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장관은 왜 배달의민족을 만났을까?

입력 2020.04.06 (19:10) 수정 2020.04.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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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공유경제인가? 혁신기업? 뭐가 혁신인가? 내가 노점상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수천억 원을 번다면 정부는 이를 반가워 할 것인가.

배달의민족 수수료는 진짜 0%일까?
2015년, 영세 자영업자의 고혈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0%를 선언했다. 매출보다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배달의 민족 앱을 켜서 치킨을 주문해보자.


먼저 ‘오픈서비스’가 뜬다. 지역 내 배달 치킨점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돈을 내고 하는 일종의 광고다. 광고료 명목으로 내가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 배민이 매출의 5.8%를 가져간다. 결국 5년이 지나 수수료는 다시 5.8%가 됐다.(배달료 2천원 떼가는 것은 '배민 딜리버리'로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문제는 다음에 깊이 이야기하자)

치킨 한 마리를 팔아 25%가 남는다면 그 중 1/5을 배달의 민족이 그냥 가져간다. 기가 막힌 수익률이다.(여기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6.38%가 된다. 그런데 주문 10건 중 9건이 선결제로 들어온다. 선결제 카드수수료는 3.3% 정도다. 9.68%...수입의 2/5가 배민과 카드수수료로 나간다)


수수료 아닌 수수료는 또 있다. ‘오픈서비스’를 쭈~욱 내려가다보면‘울트라콜’ 서비스가 나온다. 일명 ‘깃발 꽂기’다. 내가 깃발을 넓게, 멀리 꽂을수록 우리 가게의 주문이 늘어난다. 물론 깃발 하나에 월 8만 8천 원을 낸다. 그야말로 땅따먹기다. (100개 이상 깃발을 꽂은 점포도 있다.) 참여하지 않으면? 역시 그만큼 주문이 줄어든다.

논란이 되자 배민은 신규 깃발꽂기는 3개만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광고를 많이 못해도 음식 맛이 좋은' 가게의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꽂은 깃발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깃발 10개 꽂은 점포는 매월 88만 원을 계속 받겠단 뜻이다). 하지만 울트라콜은 이제 오픈서비스의 아주 아주 아래에 노출된다. 깃발비만 내는‘울트라콜’의 주문이 얼마나 유지될 지는 의문이다. 그럼 이제 8만 원에서 수십만 원을 내며 울트라콜 수수료만 내온 점포들도 오픈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수료 부담은 껑충 높아진다.

가입 안하면 안될까?
피할 수 없다. 5년 전 현장을 취재할 때 한 교촌 대리점 사장님은 동네 치킨점주들이 단결해 탈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반란은 불가능하다. 한두 점포가 이탈(?)해 다시 가입하면 주문은 이들에게 쏠리고 결국 이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 같이 안하면 좋지만 다들 가입하니 나도 해야한다. 그야말로 ‘죄수의 딜레마’다.

배달앱이 없다면? ☆☆☆
이게 중요하다. 시장 경제에서 거래를 중개하면 모두 수수료를 낸다. 단 3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이 중개(brokerage)를 통해
1)거래가 쉬워지는가?(증권사는 홍콩의 한 투자회사가 만든 펀드 상품을 중개해, 내가 투자하기 쉽고 믿을 수 있게 해준다)

2)거래가 늘어나는가?(결혼정보회사는 결혼을 중개해, 결혼이라는 거래를 늘린다)

3)믿고 그 거래를 할 수 있는가?(공인중개사는 집을 사고 팔 때 믿을 수 있는 사회적, 법적 보증을 해준다)

배달의민족은 이 3가지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
1. 배달의 민족 없이 치킨을 주문하는 게 아주 어려운가?

(네이버나 다음에 ‘여의도 치킨’ 치면 곧바로 수많은 배달 점포와 전화번호가 뜬다. 그냥 누르면 연결된다. 어려운가? 수수료는 물론 0원이다)

2.거래가 늘어나는가?
(답할 필요도 없다. 배달앱 서비스의 탄생으로 당신은 치킨을 더 먹는가?)

3.믿고 거래를 할 수 있는가?
(당신은 치킨 주문을 한 뒤 혹시 배달점주가 내 돈을 떼먹을까봐 걱정한 적 있는가?)


