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한국 금융관료, 론스타에 배신당했나? 연극의 일부였나?

입력 2020.0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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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부터 하나금융에 매각한 2012년까지 투자 기간 9년 동안 4조 6천634억 원을 벌었다.

2003년 10월 30일 외환은행 지분의 51%를 매입하는데 1조 3천833억 원, 2006년 5월 30일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코메르츠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14.2%를 추가 매입하는 데 7천715억 원. 모두 2조 천548억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2012년 2월 9일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3조 9천156억 원을 받았다. 앞서 8차례 주주 배당으로 1조 7천98억 원, 2007년 외환은행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1조 천928억 원을 받았다. 전체 회수금액은 6조 8천182억 원.

2조 천548억 원을 투자해 6조 8천182억 원을 회수했으니 4조 6천634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률 216%.

론스타의 탐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투자 수익을 회수하고 석 달이 채 안 된 2012년 5월 22일, 론스타는 벨기에 한국대사관에 중재의향서를 보냈다. ISD(투자자 국가 간 분쟁)를 제기하겠다며 한국정부에 협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해 12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문서로 보면 한국정부 탓에 47억 달러, 한화 5조 4천억 원을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10조를 벌 수 있었는데 절반밖에 못 벌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했던 9년 동안 끊임없이 론스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감사원 감사,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그러고도 ISD 중재 신청을 당해 8년째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정부. 금융당국과 론스타, 론스타와 금융당국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로 분석한다. 배신론, 그리고 음모론이다.

배신론 '뒤 봐주고 뒤통수 맞은 격'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국제분쟁 제기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의 국제분쟁 제기에 대해서 "저는 (금융당국이) 굉장히 당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론스타 ISD의 발생 원인이 된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아마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주고 떠날 수 있게 해 주면 그것으로 다 종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서울고법에서 유죄 판결로 마무리되자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주식처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징벌적 매각' 조건을 달지 않았다.

금융범죄를 저질러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한 론스타가 한꺼번에 주식을 넘겨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하도록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였다. '징벌적 매각'명령은 일반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주식을 처분하는데 시간도 더 걸릴 것이고 경영권 프리미엄도 챙길 수 없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은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은행법상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게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였다.

당시 금융위가 배포한 자료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주식처분명령제도의 목적은 '부적격자 배제'이므로 처분방식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부적격자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시장 내 처분과 같은 조건 부과 시, 방대한 주식처분 물량을 감안할 때 주가하락으로 외환은행 소액주주의 재산 피해가 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도 돼 있다.

금융당국의 이런 결정으로 론스타가 챙긴 경영권 프리미엄이 1조 2천억 원이다.

하지만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중재판정부 ICSID에 제출된 한국 측 문서에는 금융당국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론스타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점이 '배신론'의 출발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떠나면 거기서 마무리될 줄 알고 론스타에 특혜를 줬는데 국제분쟁을 제기해 배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막상 바로 같은 해에 5조 원대의 분쟁이 제기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굉장한 혼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특혜를 주고 속된 말로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 있다면, 아예 '눈 뜨고 코 베이는' 배신을 당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의 말이다.

"론스타한테 배신당했다. 이렇게 보는 거죠. 왜냐하면, 금융위원회의 주장은 국제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징벌적 매각명령을 못 내린다고 했거든요. 그때 재량권이 없고, 나중에 소송당한다 라고 했는데 오히려 단순매각 명령 내리고 그 논리를 가지고 소송을 당하고 있는 거잖아요. 론스타한테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2011년 론스타에 주식매각명령을 내릴 당시 학계에서는 "최소한 국제분쟁을 포함한 더 이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단서라도 달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말했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나가면서 ISD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건 이미 예측이 됐고, 저같은 경우는 칼럼을 쓸 때 그냥 내보내면 나중에 뒤통수칠 수가 있으니까 이것에 관해서 다시는 이의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문을 받고 내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뒤늦은 아쉬움이지만 당시 학계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5조 원짜리 국제분쟁은 없었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했을까.

음모론 '거대한 연극'

론스타의 국제분쟁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음모론은 여러 가지다.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까지.

전성인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거대한 연극"일 수도 있다. 어디서부터가 연극인지에 따라 음모론의 깊이와 단계가 달라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다.

김득의 대표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직후를 연극의 시작으로 설정했다. 론스타가 서울고법의 유죄판결을 받고 재상고를 하지 않은 그 시점부터.

