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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또 주는 ‘이중지원’ 선거보조금…정당의 ‘선거 재테크’
입력 2020.07.14 (11:04) 수정 2020.07.15 (11:58) 탐사K
주고 또 주는 ‘이중지원’ 선거보조금…정당의 ‘선거 재테크’
'선거 재테크'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거가 있는 해, 정당들이 '재테크'를 한다는 뜻입니다. 무슨 돈으로요? 바로 세금입니다.

선거 전, 각 정당에는 선거보조금이 지급됩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또 챙겨줍니다. 선거비용 실비 보전 명목입니다. 둘 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되는 건데요. 쓰라고 주고 썼다고 주는, '주고 또 주는' 이중보전인 셈입니다.

■ 비례 당선인 낸 5개 정당, 선거비용으로 202억 원 보전

지난 6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총선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에게 선거비용 보전액으로 모두 874억여 원을 지급했습니다. 지역구에서 당선됐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 529명에게는 영수증을 제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유효투표 총수의 10~15%를 득표한 후보자 14명에겐 50%를 보전해줬습니다. 이렇게 후보자에게 지급된 671억여 원을 빼고, 나머지 202억여 원은 정당에 지급된 돈입니다.

모든 정당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것은 아닙니다. 비례대표 당선인을 낸 정당만 받아갈 수 있습니다. 21대 총선에선 5개 정당이 해당됩니다.

■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47억 … 보전액 가장 많아

정당 보전액은 단 한 명이라도 당선인을 내면 실비를 보전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다만 실비 보전이라고 무한정 줄 수는 없으니 선거 때마다 제한액을 정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48억 8,600만 원이었습니다. 이 범위 내에서 각 정당이 증빙 자료와 함께 청구하면, 선관위가 심사를 거쳐 보전해 줍니다.

각각 얼마씩 보전받았을까요? 5개 정당 가운데 미래한국당이 가장 많았습니다. 제한액 대비 96.3% 수준인 47억여 원을 보전받았습니다. 정의당은 46억여 원, 더불어시민당은 38억여 원을 보전받았고, 이어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순이었습니다.

2020년 6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2020년 6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

■ '주고 또 주고'…선거비용 '이중 지급'

깨끗한 선거나 정당 정치 활성화를 위해 선거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좋은 취지입니다. 문제는 적정 수준인가, 입니다. 현재 선거 때마다 정당에 지원되는 세금, 사실상 '이중보전'입니다.

선거 전인 지난 3월 30일, 각 정당엔 선거보조금이 지급됐습니다. 선거권자 총수에 보조금 계상단가인 1,047원을 곱해,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비율(정치자금법 제27조 규정)대로 배분해 줬습니다. 이 돈은 실제 선거와 관련해선 어디든 쓸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사실상 용도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선거 전에 쓰라고 돈을 주고, 선거 후엔 쓴 돈을 계산해 또 주는 셈입니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보조금과 보전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사라진 위성정당, 보전액 86억 원은 모(母) 정당으로

그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 위성정당은 재테크 어떻게 했나, 뜯어봤습니다. 두 정당에 들어간 국민 세금은 206억 원. (그래픽 참조) 1·2분기에 걸쳐 받은 경상보조금(더불어시민당은 창당일 기준으로 2분기만 지급)과 선거 전 받은 선거보조금, 그리고 선거 후에 받은 선거비용 보전액을 합친 금액입니다.


비례 당선인을 낸 정당 중 유일한 교섭단체 정당, 미래한국당은 선거보조금 61억여 원에 선거비용 보전액으로 47억여 원을 받았습니다. 더불어시민당은 선거보조금 24억여 원을 받고, 38억여 원을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았습니다.

액수 차이는 있지만 짧은 기간 운영된 위성정당으로서는 종잣돈을 톡톡히 챙긴 셈입니다. 두 위성정당은 선거 직후 모(母)정당에 흡수 합당 되면서 사라졌죠. 결국, 선거 후 지급된 보전액은 각각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통장으로 입금됐습니다.

