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관사 도둑 잡은 경찰관 ‘줄줄이 입건’ 왜?

입력 2021.01.19 (16:20) 수정 2021.01.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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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경찰서 부산 해운대경찰서

서장님의 '황금 계급장'이 사라졌습니다! 간 큰 도둑이 경찰서장 관사에 침입에 벌인 일입니다.

범인의 꼬리는 결국 밟혔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들이 지금 경찰청에 입건돼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서장 관사가 털렸다. 그런데…

경찰 등에 따르면 절도범은 지난해 3월, 아파트 실외기를 타고 부산의 한 아파트에 침입했습니다.

하필 그 집은 부산 해운대 경찰서장의 관사였습니다. 절도범은 천 300만 원의 돈 봉투와 ‘치안정감’ 황금 계급장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다른 절도 사건으로 붙잡힌 범인을 조사하던 중 이 범인이 그 간 큰 도둑이란 사실까지 밝혀냈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사건으로 끝났을지 모르는 일은 무성한 뒷말을 낳았습니다. 고위 경찰관의 집에 천만 원이 넘는 돈다발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의아함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치안정감 황금 계급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운대경찰서장의 계급은 경무관입니다. 부산에선 해운대 경찰서장만 유일한 '경무관', 나머지 경찰서장은 모두 한 단계 아래 계급인 '총경'입니다.

치안수요가 많거나 그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중요한 지역이라 인정하는 곳에만 특별히 실시하는 게 바로 ‘경무관 서장제’입니다.

그런 경무관 경찰서장 관사에 두 계급 위시·도경찰청장급의 ‘치안정감’ 계급장이, 그것도 황금으로 만들어진 게 있었던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잇는 각종 추측에 당시 서장은 “ 서장으로 발령받으며 사촌 등으로부터 축하금으로 받은 것”이란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황금 계급장 역시 쭉 좋은 관운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바람이 결국 잘못된 결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수상쩍은 사건 처리 과정… 경찰 권한 확대 우려도

경찰청은 당시 경찰서장과 사건을 처리한 과장급·팀장급 경찰관 등 모두 3명을 입건했습니다. 혐의는 공전자기록 위작 등인데,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등이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하거나 변작했다고 판단할 때 적용합니다.

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꽤 중한 범죄입니다.

경찰청은 이들 경찰관이 서장 관사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고 이를 방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 해명은 있었다지만 금품의 출처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경찰 중 한 명은 “ 공개수사를 진행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은폐나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 진행 과정은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현판식 제막식. 국수본은 경찰 사무를 '국가·자치·수사'로 분리하는 개편과 관련해 수사 담당 기구 역할을 맡는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현판식 제막식. 국수본은 경찰 사무를 '국가·자치·수사'로 분리하는 개편과 관련해 수사 담당 기구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직속상관과 관련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하는데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한쪽에서는 이를 두고 검-경수사관 조정 이후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제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갖게 된 경찰이 사건을 쉬쉬해버리면 이 정도 일쯤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걱정 때문인지 경찰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심사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견제 장치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제기됩니다.

부산경찰청 소통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 이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경찰 자체 의견을 물론 외부 공론화를 거쳐 모두가 인정할 수 있어 견제 장치를 만들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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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서장 관사 도둑 잡은 경찰관 ‘줄줄이 입건’ 왜?
    • 입력 2021-01-19 16:20:44
    • 수정2021-01-19 16:21:02
    취재K
부산 해운대경찰서
서장님의 '황금 계급장'이 사라졌습니다! 간 큰 도둑이 경찰서장 관사에 침입에 벌인 일입니다.

범인의 꼬리는 결국 밟혔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들이 지금 경찰청에 입건돼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서장 관사가 털렸다. 그런데…

경찰 등에 따르면 절도범은 지난해 3월, 아파트 실외기를 타고 부산의 한 아파트에 침입했습니다.

하필 그 집은 부산 해운대 경찰서장의 관사였습니다. 절도범은 천 300만 원의 돈 봉투와 ‘치안정감’ 황금 계급장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다른 절도 사건으로 붙잡힌 범인을 조사하던 중 이 범인이 그 간 큰 도둑이란 사실까지 밝혀냈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사건으로 끝났을지 모르는 일은 무성한 뒷말을 낳았습니다. 고위 경찰관의 집에 천만 원이 넘는 돈다발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의아함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치안정감 황금 계급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운대경찰서장의 계급은 경무관입니다. 부산에선 해운대 경찰서장만 유일한 '경무관', 나머지 경찰서장은 모두 한 단계 아래 계급인 '총경'입니다.

치안수요가 많거나 그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중요한 지역이라 인정하는 곳에만 특별히 실시하는 게 바로 ‘경무관 서장제’입니다.

그런 경무관 경찰서장 관사에 두 계급 위시·도경찰청장급의 ‘치안정감’ 계급장이, 그것도 황금으로 만들어진 게 있었던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잇는 각종 추측에 당시 서장은 “ 서장으로 발령받으며 사촌 등으로부터 축하금으로 받은 것”이란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황금 계급장 역시 쭉 좋은 관운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바람이 결국 잘못된 결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수상쩍은 사건 처리 과정… 경찰 권한 확대 우려도

경찰청은 당시 경찰서장과 사건을 처리한 과장급·팀장급 경찰관 등 모두 3명을 입건했습니다. 혐의는 공전자기록 위작 등인데,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등이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하거나 변작했다고 판단할 때 적용합니다.

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꽤 중한 범죄입니다.

경찰청은 이들 경찰관이 서장 관사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고 이를 방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 해명은 있었다지만 금품의 출처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경찰 중 한 명은 “ 공개수사를 진행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은폐나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 진행 과정은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현판식 제막식. 국수본은 경찰 사무를 '국가·자치·수사'로 분리하는 개편과 관련해 수사 담당 기구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직속상관과 관련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하는데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한쪽에서는 이를 두고 검-경수사관 조정 이후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제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갖게 된 경찰이 사건을 쉬쉬해버리면 이 정도 일쯤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걱정 때문인지 경찰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심사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견제 장치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제기됩니다.

부산경찰청 소통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 이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경찰 자체 의견을 물론 외부 공론화를 거쳐 모두가 인정할 수 있어 견제 장치를 만들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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