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日 발표 믿을 수 있나?

입력 2021.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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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을 지난 13일 공식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뿐만 아니라 일본 후쿠시마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설비 공사 등을 거쳐 앞으로 2년 뒤 방류를 시작할 계획이며 "삼중수소 농도를 일본 기준의 40분의 1, WHO의 식수 기준의 7분의 1까지 낮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염수를 바닷물로 400~500배 희석해 방류하면 삼중수소 농도가 떨어져 안전할 것이라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입니다.

지난 15일에는 일본 자민당 사토 마사히사 의원이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한다면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일본의 기준대로 정화하면 깨끗해지는 게 맞는지, 또 국내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많은지 따져봤습니다.

■ 백혈병·암 유발 '스트론튬' ...日 기준 최대 만 4천 배↑


먼저 뼈에 축적돼 백혈병과 혈액암 등을 유발해, 가장 해로운 방사성 물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트론튬의 배출량을 살펴보겠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한국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해 6월 후쿠시마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들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스트론튬의 평균 배출량은 일본 내부 기준으로 123배, 최대 배출량은 무려 1만 4천44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HO는 1ℓ당 10㏃(베크렐), 한국은 20㏃, 반면에 일본은 리터당 30㏃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편입니다. 그런데 일본 내부 기준을 적용해도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것입니다.

근육과 장기에 축적돼 감마선 등을 내뿜어 인체 세포 유전자를 손상하는 세슘137은 어떨까요?

최대 배출량이 일본 기준의 9배를 초과합니다. WHO는 세슘137을 10㏃/ℓ이하로 규제하는데, 일본은 9배 높은 90㏃/ℓ가 기준입니다. 한국 기준 50㏃/ℓ 보다도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갑상샘암을 유발하는 아이오딘도 배출 최대값이 일본 기준의 7.9배, 평균값은 1.1배였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들이 배출되는데 일본의 기준치가 WHO나 우리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기준대로 정화한다 해도 "마실 정도로 깨끗하다"는 아소 다로 부총리의 발언은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대부분 방사성 물질 정화 가능"...."정보 공유 및 현장 검증해야"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정화해 일본 기준 미만으로 방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일본 스가 총리가 지난해 9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일본 스가 총리가 지난해 9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병인 인제대학교 원자력응용학과 교수는 일본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스트론튬, 세슘 등은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ALPS)를 통해 정화될 수 있다. 다만 이들 물질은 무거운 입자라서 알프스로 두 번 정도는 정화해야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이 공개한 60여 종은 물에 가둬놓으면 약간 침전되지만,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잘 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물을 가둬놔야 하는데 후쿠시마 저장 탱크의 오염수 수용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와 더불어 2백 종류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는 오염수를 처리했다지만, 100% 처리는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다. 현재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만 톤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625개, 2년 후에 140만 톤이 되면 올림픽 규격 수영장 700개 규모다.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제시하는 숫자를 믿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우리 측 전문가의 검증 과정 참여를 IAEA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는데요.

정의용 장관은 일본과의 사전 협의,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정보 공유, IAEA 검증 기준 준수와 검증 과정 참여 등 3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방류를 반대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일본이 오염수 관련 정보를 숨겨온 데다 IAEA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지지한 바 있는 만큼 우리 측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그렇다면 일본 측이 공개한 정보를 토대로 한국의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이 배출한 액체 속 방사성 물질을 살펴보고, 이 두 원전을 비교하는 게 맞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정상 원전 정화수 vs 사고 원전 오염수 "비교 대상도 아냐"


먼저 우리나라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의 액체 폐기물 속 방사성 물질을 살펴봤는데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불가능한 삼중수소, 그리고 코발트60, 세슘137이 공통으로 배출되는 물질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적인 방사성물질은 후쿠시마 원전이 국내 원전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국내 원전은 17종인데 비해 후쿠시마 원전은 63종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도쿄 전력 등이 발표한 것을 토대로 비교한 것이고요, 일본은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들어있는 핵종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운전 중인 국내 원전이 배출하는 정화수와 후쿠시마 오염수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원전으로 원자로 10기가 동시에 녹아내렸고, 연료봉안에 있는 핵종들이 모두 쏟아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한 차례 정화 작업을 거친 오염수의 73%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어 다시 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원전은 정상 운전 원전이고, 방출하는 폐기물에는 삼중수소 외에 별것 없는 깨끗한 물이다. 국내 원전은 냉각수에 삼중수소가 있는 것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오염수에 삼중수소가 있어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정부 인사들은 한국 원전이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더 많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화수와 오염수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많은지도 따져보겠습니다.

