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 2시간 만에 시든 5호 태풍 ‘장미’…서쪽에만 비 뿌리고 사라진 이유는?

입력 2020.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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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호 태풍 ‘장미’ 위성 영상(10일 오전 8시 40분), 태풍 좌측에 저기압이 발달해 있다제5호 태풍 ‘장미’ 위성 영상(10일 오전 8시 40분), 태풍 좌측에 저기압이 발달해 있다

■ 남해안 상륙 2시간 만에 세력 잃은 5호 태풍 '장미'...이유는 주변 '저기압' 

9일 새벽 3시쯤 타이완 남동쪽 해상,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60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5호 태풍 '장미'가 시속 40에서 50km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 발생 하루 만에 한반도에 접근했습니다.  태풍 '장미'는 어제(10일) 오전 제주도에 상륙한 데 이어 이날 오후 2시 50분쯤 경남 거제도에 상륙했습니다.  다행히 태풍은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빠르게 힘을 잃어 상륙 2시간 만에 울산 부근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해졌습니다.

이번 태풍이 과거 다른 태풍과 달리 빠르게 세력이 약해진 이유는 주변에 있던 다른 저기압의 영향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있던 다른 저기압이 태풍이 세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하면서 여느 태풍 같은 소용돌이 구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됐고 태풍 중심의 서쪽에만 비구름을 키우게 된 것입니다.


■ 특이한 태풍?....동쪽에 큰 피해 아닌 서쪽에 많은 비, 이유는? 

원래 태풍은 중심에서 동쪽에 큰 피해를 주는데 이번에는 서쪽에 비구름이 발달하면서 서쪽 지역에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지리산이나 가야산 같은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보성 등 전남 지역에도 100mm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특히, 태풍 중심과 거리가 먼 경기도 양주에는 한때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면서 양주시 일대가 큰 혼란을 빚었습니다. 어제  오후 5시쯤 만송동 도로가 순식간에 물에 잠겨 놀란 운전자들이 비상등을 켜고 도로에 멈춰섰고, 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마치 강 위를 달리는 보트처럼 거센 물살을 만들며 달려야 했다고 주민들은 밝혔습니다.  반면에 태풍 중심 부근과 동쪽 지역은 비가 적었습니다.

원인은 이렇습니다. 태풍이 머금은 수증기는 부근의 저기압 때문에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다가
한반도 북서쪽에 있던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만난 뒤에야 비구름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비구름은 저녁까지 비를 뿌리다 대부분 동해로 물러갔습니다. 

오늘 오전 9시 기준 강수 예상도오늘 오전 9시 기준 강수 예상도

■ 태풍 '장미'는 물러났지만 다시 장맛비...200mm 폭우 내린다

제5호 태풍 '장미'는 이렇게 물러갔지만, 그렇다고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 사이에 다시 비구름이 발달해 최고 200mm의 폭우를 쏟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실제 오늘 새벽 충남 천안과 안성 일대를 중심으로 시간당 4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비구름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어젯밤 8시 무렵부터 서해안 곳곳에서 다시 비구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새벽에는 서해안 상공에서 강한 비구름이 관측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가 또 내릴까요? 어젯밤 자정을 넘어서면서 수도권과 충남 지역으로
강한 비구름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고 오늘 아침에는 비구름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중부지방의 비는 약해지지만, 전북 지역의 비가 강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예측 모델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기상 선진국들의 모델조차 언제 어느 지역에 비가 집중될지는 예보가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상청은 충청과 전북,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까지 넓은 지역에 50에서 최대 200mm의 비가 내린다는 폭넓은 강수량 예보를 내놨습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의 북부, 강원도의 북부, 그 밖의 남부지방에는 30에서 80mm의 비가 더 오겠고  오늘 강원도와 영남, 전남 동부 내륙과 제주도는 무더위가 예상됩니다. 또,  수도권과 충청은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있겠고 한낮에 제주 33도, 대구는 34도까지 기온이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충청과 남부지방의 비는 오늘 그치고 수요일인 내일은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겠지만, 수도권과 영서 지역은 주말까지 비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2020년, '장마 가장 늦게 끝난 해'로 기록...1987년 8월 10일 기록 갈아치워 

