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어촌뉴딜④ 진정한 어촌 혁신 ‘주민 주도’로 이뤄야

입력 2020.12.28 (13:38) 수정 2020.12.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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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시대 국가발전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습니다. 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New) 변화시키겠다는 약속(Deal)으로, 기존 수도권 중심 발전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과 친환경적 발전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최근 뉴딜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이미 2018년부터 '어촌뉴딜 300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KBS제주 탐사K팀은 '어촌뉴딜 300 사업'이 침체된 어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네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낙후된 어촌어항을 살리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3조 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어촌뉴딜 300 사업'. 하지만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사업 준비 절차인 예비계획 단계를 비롯해 본격 추진 절차인 기본계획 단계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으면 성공은 담보할 수 없고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질 텐데요. 어촌뉴딜 300 사업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까요?

■ 순항 비결은 '주민 주도'…"지역협의체·역량 강화 중요"

어촌뉴딜 300 사업 2차연도에 선정된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2리는 지역특산품인 옥돔을 테마로 어촌 교류센터와 옥돔 생산기지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흥2리는 지난 9월 해양수산부의 기본계획 심의를 원안 통과하면서 제주지역 2차연도 대상지 중 가장 먼저 계획을 고시했는데요. 별다른 갈등 없이 기본계획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준비된 마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촌뉴딜 300 사업 이전부터 마을활성화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려 다양한 사업을 벌여온 김흥부 태흥2리장은 "20여 명이 모여 마을의 큰 계획을 세우고 분과별 모임도 했다"며 "어촌뉴딜이 뭔지도 몰랐던 마을 주민들이 자주 모여 공부를 했고, 사업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해녀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어촌뉴딜 300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해양수산부는 상향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하는 '지역협의체'를 꾸리도록 했는데요. 하지만 주민 의견과 전문가 자문이 기본계획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형식적인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주민 주도로 사업을 이끌어가겠다면서도,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비가 전체 사업비의 5% 이하 수준인 것도 문젭니다. 대상지 선정 이후에야 진행되는 데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한 지역협의체 전문가는 "지역협의체를 통해 장시간 접촉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계획을 만든 다음 주민들을 갖다 붙여서 줄 세워 끌어가는 방식은 어촌뉴딜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짧은 기간 많은 대상지를 선정해 예산만 지원하면 끝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복수의 예비 사업지를 선정한 뒤 역량 강화를 우선하고 본선 심사를 거치는 식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안봉수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집중적인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 잘 따라오는 마을들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대상지를 선정했으면 한다"며 "떨어지더라도 역량을 강화해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주민이 끌어갈 수 있는 체계·성과평가 개선 필요

사업 과정에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하고, 사업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을 지원하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라해문 어촌뉴딜 300 사업 지역협의체 전문가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과 어려움을 청취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사업이 종료되고 나서 또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개선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의 근본 목적을 다시 점검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낙후된 지역은 불가피하게 SOC 사업에 치중하게 되는데, 비교적 발달된 어촌도 예산 소진이 쉬운 SOC 사업을 추진해 하향 평준화가 나타나는 겁니다.

현대화 사업과 특화 사업을 구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고광희 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자문위원은 "어촌뉴딜은 어촌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해서 그 지역에 활력을 찾고 사람들을 오가게 만들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하지만 너도나도 현대화 사업만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없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어촌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특히 무분별한 개발로 어촌 생태계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안동만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오염 줄이기 설계, 또는 요즘 하는 말로 저영향 설계를 꼭 구현을 해야 될 것 같다"며 "아직 기본계획 같은데 보면 그런 개념이 부족하고 반영이 거의 안 되고 있어서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과평가 개선도 요구됩니다. 어촌뉴딜 300 사업의 성과 지표는 대상지 선정 개수로만 설정됐는데, 예산만 내주면 자동 달성돼 재정지원 효과를 관리할 수 없습니다. 단계별 성과평가를 도입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점검하며 문제를 보완해야 사업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김광남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체계적으로 다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5년 뒤에는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보완해서 전문적 연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지역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전체 예산이 3조 원에 달하는 어촌뉴딜 300 사업, 주민들은 어촌 한 곳에 평균 1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지성 제주시 세화리장은 "동네 이장이 바랄 게 뭐가 있겠느냐"면서 "어촌뉴딜 사업을 통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바다를 접할 수 있고, 또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바다를 통해 지역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고순애 제주시 비양어촌계장은 "이왕이면 주민들한테, 어민들한테 도움 되는 쪽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며 막대한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길 바랐습니다.

김흥부 서귀포시 태흥2리장은 "그동안에는 마을 자체에 수입이 없었다"며 "옥돔을 가공하고 우리가 홍보를 잘해서 우리 마을 하면 명품 옥돔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기대했습니다.

예산만 놓고 봐도 어촌뉴딜 300 사업은 침체한 지역 어촌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 임기 내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하다면 결국 토목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옵니다.

