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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홍콩 민주화 상징’ 조슈아 웡에게 “못 다한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입력 2020.08.04 (07:00) 수정 2020.08.04 (19:14)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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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8pEVd9VF84

말로만 들어온 25살 홍콩 청년 조슈아 웡(黃之鋒)과의 인터뷰가 지난 7월 29일에 드디어 성사됐다.

홍콩의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인터뷰 요청을 하고 시간 약속을 잡았다 미뤘다를 서로 반복하길 수 차례, 심지어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약속 시간 30분 넘도록 조슈아 웡이 줌(Zoom)에 접속하지 않아 팀 전체가 철수를 해야 할 지 계속 기다려야 할 지 마음을 졸이게 만든 터였다.

접속 예정 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나서야 화상으로 만나게 된 조슈아 웡은 크게 당황해하거나 과도하게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특유의 덤덤한 모습으로 "오늘도 변호사와 급한 회의가 있어서 늦었다"고 담백하게 사과했다. 그리고 "기소가 돼서 다음 주 법정에 나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요즘 관용차와 오토바이들의 미행과 감시를 받고 있다며 '중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얼마나 더 홍콩에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보안법이 통과된 후에는 매일 염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으로서 조슈아 웡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조슈아: 10대 vs. 슈퍼파워)>에서 보여진 것처럼 그는 좀처럼 잘 웃지 않고 표정 변화가 없는 얼굴을 지닌, 어떻게 보면 '기계같은(?)'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다.

그런가하면 어떤 질문을 해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마치 미리 준비해놓았다는 듯 술술 답변을 이어나가는모습에 '정말 말을 잘 하고 자기만의 확신이 분명하구나!'라는 인상을 주었다.

조슈아 웡은 인터뷰 내내 "현재 홍콩은 '일국양제'가 무너진 '위험한 상황'"이라면서도 "이런 위험이 우리를 죽일 순 없다, 그저 더 강하게 결심하게 할 뿐이다. 계속해서 투쟁하면서 전 세계에 홍콩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겠다(But for activists just like me, we represent the spirit of resistance. We will try all of our paths to resist the people's mandate, to legitimize public support, to prove how the silent majority stands on the side of fellow Hong Kong protesters)"고 강조했다.

1996년에 태어나 지금까지 3번의 옥살이와 8번의 체포를 경험했다면서도 아직 '중국의 검은 감옥에 들어가는 상상까지는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며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일은 좌파 또는 우파처럼 특정 정파나 이념에 따라 갈려서는 안 될 문제"라고 뼈아픈 일침을 놓았다." 또 "영화 <1987>을 보며 독재 정권에 굴복하지 않는 법도 배웠다"고 덧붙였다.

2012년 17살 나이로 '중국 본토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안'을 실력으로 저지시키고(12만여 명 참가), 2014년에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간 도심을 점거한 '우산혁명' 시위를 이끌었던(하루 최고 20만 명 참가) 조슈아 웡에게 '무엇이 그를 행동하게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홍콩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고, 홍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홍콩 사람들의 운명이 친중파 몇몇 상류층에 의해 결정되는 걸 원치 않는다. 홍콩이 새 세대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더 밝은 미래를 갖게 되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이유이자 원동력이며 언젠가는 대한민국처럼 우리도 우리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게 되기를 꿈 꾸고 있다. 친구들과 동료들이 잃은 것을 생각하면 내가 치른 대가는 아무 것도 아니다. 16살 고등학생이 시위 중 진압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11살 초등학생과 84살 노인도 시위 중 체포돼 감옥에서 10년을 보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는 것에 비하면 나는 고작 100일 정도 수감됐다. 따라서 나에게는 그만두거나 포기할 수 있는 변명거리는 없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저 같은 활동가나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행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활동가들, 특히 아직 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이하 어린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이 전 세계인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고 존경 받았으면 좋겠다. 그 당부를 꼭 하고 싶다."

