부분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같은 대책은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지난 8.15 폭주에서 단속돼 최대 2백만 원까지 벌금을 받았던 청소년은 모두 백여 명.
<녹취>●●(전직 폭주 리더/폭주 혐의 입건) : "벌금 백만 원, 이백만 원이면 솔직히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잖아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낼 수 있는 돈이니까 그것을 갖다 내고, 다시 타는 거예요."
실제 폭주 청소년들은 경찰의 단속이나, 법령 강화보다, 대안적인 놀이 공간, 친구의 권유나 상담을 더 원하고 있습니다.
<녹취>●●(전직 폭주 리더/폭주 혐의 입건) : "시민 단체라든지 아니면 청소년보호단체 있잖아요. 그런 쪽에 의뢰를 해서 아이들이 달리는 욕구를 충만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던가 아니면 그런 기회라도 주던가. 그게 안 되고 있는 실정이잖아요. 솔직히 잡아서 단속만 하고, 경찰서 데리고 가서 벌금 나오고, 아니면 가정법원 송치되고 그게 다예요."
<인터뷰>이한종(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팀장) : "단속을 하게되면 단속을 해서 정말 폭주를 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든다고 하면 폭주 이외에 다른 수단을 활용해서 심리적인 긴장상태를 해소하려고 하는 시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10대 때 오토바이 폭주부터 시작해 이제는 국제 수준의 오토바이 선수가 된 박정열 씨. 면허까지 딸 수 있도록 한 마당에 무조건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탈 공간이나 스포츠의 장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박정열(바이크샵 대표) : "도로에서 활개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하고 목숨을 잃고, 부상당하는 그런 것 보다는 레포츠 문화를 많이 활성화시켜가지고 청소년들이 도로에서 타지 않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폭주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
우리나라 국가청소년위원회 등이 사실상 뚜렷한 대책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의 폭주족 대응 시스템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경시청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폭주 청소년 대응센터를 만들어 적극 대응한 결과 지난 80년대 4만여 명을 넘던 폭주족이 지난해 만3천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이동훈(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오토바이로 굉을을 내며 질주하고, 스피드를 좋아하고, 범법행위를 하고, 차선을 무단으로 횡단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는 그만큼 이 아이들이 관심받고자하는 욕구, 소속받고자하는 욕구가 크다는거죠."
폭주족들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을 폭주족으로 낙인찍고 외면할수록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최은영(팀장/서울YMCA 청소년쉼터) : "폭주 문제만을 집중해서 보도하고, 사회적으로도 그것만 집중해서 보는건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로 봐야하고, 그래서 사회적으로나 언론에서도 그런 청소년 문제로 집중을, 방향을 돌려보는 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새벽 시간 거리로 나선 폭주 청소년들.
그들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 속에 오토바이 굉음은 더욱 커지고 목숨을 담보로 한 그들의 안전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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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기자 2by82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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