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수익금 기부한다더니…유기견보호소 후원금은 어디로?

입력 2021.04.23 (07:00) 수정 2021.04.23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 유기견 보호소의 딱한 사정이 알려졌습니다. 갑자기 시설 철거 명령이 내려진 겁니다. 한 사회적 기업이 나서 후원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모인 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유기견 보호소는 모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업체 측에 후원금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요. 해당 기업은 비용처리 명세를 공개하며, 남은 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후원금 9천만 원 중 970만 원만 남았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된 이 모금은 '온라인 후원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유기견 보호소인 '아지네마을'의 부지 이전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게 4차례에 걸쳐 모금을 진행했고, 해당 기업이 후원자들에게서 직접 받은 돈까지 모두 8,922만 원 가량을 모았습니다.

이 돈 가운데 아지네마을 측에서 후원 수익금으로 지난달 받은 돈은 976만 원가량 , 모은 돈의 11%가 채 안 됩니다. 해당 사회적 기업은 나머지 돈을 후원을 위한 홍보비 등으로 사용했다며 비용처리 명세를 공개했습니다.

사회적 기업 측이 공개한 후원 관련 비용처리 명세사회적 기업 측이 공개한 후원 관련 비용처리 명세

■ 지출 내역 따져보니...

크게는 세 가지 항목으로 지출했습니다. 후원자들에게 제공되는 물품 원가와 포장비 △ 배송비 등 관련 비용과 홍보·마케팅 비용 △ 세금과 수수료 등 기타 비용입니다.

후원을 진행한 업체는 반지나 후드티를 '리워드'로 제공했습니다. '리워드'란 후원자들에게 후원금의 대가로 주는 제품으로, 일종의 기념품입니다.

특정 제품을 만들기 위한 후원이라면 해당 제품이 '리워드'가 되기도 합니다. 4차례의 후원에서 이러한 기념품을 제작하고 배송하는 데에 들어간 돈이 2,500만 원가량입니다.

그 외에 후원 글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는 데 한 번은 400만 원 가까이를, 다른 한 번은 300만 원 상당을 냈습니다. 일반적인 웨딩 촬영 비용의 3배 이상의 가격입니다.

이외에도 홍보와 협찬, 이를 위한 인건비 명목으로 1,100여만 원을 사용했고, 370만 원의 부가세와 법인세 등도 냈습니다.

이 때문에 세 번째 모금에서는 2천만 원 가까이 모으고도, 결과적으로 천만 원 가량의 적자가 났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후원 활동인가, 수익 활동인가?

이러한 비용 처리에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회계사는 "해당 업체가 비용을 처리하는 방식이 후원금을 모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후원금은 가지고 있다가 대상에게 전달하는 '예수금'의 개념이기에 임의로 사용할 수 없고, 세금 등이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해당 기업은 사실상 반지와 후드티를 판매하는 '수익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사회적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 아지네마을 관련 후원해당 사회적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 아지네마을 관련 후원

해당 사회적 기업 측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후원금에서 법인세 등 세금을 내는 것이 맞느냐고 묻자 '물건을 판매한 매출이 있기에 세금은 당연히 내야 한다'고 설명한 겁니다. 이에 대해 과연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후원에 참여했던 A 씨는 "반지와 후드티 모두 품질에 비해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럼에도 후원금이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간 것"이라며 당황스러움을 표했습니다.

또 다른 후원자 B 씨 역시 "반지는 부차적이고 목적은 유기견보호소 후원이었다."라며 " 반지를 원했다면 전문 브랜드를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아지네마을' 직접 후원이 아니었다고요?

아지네마을 얘기로 돌아와 보죠.

