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하 44.7도 최강 한파에 곳곳 ‘전력난’

입력 2021.01.16 (22:01) 수정 2021.01.1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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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새해 벽두부터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와 가까운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모허지역은 영하 40도 아래로 기온이 뚝떨어졌는데요.

갑작스런 강추위에 난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중국이 호주로 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중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헤이룽장성 모허.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인 지난 5일, 기온이 영하 44.7도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공기중 수분이 응결되면서 빙판길 도로는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백 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탕하이위/얼음 조각가 : "오늘이 가장 추운 날이에요. 하얀수증기가 나오잖아요. 다운 재킷 2겹에 면 1.5kg 되는 면 바지와 두꺼운 장갑을 끼어야 합니다."]

영하 40도의 극강의 추위가 이어지면서 이곳에선 '라면 세우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동북의 라면이에요."]

["이미 완전히 얼었어요."]

강추위가 반가운 눈과 얼음의 축제인 하얼빈 빙등제는 어느 해보다 차가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한파가 덮치면서 아름다운 얼름 조각과 화려한 조명은 그 빛을 잃었습니다.

끓는 물을 공중에 뿌리는 놀이는 겨울왕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리궈화/관광객 : "저는 이 한기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여기에 왔어요. 그리고 공기 중에 물을 뿌리면 얼어 버리는 걸 해 봤는데 정말 좋아요. 신기해요."]

북극발 한파에 바다도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극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얼음인 유빙이 해수면을 뒤덮었습니다.

북한 면적보다 더 큰 13만 제곱 킬로미터 크기의 유빙이 보하이만과 황하이에서 관측되고 있습니다.

[리거/자연자원부 엔지니어 : "현재 보하이와 황하이의 결빙상황은 최근 10년 동안 같은 기간에 비해 엄중한 상황입니다. 해상 가스 채굴과 항만 운송 등 업체가 각기 다른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최강 한파가 닥치면서 난방용 석탄을 운송하는 석탄 열차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겨울철 발전용 석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왕여우하이/선양 철도국 작업자 : "겨울이 되면서 전력 석탄 수요가 급증해 작업량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어요. 우리 작업자들은 20분 일찍 교대합니다."]

석탄 생산업체도 물량을 대기 위해 바빠졌습니다.

세계 최대 석탄회사와 화력발전소를 운영중인 이 국영업체는 요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가동을 최대로 올리고 있습니다.

[리우즈장/국가에너지그룹 총통제실 주임 : "연탄(생산량)과 발전량이 닷새째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면서 매일 30만 톤씩 석탄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구이저우의 구이양에서는 최근 아파트 엘리베이터 30대가 정전으로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구이양시 아파트 주민 : 복도도 다 캄캄하고 비상용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짜증나요. 저는 애들까지 데리고 있는데 고층에 살고 있어서 피곤하네요."]

후난성 창사에서도 정전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창사시 주민 : "전기 난로랑 에어컨이 안 되는 걸 보고 관리실에 찾아갔는데 저희 건물 전체 10층짜리 오피스텔이 다 정전됐어요."]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자 후난성은 질서 있는 전력 사용을 당부하는 통지문까지 내려 보냈습니다.

이와 함께 전기난로나 전기 오븐과 같은 전력 소비가 많은 가정기구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세계 최대 도매시장으로 불리는 '이우'에서는 전력 제한 조치로 공장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지난 연말, 주문이 쇄도했지만 공장은 불이 꺼진 채 텅 비었습니다.

중국 동부 저장성과 후난성, 남부 장시성에서 시작한 정전사태는 광둥과 상하이까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화춘잉/중국외교부 대변인 : "이 부분은 2가지 주요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 성장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 것입니다. 둘째는 전기 난방 수요가 크게 증가해 사용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으면서 생긴 여파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호주가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주장하자, 중국은 이에 발끈해 수입 석탄의 57%를 차지하는 호주산의 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석탄 가격이 올랐고, 전력회사들은 석탄 재고를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강추위가 몰려오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불가피하게 제한 송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석탄뿐만 아니라 호주산 양고기와 쇠고기, 와인 등에 대해 수입 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왕젠보/양고기 가공업체 관리자 : "하루에 1,500마리의 양을 도축하는데 여전히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요. 많이 올랐어요. 지난달에 비해 양 한 마리당 100위안 넘게씩 올랐어요."]

수입 의존도가 지난해 60%에 달하던 철광석도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리스윈/닝보제철 구매 담당 : "철광석 가격이 12월 1일 이후 큰 폭으로 급등했습니다. 단 며칠 만에 가격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석탄 광산업자에 석탄 채굴 속도를 높일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선양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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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영하 44.7도 최강 한파에 곳곳 ‘전력난’
    • 입력 2021-01-16 22:01:49
    • 수정2021-01-16 22: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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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새해 벽두부터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와 가까운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모허지역은 영하 40도 아래로 기온이 뚝떨어졌는데요.