김 대표는 "고등법원에서 판결 나자마자 재상고를 포기하고 확정판결을 받아서 그걸로 인해서 매각 명령받는 거잖아요. 이 과정은 금융위하고 론스타하고 교감이 있었다, 저는 그렇게 보이는 거죠. 론스타 입장에서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린다면 법원에서 무죄를 받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징벌적 매각 명령이 아니라 단순 매각 명령을 내릴 것을 사전에 알았기 때문에 대법원에 재상고를 하지 않고 포기해서 확정판결을 받고 빠른 프로세스로 진행한 거로 보이는 겁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한국 정부가 론스타와 '상고를 안 하면 매각명령을 내릴 때 징벌매각명령을 내리지 않고 단순매각 명령을 내리겠다', 이렇게 미리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전성인 교수가 가정한 음모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KBS가 입수한 문서, 국제분쟁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허술한 자세에서 나왔다.

전 교수의 음모론 첫 번째.

"이 사람들 론스타하고 짬짜미하는 거 아니야? 이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할 정도로 대응논리가 취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은 누가 들어도 터무니없는 허황한 논리를 슬그머니 제시하고, 그것이 깨지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그런 것을 의도했을 수도 있거든요. 이건 거대한 연극일 가능성도 있는 거예요. 실제로 금액은 나중에, 예를 들어서 그걸 몇 대 몇으로 정해놓고요, 5조 원인데 그중에 1조 원이다 그러면 80% 대 20% 이렇게 나올 거 아니겠습니까?"

사전에 손해배상금이 조율된 상태에서 론스타는 많이 부르고, 한국 정부는 중재를 통해 적당히 지급한 뒤 분쟁에서 '선방'한 것으로. 전 교수가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이유는 한국정부의 분쟁 문건을 검토한 결과 지는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이것이 중재사건으로 성립해서 몇 년이 지났다는 의미에서 보면 100% 대 0%는 아닐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승소와 패소를 명확히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 아마 원고 승소, 원고 패소 이렇게 되지 않고 뭐 얼마를 배상하라.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많아서 그 배상 비율은 양자가 치열하게 싸울 때와 양자가 적당히 싸울 때 많이 달라집니다. 저는 제가 이 요약문을 읽은 느낌으로는 적어도 한국 정부는 죽자사자 싸운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정석은 이렇게 돼야 한다고 전 교수는 말한다.

"담 넘은 너는 잘못이고, 만약에 너한테 담 넘어도 괜찮다고 얘기한 관료가 있다면 그놈이 나쁜 놈이다. 그놈은 내가 싹 잡아넣겠다. 이렇게 하고 시작을 했더라면 죽자사자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조금 더 깊은 음모론, 국제분쟁 자체부터가 연극이라는 그야말로 '거대한 연극'이다.

전 교수의 음모 시나리오다.

"아주 음모론적으로만 본다면 그래, 나머지 돈 더 받아갈 거 있으면 ISD로 받아가. 소송에서 져서 돈 내주는 거는 누가 뭐라 하겠느냐. 이 소송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비밀리에 쓱 해서 쓰싹쓰싹해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졌고, 뭐 이만큼도 선방한 거다. 그렇게 해서 돈 주고 적당히 한판 굿거리하고 덮고 나갈 수도 있죠."

"ISD라는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거기서 패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민 돈을 갖다 쓸 수 있는 그런 통로가 형성되고, 그런 통로를 만들어서 돈을 주고받겠다는 밀약이 있었던 거 아니냐. 나갈 때 싸게 해서 론스타가 생각할 때 제값을 못 받고 나갔다면 이면 약정으로 나중에 소송해. 그럼 우리가 져줄게. 이런 식의 것이 있었던 거 아니냐. 이런 의혹의 눈초리가 꽤 있었고 꽤 많이 입소문을 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론스타가 2010년 11월 25일 하나금융과 첫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매매가는 4조 7천억 원, 2012년 2월 9일 실제 매각가는 3조 9천억 원이다. 차액 8천억 원은 하나금융과의 거래에서 손해 봤다고 주장하는 돈의 일부다.

배신론과 음모론의 출발은 국제분쟁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비밀주의다. 즉 한국 금융당국이 떳떳하지 못해 5조 4천억 원이나 되는 국제분쟁에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 모션그래픽 : 김수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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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한국 금융관료, 론스타에 배신당했나? 연극의 일부였나?
    • 입력 2020-01-21 07:00:42
    탐사K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부터 하나금융에 매각한 2012년까지 투자 기간 9년 동안 4조 6천634억 원을 벌었다.

2003년 10월 30일 외환은행 지분의 51%를 매입하는데 1조 3천833억 원, 2006년 5월 30일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코메르츠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14.2%를 추가 매입하는 데 7천715억 원. 모두 2조 천548억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2012년 2월 9일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3조 9천156억 원을 받았다. 앞서 8차례 주주 배당으로 1조 7천98억 원, 2007년 외환은행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1조 천928억 원을 받았다. 전체 회수금액은 6조 8천182억 원.