물론 소비자 측면에선 몇가지 '소비자 편익'이 있다. 해당 음식의 소비자 평가를 보고 미리 맛과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수수료의 일정 부문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게다가 모바일의 고객 평가는 점점 정교하게 오염되고 있다.(당신은 SNS의 식당 평가를 진짜 신뢰하는가?)

자영업자들은 월평균 83만 원을 배달앱 때문에 지출한다. (중소기업중앙회/2018년). 배달앱은 이렇게 소비자에게 약간의 소비자 후생을 주고 영세 배달 점주에게는 막대한 부담을 준다. '막대한 부담'은 '막대한 수익'을 의미한다. 독일 DH가 ‘배달의 민족’을 전격 인수한 이유다. 40억 달러를 베팅했다. 5조 원을 베팅할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다. 물론 그 돈은 우리 동네 자영업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 일이 우리가 박수칠 일인가.


박영선 장관이 거기서 왜 나와?
그런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박영선 장관이 배달의민족을 만났다. 그냥 사진만 함께 찍은 게 아니다. ‘한단계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수수료를 ‘더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했다. 사실상 배민의 수수료에 ‘검인증’을 내준 셈이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경제를 잘 아는 박영선장관은 왜 이 행사에 참여해 이런 입장을 밝혔을까?

박영선 장관은 또, 배달의민족이 매각됐지만 김봉진 회장이 아시아쪽 경영을 맡는다고 추켜세웠다. 김봉진 회장은 경영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더욱 경영을 잘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에 해마다 5천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에게 돈을 벌어간다
==> 이제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은 해외로 유출된다. 박 장관은 정말 이 알고리즘을 몰랐을까?


박영선 장관은 또 ‘배달의민족’을 공유경제라고 했다. 배민이 도대체 무엇을 공유하는가? 또 혁신기업이라고도 했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은 우리 모두가 잘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조만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온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려면 오직 독점만이 가능하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허용하면 DH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시장 독과점 문제에 대한 근본적·다각적 차원에서의 검토와 원칙 있는 심사를 촉구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나는 치킨을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이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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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선 장관은 왜 배달의민족을 만났을까?
    • 입력 2020-04-06 19:10:36
    • 수정2020-04-06 19:57:34
    취재K
뭐가 공유경제인가? 혁신기업? 뭐가 혁신인가? 내가 노점상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수천억 원을 번다면 정부는 이를 반가워 할 것인가.

배달의민족 수수료는 진짜 0%일까?
2015년, 영세 자영업자의 고혈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0%를 선언했다. 매출보다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배달의 민족 앱을 켜서 치킨을 주문해보자.


먼저 ‘오픈서비스’가 뜬다. 지역 내 배달 치킨점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돈을 내고 하는 일종의 광고다. 광고료 명목으로 내가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 배민이 매출의 5.8%를 가져간다. 결국 5년이 지나 수수료는 다시 5.8%가 됐다.(배달료 2천원 떼가는 것은 '배민 딜리버리'로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문제는 다음에 깊이 이야기하자)

치킨 한 마리를 팔아 25%가 남는다면 그 중 1/5을 배달의 민족이 그냥 가져간다. 기가 막힌 수익률이다.(여기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6.38%가 된다. 그런데 주문 10건 중 9건이 선결제로 들어온다. 선결제 카드수수료는 3.3% 정도다. 9.68%...수입의 2/5가 배민과 카드수수료로 나간다)


수수료 아닌 수수료는 또 있다. ‘오픈서비스’를 쭈~욱 내려가다보면‘울트라콜’ 서비스가 나온다. 일명 ‘깃발 꽂기’다. 내가 깃발을 넓게, 멀리 꽂을수록 우리 가게의 주문이 늘어난다. 물론 깃발 하나에 월 8만 8천 원을 낸다. 그야말로 땅따먹기다. (100개 이상 깃발을 꽂은 점포도 있다.) 참여하지 않으면? 역시 그만큼 주문이 줄어든다.

