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내부고발로 350억 원가량 아꼈는데…부패행위신고자와 고소전 벌이는 ‘한국서부발전’

입력 2021.04.22 (08:00) 수정 2021.04.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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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비리 제보했지만..회사는 '묵묵부답'

한국서부발전의 김하순 부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년 동안 한국서부발전이 출자한 인도네시아 해양석탄선적설비회사로 파견을 가 초대 대표이사로 근무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석탄을 선적해 국내 발전사로 수입하는 역할을 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김 부장은 근무 당시 석탄 선적에 쓰이는 컨베이어벨트가 찢어지고 석탄이 눌러붙는 등의 설비 피해가 이어지자, 석탄 품질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통상 저품질의 석탄이 유입될 경우 일어나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분석 결과, 실제 특정 회사의 석탄 열량이 계약 내용보다 400㎉가량 적은 저품질 석탄인 것으로 확인됐고, 서부발전의 연료담당 간부에게 납품 과정에 비리가 의심된다며 회사에 이를 알렸습니다.

당시에는 하나의 탄광에서 나온 단일탄을 들여오는 것이 '구매 기준'이었지만, 실제로는 여러 탄광에서 나온 저품질 혼합탄이 납품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 역시 보고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 문제 제기에 돌아온 '보복성 감사'

김 부장은 2015년 8월, 임기를 마치고 한국서부발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뒤에는 회사 내부의 석탄분석자료를 입수하고 혼합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고했습니다.

회사의 공익을 위해 한 행동이었지만, 김 부장에게 돌아온 건 '보복성 감사'였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은 김 부장이 인도네시아 출자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업무를 해태했다며 징계를 내리려 했습니다.

사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천9백여 만 원의 손실을 입히고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결국, 김 부장은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김하순 부장억울함을 호소하는 김하순 부장

행정소송을 통해 결국 이 징계는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파견된 전적 회사에서의 일로 징계를 한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될 뿐더러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직무를 해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징계가 취소되긴 했지만, 김 부장은 내외부의 오해와 비난 등으로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 국회의원 지적하자 석탄 품질 개선 '일사천리'

내부 보고로는 개선이 어렵다고 생각한 김 부장은 감사원과 국회의원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은 석탄 비리 의혹뿐 아니라, 석탄 품질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김 부장이 제보한 자료와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관련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고, 서부발전은 곧바로 '인니탄 탄질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이 내놓은 인도네시아산 석탄 품질 관리 방안 보고서한국서부발전이 내놓은 인도네시아산 석탄 품질 관리 방안 보고서

해당보고서에는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원산지 정보 부족 문제, 품질 신뢰성 문제, 시험성적서의 공정성 문제, 선적항과 하역항의 석탄 열량차이 문제 등 도입단계별 문제점이 전부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후 개선작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도입한 석탄의 '허용 열량 차' 기준이 줄어드는 등 석탄 품질 분석 기준이 개정됐고, 한 발전회사의 계산 결과, 발전5사의 연간 평균 절감액은 34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발전5사 중 한 곳이 추산한 석탄 구매 절감 비용, 349억 원 상당의 큰 규모로 추산된다발전5사 중 한 곳이 추산한 석탄 구매 절감 비용, 349억 원 상당의 큰 규모로 추산된다

■ 349억 원 아꼈지만..회사와 힘겨운 '고소전'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김 부장은 사장과 전 감사 등 경영진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내부고발을 묵살해 피해를 키우고, 승진 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한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였습니다.

경영진을 고소하자, 한국서부발전도 김 부장을 명예훼손과 무고, 업무방해 혐의로 맞고소 했습니다.

