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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철도 노동자의 비극과 코레일 간부의 웃음
입력 2020.07.31 (11:23) 수정 2020.07.31 (11:24) 취재후
철도 노동자의 죽음과 코레일 간부의 웃음

일곱 살짜리 딸과 부인을 남겨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철도 노동자 정 모 씨. 이 사건을 다시 취재하려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다시 연락한 건 아홉 달 만이었습니다.

"뭐 어떻게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네. 갑자기 또. 되게 당황스럽네. 흐흐허허. 이거 녹음되는 거 아니죠?"

수화기 너머로 코레일 간부의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정 씨의 죽음을 두고 코레일의 자체 감사 결과와는 달리 근로복지공단이 상급자의 '보복성 조치'와 '산업재해'를 인정한 데 대한 회사 입장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첫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합니다. 공식적으로 인터뷰는 안할거고요" 코레일 간부의 이야기가 계속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레일 간부의 웃음과 반응에 잠시 멍해졌습니다. 지난 9개월 동안 남은 가족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전보 계획 통보한 날 저녁에 송별식…"여기는 완전히 KTX"

정 씨는 코레일 광주본부 소속으로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온 시설관리원이었습니다. 노동조합 대의원이기도 했습니다.

사측이 다른 지역으로 전보 발령을 내겠다고 통보한 건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전보를 통보한 바로 그 날 송별식까지 열었습니다. 당사자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전보 계획 통보와 강제 송별식이었습니다.

정 씨는 당시 동료에게 "여기는 완전히 KTX다. 아침에 통보하고 저녁에 송별회까지"라며 괴로워했습니다. 단체협약상 노조 대의원의 경우 인사발령을 내려면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도 무시됐습니다.

부당 인사 항의하자 돌아온 건 '복무규율' 지시

정 씨는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갑작스러운 전보 계획이 부당하다며 항의했습니다. 코레일 측은 결국 인사 계획을 철회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전보를 추진한 정 씨의 직속 상사는 갑자기 5가지 복무규율을 지시하며 지키라고 요구했습니다. 점심 취사 금지와 퇴근 전 15분 이내 복귀, 3~4시간 연속 근무, 미 준수 시 경위서 작성, 경위서 3장 작성 시 인사 조치 등이었습니다.

코레일 광주본부 회의에서 나온 사항을 정 씨의 직속 상사가 임의로 확대하거나 변경한 내용이었는데, 사무실이 아닌 선로를 돌며 현장 근무를 하는 정 씨와 동료들에게는 지키기 쉽지 않은 사항들이었습니다.

정 씨의 직속 상사는 인사 철회 논란 이후 정 씨가 소속된 시설반을 찾아와 복무점검을 하기도 했는데, '보복성 조치'라는 반응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마지막 메시지

정 씨는 이후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자신의 문제 제기 때문에 동료들이 힘들어졌다는 생각에섭니다. 스스로 '멘탈이 붕괴됐다'고 말하고, 몸무게는 5㎏이 빠졌습니다.

노조가 나섰지만, 정 씨의 고민과 심적 압박은 커졌습니다. 성명서에 정 씨의 근무지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정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 불안이 계속됐습니다.

결국, 정씨는 지난해 11월 근무지 앞마당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레일 감사 나섰지만…'직장 내 괴롭힘 아니다' 판단

코레일은 손병석 사장의 지시로 특별감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감사결과 보고서는 유족을 다시 한 번 울렸습니다.

코레일은 정 씨의 상급자가 전보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당일 송별식도 일부 직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연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냈습니다. 결국, 인사도 철회됐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상급자의 복무규율 지시 등에 대해서도 정 씨뿐 아니라 전체 직원에게 적용한 것이어서 정당한 업무라고 했습니다.

상급자가 시골집 울타리 공사에 쓴다며 부하 직원들에게 대나무를 자르게 한 적이 있는데, 이 점만 문제가 된다고 봤습니다. 노조가 성명서를 내면서 정 씨의 소속을 담았다며 책임을 노조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코레일 "다행스럽다. 재발 방지" 진정성은?

판단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뒤집혔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정 씨의 죽음이 '업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산재를 인정했습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전보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체협약상 노조 대의원인 정 씨를 전보하려면 노조와 협의해야 했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당 인사에 항의한 이후 내려진 상급자의 복무규율 지시도 '보복성 조치'라는 위원들도 있었습니다. 코레일의 자체 감사 결론과는 다른 판단이었습니다.

위원회는 노조 역시 고인의 의사와 달리 근무지를 담은 성명서를 내 심리적 압박을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처음에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한다던 코레일은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사고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산재 처리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가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레일은 이번 사건을 정말 안타깝게 여기며 산재 처리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코레일의 정중한 공식 답변은 간부의 웃음 직후 "녹음되는 거 아니죠?"라는 물음에 기자가 "녹음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하고 난 후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 [취재후] 철도 노동자의 비극과 코레일 간부의 웃음
    • 입력 2020-07-31 11:23:49
    • 수정2020-07-31 11:24:21
    취재후
철도 노동자의 죽음과 코레일 간부의 웃음

일곱 살짜리 딸과 부인을 남겨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철도 노동자 정 모 씨. 이 사건을 다시 취재하려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다시 연락한 건 아홉 달 만이었습니다.

