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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신고자만 바보 되는 것 같아요”…직장 괴롭힘 피해자의 호소문
입력 2020.07.23 (08:00) 수정 2020.07.23 (08:00) 취재후
박용민 씨는 호소문을 써야 했습니다. 가해자를 고소해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내고,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지만 달라진 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호소문에서 박 씨는 가해자들에 대한 재징계와 가해자들의 다른 지역 발령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박 씨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입사한 이후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듣고 폭행도 당했습니다.

회사 감사실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지만 "단어선택을 신중히 해라."라면서 입조심하라는 협박을 듣고 지방 발령까지 당했습니다. 참다못한 박 씨는 지난해 육아휴직을 내고 본격적으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연관 기사] “자로 찌르고 부모 욕까지”…괴롭힘 신고했더니 강제 발령 (20.06.07 KBS 뉴스9)

올 4월 말, 법원은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히 직장 상사 A 씨는 '피해자에게 폭행과 모욕을 가한 것으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라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박 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은 B 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아직도 휴직 중입니다. A 씨 등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해임 등의 처분을 받지 않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와 같은 건물에서 볼 자신도 없고 보복이 두려워 육아휴직이 끝나고 바로 질병 휴직 신청을 냈습니다.

박 씨는 회사가 계속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합니다. '적응 장애'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했던 괴롭힘과 이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 하지만 바뀌지 않는 상황까지…. 박 씨는 분통을 터트립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박용민 씨 (화면은 지난 6월)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박용민 씨 (화면은 지난 6월)

박용민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회사에서) 처음에는 기소 여부를 기다리라고 했어요. 기소되니 1심 결과를 기다리래요. 1심에서 유죄 판결받았는데, 이제는 2심 결과를 기다리자고 해요."
"같은 회사에서 직장 갑질 신고만으로 해임된 사례가 있어요. 그런데 제 사례에선 가해자가 아직도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가해자가 직장 상사이기 때문에 같이 근무하면 어떻게든 보복을 당할 것 같아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A 씨와 관련 해선 2심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본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해임 등 자연면직이 가능한 요건을 갖췄지만, 본인(A 씨)이 항소한 상태다. 최소한 2심은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측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겠지만, 발령 관련 해선 피해자 복귀 시에 고민할 문제다. 복귀하기도 전에 미리 판단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규정상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시에 있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3층짜리 건물입니다. A 씨는 2층에, B 씨는 1층에서 근무하고 있고, 건물 3층은 강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근무 층을 달리하는 분리조치를 취하겠다.'라는 입장이지만, 박 씨는 비현실적인 조치라고 말합니다.

박용민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건물 자체가 워낙 작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어서 층이 달라도 매일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게 현실이에요."
"어쩔 수 없는 휴직과 소송 등으로 제대로 복직한다고 해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계속 피해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신고자만 바보 되는 것 같아요."

피 말리는 소송과 변하지 않은 현실에 박 씨는 지쳤습니다. '제대로 복귀는 할 수 있을지, 가서 보복을 당하진 않을지, 오랜만에 보는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등 고민도 많다고도 털어놨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봤지만, 피해자가 계속 피하거나 숨어야 하는 상황. 나아질 수 있을까요?
  • [취재후] “신고자만 바보 되는 것 같아요”…직장 괴롭힘 피해자의 호소문
    • 입력 2020-07-23 08:00:28
    • 수정2020-07-23 08:00:35
    취재후
박용민 씨는 호소문을 써야 했습니다. 가해자를 고소해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내고,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지만 달라진 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호소문에서 박 씨는 가해자들에 대한 재징계와 가해자들의 다른 지역 발령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박 씨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입사한 이후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듣고 폭행도 당했습니다.

회사 감사실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지만 "단어선택을 신중히 해라."라면서 입조심하라는 협박을 듣고 지방 발령까지 당했습니다. 참다못한 박 씨는 지난해 육아휴직을 내고 본격적으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연관 기사] “자로 찌르고 부모 욕까지”…괴롭힘 신고했더니 강제 발령 (20.06.07 KBS 뉴스9)

올 4월 말, 법원은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히 직장 상사 A 씨는 '피해자에게 폭행과 모욕을 가한 것으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라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박 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은 B 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아직도 휴직 중입니다. A 씨 등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해임 등의 처분을 받지 않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와 같은 건물에서 볼 자신도 없고 보복이 두려워 육아휴직이 끝나고 바로 질병 휴직 신청을 냈습니다.

박 씨는 회사가 계속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합니다. '적응 장애'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했던 괴롭힘과 이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 하지만 바뀌지 않는 상황까지…. 박 씨는 분통을 터트립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박용민 씨 (화면은 지난 6월)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박용민 씨 (화면은 지난 6월)

박용민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회사에서) 처음에는 기소 여부를 기다리라고 했어요. 기소되니 1심 결과를 기다리래요. 1심에서 유죄 판결받았는데, 이제는 2심 결과를 기다리자고 해요."
"같은 회사에서 직장 갑질 신고만으로 해임된 사례가 있어요. 그런데 제 사례에선 가해자가 아직도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가해자가 직장 상사이기 때문에 같이 근무하면 어떻게든 보복을 당할 것 같아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A 씨와 관련 해선 2심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본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해임 등 자연면직이 가능한 요건을 갖췄지만, 본인(A 씨)이 항소한 상태다. 최소한 2심은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측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겠지만, 발령 관련 해선 피해자 복귀 시에 고민할 문제다. 복귀하기도 전에 미리 판단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규정상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시에 있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3층짜리 건물입니다. A 씨는 2층에, B 씨는 1층에서 근무하고 있고, 건물 3층은 강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근무 층을 달리하는 분리조치를 취하겠다.'라는 입장이지만, 박 씨는 비현실적인 조치라고 말합니다.

박용민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건물 자체가 워낙 작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어서 층이 달라도 매일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게 현실이에요."
"어쩔 수 없는 휴직과 소송 등으로 제대로 복직한다고 해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계속 피해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신고자만 바보 되는 것 같아요."

피 말리는 소송과 변하지 않은 현실에 박 씨는 지쳤습니다. '제대로 복귀는 할 수 있을지, 가서 보복을 당하진 않을지, 오랜만에 보는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등 고민도 많다고도 털어놨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봤지만, 피해자가 계속 피하거나 숨어야 하는 상황. 나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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