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美대사 “한국은 미국, 북한은 중국 선택”

입력 2021.01.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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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이틀 뒤 한국을 떠납니다. 한국 시각으로 21일 새벽 2시,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하고 나면 해리스 대사의 임기도 끝나는데요.

임기 종료를 고작 30여 시간 앞둔 오늘 (19일), 해리스 대사가 제8회 한미동맹포럼 화상 강연으로 그동안의 대사 생활 소회와 한미 동맹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먼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의회 폭력 난입 사태를 언급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현재 처해 있는 어려움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극강의 회복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다는 건데요.

해리스 대사는 이런 헌신을 한국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은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뒷받침하고, 어떤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공동의 가치 중 하나"라며, "이 지역 평화와 안정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한미동맹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은 미국, 북한은 중국 선택"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이자, '극강의 감시 국가'라고 질타했습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밝혔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가 안보 동맹과 무역 동반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면서, "이것은 한미 동맹의 역사에 의심을 심기 위해 만들어진, 잘못된 내러티브"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그대로 옮깁니다.

"저는 대신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미국은 1950년에 선택을 내렸고, 당시에 중국도 선택을 했습니다. 신생국이었던 한국은 1953년에, 북한은 1961년에 선택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선택에 대해 제가 충분히 많은 말씀을 드린 것 같네요."

1950년은 미국이 6·25 전쟁에 참전하고, 중국이 전쟁에 의용군을 보낸 해입니다. 1953년 한미 상호 방위조약이 체결됐고, 1961년에는 북한과 중국의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 체결됐습니다.


해리스 대사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때 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과 비슷합니다.

당시 미 국무부는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평했습니다. 즉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해리스 대사는 "국제 질서 접근 방식에서 미국과 중국은 근본적으로 의견이 다르다"라며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중국이 홍콩과 관련해서 영국과 맺은 조약을 지키지 않았고, 위구르족과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겁니다.

또 "산업 스파이 행위를 시도하고,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위협한 적도 있다"면서 "만약 특정 국가가 여러분을 괴롭히려 한다면 우리(미국)는 여러분과 한팀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한이 적(敵)은 아닐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더는 말 그대로 여러분들의 적은 아닐 수 있지만, 이번 달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위협과 불의적 사태에 대비해 핵전쟁 억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희망하지만, 그 희망이 우리의 행동방침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동맹 활동, 그리고 훈련은 한반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경계를 풀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역사적으로 이미 많은 선례가 있지요. 71년 전, 그 운명적 날에 발생한 사건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71년 전 운명적 날에 발생한 사건'은 1950년 6.25 발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해리스 대사는 "안타깝게도 북한은 3번의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또 3번의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기회를 아직 잘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다"면서, "김정은 총비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등을 위한) 잠재적 기회를 인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군인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전시 작전권 전환 계획도 언급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현재 조건에 기반을 둔 전작권 전환계획이 성실히 이행되고 있지만, 미래 연합사의 운용 능력 검증과 한국군의 핵심 역량 확보 속도가 저희가 원하는 것보단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상호 안보는 절대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며, 전작권은 조건이 충족되는 가까운 미래에 전환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 마지막 메시지는 "한미일 3각 협력"

이별 소회를 밝히기 전, 해리스 대사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건 다름 아닌 '한미일 삼각 협력'이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현재 한국과 일본 간 긴장 상황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어떤 안보나 경제 이슈도 한국과 일본 모두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말로 3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이란 사실에, 특유의 콧수염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해리스 대사. 한때 사임설도 제기됐지만, 순조롭게 임기 종료를 맞게 된 해리스 대사는 환한 얼굴로 "미국 대사로 일하기에 한국보다 좋은 곳은 없고, 미국에게 한국보다 좋은 전략적 파트너나 동맹국은 없다"며 한국에서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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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는 美대사 “한국은 미국, 북한은 중국 선택”
    • 입력 2021-01-19 14:42:36
    취재K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이틀 뒤 한국을 떠납니다. 한국 시각으로 21일 새벽 2시,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하고 나면 해리스 대사의 임기도 끝나는데요.

임기 종료를 고작 30여 시간 앞둔 오늘 (19일), 해리스 대사가 제8회 한미동맹포럼 화상 강연으로 그동안의 대사 생활 소회와 한미 동맹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먼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의회 폭력 난입 사태를 언급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현재 처해 있는 어려움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극강의 회복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다는 건데요.

해리스 대사는 이런 헌신을 한국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은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뒷받침하고, 어떤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공동의 가치 중 하나"라며, "이 지역 평화와 안정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한미동맹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은 미국, 북한은 중국 선택"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이자, '극강의 감시 국가'라고 질타했습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밝혔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가 안보 동맹과 무역 동반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면서, "이것은 한미 동맹의 역사에 의심을 심기 위해 만들어진, 잘못된 내러티브"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그대로 옮깁니다.

"저는 대신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미국은 1950년에 선택을 내렸고, 당시에 중국도 선택을 했습니다. 신생국이었던 한국은 1953년에, 북한은 1961년에 선택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선택에 대해 제가 충분히 많은 말씀을 드린 것 같네요."

1950년은 미국이 6·25 전쟁에 참전하고, 중국이 전쟁에 의용군을 보낸 해입니다. 1953년 한미 상호 방위조약이 체결됐고, 1961년에는 북한과 중국의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 체결됐습니다.


해리스 대사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때 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과 비슷합니다.

당시 미 국무부는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평했습니다. 즉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해리스 대사는 "국제 질서 접근 방식에서 미국과 중국은 근본적으로 의견이 다르다"라며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중국이 홍콩과 관련해서 영국과 맺은 조약을 지키지 않았고, 위구르족과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겁니다.

또 "산업 스파이 행위를 시도하고,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위협한 적도 있다"면서 "만약 특정 국가가 여러분을 괴롭히려 한다면 우리(미국)는 여러분과 한팀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한이 적(敵)은 아닐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더는 말 그대로 여러분들의 적은 아닐 수 있지만, 이번 달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위협과 불의적 사태에 대비해 핵전쟁 억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희망하지만, 그 희망이 우리의 행동방침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동맹 활동, 그리고 훈련은 한반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경계를 풀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역사적으로 이미 많은 선례가 있지요. 71년 전, 그 운명적 날에 발생한 사건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71년 전 운명적 날에 발생한 사건'은 1950년 6.25 발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해리스 대사는 "안타깝게도 북한은 3번의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또 3번의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기회를 아직 잘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다"면서, "김정은 총비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등을 위한) 잠재적 기회를 인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군인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전시 작전권 전환 계획도 언급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현재 조건에 기반을 둔 전작권 전환계획이 성실히 이행되고 있지만, 미래 연합사의 운용 능력 검증과 한국군의 핵심 역량 확보 속도가 저희가 원하는 것보단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상호 안보는 절대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며, 전작권은 조건이 충족되는 가까운 미래에 전환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 마지막 메시지는 "한미일 3각 협력"

이별 소회를 밝히기 전, 해리스 대사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건 다름 아닌 '한미일 삼각 협력'이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현재 한국과 일본 간 긴장 상황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어떤 안보나 경제 이슈도 한국과 일본 모두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말로 3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이란 사실에, 특유의 콧수염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해리스 대사. 한때 사임설도 제기됐지만, 순조롭게 임기 종료를 맞게 된 해리스 대사는 환한 얼굴로 "미국 대사로 일하기에 한국보다 좋은 곳은 없고, 미국에게 한국보다 좋은 전략적 파트너나 동맹국은 없다"며 한국에서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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