■ 선관위 "이중 국고지원, 합리적 조정해야"

선거 지원금, 이렇게 쓰고 남을 정도로 넉넉한 이유가 뭘까요? 이중으로 지급되는 보전금과 보전금 제도가 핵심입니다. 이 제도가 시작된 건 2000년부터. 당시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됐는데, 바로 '이중 지급'이라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결국, 중앙선관위는 2013년, 국회에 선거보조금과 보전비용 중복지원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내기에 이릅니다. "선거 때마다 선거비용 보전금액을 지급할 때, 해당 정당에 이미 지급된 선거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감액해서 지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이중 국고지원으로써 불합리하므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전혀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 6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2013년 6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 20대 국회서 법안 발의…임기만료 폐기

정치권에서 자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7년 정병국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중 지원을 없애자는 취지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후 정치개혁특위에 안건이 올라갔는데, 2018년 12월 6일 딱 한 차례 논의됐습니다.

당시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정당 후원회가 허용된 점을 고려할 때 보전 제도를 통해 다시 (선거 경비를) 되돌려는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있고, 선관위도 같은 의견"이라면서, "헌법재판소도 2013년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름대로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한 건데, 정개특위 논의는 몇 마디 이어지다 "계속 논의하는 걸로 하겠다"는 말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2020년 5월 29일, 법안은 임기만료 폐기됐습니다.

■ "이중 보전 이유 불분명", "국민 세금 낭비"

전문가들 견해는 어떨까요? 한국정치법학연구소 박상철 연구위원은 '선거비용 및 선거공영제 개선방안 연구'(2018년) 보고서에서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왜 (사후) 보전해주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면서 "선거비용 보전 제도는 그 근거도 미약하고 목적도 거의 없다. 오직 유력한 후보자, 정당에만 이익을 주는 구조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금도둑 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 역시 "명백한 이중 지원이다. 국민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상보조금 외에 선거 때 선거보조금을 지원받는 것도 일종의 이중 지원 성격이 될 수 있는데, 선거보조금까지 보전받으면 삼중 지원이 될 여지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선관위도, 헌법재판소도, 전문가도 '이중 지원', '세금 낭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법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국회의원입니다. 역시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 걸까요? 21대 국회는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 주고 또 주는 ‘이중지원’ 선거보조금…정당의 ‘선거 재테크’
    • 입력 2020.07.14 (11:04)
    • 수정 2020.07.15 (11:58)
    탐사K
주고 또 주는 ‘이중지원’ 선거보조금…정당의 ‘선거 재테크’
'선거 재테크'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거가 있는 해, 정당들이 '재테크'를 한다는 뜻입니다. 무슨 돈으로요? 바로 세금입니다.

선거 전, 각 정당에는 선거보조금이 지급됩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또 챙겨줍니다. 선거비용 실비 보전 명목입니다. 둘 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되는 건데요. 쓰라고 주고 썼다고 주는, '주고 또 주는' 이중보전인 셈입니다.

■ 비례 당선인 낸 5개 정당, 선거비용으로 202억 원 보전

지난 6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총선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에게 선거비용 보전액으로 모두 874억여 원을 지급했습니다. 지역구에서 당선됐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 529명에게는 영수증을 제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유효투표 총수의 10~15%를 득표한 후보자 14명에겐 50%를 보전해줬습니다. 이렇게 후보자에게 지급된 671억여 원을 빼고, 나머지 202억여 원은 정당에 지급된 돈입니다.

모든 정당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것은 아닙니다. 비례대표 당선인을 낸 정당만 받아갈 수 있습니다. 21대 총선에선 5개 정당이 해당됩니다.

■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47억 … 보전액 가장 많아

정당 보전액은 단 한 명이라도 당선인을 내면 실비를 보전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다만 실비 보전이라고 무한정 줄 수는 없으니 선거 때마다 제한액을 정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48억 8,600만 원이었습니다. 이 범위 내에서 각 정당이 증빙 자료와 함께 청구하면, 선관위가 심사를 거쳐 보전해 줍니다.

각각 얼마씩 보전받았을까요? 5개 정당 가운데 미래한국당이 가장 많았습니다. 제한액 대비 96.3% 수준인 47억여 원을 보전받았습니다. 정의당은 46억여 원, 더불어시민당은 38억여 원을 보전받았고, 이어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순이었습니다.

