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만개 씩 풀어도 안 떨어지는 달걀값 미스터리

입력 2021.04.23 (13:42) 수정 2021.04.23 (15: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000만 개, 2000만 개...체감되지 않는 큰 숫자만큼 달걀이 수입되면 달걀값이 좀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나 봅니다.

정부가 이달 안에 달걀 1500만 개를 추가로 수입한다고 오늘(23일) 아침 일찍 발표했습니다. 이미 4월엔 2500만 개가 수입됐는데 또 들여오겠다는 얘기입니다.

4월 한 달에만 총 수입물량은 4000만 개. 우리나라 국민 1명당 달걀 약 0.8개가 돌아가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 고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금 달걀'

수입물량을 늘리는 건 달걀값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겠죠?

연초부터 폭등했던 달걀 가격은 설날 즈음 고점을 찍고 조금씩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평년보다는 높습니다. 8천 원 정도는 줘야 달걀 한판을 살 수 있습니다.

무항생제나 동물복지 등 옵션이 붙은 달걀은 한판에 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수입물량으로 일단 폭등세는 진정된 모습입니다. 이미 올 3월까지 달걀 6400만 개가 수입돼 시중에 풀렸습니다.

정부는 5월에도 필요한 규모의 추가수입을 지속 추진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 하겠다는 비장함을 내비쳤습니다.


■ 달걀 낳을 닭이 없어요!...병아리 크는데 또 한참

달걀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건 무엇보다도 달걀을 낳을 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전체 산란계의 약 22.6%가 살처분 됐습니다. 모두 1,671만 마리나 됩니다.


그제(21일) 기준으로 산란계 수는 평년대비 282만 마리나 적습니다. 이에 따라 하루 달걀 생산량도 평년과 비교하면 151만 개 정도가 부족합니다.

공급이 달리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서 빨리 병아리가 자라서 닭이 되고 알을 낳아야 공급이 늘 텐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이동제한이 해제된 농가에 한해서 산란계 병아리를 다시 들이고 있는데, 성장하는데 22주가 걸립니다. 오늘 병아리가 들어오면 9월 23일은 돼야 달걀을 낳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이미 재입식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산란계 수가 6월 중에는 평년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류인플루엔자가 다시 번지지 않는 등 모든 조건이 안정적이라는 전제하에서입니다.

올해 1월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미국산 달걀 20톤올해 1월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미국산 달걀 20톤

■ 어게인 2017?..."추석은 돼야 평년가격 회복할 것"

4년 전 이맘때도 '달걀 파동'이 있었습니다. 달걀값이 한판에 만원에 육박하자 미국산, 스페인산 달걀이 국내시장에 처음 등판했습니다. 달걀값은 그해 9월에서야 한판에 5천 원 선으로 안정됐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움직임이 전망됩니다.

안영기 계란자조금 대의원회 의장은 "달걀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다가 추석은 돼야 평년수준이 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산란계 입식이 진행 중이고 평소라면 이미 도태시켰을 산란계를 계속 알을 낳게 하고 있다며, 달걀 공급이 차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초 시작된 달걀 가뭄, 한동안은 뾰족한 수 없이 밥상물가를 계속 위협할 전망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천 만개 씩 풀어도 안 떨어지는 달걀값 미스터리
    • 입력 2021-04-23 13:42:42
    • 수정2021-04-23 15:02:23
    취재K
1000만 개, 2000만 개...체감되지 않는 큰 숫자만큼 달걀이 수입되면 달걀값이 좀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나 봅니다.

정부가 이달 안에 달걀 1500만 개를 추가로 수입한다고 오늘(23일) 아침 일찍 발표했습니다. 이미 4월엔 2500만 개가 수입됐는데 또 들여오겠다는 얘기입니다.

4월 한 달에만 총 수입물량은 4000만 개. 우리나라 국민 1명당 달걀 약 0.8개가 돌아가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 고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금 달걀'

수입물량을 늘리는 건 달걀값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겠죠?

연초부터 폭등했던 달걀 가격은 설날 즈음 고점을 찍고 조금씩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평년보다는 높습니다. 8천 원 정도는 줘야 달걀 한판을 살 수 있습니다.

무항생제나 동물복지 등 옵션이 붙은 달걀은 한판에 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수입물량으로 일단 폭등세는 진정된 모습입니다. 이미 올 3월까지 달걀 6400만 개가 수입돼 시중에 풀렸습니다.

정부는 5월에도 필요한 규모의 추가수입을 지속 추진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 하겠다는 비장함을 내비쳤습니다.


■ 달걀 낳을 닭이 없어요!...병아리 크는데 또 한참

달걀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건 무엇보다도 달걀을 낳을 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전체 산란계의 약 22.6%가 살처분 됐습니다. 모두 1,671만 마리나 됩니다.


그제(21일) 기준으로 산란계 수는 평년대비 282만 마리나 적습니다. 이에 따라 하루 달걀 생산량도 평년과 비교하면 151만 개 정도가 부족합니다.

공급이 달리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서 빨리 병아리가 자라서 닭이 되고 알을 낳아야 공급이 늘 텐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이동제한이 해제된 농가에 한해서 산란계 병아리를 다시 들이고 있는데, 성장하는데 22주가 걸립니다. 오늘 병아리가 들어오면 9월 23일은 돼야 달걀을 낳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이미 재입식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산란계 수가 6월 중에는 평년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류인플루엔자가 다시 번지지 않는 등 모든 조건이 안정적이라는 전제하에서입니다.

올해 1월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미국산 달걀 20톤
■ 어게인 2017?..."추석은 돼야 평년가격 회복할 것"

4년 전 이맘때도 '달걀 파동'이 있었습니다. 달걀값이 한판에 만원에 육박하자 미국산, 스페인산 달걀이 국내시장에 처음 등판했습니다. 달걀값은 그해 9월에서야 한판에 5천 원 선으로 안정됐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움직임이 전망됩니다.

안영기 계란자조금 대의원회 의장은 "달걀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다가 추석은 돼야 평년수준이 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산란계 입식이 진행 중이고 평소라면 이미 도태시켰을 산란계를 계속 알을 낳게 하고 있다며, 달걀 공급이 차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초 시작된 달걀 가뭄, 한동안은 뾰족한 수 없이 밥상물가를 계속 위협할 전망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