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거래’ 두 ‘분쟁’…론스타의 노림수에 당했다?

입력 2020.06.25 (22:21) 수정 2020.06.2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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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론스타 관련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8년째 진행 중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의 투자자-국가간 소송, 즉 ISD에서 론스타는 자기네가 이길 거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 이래도 끝까지 갈 거냐, 압박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어떻게 된 내막인지 송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2년 11월 ISD에 분쟁이 제기된 후 양측은 서면으로 상대 주장을 반박합니다.

그러다 2015년 5월 워싱턴에서 만나 치열한 공방을 벌입니다.

8일 동안이나 계속된 1차 심리에 한국 측 증인은 10명.

7명의 전, 현직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론스타와 하나 협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전광우/전 금융위원장 : "우리가 의도적으로 무슨 뭐 이거를 안 해주려고 (시간을) 끌고 그런 것도 당연히 없고..."]

나머지 3명은 론스타와 협상을 직접 진행했던 하나금융 사람들.

이들은 두 가지를 증언합니다.

정부는 협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또 당시 '론스타가 가격을 내려야만 매각을 승인할 것이라고 금융위가 약속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협상전술, 즉 거짓말이다’ 였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그거야 뭐 비슷하게 했을 거예요. 거짓말을 한 게 아니고...그거는 그런 표현을 제가 블러핑(bluffing)이라는 말을 써서 나중에..."]

여기서 론스타의 노림수가 등장합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전 그 말을 믿지는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하나 측은 론스타와의 계약을 위반한 겁니다.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의무를 저버린 거니까요."]

하나금융을 비난하는 갖가지 표현을 써가며 국제상공회의소, ICC에 별도의 분쟁을 제기한 겁니다.

하나의 거짓말로 5억 9천만 달러를 손해 봤다고 주장했지만 의도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 정부가 반론의 기회를 얻지 않는 장을 만들어서 한국 정부에 불리한 어떤 결과를 만들어서 한국 정부와의 소송에 이용하려고 한 거 아니냐..."]

정부와 하나금융은 당황합니다.

하나는 정부를 방어하고 동시에 당시 한 말이 거짓말이었고 또 거짓말이 정당했다는 것까지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아, 저는 몰랐어요. 그건 예상을 못 했어요. 그래서 야~ 이 친구들 뭘 그걸 또 하지? 그렇게 했어요."]

론스타와 하나 사이 새로운 분쟁이 시작되면서 론스타와 정부 분쟁은 사실상 중단됩니다.

[론스타 ISD사건 국제투자분쟁대응단 관계자 : "서면도 왔다 갔다 하고 심리도 4번 다 끝났고. 사실로 그걸로 끝이었는데 ICC 분쟁이 중간에 끼어드는 바람에 뭔가 지연이 됐던 거지."]

지난해 5월 ICC 분쟁 결과가 나오는데 하나금융의 전부 승리.

당시 언론은 론스타의 패배를 강조했지만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결정문을 보지 못한 상태였지만 오히려 정부가 불리해졌을 수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론스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부 상대 분쟁에서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직접 만나 이유를 묻자 하나금융과 분쟁에서 패소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중재판정부는 '우리는 정부가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고 100% 믿는다. 따라서 하나은행은 정부의 볼모였을 뿐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전 그 사실이 ISD 사건에서 저희의 입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하나가 론스타와 한국 정부 분쟁에서 한 증언을 뒤집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하나금융 사람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에이, 천만에. 그렇게 되면 큰일 나지. 아니, 그러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아? 아니, 솔직히 아니, 그리고 내가 여기 와가지고 어떻게 살아남아? 어림없죠. 절대로 그렇게 할 수가 없죠."]

취재팀은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분쟁 과정을 추적했고 진실은 ICC의 결정문에 담겨 있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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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거래’ 두 ‘분쟁’…론스타의 노림수에 당했다?
    • 입력 2020-06-25 22:25:24
    • 수정2020-06-25 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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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론스타 관련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8년째 진행 중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의 투자자-국가간 소송, 즉 ISD에서 론스타는 자기네가 이길 거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 이래도 끝까지 갈 거냐, 압박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어떻게 된 내막인지 송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2년 11월 ISD에 분쟁이 제기된 후 양측은 서면으로 상대 주장을 반박합니다.

그러다 2015년 5월 워싱턴에서 만나 치열한 공방을 벌입니다.

8일 동안이나 계속된 1차 심리에 한국 측 증인은 10명.

7명의 전, 현직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론스타와 하나 협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전광우/전 금융위원장 : "우리가 의도적으로 무슨 뭐 이거를 안 해주려고 (시간을) 끌고 그런 것도 당연히 없고..."]

나머지 3명은 론스타와 협상을 직접 진행했던 하나금융 사람들.

이들은 두 가지를 증언합니다.

정부는 협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또 당시 '론스타가 가격을 내려야만 매각을 승인할 것이라고 금융위가 약속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협상전술, 즉 거짓말이다’ 였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그거야 뭐 비슷하게 했을 거예요. 거짓말을 한 게 아니고...그거는 그런 표현을 제가 블러핑(bluffing)이라는 말을 써서 나중에..."]

여기서 론스타의 노림수가 등장합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전 그 말을 믿지는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하나 측은 론스타와의 계약을 위반한 겁니다.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의무를 저버린 거니까요."]

하나금융을 비난하는 갖가지 표현을 써가며 국제상공회의소, ICC에 별도의 분쟁을 제기한 겁니다.

하나의 거짓말로 5억 9천만 달러를 손해 봤다고 주장했지만 의도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 정부가 반론의 기회를 얻지 않는 장을 만들어서 한국 정부에 불리한 어떤 결과를 만들어서 한국 정부와의 소송에 이용하려고 한 거 아니냐..."]

정부와 하나금융은 당황합니다.

하나는 정부를 방어하고 동시에 당시 한 말이 거짓말이었고 또 거짓말이 정당했다는 것까지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아, 저는 몰랐어요. 그건 예상을 못 했어요. 그래서 야~ 이 친구들 뭘 그걸 또 하지? 그렇게 했어요."]

론스타와 하나 사이 새로운 분쟁이 시작되면서 론스타와 정부 분쟁은 사실상 중단됩니다.

[론스타 ISD사건 국제투자분쟁대응단 관계자 : "서면도 왔다 갔다 하고 심리도 4번 다 끝났고. 사실로 그걸로 끝이었는데 ICC 분쟁이 중간에 끼어드는 바람에 뭔가 지연이 됐던 거지."]

지난해 5월 ICC 분쟁 결과가 나오는데 하나금융의 전부 승리.

당시 언론은 론스타의 패배를 강조했지만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결정문을 보지 못한 상태였지만 오히려 정부가 불리해졌을 수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론스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부 상대 분쟁에서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직접 만나 이유를 묻자 하나금융과 분쟁에서 패소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중재판정부는 '우리는 정부가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고 100% 믿는다. 따라서 하나은행은 정부의 볼모였을 뿐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전 그 사실이 ISD 사건에서 저희의 입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하나가 론스타와 한국 정부 분쟁에서 한 증언을 뒤집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하나금융 사람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에이, 천만에. 그렇게 되면 큰일 나지. 아니, 그러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아? 아니, 솔직히 아니, 그리고 내가 여기 와가지고 어떻게 살아남아? 어림없죠. 절대로 그렇게 할 수가 없죠."]

취재팀은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분쟁 과정을 추적했고 진실은 ICC의 결정문에 담겨 있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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