주민과 전문가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스스로 지역을 살릴 해법을 찾는 사업이 되려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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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8 13:38:28
    • 수정2020-12-28 13: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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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시대 국가발전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습니다. 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New) 변화시키겠다는 약속(Deal)으로, 기존 수도권 중심 발전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과 친환경적 발전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최근 뉴딜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이미 2018년부터 '어촌뉴딜 300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KBS제주 탐사K팀은 '어촌뉴딜 300 사업'이 침체된 어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네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br />

낙후된 어촌어항을 살리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3조 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어촌뉴딜 300 사업'. 하지만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사업 준비 절차인 예비계획 단계를 비롯해 본격 추진 절차인 기본계획 단계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으면 성공은 담보할 수 없고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질 텐데요. 어촌뉴딜 300 사업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까요?

■ 순항 비결은 '주민 주도'…"지역협의체·역량 강화 중요"

어촌뉴딜 300 사업 2차연도에 선정된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2리는 지역특산품인 옥돔을 테마로 어촌 교류센터와 옥돔 생산기지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흥2리는 지난 9월 해양수산부의 기본계획 심의를 원안 통과하면서 제주지역 2차연도 대상지 중 가장 먼저 계획을 고시했는데요. 별다른 갈등 없이 기본계획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준비된 마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촌뉴딜 300 사업 이전부터 마을활성화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려 다양한 사업을 벌여온 김흥부 태흥2리장은 "20여 명이 모여 마을의 큰 계획을 세우고 분과별 모임도 했다"며 "어촌뉴딜이 뭔지도 몰랐던 마을 주민들이 자주 모여 공부를 했고, 사업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해녀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어촌뉴딜 300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해양수산부는 상향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하는 '지역협의체'를 꾸리도록 했는데요. 하지만 주민 의견과 전문가 자문이 기본계획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형식적인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주민 주도로 사업을 이끌어가겠다면서도,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비가 전체 사업비의 5% 이하 수준인 것도 문젭니다. 대상지 선정 이후에야 진행되는 데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한 지역협의체 전문가는 "지역협의체를 통해 장시간 접촉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계획을 만든 다음 주민들을 갖다 붙여서 줄 세워 끌어가는 방식은 어촌뉴딜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짧은 기간 많은 대상지를 선정해 예산만 지원하면 끝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복수의 예비 사업지를 선정한 뒤 역량 강화를 우선하고 본선 심사를 거치는 식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안봉수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집중적인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 잘 따라오는 마을들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대상지를 선정했으면 한다"며 "떨어지더라도 역량을 강화해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주민이 끌어갈 수 있는 체계·성과평가 개선 필요

사업 과정에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하고, 사업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을 지원하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라해문 어촌뉴딜 300 사업 지역협의체 전문가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과 어려움을 청취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사업이 종료되고 나서 또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개선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의 근본 목적을 다시 점검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낙후된 지역은 불가피하게 SOC 사업에 치중하게 되는데, 비교적 발달된 어촌도 예산 소진이 쉬운 SOC 사업을 추진해 하향 평준화가 나타나는 겁니다.

현대화 사업과 특화 사업을 구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고광희 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자문위원은 "어촌뉴딜은 어촌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해서 그 지역에 활력을 찾고 사람들을 오가게 만들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하지만 너도나도 현대화 사업만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없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어촌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특히 무분별한 개발로 어촌 생태계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안동만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오염 줄이기 설계, 또는 요즘 하는 말로 저영향 설계를 꼭 구현을 해야 될 것 같다"며 "아직 기본계획 같은데 보면 그런 개념이 부족하고 반영이 거의 안 되고 있어서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과평가 개선도 요구됩니다. 어촌뉴딜 300 사업의 성과 지표는 대상지 선정 개수로만 설정됐는데, 예산만 내주면 자동 달성돼 재정지원 효과를 관리할 수 없습니다. 단계별 성과평가를 도입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점검하며 문제를 보완해야 사업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김광남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체계적으로 다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5년 뒤에는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보완해서 전문적 연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지역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전체 예산이 3조 원에 달하는 어촌뉴딜 300 사업, 주민들은 어촌 한 곳에 평균 1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지성 제주시 세화리장은 "동네 이장이 바랄 게 뭐가 있겠느냐"면서 "어촌뉴딜 사업을 통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바다를 접할 수 있고, 또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바다를 통해 지역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고순애 제주시 비양어촌계장은 "이왕이면 주민들한테, 어민들한테 도움 되는 쪽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며 막대한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길 바랐습니다.

김흥부 서귀포시 태흥2리장은 "그동안에는 마을 자체에 수입이 없었다"며 "옥돔을 가공하고 우리가 홍보를 잘해서 우리 마을 하면 명품 옥돔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기대했습니다.

예산만 놓고 봐도 어촌뉴딜 300 사업은 침체한 지역 어촌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 임기 내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하다면 결국 토목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옵니다.

주민과 전문가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스스로 지역을 살릴 해법을 찾는 사업이 되려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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