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닫는 美 코로나…왜 LA는 통제 불능이 됐나

입력 2021.01.16 (22:16) 수정 2021.01.1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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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들어 미국의 코로나19는 꺾일 줄 모르고 누적 확진자가 2천3백만 명을 넘는 등 가파른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로스앤젤레스지역은 지난 두 달 사이 감염자가 급격히 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이영현 특파원 연결합니다.

미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는데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것 같아요?

[기자]

CNN 방송은 새해 들어 14일까지 2주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4만2천8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루 평균 3천5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진 겁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어제까지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2천3백52만 명, 누적 사망자 수를 39만 천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미국은 백신접종으로 확산세가 꺾이길 바라고 있지만 일부지역에서 백진 부족으로 접종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뉴욕의 한 의료기관은 백신 접종 예약을 무더기로 취소했고, 뉴욕대 병원은 신규 접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오리건주 콜로라도주에서도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백신을 공급받지 못해 주지사들이 연방 정부에 거세게 항의했다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현재까지 배포된 백신은 천 230만 회 분량으로, 1차례 이상 접종 인구는 천 60만 명입니다.

[앵커]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가 통제 불능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로스앤젤레스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금요일까지 98만9천9백 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누적 사망자는 만 3천 명을 넘겼습니다.

보건당국은 현재 주민 3명 가운데 1명꼴로 코로나 19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LA에서는 6초마다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6분에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LA에 코로나19가 속수무책으로 퍼지게 된 건 사적 모임이 허용됐던 지난해 11월 초부터 시작됐다는 게 로스앤젤레스 보건당국의 분석입니다.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 11월 말 자택 대피령을 다시 내렸지만 이미 때를 놓친 뒤였습니다.

환자가 넘치다 보니 병원에 병상이 부족해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왜 이런 상황이 된 건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로스앤젤레스에서 25년간 장례업체를 운영해온 칼린 씨.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늘면서 업무가 크게 늘었습니다.

[로버트 칼린/장례업체 대표 : "2배 정도입니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3~4배는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 유가족의 장례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시신을 보관할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칼린/장례업체 대표 : "시신들이 처리되지 못하면 추가로 받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장례 의뢰를 많이 받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주 정부는 시신 보관용 냉동 트레일러 12대를 긴급 지원했지만 역부족입니다.

사설 구급차 업체들도 업무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평균 25대 안팎의 구급차가 항상 거리에서 환자를 옮기고 있습니다.

일반 환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코로나19 환잡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가 하루 만 명을 쉽게 넘으니 병원에 병상이 없습니다.

몇 시간씩 기다리기 일쑵니다.

[레드먼드 스테판/상황실 직원 :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단순 이송업무가 많았지만 현재는 환자를 병원 이송하는 데 병상이 마련될 때까지 대원들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보건당국은 살 수 있는 환자만 이송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짐 카라스/구급차 업체 최고운영책임자 : "이 상황은 제가 일해 온 38년 동안 우리 의료 시스템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최악의 충격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엔 지난해 11월 초 하루 10명 안팎이던 코로나 사망자가 한 달 뒤 백 명대로 올라서더니 이제 2백 명을 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로스앤젤레스가 이렇게 심각해진 이유를 인구 밀도가 높은 데다 저소득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꼽습니다.

[제시카 리베라/코비드 추적 프로젝트 전문가 : "LA 지역은 미국 내에서 주거 환경이 가장 밀집된 곳입니다. 이 때문에 가족 간 전파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히스패닉 라틴계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들인데, 이들이 로스앤젤레스 인구의 48.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가친척들이 한 집에서 살고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저소득 근로자라 감염 위험이 큰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바이러스 전문가 : "히스패닉 사람들은 대가족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봐온 것은 의료와 생활에 엄청난 불균형과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비율을 보면 로스앤젤레스는 평균 116명인 데 비해 라틴계는 181명으로 피해가 가장 심각합니다.

현실적 지원 없이 무조건적인 영업 제한과 자택 대피령 등 규제만 고집해 행정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커진 것도 확산세를 막지 못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가브리엘 로드리게즈/시민 : "좀 짜증나죠. 사람들도 지친 것 같고요. 그러나 어쩔 수 없죠. 규제를 잘 따르는 수밖에요."]

