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어촌뉴딜③ 3조 쏟아붓는데 ‘지속성’은 의문

입력 2020.12.28 (13:32) 수정 2020.12.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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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시대 국가발전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습니다. 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New) 변화시키겠다는 약속(Deal)으로, 기존 수도권 중심 발전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과 친환경적 발전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최근 뉴딜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이미 2018년부터 '어촌뉴딜 300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KBS제주 탐사K팀은 '어촌뉴딜 300 사업'이 침체된 어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네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낙후된 어촌어항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어촌뉴딜 300 사업'. 해양수산부는 3년에 걸쳐 어촌 300곳에 평균 100억 원씩 총 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요. 하지만 앞서 보도한 것처럼 예비계획 단계부터 허술하게 수립된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추진 절차인 기본계획 단계에서는 보완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 1차연도 사업 선정 이후 ‘제자리’…왜?

2018년 말 어촌뉴딜 300 사업 1차연도 대상지로 선정된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2년여가 흐른 현재 얼마 만큼 지역에 활기가 돌고 있을지 직접 가봤습니다.

지난 1일 KBS제주 탐사K팀이 찾은 비양도 도항선 대합실은 망가진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바닥에 구멍이 뻥 뚫려 있고, 의자도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라던 부지엔 낡은 운동기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기본계획 수립을 마쳤는데도 사업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겁니다.

윤성민 비양리장은 "2018년 하반기인 12월에 뉴딜 사업이 선정됐지만 2019년, 2020년이 다 지나가는데도 너무 긴 세월 사업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1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도항선 대합실 모습. 입구 바닥이 뚫려 있고, 고장난 자전거 등 쓰레기가 방치돼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이날 비양도를 찾은 관광객들 중 대합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지난 1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도항선 대합실 모습. 입구 바닥이 뚫려 있고, 고장난 자전거 등 쓰레기가 방치돼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이날 비양도를 찾은 관광객들 중 대합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애초 기본계획에 주민과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대상지 선정 이후 지역 실정에 맞게 예비계획을 수정하고 싶어도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고순애 비양도 어촌계장은 "될 수 있으면 이 안(예비계획)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하는 분위기였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큰돈이 들어오는데 우리 어민들한테 돌아가는 게 뭐지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어촌뉴딜 300 사업 추진을 위해 꾸려진 지역협의체에 참여한 전문가 역시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아이디어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데 왜 논의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형식적인 과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와 주민들은 이런 상황이 빚어진 이유로 수행 기관을 지목했습니다.

손병곤 비양도 청년회장은 "지금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솔직히 마을 주민들이 모르고 있다"며 "기본계획 수립 이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이 미흡하다 보니 직접 수행 기관(한국어촌어항공단)에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 사업 위탁이 불가피한 구조…"수행 능력 의문"

어촌뉴딜 300 사업은 지자체에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두도록 하고, 담당자의 순환근무를 지양하도록 했습니다.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전담 조직을 꾸린 대상지는 1, 2차연도 대상지 190곳 중 26곳뿐으로 14%에 불과하고, 어촌뉴딜 300 사업만 전담하는 직원도 드뭅니다.

안동만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담당자들이) 순환 보직을 하다 보니 내용 파악을 잘 못 해서 기본계획이 부실하거나 자문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들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자치단체별 집행 실적이 저조하면 다음 해 대상지 선정에 불이익을 받게 되다 보니, 결국 대부분 지자체가 해양수산부 지정 공공기관에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1, 2차 대상지 190곳 중 절반가량인 46%(89곳)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29%(55곳)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맡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24%(46곳)만 지자체가 직접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탁 기관에 사업비의 9%가량을 수수료로 지급하는데, 문제는 전문성과 적극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해양수산부에서 어촌뉴딜 300 사업 정책을 발굴하던 2018년, 기존 한국어촌어항협회에서 공단으로 승격했습니다. 이사장을 비롯해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주요 임원이 대부분 해수부 출신인데, 최근 3년간 새로 채용한 인원이 현원의 68%에 이릅니다.

한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대부분 어항 전문가들"이라며 "어촌뉴딜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게 어촌 콘텐츠 개발인데 SOC 위주로만 진행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사업 수행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총괄조정가는 "농촌과 어촌은 천지 차이"이라며 "자꾸 농촌 콘텐츠를 어촌에 가져오려고 하는데 그것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꼬집었습니다.

두 기관이 단순히 용역 발주를 대행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 어촌뉴딜 300 사업 지역협의체 전문가는 "지금 하는 역할에 9억을 쓴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라며 "대행을 하도록 훈련이 돼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선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한국어촌어항공단은 "국내 유일 어항분야 전문 공공기관으로서 국가 대행사업 시행 경험이 풍부하다"며 "신입 직원은 기존 직원과 협업하도록 업무를 분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현재까지 4백여 곳의 어촌종합개발사업을 수탁한 경험이 있다"며 "어항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어촌뉴딜사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자문은 자문일 뿐?"…전문가의 자문 실효성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직접 수행하면 문제가 없을까?

