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난 1928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미주회의 참석 차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던 때 사진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쿠바까지 거리는 불과 145킬로미터, 당시 쿨리지 대통령은 사흘 동안 배를 탄 끝에 쿠바에 도착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단 3시간 만에 쿠바 땅을 밟았습니다.
가까운 이웃 나라지만, 미국 대통령의 두번째 쿠바 방문까지는 88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동안의 양국 관계 변화를 허솔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 ‘가깝고도 먼 나라’ 적대관계 청산까지 ▼
<리포트>
미국 국회의사당과 똑같은 모습의 쿠바의 옛 의사당 카피톨리오, 1950년 대 이전까지 쿠바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1959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며 쿠바는 친미 정권을 몰아내고 미국 기업들을 몰수합니다.
미국도 외교 관계를 끊고 전면적인 금수 조치로 맞섰습니다.
1962년 쿠바는 옛 소련과 함께 자국 영토에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기지 건설을 추진합니다.
<녹취> 존 F 케네디(당시 미 대통령) : "어느 나라로 향하는지에 상관없이 쿠바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면, 미국에 대한 소련의 공격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위기 상황은 11일 만에 마무리됐지만, 미국은 대 쿠바 봉쇄 정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2008년 카스트로가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2013년 넬슨 만델라 추모 행사에서 만난 오바마와 라울은 첫 악수를 나눴고, 1년 후 양국은 관계 정상화를 선언합니다.
<녹취> 라울 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 "우리는 두 나라의 이해 관계에서 몇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진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으로 반세기 동안 이어진 양국의 굴곡진 역사는 마침표를 찍게 됐습니다.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 악의 축 국가…북한만 남았다 ▼
<기자 멘트>
<녹취> 조지 W부시(전 미국 대통령/2002년) : "이 국가들과 동맹 테러리스트들은 악의 축입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려 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악의 축'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습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 대표적인 나라로 이란과 이라크, 북한을 지목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리비아와 시리아, 쿠바도 포함시켰습니다.
이 나라들, 지금 상황은 어떤지 짚어보죠.
먼저 이라크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됐습니다.
이란은 지난해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했고 경제 제재도 풀렸습니다.
리비아와 시리아는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 시민 혁명이 변화를 촉발시켰습니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 정권은 붕괴됐고,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은 반군과 5년 째 내전 중입니다.
그리고 앞서 전해드린대로 쿠바 역시 미국과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나라 중 그대로 남아 있는 나라는 오직 북한 뿐입니다.
그렇다면 쿠바와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한 미국의 전략, 그리고 고립보다는 실리를 택한 쿠바의 셈법은 무엇인지 김영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 美·쿠바 왜 손잡았나? ▼
<리포트>
아바나 시내에는 아직도 1950년대식 차량이 다니고 있습니다.
50년간 이어진 미국의 금수조치 때문입니다.
쿠바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의 경제적 활로를 위해 결국 실용주의를 택했습니다.
<녹취> 로드리고 말미에르카(쿠바 대외무역·투자 장관) : "미국의 금수 조치는 쿠바 경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금수 조치로 쿠바는 천2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당장 스타우드 호텔이 쿠바에 진출하기로 하는 등 관광산업을 시작으로 쿠바 경제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미국도 적대관계에 있던 쿠바와의 관계 개선으로 안보 분야의 실리를 챙기고, 세계 주도권을 다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중국과 가까운 쿠바를 끌어안음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고 중남미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도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녹취> 마이크 곤잘레스(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 "오바마의 쿠바 방문은 전 세계와 미국, 가난하고 억압받는 쿠바인들에게 쿠바 뒤에 미국이 있다는 걸 정당화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두 나라 화해 분위기가 의도했던 성과를 내기까지는 미국 내 공화당의 반대와 쿠바의 인권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KBS 뉴스 김영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