인터뷰가 있은 바로 다음 날,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홍콩 의회(입법회) 선거에서 조슈아 웡을 비롯한 홍콩 민주파 후보 12명의 출마 자격이 아예 박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슈아 웡이 인터뷰 중에 "앞으로 열흘 안으로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전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었다.
  • [취재후] ‘홍콩 민주화 상징’ 조슈아 웡에게 “못 다한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 입력 2020-08-04 07:00:13
    • 수정2020-08-04 19:14:25
    취재후
https://youtu.be/s8pEVd9VF84

말로만 들어온 25살 홍콩 청년 조슈아 웡(黃之鋒)과의 인터뷰가 지난 7월 29일에 드디어 성사됐다.

홍콩의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인터뷰 요청을 하고 시간 약속을 잡았다 미뤘다를 서로 반복하길 수 차례, 심지어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약속 시간 30분 넘도록 조슈아 웡이 줌(Zoom)에 접속하지 않아 팀 전체가 철수를 해야 할 지 계속 기다려야 할 지 마음을 졸이게 만든 터였다.

접속 예정 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나서야 화상으로 만나게 된 조슈아 웡은 크게 당황해하거나 과도하게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특유의 덤덤한 모습으로 "오늘도 변호사와 급한 회의가 있어서 늦었다"고 담백하게 사과했다. 그리고 "기소가 돼서 다음 주 법정에 나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요즘 관용차와 오토바이들의 미행과 감시를 받고 있다며 '중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얼마나 더 홍콩에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보안법이 통과된 후에는 매일 염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으로서 조슈아 웡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조슈아: 10대 vs. 슈퍼파워)>에서 보여진 것처럼 그는 좀처럼 잘 웃지 않고 표정 변화가 없는 얼굴을 지닌, 어떻게 보면 '기계같은(?)'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다.

그런가하면 어떤 질문을 해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마치 미리 준비해놓았다는 듯 술술 답변을 이어나가는모습에 '정말 말을 잘 하고 자기만의 확신이 분명하구나!'라는 인상을 주었다.

조슈아 웡은 인터뷰 내내 "현재 홍콩은 '일국양제'가 무너진 '위험한 상황'"이라면서도 "이런 위험이 우리를 죽일 순 없다, 그저 더 강하게 결심하게 할 뿐이다. 계속해서 투쟁하면서 전 세계에 홍콩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겠다(But for activists just like me, we represent the spirit of resistance. We will try all of our paths to resist the people's mandate, to legitimize public support, to prove how the silent majority stands on the side of fellow Hong Kong protesters)"고 강조했다.

1996년에 태어나 지금까지 3번의 옥살이와 8번의 체포를 경험했다면서도 아직 '중국의 검은 감옥에 들어가는 상상까지는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며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일은 좌파 또는 우파처럼 특정 정파나 이념에 따라 갈려서는 안 될 문제"라고 뼈아픈 일침을 놓았다." 또 "영화 <1987>을 보며 독재 정권에 굴복하지 않는 법도 배웠다"고 덧붙였다.

2012년 17살 나이로 '중국 본토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안'을 실력으로 저지시키고(12만여 명 참가), 2014년에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간 도심을 점거한 '우산혁명' 시위를 이끌었던(하루 최고 20만 명 참가) 조슈아 웡에게 '무엇이 그를 행동하게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홍콩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고, 홍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홍콩 사람들의 운명이 친중파 몇몇 상류층에 의해 결정되는 걸 원치 않는다. 홍콩이 새 세대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더 밝은 미래를 갖게 되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이유이자 원동력이며 언젠가는 대한민국처럼 우리도 우리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게 되기를 꿈 꾸고 있다. 친구들과 동료들이 잃은 것을 생각하면 내가 치른 대가는 아무 것도 아니다. 16살 고등학생이 시위 중 진압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11살 초등학생과 84살 노인도 시위 중 체포돼 감옥에서 10년을 보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는 것에 비하면 나는 고작 100일 정도 수감됐다. 따라서 나에게는 그만두거나 포기할 수 있는 변명거리는 없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저 같은 활동가나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행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활동가들, 특히 아직 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이하 어린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이 전 세계인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고 존경 받았으면 좋겠다. 그 당부를 꼭 하고 싶다."

인터뷰가 있은 바로 다음 날,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홍콩 의회(입법회) 선거에서 조슈아 웡을 비롯한 홍콩 민주파 후보 12명의 출마 자격이 아예 박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슈아 웡이 인터뷰 중에 "앞으로 열흘 안으로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전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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