이 유기견 보호소에는 지난 1월, 시설 철거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당장 이전을 하지 않으면 한 해 2,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합니다. 후원금의 행방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박정수 소장은 "우리의 일로 다른 후원 사업에 지장이 생기거나 유기견보호소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같은 피해가 더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당 기업을 고소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사회적 기업은 후원금을 아지네마을에게 전달하기 위한 모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수익금을 모아 자신들이 부지를 사고, 아지네마을의 유기견들을 옮겨와 자신들의 보호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지네마을과 최종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후원을 진행할 당시 일부 후원자에게 '아지네마을과 직접 연결되는 계좌'라며 자신들의 모금 계좌를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또, 보호소 이전을 내걸고 모은 돈이니 이를 지킬 수 없다면 후원금을 환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후원 글에 다 설명했었다'며 환급은 안 된다고 답합니다.

이외에도 해당 기업은 지난해 아지네마을 측에 505만 원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금액이 후원금 명목이었는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또 업체가 전달했다는 그 505만 원이 후원금이었다고 해도, 전체 모금액 대비 아지네마을이 받은 돈은 15%가 조금 넘을 뿐입니다.

나머지 후원금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아지네마을은, 결국 직접 부지 이전을 위한 모금에 나섰습니다.

■ "후원 금액과 사용처 투명해야...온라인 플랫폼 역할도 필요"

논란의 본질은 후원금액과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지 후원 문화 자체가 아닙니다. 후원을 목적으로 모은 돈은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경율 회계사는 "과세당국에서는 지출 증빙을 위한 서류로는 '적격 증빙'이라고 해서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및 현금 영수증을 인정한다."라며 "그 외에는 사실상 실무적으로는 지출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불투명하게 돈이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지출내역에 표기된 금액이 실제로 해당 업체에 입금되거나 사용된 게 맞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비슷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 후원 플랫폼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황경태 스프링앤파트너스 변호사는 " 플랫폼에서 약관 등을 통해 목표 전달액이나 제대로 된 영수증을 투명하게 후원자들에게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며 "부족한 부분은 입법 절차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회계사 역시 " 플랫폼에서 결코 적지 않은 10~20%의 수수료를 떼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며 "후원자들을 위해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수익금 기부한다더니…유기견보호소 후원금은 어디로?
    • 입력 2021-04-23 07:00:39
    • 수정2021-04-23 07:00:51
    취재후·사건후

한 유기견 보호소의 딱한 사정이 알려졌습니다. 갑자기 시설 철거 명령이 내려진 겁니다. 한 사회적 기업이 나서 후원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모인 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유기견 보호소는 모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업체 측에 후원금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요. 해당 기업은 비용처리 명세를 공개하며, 남은 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후원금 9천만 원 중 970만 원만 남았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된 이 모금은 '온라인 후원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유기견 보호소인 '아지네마을'의 부지 이전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게 4차례에 걸쳐 모금을 진행했고, 해당 기업이 후원자들에게서 직접 받은 돈까지 모두 8,922만 원 가량을 모았습니다.

이 돈 가운데 아지네마을 측에서 후원 수익금으로 지난달 받은 돈은 976만 원가량 , 모은 돈의 11%가 채 안 됩니다. 해당 사회적 기업은 나머지 돈을 후원을 위한 홍보비 등으로 사용했다며 비용처리 명세를 공개했습니다.

사회적 기업 측이 공개한 후원 관련 비용처리 명세
■ 지출 내역 따져보니...

크게는 세 가지 항목으로 지출했습니다. 후원자들에게 제공되는 물품 원가와 포장비 △ 배송비 등 관련 비용과 홍보·마케팅 비용 △ 세금과 수수료 등 기타 비용입니다.

후원을 진행한 업체는 반지나 후드티를 '리워드'로 제공했습니다. '리워드'란 후원자들에게 후원금의 대가로 주는 제품으로, 일종의 기념품입니다.

특정 제품을 만들기 위한 후원이라면 해당 제품이 '리워드'가 되기도 합니다. 4차례의 후원에서 이러한 기념품을 제작하고 배송하는 데에 들어간 돈이 2,500만 원가량입니다.