해수부는 기본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도록 대상지 별로 민간 자문위원 3명을 배치했는데, 현장 자문이 두 번에 불과한 데다,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 자문위원은 "자문위원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충분한 권한은 없다"며 "그러다 보니 아무리 지적해도 자문은 그냥 자문에서 끝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총괄조정가는 불필요한 개발이 우려되는데도 예산 조정 권한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안동만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아무리 불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이 들어도 사업을 제외하거나 예산을 삭감할 순 없다"며 "사업 내용에서 대안을 검토할 것을 요청하거나 예산 단가가 과도한지 검토하라고 간접적으로 요청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의가 마무리되면 더는 개입할 수도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안봉수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애쓰게 심의 조정한 것들이 지자체 단체장의 결재에 의해서 변경이 가능하다"며 "조정시켜도 또 원상태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뜻 자문체계가 잘 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에 드는 이윱니다.


■ 주민 주도 사업인데 역량 강화는 '허술'

사업을 이끌어 갈 주민들의 역량 강화도 문제입니다. 상향식 사업을 지향하면서도 사업지 선정 이후에야 역량 강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광희 어촌 뉴딜 300 사업 민간 자문위원은 "역량강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서 이런 것들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현 방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역량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 비중은 전체 사업비의 5%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애초 3%에서 늘린 겁니다. 김광남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농촌 사업을 보면 한 10% 정도가 역량 강화 사업비로 산정되는데 농촌사업에 비하면 상당히 적다"며 "기간적으로도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형식적인 교육일 뿐이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손병곤 비양도 청년회장은 "지금은 모든 주민을 어울려놓고 교육을 하고 있다"며 "솔직히 마을의 나이 드신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좀 체계적으로 역량 강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봉수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그때(사업 종료 시기가) 되면 행정이나 전문가들이 손을 떼버립니다."라며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지 못했을 때는 그 사업에 대한 효과가 반감됨은 물론 지속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고광희 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자문위원은 "10년, 20년 계속 우리(마을)가 이것을 사용할 수 있게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게 사실은 중요하다"며 "그런 계획은 좀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어촌의 자생력 제고를 위해 역량 강화 운영 현황을 점검하겠다"면서 "우수 사례 홍보를 통해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본계획 심의 이후 사업내용 변경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총 사업비 30% 이상 변경부터는 해수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의 뼈대가 되는 계획 수립부터 흔들리고 있는 어촌뉴딜 300 사업. 다음 순서에서는 어촌뉴딜 사업을 제대로 끌고 가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모색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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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어촌뉴딜③ 3조 쏟아붓는데 ‘지속성’은 의문
    • 입력 2020-12-28 13:32:02
    • 수정2020-12-28 13:33:38
    탐사K
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시대 국가발전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습니다. 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New) 변화시키겠다는 약속(Deal)으로, 기존 수도권 중심 발전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과 친환경적 발전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최근 뉴딜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이미 2018년부터 '어촌뉴딜 300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KBS제주 탐사K팀은 '어촌뉴딜 300 사업'이 침체된 어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네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br />

낙후된 어촌어항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어촌뉴딜 300 사업'. 해양수산부는 3년에 걸쳐 어촌 300곳에 평균 100억 원씩 총 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요. 하지만 앞서 보도한 것처럼 예비계획 단계부터 허술하게 수립된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추진 절차인 기본계획 단계에서는 보완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 1차연도 사업 선정 이후 ‘제자리’…왜?

2018년 말 어촌뉴딜 300 사업 1차연도 대상지로 선정된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2년여가 흐른 현재 얼마 만큼 지역에 활기가 돌고 있을지 직접 가봤습니다.

지난 1일 KBS제주 탐사K팀이 찾은 비양도 도항선 대합실은 망가진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바닥에 구멍이 뻥 뚫려 있고, 의자도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라던 부지엔 낡은 운동기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기본계획 수립을 마쳤는데도 사업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겁니다.

윤성민 비양리장은 "2018년 하반기인 12월에 뉴딜 사업이 선정됐지만 2019년, 2020년이 다 지나가는데도 너무 긴 세월 사업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1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도항선 대합실 모습. 입구 바닥이 뚫려 있고, 고장난 자전거 등 쓰레기가 방치돼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이날 비양도를 찾은 관광객들 중 대합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애초 기본계획에 주민과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대상지 선정 이후 지역 실정에 맞게 예비계획을 수정하고 싶어도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고순애 비양도 어촌계장은 "될 수 있으면 이 안(예비계획)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하는 분위기였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큰돈이 들어오는데 우리 어민들한테 돌아가는 게 뭐지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어촌뉴딜 300 사업 추진을 위해 꾸려진 지역협의체에 참여한 전문가 역시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아이디어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데 왜 논의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형식적인 과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와 주민들은 이런 상황이 빚어진 이유로 수행 기관을 지목했습니다.

