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범 처벌 솜방망이…양형기준과 재판은 따로따로?

입력 2020.03.25 (21:51) 수정 2020.03.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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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조세범 166명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포탈 세액은 모두 4천8백억 원, 한 명당 평균 29억 원입니다.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어땠을까요?

열 명 중 여섯 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10억 원 이상 포탈한 사람들도 두 명 중 한 명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양형기준이 어떻길래 이게 가능했던 걸까요?

10억 원 이상 포탈범은 전체의 70%가 넘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을 보면, 1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 포탈한 경우 기본 형량은 4년에서 6년입니다.

집행유예는 형량이 3년 이하에서만 가능한데요.

양형기준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조세 포탈범은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였다는 사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비밀은 감경요소에 있습니다.

포탈한 세금을 상당량 납부한 경우 등일 때 형의 범위를 줄여주는데요.

이 경우 권고 형량이 최하 2년 6개월까지 가능합니다.

그러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3년 이하로 떨어지는 거죠.

반대로 계획적·조직적 범행 등일 땐 가중요소가 적용돼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습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 조정된 기준이 잘 지켰을까요?

권고형의 상한과 하한이 모두 기재된 67명을 분석했는데요.

절반은 선고형이 하한과 일치했습니다.

기준 범위에서 가장 낮은 형량을 줬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하한보다 낮은 경우도 25%나 됐습니다.

이 두 경우를 합하면 전체의 4분의 3이나 됩니다.

반면, 형량이 상한과 일치하거나 더 높아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세포탈범 87%의 형량이 3년 이하로 정해졌고 집행유예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KBS의 질의에 대해 대법원은 "하한을 이탈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양형기준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재판부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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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3-25 22: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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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조세범 166명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포탈 세액은 모두 4천8백억 원, 한 명당 평균 29억 원입니다.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어땠을까요?

열 명 중 여섯 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10억 원 이상 포탈한 사람들도 두 명 중 한 명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양형기준이 어떻길래 이게 가능했던 걸까요?

10억 원 이상 포탈범은 전체의 70%가 넘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을 보면, 1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 포탈한 경우 기본 형량은 4년에서 6년입니다.

집행유예는 형량이 3년 이하에서만 가능한데요.

양형기준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조세 포탈범은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였다는 사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비밀은 감경요소에 있습니다.

포탈한 세금을 상당량 납부한 경우 등일 때 형의 범위를 줄여주는데요.

이 경우 권고 형량이 최하 2년 6개월까지 가능합니다.

그러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3년 이하로 떨어지는 거죠.

반대로 계획적·조직적 범행 등일 땐 가중요소가 적용돼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습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 조정된 기준이 잘 지켰을까요?

권고형의 상한과 하한이 모두 기재된 67명을 분석했는데요.

절반은 선고형이 하한과 일치했습니다.

기준 범위에서 가장 낮은 형량을 줬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하한보다 낮은 경우도 25%나 됐습니다.

이 두 경우를 합하면 전체의 4분의 3이나 됩니다.

반면, 형량이 상한과 일치하거나 더 높아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세포탈범 87%의 형량이 3년 이하로 정해졌고 집행유예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KBS의 질의에 대해 대법원은 "하한을 이탈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양형기준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재판부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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