그 외에 후원 글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는 데 한 번은 400만 원 가까이를, 다른 한 번은 300만 원 상당을 냈습니다. 일반적인 웨딩 촬영 비용의 3배 이상의 가격입니다.

이외에도 홍보와 협찬, 이를 위한 인건비 명목으로 1,100여만 원을 사용했고, 370만 원의 부가세와 법인세 등도 냈습니다.

이 때문에 세 번째 모금에서는 2천만 원 가까이 모으고도, 결과적으로 천만 원 가량의 적자가 났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후원 활동인가, 수익 활동인가?

이러한 비용 처리에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회계사는 "해당 업체가 비용을 처리하는 방식이 후원금을 모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후원금은 가지고 있다가 대상에게 전달하는 '예수금'의 개념이기에 임의로 사용할 수 없고, 세금 등이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해당 기업은 사실상 반지와 후드티를 판매하는 '수익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사회적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 아지네마을 관련 후원
해당 사회적 기업 측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후원금에서 법인세 등 세금을 내는 것이 맞느냐고 묻자 '물건을 판매한 매출이 있기에 세금은 당연히 내야 한다'고 설명한 겁니다. 이에 대해 과연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후원에 참여했던 A 씨는 "반지와 후드티 모두 품질에 비해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럼에도 후원금이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간 것"이라며 당황스러움을 표했습니다.

또 다른 후원자 B 씨 역시 "반지는 부차적이고 목적은 유기견보호소 후원이었다."라며 " 반지를 원했다면 전문 브랜드를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아지네마을' 직접 후원이 아니었다고요?

아지네마을 얘기로 돌아와 보죠.

이 유기견 보호소에는 지난 1월, 시설 철거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당장 이전을 하지 않으면 한 해 2,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합니다. 후원금의 행방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박정수 소장은 "우리의 일로 다른 후원 사업에 지장이 생기거나 유기견보호소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같은 피해가 더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당 기업을 고소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사회적 기업은 후원금을 아지네마을에게 전달하기 위한 모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수익금을 모아 자신들이 부지를 사고, 아지네마을의 유기견들을 옮겨와 자신들의 보호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지네마을과 최종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후원을 진행할 당시 일부 후원자에게 '아지네마을과 직접 연결되는 계좌'라며 자신들의 모금 계좌를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또, 보호소 이전을 내걸고 모은 돈이니 이를 지킬 수 없다면 후원금을 환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후원 글에 다 설명했었다'며 환급은 안 된다고 답합니다.

이외에도 해당 기업은 지난해 아지네마을 측에 505만 원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금액이 후원금 명목이었는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또 업체가 전달했다는 그 505만 원이 후원금이었다고 해도, 전체 모금액 대비 아지네마을이 받은 돈은 15%가 조금 넘을 뿐입니다.

나머지 후원금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아지네마을은, 결국 직접 부지 이전을 위한 모금에 나섰습니다.

■ "후원 금액과 사용처 투명해야...온라인 플랫폼 역할도 필요"

논란의 본질은 후원금액과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지 후원 문화 자체가 아닙니다. 후원을 목적으로 모은 돈은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경율 회계사는 "과세당국에서는 지출 증빙을 위한 서류로는 '적격 증빙'이라고 해서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및 현금 영수증을 인정한다."라며 "그 외에는 사실상 실무적으로는 지출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불투명하게 돈이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지출내역에 표기된 금액이 실제로 해당 업체에 입금되거나 사용된 게 맞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비슷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 후원 플랫폼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황경태 스프링앤파트너스 변호사는 " 플랫폼에서 약관 등을 통해 목표 전달액이나 제대로 된 영수증을 투명하게 후원자들에게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며 "부족한 부분은 입법 절차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회계사 역시 " 플랫폼에서 결코 적지 않은 10~20%의 수수료를 떼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며 "후원자들을 위해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