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멀쩡한 차림새의 시민들이 시장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과일과 채소를 줍고,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을 찾고 있습니다.
파리와 런던, 경기 침체의 단면을 파리 이충형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파리의 한 재래시장입니다.
오후 들어 파장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시장 뒷켠, 쓰레기 상자에서 버려진 채소와 과일을 줍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을 볼 형편이 안되는 이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버려진 음식을 줍는 겁니다.
슈퍼마켓 뒤편도 마찬가지.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을 골라내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녹취> "과일을 주워 썩은 부분을 잘라내면 반은 먹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글라뇌르', 즉 '이삭 줍는 사람들'로 불리는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급증했습니다.
옷차림이 번듯하고 직장이 버젓이 있는데도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이삭줍는 사람'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크리스 올리비에(프랑스 박애연구소장) : "보통 집이 있는 사람들이고 연령도 18세부터 30,40,50대까지 다양하고 심지어 83세 노인도 봤습니다."
영국에서도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녹취> "쓰레기는 훔치는게 아닙니다. 누군가 버렸다면 그건 주인이 없기 때문에 문제없습니다."
금융 위기 1년.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는데도 유럽 각국의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분기에 실업률이 9.1%까지 치솟아 신규 실업자가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때문에 선진국이라도 서민 경제는 여전히 위기라는 게 IMF의 분석입니다.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는 있다지만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그만큼 유럽의 서민들이 느끼는 실물경기 회복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이충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