■ 日, 과거 배출한 삼중수소량은 모른 척..."30년간 같은 양 방류 주장, 신뢰 어려워"


후쿠시마 원전 저장 탱크에 저장 중인 오염수는 125만 톤이, 삼중수소 1천 테라베크렐(T㏃)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요. 월성 원전 등 국내 5개 원전에서 발생한 삼중수소는 약 210.81T㏃이었습니다.

일본은 30년 동안 나눠서 오염수를 배출하면, 매년 삼중수소 33.3T㏃을 배출하게 돼 한국 원전보다 배출량은 적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이미 배출됐던 오염수 규모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있어, 일본을 주장을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 당시에 석 달 동안 방출된 삼중수소는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일본 정부에서 유리한 데이터를 뽑아내면 다른 나라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훨씬 많아 보일 수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제시하는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한중일 안전 협의체를 재가동시키는 등 국제적인 모니터링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일본 측의 주장대로 30년 내 원전 폐로가 완료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매일 일정량의 오염수가 새로 생기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재환경과 김윤우 과장은 "일본이 앞으로 30~40년 내 폐로를 완료하겠다고 하지만 그 기간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그 기간 내 해양 방출을 종료할 수 있느냐도 불확실하다. 체르노빌도 아직 해체 완료되지 않았다. 빗물 유입량 등에 따라서 오염수 발생량 변동도 크다. 125만 톤만 배출하면 종료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양이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삼중수소 배출량보다는 일본 정부의 "배출 기준 미만으로 정화하겠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인데요.

민병인 인제대 원자력응용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원전 운전 시 자연스럽게 나오는 물질”이라며 “일본 정부는 그 양을 가지고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에도 문제가 없는지를 따지지만, 핵심은 삼중수소 방출량이 아닌 오염수에 관한 일본 정부 데이터의 신뢰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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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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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3 08:00:23
    팩트체크K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을 지난 13일 공식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뿐만 아니라 일본 후쿠시마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설비 공사 등을 거쳐 앞으로 2년 뒤 방류를 시작할 계획이며 "삼중수소 농도를 일본 기준의 40분의 1, WHO의 식수 기준의 7분의 1까지 낮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염수를 바닷물로 400~500배 희석해 방류하면 삼중수소 농도가 떨어져 안전할 것이라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입니다.

지난 15일에는 일본 자민당 사토 마사히사 의원이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한다면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일본의 기준대로 정화하면 깨끗해지는 게 맞는지, 또 국내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많은지 따져봤습니다.

■ 백혈병·암 유발 '스트론튬' ...日 기준 최대 만 4천 배↑


먼저 뼈에 축적돼 백혈병과 혈액암 등을 유발해, 가장 해로운 방사성 물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트론튬의 배출량을 살펴보겠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한국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해 6월 후쿠시마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들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스트론튬의 평균 배출량은 일본 내부 기준으로 123배, 최대 배출량은 무려 1만 4천44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HO는 1ℓ당 10㏃(베크렐), 한국은 20㏃, 반면에 일본은 리터당 30㏃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편입니다. 그런데 일본 내부 기준을 적용해도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것입니다.

근육과 장기에 축적돼 감마선 등을 내뿜어 인체 세포 유전자를 손상하는 세슘137은 어떨까요?