김 부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김 부장을 처벌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실을 밝혀 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 부장과 서부발전 또는 경영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고소 건은 모두 3건...내부고발로 회사는 사실상 연간 350억 원 가량을 아꼈지만, 해당 직원은 회사와 법적 다툼이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내부고발로 350억 원 아꼈는데…‘부패행위 신고자’ 고소한 서부발전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6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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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내부고발로 350억 원가량 아꼈는데…부패행위신고자와 고소전 벌이는 ‘한국서부발전’
    • 입력 2021-04-22 08:00:59
    • 수정2021-04-22 08:01:45
    취재후·사건후

■ 석탄비리 제보했지만..회사는 '묵묵부답'

한국서부발전의 김하순 부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년 동안 한국서부발전이 출자한 인도네시아 해양석탄선적설비회사로 파견을 가 초대 대표이사로 근무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석탄을 선적해 국내 발전사로 수입하는 역할을 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김 부장은 근무 당시 석탄 선적에 쓰이는 컨베이어벨트가 찢어지고 석탄이 눌러붙는 등의 설비 피해가 이어지자, 석탄 품질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통상 저품질의 석탄이 유입될 경우 일어나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분석 결과, 실제 특정 회사의 석탄 열량이 계약 내용보다 400㎉가량 적은 저품질 석탄인 것으로 확인됐고, 서부발전의 연료담당 간부에게 납품 과정에 비리가 의심된다며 회사에 이를 알렸습니다.

당시에는 하나의 탄광에서 나온 단일탄을 들여오는 것이 '구매 기준'이었지만, 실제로는 여러 탄광에서 나온 저품질 혼합탄이 납품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 역시 보고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 문제 제기에 돌아온 '보복성 감사'

김 부장은 2015년 8월, 임기를 마치고 한국서부발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뒤에는 회사 내부의 석탄분석자료를 입수하고 혼합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고했습니다.

회사의 공익을 위해 한 행동이었지만, 김 부장에게 돌아온 건 '보복성 감사'였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은 김 부장이 인도네시아 출자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업무를 해태했다며 징계를 내리려 했습니다.

사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천9백여 만 원의 손실을 입히고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결국, 김 부장은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김하순 부장
행정소송을 통해 결국 이 징계는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파견된 전적 회사에서의 일로 징계를 한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될 뿐더러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직무를 해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징계가 취소되긴 했지만, 김 부장은 내외부의 오해와 비난 등으로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 국회의원 지적하자 석탄 품질 개선 '일사천리'

내부 보고로는 개선이 어렵다고 생각한 김 부장은 감사원과 국회의원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은 석탄 비리 의혹뿐 아니라, 석탄 품질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김 부장이 제보한 자료와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관련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고, 서부발전은 곧바로 '인니탄 탄질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이 내놓은 인도네시아산 석탄 품질 관리 방안 보고서
해당보고서에는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원산지 정보 부족 문제, 품질 신뢰성 문제, 시험성적서의 공정성 문제, 선적항과 하역항의 석탄 열량차이 문제 등 도입단계별 문제점이 전부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후 개선작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도입한 석탄의 '허용 열량 차' 기준이 줄어드는 등 석탄 품질 분석 기준이 개정됐고, 한 발전회사의 계산 결과, 발전5사의 연간 평균 절감액은 34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발전5사 중 한 곳이 추산한 석탄 구매 절감 비용, 349억 원 상당의 큰 규모로 추산된다
■ 349억 원 아꼈지만..회사와 힘겨운 '고소전'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김 부장은 사장과 전 감사 등 경영진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내부고발을 묵살해 피해를 키우고, 승진 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한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였습니다.

경영진을 고소하자, 한국서부발전도 김 부장을 명예훼손과 무고, 업무방해 혐의로 맞고소 했습니다.

김 부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김 부장을 처벌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실을 밝혀 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 부장과 서부발전 또는 경영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고소 건은 모두 3건...내부고발로 회사는 사실상 연간 350억 원 가량을 아꼈지만, 해당 직원은 회사와 법적 다툼이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내부고발로 350억 원 아꼈는데…‘부패행위 신고자’ 고소한 서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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