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렇게 더운데”…올여름 더위 괜찮을까?

입력 2021.04.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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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올여름 날씨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번 주 계속된 때 이른 더위 때문입니다. 여기에 답이 될 만한 3개월 전망을 오늘(23일) 기상청이 발표했습니다.

보통 3개월 전망을 기사로 전해드리면 댓글로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이 "오늘 날씨나 잘 맞혀라"입니다. 그만큼 긴 기간의 날씨 전망은 신뢰도가 낮다는 뜻이겠죠. 실제로 현대 기상학에서도 가장 발전이 더디고 정확도가 낮은 분야가 '계절 전망'입니다.

그래서 못 미덥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한 '올여름 더위 전망'을 조심스럽게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기록적'이었던 오늘 '아침 기온'…4월 역대 '최고'

먼저, 최근 날씨 상황부터 보겠습니다.

그제(21일)와 어제(22일)는 한낮 더위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내륙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초여름 더위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오늘은 아침 기온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오늘은 아침 더위가 기록적이었습니다. 위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오늘 아침 기온이 15도를 웃돈 곳인데요. 이 중 몇몇 곳은 역대 가장 '높은' 4월 아침 최저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목포입니다.

전남 목포는 190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근대 기상 관측을 시작한 곳입니다. 기상 관측 역사가 가장 긴 곳이죠. 그런데 오늘 이곳의 아침 최저기온이 18.8도를 기록했습니다. 117년 기상 역사에 기록된 적 없었던 가장 높은 4월의 '하루 중 최저기온'이 오늘 아침 세워진 겁니다.

목포 외에도 전남 고창과 여수, 완도, 경남 양산 역시 4월의 하루 중 최저기온의 기록을 오늘 갈아치웠습니다.

■ 단서1. 인도양·서태평양 대류 활발…동북아시아 고압대 형성돼 '고온 현상'

이렇게 최근 날씨 상황을 전해드린 건 올여름 날씨 전망의 '단서'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고온 현상은 동북아시아에 넓게 자리 잡은 고기압과 관련 있습니다. 이 고기압이 정체하며 맑은 날씨가 이어지자, 지면이 오랜 시간 가열되며 기온이 점점 더 오른 건데요.

이러한 고기압이 형성된 원인은 열대 해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4.12.~4.18.) 지구장파복사 현황. 파란색은 대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붉은색은 대류 활동이 억제돼 날씨가 맑은 지역을 나타낸다.(자료 : 기상청)최근(4.12.~4.18.) 지구장파복사 현황. 파란색은 대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붉은색은 대류 활동이 억제돼 날씨가 맑은 지역을 나타낸다.(자료 : 기상청)

최근 위에 파란색 원으로 표시된 인도양 일대와 필리핀 부근 서태평양에서 대류 활동이 활발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대류가 활발한 지역의 북쪽, 그러니까 중국 중부와 한반도 남쪽(붉은색 원)으로는 반작용으로 오히려 대류가 억제되는데요. 대류 활동이 억제된 지역에서는 고기압이 형성돼 맑은 날씨가 지속하는 겁니다.

기상청은 이러한 경향이 예보 기간(5~7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단서2. 라니냐 여파 더해져…"5~7월 기온 평년보다 높을 듯"

여기에 앞으로의 날씨에 더 큰 영향을 줄 요소로 '라니냐 현상'이 꼽히고 있습니다.

'라니냐 현상'은 열대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낮은 상태를 뜻하는데요.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입니다.

최근 해수면 온도가 점차 평소 상태를 회복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어진 라니냐 현상의 여파가 올여름까지는 지구 대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엘니뇨/라니엘니뇨/라니

라니냐 현상이 발달하면 우리나라 여름철 더위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발달과 확장을 돕게 되는데요. 올해처럼 라니냐 현상이 종료되던 해에도 5월과 7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경향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여기에 티베트 고원의 눈 덮인 면적이 예년보다 적은 상태, 전 세계 기후 예측 모델 결과 등을 고려해 기상청이 전망한 5~7월 기온은 다음과 같습니다.



5월과 7월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에 달하고, 6월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전망됐습니다.

가장 더위가 극심한 8월의 전망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상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여름 기후 전망에서 8월까지 포함한 여름철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로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리고 단서3. 기후 변화도 변수…"이상 기후 발생 가능"

위에서 기상청이 근거로 든 현상들은 모두 자연적인 변동입니다. 그런데 기상청이 중요하게 고려한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입니다.

앞서 오늘 목포의 아침 최저기온이 114년 기상 관측 사상 4월 최고 기록이라고 설명해 드렸는데요. 이러한 현상도 기후 변화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겠죠.

