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상 초유 CPA 시험 유출 의혹’…검찰, 혐의없음 종결

입력 2020.05.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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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인회계사(CPA)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2019년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2019년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 글이 올라오기 전인 6월 말에 시행된 제54회 CPA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 중 3점에 해당하는 2개 문항이, 서울의 00대학교 CPA 준비반 모의고사에서 유출됐다는 내용 등이었는데, 6천 명 넘는 사람이 청원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CPA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 문제와 이보다 한 달 앞서 진행된 00대학교 CPA 준비반 모의고사 문제를 비교해보면, 구체적인 질문은 다르지만 큰 주제가 외부감사인 선정이라는 점에서 같고 제시된 표 형식도 유사합니다.

시험을 주관한 금융감독원은 국민 청원이 올라온 지 사흘 뒤에 열린 1차 브리핑에서 사실이 아니라며 전면 반박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1차 브리핑, 2019년 7월 10일)
"해당 대학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문제는 형식적인 유사점이 있지만, 기출문제 관련 교재들에서도 보편적으로 다루는 일반적인 내용이고 문제에서 묻는 질문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는데 한 달 뒤 금감원은 2차 브리핑을 열고 180도 다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유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당 출제위원인 A 교수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한 겁니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A 교수가 출제장 입소 전인 지난해 5월 초, 모의고사 출제위원인 00대학 B 교수에게 문제가 된 모의고사 문제지를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은 것이 확인됐고, 해당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 문항 간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동일성·유사성도 인정됐다고 말했습니다.

A 교수가 모의고사 두 문항을 인지하고 2차 시험에 인용해 출제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임의 조사만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강제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2차 브리핑, 2019년 8월 28일)
A 교수가 처음엔 해당 모의고사 문제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증거를 제시하자 이를 번복했고, 포렌식 검사를 위한 휴대폰 제출도 거부하는 등 강제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금감원은 수험생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 3점에 해당하는 2개 문항은 모두 정답 처리했습니다. 최종합격자 수는 변동이 없었고, 회계감사 부분 합격자는 10명 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A 교수는 문제지를 전달받은 시점은 금감원이 CPA 시험 출제위원 선정을 위해 의사 타진을 하던 기간이었고, 자신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과거 출제 경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정' 이슈 논란되자 금감원 수사 의뢰... 하지만 8개월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

금감원은 지난해 9월 A 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수사는 8개월 넘게 진행됐는데, 검찰은 지난 11일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KBS가 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수사 의뢰 사건 수사 결과 통보서'를 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는 '양 문제의 동일·유사성에 관하여 이견이 존재할 여지 있고, 피의자가 위 모의고사를 베껴서 출제한 것으로 단정할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춰 혐의없음'으로 처분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A 교수가 해당 모의고사 문제지를 건네받은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 문제지를 그대로 베껴서 CPA 시험에 출제했다고 볼만한 명백한 증거는 없었다"며 불기소 결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상 초유의 CPA 시험 유출 의혹.

당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한숨이 나온다. 슬프다"는 반응부터,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에 '00대학'을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면서, 00대학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노력을 깎아내리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을 내는 등 수험생들 사이에서 적잖은 상처와 갈등,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건 금융당국의 남은 과제가 됐는데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 등이 참여하는 '공인회계사 시험제도 및 실무수습 교육 제도 개선 TF'도 올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CPA 시험 제도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제도 개선을 통해,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신을 자초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앞으로는 재발하지 않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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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사상 초유 CPA 시험 유출 의혹’…검찰, 혐의없음 종결
    • 입력 2020-05-30 08:05:13
    취재K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인회계사(CPA)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2019년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 글이 올라오기 전인 6월 말에 시행된 제54회 CPA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 중 3점에 해당하는 2개 문항이, 서울의 00대학교 CPA 준비반 모의고사에서 유출됐다는 내용 등이었는데, 6천 명 넘는 사람이 청원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CPA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 문제와 이보다 한 달 앞서 진행된 00대학교 CPA 준비반 모의고사 문제를 비교해보면, 구체적인 질문은 다르지만 큰 주제가 외부감사인 선정이라는 점에서 같고 제시된 표 형식도 유사합니다.

시험을 주관한 금융감독원은 국민 청원이 올라온 지 사흘 뒤에 열린 1차 브리핑에서 사실이 아니라며 전면 반박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1차 브리핑, 2019년 7월 10일)
"해당 대학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문제는 형식적인 유사점이 있지만, 기출문제 관련 교재들에서도 보편적으로 다루는 일반적인 내용이고 문제에서 묻는 질문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는데 한 달 뒤 금감원은 2차 브리핑을 열고 180도 다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유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당 출제위원인 A 교수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한 겁니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A 교수가 출제장 입소 전인 지난해 5월 초, 모의고사 출제위원인 00대학 B 교수에게 문제가 된 모의고사 문제지를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은 것이 확인됐고, 해당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 문항 간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동일성·유사성도 인정됐다고 말했습니다.

A 교수가 모의고사 두 문항을 인지하고 2차 시험에 인용해 출제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임의 조사만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강제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2차 브리핑, 2019년 8월 28일)
A 교수가 처음엔 해당 모의고사 문제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증거를 제시하자 이를 번복했고, 포렌식 검사를 위한 휴대폰 제출도 거부하는 등 강제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금감원은 수험생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 3점에 해당하는 2개 문항은 모두 정답 처리했습니다. 최종합격자 수는 변동이 없었고, 회계감사 부분 합격자는 10명 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A 교수는 문제지를 전달받은 시점은 금감원이 CPA 시험 출제위원 선정을 위해 의사 타진을 하던 기간이었고, 자신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과거 출제 경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정' 이슈 논란되자 금감원 수사 의뢰... 하지만 8개월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

금감원은 지난해 9월 A 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수사는 8개월 넘게 진행됐는데, 검찰은 지난 11일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KBS가 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수사 의뢰 사건 수사 결과 통보서'를 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는 '양 문제의 동일·유사성에 관하여 이견이 존재할 여지 있고, 피의자가 위 모의고사를 베껴서 출제한 것으로 단정할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춰 혐의없음'으로 처분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A 교수가 해당 모의고사 문제지를 건네받은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 문제지를 그대로 베껴서 CPA 시험에 출제했다고 볼만한 명백한 증거는 없었다"며 불기소 결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상 초유의 CPA 시험 유출 의혹.

당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한숨이 나온다. 슬프다"는 반응부터,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에 '00대학'을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면서, 00대학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노력을 깎아내리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을 내는 등 수험생들 사이에서 적잖은 상처와 갈등,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건 금융당국의 남은 과제가 됐는데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 등이 참여하는 '공인회계사 시험제도 및 실무수습 교육 제도 개선 TF'도 올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CPA 시험 제도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제도 개선을 통해,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신을 자초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앞으로는 재발하지 않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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