갑작스런 강추위에 난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중국이 호주로 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중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헤이룽장성 모허.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인 지난 5일, 기온이 영하 44.7도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공기중 수분이 응결되면서 빙판길 도로는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백 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탕하이위/얼음 조각가 : "오늘이 가장 추운 날이에요. 하얀수증기가 나오잖아요. 다운 재킷 2겹에 면 1.5kg 되는 면 바지와 두꺼운 장갑을 끼어야 합니다."]

영하 40도의 극강의 추위가 이어지면서 이곳에선 '라면 세우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동북의 라면이에요."]

["이미 완전히 얼었어요."]

강추위가 반가운 눈과 얼음의 축제인 하얼빈 빙등제는 어느 해보다 차가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한파가 덮치면서 아름다운 얼름 조각과 화려한 조명은 그 빛을 잃었습니다.

끓는 물을 공중에 뿌리는 놀이는 겨울왕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리궈화/관광객 : "저는 이 한기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여기에 왔어요. 그리고 공기 중에 물을 뿌리면 얼어 버리는 걸 해 봤는데 정말 좋아요. 신기해요."]

북극발 한파에 바다도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극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얼음인 유빙이 해수면을 뒤덮었습니다.

북한 면적보다 더 큰 13만 제곱 킬로미터 크기의 유빙이 보하이만과 황하이에서 관측되고 있습니다.

[리거/자연자원부 엔지니어 : "현재 보하이와 황하이의 결빙상황은 최근 10년 동안 같은 기간에 비해 엄중한 상황입니다. 해상 가스 채굴과 항만 운송 등 업체가 각기 다른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최강 한파가 닥치면서 난방용 석탄을 운송하는 석탄 열차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겨울철 발전용 석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왕여우하이/선양 철도국 작업자 : "겨울이 되면서 전력 석탄 수요가 급증해 작업량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어요. 우리 작업자들은 20분 일찍 교대합니다."]

석탄 생산업체도 물량을 대기 위해 바빠졌습니다.

세계 최대 석탄회사와 화력발전소를 운영중인 이 국영업체는 요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가동을 최대로 올리고 있습니다.

[리우즈장/국가에너지그룹 총통제실 주임 : "연탄(생산량)과 발전량이 닷새째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면서 매일 30만 톤씩 석탄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구이저우의 구이양에서는 최근 아파트 엘리베이터 30대가 정전으로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구이양시 아파트 주민 : 복도도 다 캄캄하고 비상용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짜증나요. 저는 애들까지 데리고 있는데 고층에 살고 있어서 피곤하네요."]

후난성 창사에서도 정전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창사시 주민 : "전기 난로랑 에어컨이 안 되는 걸 보고 관리실에 찾아갔는데 저희 건물 전체 10층짜리 오피스텔이 다 정전됐어요."]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자 후난성은 질서 있는 전력 사용을 당부하는 통지문까지 내려 보냈습니다.

이와 함께 전기난로나 전기 오븐과 같은 전력 소비가 많은 가정기구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세계 최대 도매시장으로 불리는 '이우'에서는 전력 제한 조치로 공장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지난 연말, 주문이 쇄도했지만 공장은 불이 꺼진 채 텅 비었습니다.

중국 동부 저장성과 후난성, 남부 장시성에서 시작한 정전사태는 광둥과 상하이까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화춘잉/중국외교부 대변인 : "이 부분은 2가지 주요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 성장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 것입니다. 둘째는 전기 난방 수요가 크게 증가해 사용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으면서 생긴 여파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호주가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주장하자, 중국은 이에 발끈해 수입 석탄의 57%를 차지하는 호주산의 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석탄 가격이 올랐고, 전력회사들은 석탄 재고를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강추위가 몰려오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불가피하게 제한 송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석탄뿐만 아니라 호주산 양고기와 쇠고기, 와인 등에 대해 수입 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왕젠보/양고기 가공업체 관리자 : "하루에 1,500마리의 양을 도축하는데 여전히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요. 많이 올랐어요. 지난달에 비해 양 한 마리당 100위안 넘게씩 올랐어요."]

수입 의존도가 지난해 60%에 달하던 철광석도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리스윈/닝보제철 구매 담당 : "철광석 가격이 12월 1일 이후 큰 폭으로 급등했습니다. 단 며칠 만에 가격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석탄 광산업자에 석탄 채굴 속도를 높일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선양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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