최대 배출량이 일본 기준의 9배를 초과합니다. WHO는 세슘137을 10㏃/ℓ이하로 규제하는데, 일본은 9배 높은 90㏃/ℓ가 기준입니다. 한국 기준 50㏃/ℓ 보다도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갑상샘암을 유발하는 아이오딘도 배출 최대값이 일본 기준의 7.9배, 평균값은 1.1배였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들이 배출되는데 일본의 기준치가 WHO나 우리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기준대로 정화한다 해도 "마실 정도로 깨끗하다"는 아소 다로 부총리의 발언은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대부분 방사성 물질 정화 가능"...."정보 공유 및 현장 검증해야"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정화해 일본 기준 미만으로 방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일본 스가 총리가 지난해 9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병인 인제대학교 원자력응용학과 교수는 일본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스트론튬, 세슘 등은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ALPS)를 통해 정화될 수 있다. 다만 이들 물질은 무거운 입자라서 알프스로 두 번 정도는 정화해야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이 공개한 60여 종은 물에 가둬놓으면 약간 침전되지만,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잘 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물을 가둬놔야 하는데 후쿠시마 저장 탱크의 오염수 수용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와 더불어 2백 종류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는 오염수를 처리했다지만, 100% 처리는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다. 현재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만 톤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625개, 2년 후에 140만 톤이 되면 올림픽 규격 수영장 700개 규모다.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제시하는 숫자를 믿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우리 측 전문가의 검증 과정 참여를 IAEA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는데요.

정의용 장관은 일본과의 사전 협의,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정보 공유, IAEA 검증 기준 준수와 검증 과정 참여 등 3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방류를 반대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일본이 오염수 관련 정보를 숨겨온 데다 IAEA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지지한 바 있는 만큼 우리 측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그렇다면 일본 측이 공개한 정보를 토대로 한국의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이 배출한 액체 속 방사성 물질을 살펴보고, 이 두 원전을 비교하는 게 맞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정상 원전 정화수 vs 사고 원전 오염수 "비교 대상도 아냐"


먼저 우리나라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의 액체 폐기물 속 방사성 물질을 살펴봤는데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불가능한 삼중수소, 그리고 코발트60, 세슘137이 공통으로 배출되는 물질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적인 방사성물질은 후쿠시마 원전이 국내 원전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국내 원전은 17종인데 비해 후쿠시마 원전은 63종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도쿄 전력 등이 발표한 것을 토대로 비교한 것이고요, 일본은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들어있는 핵종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운전 중인 국내 원전이 배출하는 정화수와 후쿠시마 오염수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원전으로 원자로 10기가 동시에 녹아내렸고, 연료봉안에 있는 핵종들이 모두 쏟아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한 차례 정화 작업을 거친 오염수의 73%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어 다시 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원전은 정상 운전 원전이고, 방출하는 폐기물에는 삼중수소 외에 별것 없는 깨끗한 물이다. 국내 원전은 냉각수에 삼중수소가 있는 것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오염수에 삼중수소가 있어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정부 인사들은 한국 원전이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더 많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화수와 오염수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많은지도 따져보겠습니다.

■ 日, 과거 배출한 삼중수소량은 모른 척..."30년간 같은 양 방류 주장, 신뢰 어려워"


후쿠시마 원전 저장 탱크에 저장 중인 오염수는 125만 톤이, 삼중수소 1천 테라베크렐(T㏃)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요. 월성 원전 등 국내 5개 원전에서 발생한 삼중수소는 약 210.81T㏃이었습니다.

일본은 30년 동안 나눠서 오염수를 배출하면, 매년 삼중수소 33.3T㏃을 배출하게 돼 한국 원전보다 배출량은 적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이미 배출됐던 오염수 규모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있어, 일본을 주장을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 당시에 석 달 동안 방출된 삼중수소는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일본 정부에서 유리한 데이터를 뽑아내면 다른 나라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훨씬 많아 보일 수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제시하는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한중일 안전 협의체를 재가동시키는 등 국제적인 모니터링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일본 측의 주장대로 30년 내 원전 폐로가 완료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매일 일정량의 오염수가 새로 생기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재환경과 김윤우 과장은 "일본이 앞으로 30~40년 내 폐로를 완료하겠다고 하지만 그 기간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그 기간 내 해양 방출을 종료할 수 있느냐도 불확실하다. 체르노빌도 아직 해체 완료되지 않았다. 빗물 유입량 등에 따라서 오염수 발생량 변동도 크다. 125만 톤만 배출하면 종료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양이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삼중수소 배출량보다는 일본 정부의 "배출 기준 미만으로 정화하겠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인데요.

민병인 인제대 원자력응용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원전 운전 시 자연스럽게 나오는 물질”이라며 “일본 정부는 그 양을 가지고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에도 문제가 없는지를 따지지만, 핵심은 삼중수소 방출량이 아닌 오염수에 관한 일본 정부 데이터의 신뢰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 팩트체크K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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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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