[시마 야스민/前 CDC 질병조사관 : "제 생각에 코로나 피로는 현실적인 문제 요소입니다. 벌써 코로나 대유행 10, 11개월 차에 접어 들었는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은 집 안에서 격리를 할 여력이 없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보건당국은 성탄절과 새해 연휴 때 모임으로 인한 영향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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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으로 치닫는 美 코로나…왜 LA는 통제 불능이 됐나
    • 입력 2021-01-16 22:16:42
    • 수정2021-01-16 22: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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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들어 미국의 코로나19는 꺾일 줄 모르고 누적 확진자가 2천3백만 명을 넘는 등 가파른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로스앤젤레스지역은 지난 두 달 사이 감염자가 급격히 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이영현 특파원 연결합니다.

미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는데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것 같아요?

[기자]

CNN 방송은 새해 들어 14일까지 2주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4만2천8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루 평균 3천5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진 겁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어제까지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2천3백52만 명, 누적 사망자 수를 39만 천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미국은 백신접종으로 확산세가 꺾이길 바라고 있지만 일부지역에서 백진 부족으로 접종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뉴욕의 한 의료기관은 백신 접종 예약을 무더기로 취소했고, 뉴욕대 병원은 신규 접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오리건주 콜로라도주에서도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백신을 공급받지 못해 주지사들이 연방 정부에 거세게 항의했다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현재까지 배포된 백신은 천 230만 회 분량으로, 1차례 이상 접종 인구는 천 60만 명입니다.

[앵커]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가 통제 불능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로스앤젤레스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금요일까지 98만9천9백 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누적 사망자는 만 3천 명을 넘겼습니다.

보건당국은 현재 주민 3명 가운데 1명꼴로 코로나 19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LA에서는 6초마다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6분에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LA에 코로나19가 속수무책으로 퍼지게 된 건 사적 모임이 허용됐던 지난해 11월 초부터 시작됐다는 게 로스앤젤레스 보건당국의 분석입니다.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 11월 말 자택 대피령을 다시 내렸지만 이미 때를 놓친 뒤였습니다.

환자가 넘치다 보니 병원에 병상이 부족해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왜 이런 상황이 된 건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로스앤젤레스에서 25년간 장례업체를 운영해온 칼린 씨.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늘면서 업무가 크게 늘었습니다.

[로버트 칼린/장례업체 대표 : "2배 정도입니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3~4배는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 유가족의 장례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시신을 보관할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칼린/장례업체 대표 : "시신들이 처리되지 못하면 추가로 받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장례 의뢰를 많이 받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주 정부는 시신 보관용 냉동 트레일러 12대를 긴급 지원했지만 역부족입니다.

사설 구급차 업체들도 업무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평균 25대 안팎의 구급차가 항상 거리에서 환자를 옮기고 있습니다.

일반 환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코로나19 환잡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가 하루 만 명을 쉽게 넘으니 병원에 병상이 없습니다.

몇 시간씩 기다리기 일쑵니다.

[레드먼드 스테판/상황실 직원 :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단순 이송업무가 많았지만 현재는 환자를 병원 이송하는 데 병상이 마련될 때까지 대원들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보건당국은 살 수 있는 환자만 이송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짐 카라스/구급차 업체 최고운영책임자 : "이 상황은 제가 일해 온 38년 동안 우리 의료 시스템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최악의 충격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엔 지난해 11월 초 하루 10명 안팎이던 코로나 사망자가 한 달 뒤 백 명대로 올라서더니 이제 2백 명을 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로스앤젤레스가 이렇게 심각해진 이유를 인구 밀도가 높은 데다 저소득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꼽습니다.

[제시카 리베라/코비드 추적 프로젝트 전문가 : "LA 지역은 미국 내에서 주거 환경이 가장 밀집된 곳입니다. 이 때문에 가족 간 전파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히스패닉 라틴계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들인데, 이들이 로스앤젤레스 인구의 48.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가친척들이 한 집에서 살고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저소득 근로자라 감염 위험이 큰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바이러스 전문가 : "히스패닉 사람들은 대가족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봐온 것은 의료와 생활에 엄청난 불균형과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비율을 보면 로스앤젤레스는 평균 116명인 데 비해 라틴계는 181명으로 피해가 가장 심각합니다.

현실적 지원 없이 무조건적인 영업 제한과 자택 대피령 등 규제만 고집해 행정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커진 것도 확산세를 막지 못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가브리엘 로드리게즈/시민 : "좀 짜증나죠. 사람들도 지친 것 같고요. 그러나 어쩔 수 없죠. 규제를 잘 따르는 수밖에요."]

[시마 야스민/前 CDC 질병조사관 : "제 생각에 코로나 피로는 현실적인 문제 요소입니다. 벌써 코로나 대유행 10, 11개월 차에 접어 들었는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은 집 안에서 격리를 할 여력이 없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보건당국은 성탄절과 새해 연휴 때 모임으로 인한 영향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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