이렇게 되면 올해 2020년은 지난 1987년이 보유한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었습니다. 올해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지난 6월 24일 시작해 최소한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면서 33년 만에 장마가 '가장 늦게까지 이어진 해'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중부지방에서 장마 기간이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 기록한 '49일'입니다.  올해 중부지방 장마는 6월 24일부터 48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주말까지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만큼 사상 처음으로 장마 기간이 50일 넘게 이어진 해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앞서 제주는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지속돼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 기간을 기록했습니다. 기존에 제주의 최장 장마 기록은 1998년 '47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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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륙 2시간 만에 시든 5호 태풍 ‘장미’…서쪽에만 비 뿌리고 사라진 이유는?
    • 입력 2020-08-11 08:00:26
    취재K
제5호 태풍 ‘장미’ 위성 영상(10일 오전 8시 40분), 태풍 좌측에 저기압이 발달해 있다
■ 남해안 상륙 2시간 만에 세력 잃은 5호 태풍 '장미'...이유는 주변 '저기압' 

9일 새벽 3시쯤 타이완 남동쪽 해상,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60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5호 태풍 '장미'가 시속 40에서 50km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 발생 하루 만에 한반도에 접근했습니다.  태풍 '장미'는 어제(10일) 오전 제주도에 상륙한 데 이어 이날 오후 2시 50분쯤 경남 거제도에 상륙했습니다.  다행히 태풍은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빠르게 힘을 잃어 상륙 2시간 만에 울산 부근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해졌습니다.

이번 태풍이 과거 다른 태풍과 달리 빠르게 세력이 약해진 이유는 주변에 있던 다른 저기압의 영향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있던 다른 저기압이 태풍이 세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하면서 여느 태풍 같은 소용돌이 구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됐고 태풍 중심의 서쪽에만 비구름을 키우게 된 것입니다.


■ 특이한 태풍?....동쪽에 큰 피해 아닌 서쪽에 많은 비, 이유는? 

원래 태풍은 중심에서 동쪽에 큰 피해를 주는데 이번에는 서쪽에 비구름이 발달하면서 서쪽 지역에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지리산이나 가야산 같은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보성 등 전남 지역에도 100mm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특히, 태풍 중심과 거리가 먼 경기도 양주에는 한때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면서 양주시 일대가 큰 혼란을 빚었습니다. 어제  오후 5시쯤 만송동 도로가 순식간에 물에 잠겨 놀란 운전자들이 비상등을 켜고 도로에 멈춰섰고, 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마치 강 위를 달리는 보트처럼 거센 물살을 만들며 달려야 했다고 주민들은 밝혔습니다.  반면에 태풍 중심 부근과 동쪽 지역은 비가 적었습니다.

원인은 이렇습니다. 태풍이 머금은 수증기는 부근의 저기압 때문에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다가
한반도 북서쪽에 있던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만난 뒤에야 비구름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비구름은 저녁까지 비를 뿌리다 대부분 동해로 물러갔습니다. 

오늘 오전 9시 기준 강수 예상도
■ 태풍 '장미'는 물러났지만 다시 장맛비...200mm 폭우 내린다

제5호 태풍 '장미'는 이렇게 물러갔지만, 그렇다고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 사이에 다시 비구름이 발달해 최고 200mm의 폭우를 쏟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실제 오늘 새벽 충남 천안과 안성 일대를 중심으로 시간당 4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비구름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어젯밤 8시 무렵부터 서해안 곳곳에서 다시 비구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새벽에는 서해안 상공에서 강한 비구름이 관측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가 또 내릴까요? 어젯밤 자정을 넘어서면서 수도권과 충남 지역으로
강한 비구름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고 오늘 아침에는 비구름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중부지방의 비는 약해지지만, 전북 지역의 비가 강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예측 모델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기상 선진국들의 모델조차 언제 어느 지역에 비가 집중될지는 예보가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상청은 충청과 전북,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까지 넓은 지역에 50에서 최대 200mm의 비가 내린다는 폭넓은 강수량 예보를 내놨습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의 북부, 강원도의 북부, 그 밖의 남부지방에는 30에서 80mm의 비가 더 오겠고  오늘 강원도와 영남, 전남 동부 내륙과 제주도는 무더위가 예상됩니다. 또,  수도권과 충청은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있겠고 한낮에 제주 33도, 대구는 34도까지 기온이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충청과 남부지방의 비는 오늘 그치고 수요일인 내일은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겠지만, 수도권과 영서 지역은 주말까지 비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2020년, '장마 가장 늦게 끝난 해'로 기록...1987년 8월 10일 기록 갈아치워 

이렇게 되면 올해 2020년은 지난 1987년이 보유한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었습니다. 올해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지난 6월 24일 시작해 최소한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면서 33년 만에 장마가 '가장 늦게까지 이어진 해'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중부지방에서 장마 기간이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 기록한 '49일'입니다.  올해 중부지방 장마는 6월 24일부터 48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주말까지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만큼 사상 처음으로 장마 기간이 50일 넘게 이어진 해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앞서 제주는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지속돼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 기간을 기록했습니다. 기존에 제주의 최장 장마 기록은 1998년 '47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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