"뭐 어떻게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네. 갑자기 또. 되게 당황스럽네. 흐흐허허. 이거 녹음되는 거 아니죠?"

수화기 너머로 코레일 간부의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정 씨의 죽음을 두고 코레일의 자체 감사 결과와는 달리 근로복지공단이 상급자의 '보복성 조치'와 '산업재해'를 인정한 데 대한 회사 입장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첫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합니다. 공식적으로 인터뷰는 안할거고요" 코레일 간부의 이야기가 계속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레일 간부의 웃음과 반응에 잠시 멍해졌습니다. 지난 9개월 동안 남은 가족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전보 계획 통보한 날 저녁에 송별식…"여기는 완전히 KTX"

정 씨는 코레일 광주본부 소속으로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온 시설관리원이었습니다. 노동조합 대의원이기도 했습니다.

사측이 다른 지역으로 전보 발령을 내겠다고 통보한 건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전보를 통보한 바로 그 날 송별식까지 열었습니다. 당사자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전보 계획 통보와 강제 송별식이었습니다.

정 씨는 당시 동료에게 "여기는 완전히 KTX다. 아침에 통보하고 저녁에 송별회까지"라며 괴로워했습니다. 단체협약상 노조 대의원의 경우 인사발령을 내려면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도 무시됐습니다.

부당 인사 항의하자 돌아온 건 '복무규율' 지시

정 씨는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갑작스러운 전보 계획이 부당하다며 항의했습니다. 코레일 측은 결국 인사 계획을 철회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전보를 추진한 정 씨의 직속 상사는 갑자기 5가지 복무규율을 지시하며 지키라고 요구했습니다. 점심 취사 금지와 퇴근 전 15분 이내 복귀, 3~4시간 연속 근무, 미 준수 시 경위서 작성, 경위서 3장 작성 시 인사 조치 등이었습니다.

코레일 광주본부 회의에서 나온 사항을 정 씨의 직속 상사가 임의로 확대하거나 변경한 내용이었는데, 사무실이 아닌 선로를 돌며 현장 근무를 하는 정 씨와 동료들에게는 지키기 쉽지 않은 사항들이었습니다.

정 씨의 직속 상사는 인사 철회 논란 이후 정 씨가 소속된 시설반을 찾아와 복무점검을 하기도 했는데, '보복성 조치'라는 반응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마지막 메시지

정 씨는 이후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자신의 문제 제기 때문에 동료들이 힘들어졌다는 생각에섭니다. 스스로 '멘탈이 붕괴됐다'고 말하고, 몸무게는 5㎏이 빠졌습니다.

노조가 나섰지만, 정 씨의 고민과 심적 압박은 커졌습니다. 성명서에 정 씨의 근무지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정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 불안이 계속됐습니다.

결국, 정씨는 지난해 11월 근무지 앞마당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레일 감사 나섰지만…'직장 내 괴롭힘 아니다' 판단

코레일은 손병석 사장의 지시로 특별감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감사결과 보고서는 유족을 다시 한 번 울렸습니다.

코레일은 정 씨의 상급자가 전보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당일 송별식도 일부 직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연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냈습니다. 결국, 인사도 철회됐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상급자의 복무규율 지시 등에 대해서도 정 씨뿐 아니라 전체 직원에게 적용한 것이어서 정당한 업무라고 했습니다.

상급자가 시골집 울타리 공사에 쓴다며 부하 직원들에게 대나무를 자르게 한 적이 있는데, 이 점만 문제가 된다고 봤습니다. 노조가 성명서를 내면서 정 씨의 소속을 담았다며 책임을 노조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코레일 "다행스럽다. 재발 방지" 진정성은?

판단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뒤집혔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정 씨의 죽음이 '업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산재를 인정했습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전보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체협약상 노조 대의원인 정 씨를 전보하려면 노조와 협의해야 했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당 인사에 항의한 이후 내려진 상급자의 복무규율 지시도 '보복성 조치'라는 위원들도 있었습니다. 코레일의 자체 감사 결론과는 다른 판단이었습니다.

위원회는 노조 역시 고인의 의사와 달리 근무지를 담은 성명서를 내 심리적 압박을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처음에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한다던 코레일은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사고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산재 처리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가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레일은 이번 사건을 정말 안타깝게 여기며 산재 처리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코레일의 정중한 공식 답변은 간부의 웃음 직후 "녹음되는 거 아니죠?"라는 물음에 기자가 "녹음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하고 난 후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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