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끼리 ‘주먹다짐’…갈라진 광복회

입력 2021.04.23 (17:10) 수정 2021.04.23 (17: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 뭔데 그래. 나 회원이야. 여기 들어올 수 있어!"
"안됩니다!"
"자 여기 기자분들, 들어와서 취재하시죠!"
"뭐야!"
"왜 미는거야 나를. 나도 광복회원이라고!"
"이 안에서 대단한 쇼가 벌어집니다. 와서 취재들 하세요!!"


오늘(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회원들끼리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독립 운동가 후손들도 있었습니다. 밀고 밀치고, 고성과 주먹까지 오갔습니다.

■ 갈라진 광복회…서로가 "명예 훼손"

광복회에서는 상벌위원회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상벌위에 회부된 사람은 김임용 씨.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역임한 김붕준(1888∼1950) 선생의 손자입니다. 앞서 지난 11일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았다가 제지당했습니다.

김임용 씨는 광복회 김원웅 회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활동을 하면서 광복회의 정치적 중립과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 회원들과 함께 김 회장이 물러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에 광복회는 김임용 씨가 공개석상에서 김 회장의 멱살을 잡는 등 광복회장과 회원, 광복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소환을 통보했습니다.

양쪽 모두 상대가 광복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 맞불집회…상벌위 '파행'

하지만 상벌위 개최 전,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이 주축이 된 '광복회 개혁모임'과 '광복회 정상화추진본부' 소속 30여 명이 김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습니다.

상벌위 개최가 임박하자 김임용 씨가 건물에 진입하며 취재진들도 함께 들어와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징계를 추진하는 논리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광복회 관계자들은 인사와 신상 문제를 다루는 회의라 처음부터 비공개였다고 다른 사람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이에 반발한 회원들이 진입을 시도하며 건물 로비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취재진과 실시간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 경찰들이 한데 몰렸고, 밀고 밀치는 중에 마스크가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상벌위가 예정된 회관 4층에서도 김 씨와 함께 온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광복회 관계자 등이 고성과 주먹다짐을 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결국 상벌위원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논의를 진행해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회의는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 내분 언제까지?

현 김원웅 광복회장의 정치 편향 논란은 1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에게 독립운동가인 '최재형 상'을 시상하면서부터 불거졌습니다.

광복회는 추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재임하며 친일파 소유 재산을 국가로 귀속하도록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상벌위원회에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김원웅 회장이 2019년 6월 취임 후 새로 만든 상 수상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거나 한때 당적을 보유했던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광복회 지회장 일부가 정관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준수 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김 회장에게 보내는 등 반발이 일었습니다.

최근의 사태에 대해 김원웅 회장은 "지난 광복회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측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광복회 전체로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회장이 된 뒤 친일 청산 현안에 대해 입장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해 온 것을 문제삼고 있다며 광복회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열리지 못한 상벌위원회는 5월 7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처음 연기일은 다음주 수요일이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느는 상황을 고려해 좀 더 뒤로 연기했다지만 내부 논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가지 않는다면 이 날 또한 오늘과 같은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독립운동가 후손끼리 ‘주먹다짐’…갈라진 광복회
    • 입력 2021-04-23 17:10:55
    • 수정2021-04-23 17:57:18
    취재K


"당신 뭔데 그래. 나 회원이야. 여기 들어올 수 있어!"
"안됩니다!"
"자 여기 기자분들, 들어와서 취재하시죠!"
"뭐야!"
"왜 미는거야 나를. 나도 광복회원이라고!"
"이 안에서 대단한 쇼가 벌어집니다. 와서 취재들 하세요!!"


오늘(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회원들끼리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독립 운동가 후손들도 있었습니다. 밀고 밀치고, 고성과 주먹까지 오갔습니다.

■ 갈라진 광복회…서로가 "명예 훼손"

광복회에서는 상벌위원회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상벌위에 회부된 사람은 김임용 씨.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역임한 김붕준(1888∼1950) 선생의 손자입니다. 앞서 지난 11일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았다가 제지당했습니다.

김임용 씨는 광복회 김원웅 회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활동을 하면서 광복회의 정치적 중립과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 회원들과 함께 김 회장이 물러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에 광복회는 김임용 씨가 공개석상에서 김 회장의 멱살을 잡는 등 광복회장과 회원, 광복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소환을 통보했습니다.

양쪽 모두 상대가 광복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 맞불집회…상벌위 '파행'

하지만 상벌위 개최 전,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이 주축이 된 '광복회 개혁모임'과 '광복회 정상화추진본부' 소속 30여 명이 김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습니다.

상벌위 개최가 임박하자 김임용 씨가 건물에 진입하며 취재진들도 함께 들어와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징계를 추진하는 논리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광복회 관계자들은 인사와 신상 문제를 다루는 회의라 처음부터 비공개였다고 다른 사람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이에 반발한 회원들이 진입을 시도하며 건물 로비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취재진과 실시간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 경찰들이 한데 몰렸고, 밀고 밀치는 중에 마스크가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상벌위가 예정된 회관 4층에서도 김 씨와 함께 온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광복회 관계자 등이 고성과 주먹다짐을 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결국 상벌위원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논의를 진행해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회의는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 내분 언제까지?

현 김원웅 광복회장의 정치 편향 논란은 1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에게 독립운동가인 '최재형 상'을 시상하면서부터 불거졌습니다.

광복회는 추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재임하며 친일파 소유 재산을 국가로 귀속하도록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상벌위원회에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김원웅 회장이 2019년 6월 취임 후 새로 만든 상 수상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거나 한때 당적을 보유했던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광복회 지회장 일부가 정관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준수 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김 회장에게 보내는 등 반발이 일었습니다.

최근의 사태에 대해 김원웅 회장은 "지난 광복회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측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광복회 전체로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회장이 된 뒤 친일 청산 현안에 대해 입장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해 온 것을 문제삼고 있다며 광복회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열리지 못한 상벌위원회는 5월 7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처음 연기일은 다음주 수요일이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느는 상황을 고려해 좀 더 뒤로 연기했다지만 내부 논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가지 않는다면 이 날 또한 오늘과 같은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