손병곤 비양도 청년회장은 "지금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솔직히 마을 주민들이 모르고 있다"며 "기본계획 수립 이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이 미흡하다 보니 직접 수행 기관(한국어촌어항공단)에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 사업 위탁이 불가피한 구조…"수행 능력 의문"

어촌뉴딜 300 사업은 지자체에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두도록 하고, 담당자의 순환근무를 지양하도록 했습니다.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전담 조직을 꾸린 대상지는 1, 2차연도 대상지 190곳 중 26곳뿐으로 14%에 불과하고, 어촌뉴딜 300 사업만 전담하는 직원도 드뭅니다.

안동만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담당자들이) 순환 보직을 하다 보니 내용 파악을 잘 못 해서 기본계획이 부실하거나 자문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들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자치단체별 집행 실적이 저조하면 다음 해 대상지 선정에 불이익을 받게 되다 보니, 결국 대부분 지자체가 해양수산부 지정 공공기관에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1, 2차 대상지 190곳 중 절반가량인 46%(89곳)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29%(55곳)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맡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24%(46곳)만 지자체가 직접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탁 기관에 사업비의 9%가량을 수수료로 지급하는데, 문제는 전문성과 적극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해양수산부에서 어촌뉴딜 300 사업 정책을 발굴하던 2018년, 기존 한국어촌어항협회에서 공단으로 승격했습니다. 이사장을 비롯해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주요 임원이 대부분 해수부 출신인데, 최근 3년간 새로 채용한 인원이 현원의 68%에 이릅니다.

한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대부분 어항 전문가들"이라며 "어촌뉴딜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게 어촌 콘텐츠 개발인데 SOC 위주로만 진행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사업 수행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총괄조정가는 "농촌과 어촌은 천지 차이"이라며 "자꾸 농촌 콘텐츠를 어촌에 가져오려고 하는데 그것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꼬집었습니다.

두 기관이 단순히 용역 발주를 대행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 어촌뉴딜 300 사업 지역협의체 전문가는 "지금 하는 역할에 9억을 쓴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라며 "대행을 하도록 훈련이 돼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선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한국어촌어항공단은 "국내 유일 어항분야 전문 공공기관으로서 국가 대행사업 시행 경험이 풍부하다"며 "신입 직원은 기존 직원과 협업하도록 업무를 분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현재까지 4백여 곳의 어촌종합개발사업을 수탁한 경험이 있다"며 "어항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어촌뉴딜사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자문은 자문일 뿐?"…전문가의 자문 실효성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직접 수행하면 문제가 없을까?

해수부는 기본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도록 대상지 별로 민간 자문위원 3명을 배치했는데, 현장 자문이 두 번에 불과한 데다,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 자문위원은 "자문위원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충분한 권한은 없다"며 "그러다 보니 아무리 지적해도 자문은 그냥 자문에서 끝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총괄조정가는 불필요한 개발이 우려되는데도 예산 조정 권한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안동만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아무리 불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이 들어도 사업을 제외하거나 예산을 삭감할 순 없다"며 "사업 내용에서 대안을 검토할 것을 요청하거나 예산 단가가 과도한지 검토하라고 간접적으로 요청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의가 마무리되면 더는 개입할 수도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안봉수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애쓰게 심의 조정한 것들이 지자체 단체장의 결재에 의해서 변경이 가능하다"며 "조정시켜도 또 원상태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뜻 자문체계가 잘 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에 드는 이윱니다.


■ 주민 주도 사업인데 역량 강화는 '허술'

사업을 이끌어 갈 주민들의 역량 강화도 문제입니다. 상향식 사업을 지향하면서도 사업지 선정 이후에야 역량 강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광희 어촌 뉴딜 300 사업 민간 자문위원은 "역량강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서 이런 것들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현 방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역량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 비중은 전체 사업비의 5%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애초 3%에서 늘린 겁니다. 김광남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농촌 사업을 보면 한 10% 정도가 역량 강화 사업비로 산정되는데 농촌사업에 비하면 상당히 적다"며 "기간적으로도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형식적인 교육일 뿐이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손병곤 비양도 청년회장은 "지금은 모든 주민을 어울려놓고 교육을 하고 있다"며 "솔직히 마을의 나이 드신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좀 체계적으로 역량 강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봉수 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는 "그때(사업 종료 시기가) 되면 행정이나 전문가들이 손을 떼버립니다."라며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지 못했을 때는 그 사업에 대한 효과가 반감됨은 물론 지속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고광희 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자문위원은 "10년, 20년 계속 우리(마을)가 이것을 사용할 수 있게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게 사실은 중요하다"며 "그런 계획은 좀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어촌의 자생력 제고를 위해 역량 강화 운영 현황을 점검하겠다"면서 "우수 사례 홍보를 통해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본계획 심의 이후 사업내용 변경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총 사업비 30% 이상 변경부터는 해수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의 뼈대가 되는 계획 수립부터 흔들리고 있는 어촌뉴딜 300 사업. 다음 순서에서는 어촌뉴딜 사업을 제대로 끌고 가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모색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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