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박물관 낙찰 보물이 ‘도난 문화재’…문화재청 책임?

입력 2020.10.23 (21:48) 수정 2020.10.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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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3월, 국립한글박물관이 경매에 나온 보물 한 점을 낙찰받았는데요.

알고 보니 도난당한 뒤 해외로 밀반출됐던 문화재였습니다.

문화재청은 과거에 이미 이 문화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걸 두 차례 확인하고도, 경매 직전까지 방치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몽산화상법어약록'.

원나라 승려 몽산화상이 기록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선 전기에 한글로 번역한 책입니다.

불교사뿐 아니라 훈민정음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현재까지 7권이 확인됐습니다.

올해 3월 그중 한 권이 국내 경매에 출품됐고, 국립한글박물관이 1억 8천만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984년 보물로 지정됐지만 도둑맞아 미국으로 밀반출된 도난 문화재였습니다.

문화재청은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도난 문화재 목록을 공개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박물관 측은 문화재청의 도난 문화재 목록에 이 책이 없다 보니 장물이라는 걸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음성변조 : "(경매 전) 확인할 때는 그 목록에 없었어요. 너무 당혹스러웠고, 빠르게 낙찰 취소 확인서를 받게 된 겁니다."]

취재 결과 문화재청은 이미 2003년과 2018년 정기조사에서 이 책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책 판매자가 경매 직전 소유자 변경 신청을 하자 그제서야 뒤늦게 도난 문화재 목록에 이 책을 올린 겁니다.

소유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도난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문화재는 4건이 더 있습니다.

[이용/국민의힘 의원 : "지정문화재가 개인소유물이라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이 보존이나 관리가 잘 돼 있는지 확인하고, 불법판매 가능성이 없는지 문화재청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대전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 책이 해외로 반출됐다가 경매로 나온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경매 관련자들을 불러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안재우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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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국립박물관 낙찰 보물이 ‘도난 문화재’…문화재청 책임?
    • 입력 2020-10-23 21:48:13
    • 수정2020-10-23 21: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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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3월, 국립한글박물관이 경매에 나온 보물 한 점을 낙찰받았는데요.

알고 보니 도난당한 뒤 해외로 밀반출됐던 문화재였습니다.

문화재청은 과거에 이미 이 문화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걸 두 차례 확인하고도, 경매 직전까지 방치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몽산화상법어약록'.

원나라 승려 몽산화상이 기록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선 전기에 한글로 번역한 책입니다.

불교사뿐 아니라 훈민정음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현재까지 7권이 확인됐습니다.

올해 3월 그중 한 권이 국내 경매에 출품됐고, 국립한글박물관이 1억 8천만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984년 보물로 지정됐지만 도둑맞아 미국으로 밀반출된 도난 문화재였습니다.

문화재청은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도난 문화재 목록을 공개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박물관 측은 문화재청의 도난 문화재 목록에 이 책이 없다 보니 장물이라는 걸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음성변조 : "(경매 전) 확인할 때는 그 목록에 없었어요. 너무 당혹스러웠고, 빠르게 낙찰 취소 확인서를 받게 된 겁니다."]

취재 결과 문화재청은 이미 2003년과 2018년 정기조사에서 이 책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책 판매자가 경매 직전 소유자 변경 신청을 하자 그제서야 뒤늦게 도난 문화재 목록에 이 책을 올린 겁니다.

소유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도난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문화재는 4건이 더 있습니다.

[이용/국민의힘 의원 : "지정문화재가 개인소유물이라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이 보존이나 관리가 잘 돼 있는지 확인하고, 불법판매 가능성이 없는지 문화재청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대전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 책이 해외로 반출됐다가 경매로 나온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경매 관련자들을 불러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안재우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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