최근 10년 기온을 과거 30년 평균인 평년과 비교했을 때 5월에는 0.6도, 6월과 7월에는 각각 0.5도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이번 3개월 기상 전망을 발표하면서 "기후 변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이상 기후 패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기상청의 변명이라고 비아냥거릴 일만은 아닙니다. 그 속에 우리 앞에 바짝 다가선 '기후 위기'가 실재하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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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이렇게 더운데”…올여름 더위 괜찮을까?
    • 입력 2021-04-23 14:28:17
    취재K

최근 올여름 날씨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번 주 계속된 때 이른 더위 때문입니다. 여기에 답이 될 만한 3개월 전망을 오늘(23일) 기상청이 발표했습니다.

보통 3개월 전망을 기사로 전해드리면 댓글로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이 "오늘 날씨나 잘 맞혀라"입니다. 그만큼 긴 기간의 날씨 전망은 신뢰도가 낮다는 뜻이겠죠. 실제로 현대 기상학에서도 가장 발전이 더디고 정확도가 낮은 분야가 '계절 전망'입니다.

그래서 못 미덥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한 '올여름 더위 전망'을 조심스럽게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기록적'이었던 오늘 '아침 기온'…4월 역대 '최고'

먼저, 최근 날씨 상황부터 보겠습니다.

그제(21일)와 어제(22일)는 한낮 더위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내륙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초여름 더위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오늘은 아침 기온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오늘은 아침 더위가 기록적이었습니다. 위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오늘 아침 기온이 15도를 웃돈 곳인데요. 이 중 몇몇 곳은 역대 가장 '높은' 4월 아침 최저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목포입니다.

전남 목포는 190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근대 기상 관측을 시작한 곳입니다. 기상 관측 역사가 가장 긴 곳이죠. 그런데 오늘 이곳의 아침 최저기온이 18.8도를 기록했습니다. 117년 기상 역사에 기록된 적 없었던 가장 높은 4월의 '하루 중 최저기온'이 오늘 아침 세워진 겁니다.

목포 외에도 전남 고창과 여수, 완도, 경남 양산 역시 4월의 하루 중 최저기온의 기록을 오늘 갈아치웠습니다.

■ 단서1. 인도양·서태평양 대류 활발…동북아시아 고압대 형성돼 '고온 현상'

이렇게 최근 날씨 상황을 전해드린 건 올여름 날씨 전망의 '단서'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고온 현상은 동북아시아에 넓게 자리 잡은 고기압과 관련 있습니다. 이 고기압이 정체하며 맑은 날씨가 이어지자, 지면이 오랜 시간 가열되며 기온이 점점 더 오른 건데요.

이러한 고기압이 형성된 원인은 열대 해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4.12.~4.18.) 지구장파복사 현황. 파란색은 대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붉은색은 대류 활동이 억제돼 날씨가 맑은 지역을 나타낸다.(자료 : 기상청)
최근 위에 파란색 원으로 표시된 인도양 일대와 필리핀 부근 서태평양에서 대류 활동이 활발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대류가 활발한 지역의 북쪽, 그러니까 중국 중부와 한반도 남쪽(붉은색 원)으로는 반작용으로 오히려 대류가 억제되는데요. 대류 활동이 억제된 지역에서는 고기압이 형성돼 맑은 날씨가 지속하는 겁니다.

기상청은 이러한 경향이 예보 기간(5~7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단서2. 라니냐 여파 더해져…"5~7월 기온 평년보다 높을 듯"

여기에 앞으로의 날씨에 더 큰 영향을 줄 요소로 '라니냐 현상'이 꼽히고 있습니다.

'라니냐 현상'은 열대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낮은 상태를 뜻하는데요.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입니다.

최근 해수면 온도가 점차 평소 상태를 회복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어진 라니냐 현상의 여파가 올여름까지는 지구 대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엘니뇨/라니
라니냐 현상이 발달하면 우리나라 여름철 더위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발달과 확장을 돕게 되는데요. 올해처럼 라니냐 현상이 종료되던 해에도 5월과 7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경향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여기에 티베트 고원의 눈 덮인 면적이 예년보다 적은 상태, 전 세계 기후 예측 모델 결과 등을 고려해 기상청이 전망한 5~7월 기온은 다음과 같습니다.



5월과 7월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에 달하고, 6월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전망됐습니다.

가장 더위가 극심한 8월의 전망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상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여름 기후 전망에서 8월까지 포함한 여름철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로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리고 단서3. 기후 변화도 변수…"이상 기후 발생 가능"

위에서 기상청이 근거로 든 현상들은 모두 자연적인 변동입니다. 그런데 기상청이 중요하게 고려한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입니다.

앞서 오늘 목포의 아침 최저기온이 114년 기상 관측 사상 4월 최고 기록이라고 설명해 드렸는데요. 이러한 현상도 기후 변화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겠죠.

최근 10년 기온을 과거 30년 평균인 평년과 비교했을 때 5월에는 0.6도, 6월과 7월에는 각각 0.5도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이번 3개월 기상 전망을 발표하면서 "기후 변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이상 기후 패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기상청의 변명이라고 비아냥거릴 일만은 아닙니다. 그 속에 우리 앞에 바짝 다가선 '기후 위기'가 실재하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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