논란이 되자 배민은 신규 깃발꽂기는 3개만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광고를 많이 못해도 음식 맛이 좋은' 가게의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꽂은 깃발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깃발 10개 꽂은 점포는 매월 88만 원을 계속 받겠단 뜻이다). 하지만 울트라콜은 이제 오픈서비스의 아주 아주 아래에 노출된다. 깃발비만 내는‘울트라콜’의 주문이 얼마나 유지될 지는 의문이다. 그럼 이제 8만 원에서 수십만 원을 내며 울트라콜 수수료만 내온 점포들도 오픈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수료 부담은 껑충 높아진다.

가입 안하면 안될까?
피할 수 없다. 5년 전 현장을 취재할 때 한 교촌 대리점 사장님은 동네 치킨점주들이 단결해 탈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반란은 불가능하다. 한두 점포가 이탈(?)해 다시 가입하면 주문은 이들에게 쏠리고 결국 이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 같이 안하면 좋지만 다들 가입하니 나도 해야한다. 그야말로 ‘죄수의 딜레마’다.

배달앱이 없다면? ☆☆☆
이게 중요하다. 시장 경제에서 거래를 중개하면 모두 수수료를 낸다. 단 3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이 중개(brokerage)를 통해
1)거래가 쉬워지는가?(증권사는 홍콩의 한 투자회사가 만든 펀드 상품을 중개해, 내가 투자하기 쉽고 믿을 수 있게 해준다)

2)거래가 늘어나는가?(결혼정보회사는 결혼을 중개해, 결혼이라는 거래를 늘린다)

3)믿고 그 거래를 할 수 있는가?(공인중개사는 집을 사고 팔 때 믿을 수 있는 사회적, 법적 보증을 해준다)

배달의민족은 이 3가지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
1. 배달의 민족 없이 치킨을 주문하는 게 아주 어려운가?

(네이버나 다음에 ‘여의도 치킨’ 치면 곧바로 수많은 배달 점포와 전화번호가 뜬다. 그냥 누르면 연결된다. 어려운가? 수수료는 물론 0원이다)

2.거래가 늘어나는가?
(답할 필요도 없다. 배달앱 서비스의 탄생으로 당신은 치킨을 더 먹는가?)

3.믿고 거래를 할 수 있는가?
(당신은 치킨 주문을 한 뒤 혹시 배달점주가 내 돈을 떼먹을까봐 걱정한 적 있는가?)


물론 소비자 측면에선 몇가지 '소비자 편익'이 있다. 해당 음식의 소비자 평가를 보고 미리 맛과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수수료의 일정 부문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게다가 모바일의 고객 평가는 점점 정교하게 오염되고 있다.(당신은 SNS의 식당 평가를 진짜 신뢰하는가?)

자영업자들은 월평균 83만 원을 배달앱 때문에 지출한다. (중소기업중앙회/2018년). 배달앱은 이렇게 소비자에게 약간의 소비자 후생을 주고 영세 배달 점주에게는 막대한 부담을 준다. '막대한 부담'은 '막대한 수익'을 의미한다. 독일 DH가 ‘배달의 민족’을 전격 인수한 이유다. 40억 달러를 베팅했다. 5조 원을 베팅할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다. 물론 그 돈은 우리 동네 자영업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 일이 우리가 박수칠 일인가.


박영선 장관이 거기서 왜 나와?
그런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박영선 장관이 배달의민족을 만났다. 그냥 사진만 함께 찍은 게 아니다. ‘한단계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수수료를 ‘더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했다. 사실상 배민의 수수료에 ‘검인증’을 내준 셈이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경제를 잘 아는 박영선장관은 왜 이 행사에 참여해 이런 입장을 밝혔을까?

박영선 장관은 또, 배달의민족이 매각됐지만 김봉진 회장이 아시아쪽 경영을 맡는다고 추켜세웠다. 김봉진 회장은 경영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더욱 경영을 잘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에 해마다 5천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에게 돈을 벌어간다
==> 이제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은 해외로 유출된다. 박 장관은 정말 이 알고리즘을 몰랐을까?


박영선 장관은 또 ‘배달의민족’을 공유경제라고 했다. 배민이 도대체 무엇을 공유하는가? 또 혁신기업이라고도 했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은 우리 모두가 잘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조만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온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려면 오직 독점만이 가능하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허용하면 DH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시장 독과점 문제에 대한 근본적·다각적 차원에서의 검토와 원칙 있는 심사를 촉구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나는 치킨을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이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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