2020년 6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2020년 6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

■ '주고 또 주고'…선거비용 '이중 지급'

깨끗한 선거나 정당 정치 활성화를 위해 선거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좋은 취지입니다. 문제는 적정 수준인가, 입니다. 현재 선거 때마다 정당에 지원되는 세금, 사실상 '이중보전'입니다.

선거 전인 지난 3월 30일, 각 정당엔 선거보조금이 지급됐습니다. 선거권자 총수에 보조금 계상단가인 1,047원을 곱해,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비율(정치자금법 제27조 규정)대로 배분해 줬습니다. 이 돈은 실제 선거와 관련해선 어디든 쓸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사실상 용도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선거 전에 쓰라고 돈을 주고, 선거 후엔 쓴 돈을 계산해 또 주는 셈입니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보조금과 보전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사라진 위성정당, 보전액 86억 원은 모(母) 정당으로

그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 위성정당은 재테크 어떻게 했나, 뜯어봤습니다. 두 정당에 들어간 국민 세금은 206억 원. (그래픽 참조) 1·2분기에 걸쳐 받은 경상보조금(더불어시민당은 창당일 기준으로 2분기만 지급)과 선거 전 받은 선거보조금, 그리고 선거 후에 받은 선거비용 보전액을 합친 금액입니다.


비례 당선인을 낸 정당 중 유일한 교섭단체 정당, 미래한국당은 선거보조금 61억여 원에 선거비용 보전액으로 47억여 원을 받았습니다. 더불어시민당은 선거보조금 24억여 원을 받고, 38억여 원을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았습니다.

액수 차이는 있지만 짧은 기간 운영된 위성정당으로서는 종잣돈을 톡톡히 챙긴 셈입니다. 두 위성정당은 선거 직후 모(母)정당에 흡수 합당 되면서 사라졌죠. 결국, 선거 후 지급된 보전액은 각각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통장으로 입금됐습니다.

■ 선관위 "이중 국고지원, 합리적 조정해야"

선거 지원금, 이렇게 쓰고 남을 정도로 넉넉한 이유가 뭘까요? 이중으로 지급되는 보전금과 보전금 제도가 핵심입니다. 이 제도가 시작된 건 2000년부터. 당시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됐는데, 바로 '이중 지급'이라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결국, 중앙선관위는 2013년, 국회에 선거보조금과 보전비용 중복지원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내기에 이릅니다. "선거 때마다 선거비용 보전금액을 지급할 때, 해당 정당에 이미 지급된 선거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감액해서 지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이중 국고지원으로써 불합리하므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전혀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 6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2013년 6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 20대 국회서 법안 발의…임기만료 폐기

정치권에서 자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7년 정병국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중 지원을 없애자는 취지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후 정치개혁특위에 안건이 올라갔는데, 2018년 12월 6일 딱 한 차례 논의됐습니다.

당시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정당 후원회가 허용된 점을 고려할 때 보전 제도를 통해 다시 (선거 경비를) 되돌려는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있고, 선관위도 같은 의견"이라면서, "헌법재판소도 2013년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름대로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한 건데, 정개특위 논의는 몇 마디 이어지다 "계속 논의하는 걸로 하겠다"는 말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2020년 5월 29일, 법안은 임기만료 폐기됐습니다.

■ "이중 보전 이유 불분명", "국민 세금 낭비"

전문가들 견해는 어떨까요? 한국정치법학연구소 박상철 연구위원은 '선거비용 및 선거공영제 개선방안 연구'(2018년) 보고서에서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왜 (사후) 보전해주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면서 "선거비용 보전 제도는 그 근거도 미약하고 목적도 거의 없다. 오직 유력한 후보자, 정당에만 이익을 주는 구조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금도둑 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 역시 "명백한 이중 지원이다. 국민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상보조금 외에 선거 때 선거보조금을 지원받는 것도 일종의 이중 지원 성격이 될 수 있는데, 선거보조금까지 보전받으면 삼중 지원이 될 여지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선관위도, 헌법재판소도, 전문가도 '이중 지원', '세금 낭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법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국회의원입니다. 역시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 걸까요? 21대 국회는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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