2조 천548억 원을 투자해 6조 8천182억 원을 회수했으니 4조 6천634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률 216%.

론스타의 탐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투자 수익을 회수하고 석 달이 채 안 된 2012년 5월 22일, 론스타는 벨기에 한국대사관에 중재의향서를 보냈다. ISD(투자자 국가 간 분쟁)를 제기하겠다며 한국정부에 협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해 12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문서로 보면 한국정부 탓에 47억 달러, 한화 5조 4천억 원을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10조를 벌 수 있었는데 절반밖에 못 벌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했던 9년 동안 끊임없이 론스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감사원 감사,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그러고도 ISD 중재 신청을 당해 8년째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정부. 금융당국과 론스타, 론스타와 금융당국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로 분석한다. 배신론, 그리고 음모론이다.

배신론 '뒤 봐주고 뒤통수 맞은 격'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국제분쟁 제기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의 국제분쟁 제기에 대해서 "저는 (금융당국이) 굉장히 당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론스타 ISD의 발생 원인이 된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아마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주고 떠날 수 있게 해 주면 그것으로 다 종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서울고법에서 유죄 판결로 마무리되자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주식처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징벌적 매각' 조건을 달지 않았다.

금융범죄를 저질러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한 론스타가 한꺼번에 주식을 넘겨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하도록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였다. '징벌적 매각'명령은 일반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주식을 처분하는데 시간도 더 걸릴 것이고 경영권 프리미엄도 챙길 수 없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은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은행법상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게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였다.

당시 금융위가 배포한 자료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주식처분명령제도의 목적은 '부적격자 배제'이므로 처분방식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부적격자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시장 내 처분과 같은 조건 부과 시, 방대한 주식처분 물량을 감안할 때 주가하락으로 외환은행 소액주주의 재산 피해가 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도 돼 있다.

금융당국의 이런 결정으로 론스타가 챙긴 경영권 프리미엄이 1조 2천억 원이다.

하지만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중재판정부 ICSID에 제출된 한국 측 문서에는 금융당국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론스타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점이 '배신론'의 출발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떠나면 거기서 마무리될 줄 알고 론스타에 특혜를 줬는데 국제분쟁을 제기해 배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막상 바로 같은 해에 5조 원대의 분쟁이 제기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굉장한 혼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특혜를 주고 속된 말로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 있다면, 아예 '눈 뜨고 코 베이는' 배신을 당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의 말이다.

"론스타한테 배신당했다. 이렇게 보는 거죠. 왜냐하면, 금융위원회의 주장은 국제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징벌적 매각명령을 못 내린다고 했거든요. 그때 재량권이 없고, 나중에 소송당한다 라고 했는데 오히려 단순매각 명령 내리고 그 논리를 가지고 소송을 당하고 있는 거잖아요. 론스타한테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2011년 론스타에 주식매각명령을 내릴 당시 학계에서는 "최소한 국제분쟁을 포함한 더 이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단서라도 달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말했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나가면서 ISD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건 이미 예측이 됐고, 저같은 경우는 칼럼을 쓸 때 그냥 내보내면 나중에 뒤통수칠 수가 있으니까 이것에 관해서 다시는 이의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문을 받고 내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뒤늦은 아쉬움이지만 당시 학계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5조 원짜리 국제분쟁은 없었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했을까.

음모론 '거대한 연극'

론스타의 국제분쟁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음모론은 여러 가지다.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까지.

전성인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거대한 연극"일 수도 있다. 어디서부터가 연극인지에 따라 음모론의 깊이와 단계가 달라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다.

김득의 대표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직후를 연극의 시작으로 설정했다. 론스타가 서울고법의 유죄판결을 받고 재상고를 하지 않은 그 시점부터.

김 대표는 "고등법원에서 판결 나자마자 재상고를 포기하고 확정판결을 받아서 그걸로 인해서 매각 명령받는 거잖아요. 이 과정은 금융위하고 론스타하고 교감이 있었다, 저는 그렇게 보이는 거죠. 론스타 입장에서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린다면 법원에서 무죄를 받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징벌적 매각 명령이 아니라 단순 매각 명령을 내릴 것을 사전에 알았기 때문에 대법원에 재상고를 하지 않고 포기해서 확정판결을 받고 빠른 프로세스로 진행한 거로 보이는 겁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한국 정부가 론스타와 '상고를 안 하면 매각명령을 내릴 때 징벌매각명령을 내리지 않고 단순매각 명령을 내리겠다', 이렇게 미리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전성인 교수가 가정한 음모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KBS가 입수한 문서, 국제분쟁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허술한 자세에서 나왔다.

전 교수의 음모론 첫 번째.

"이 사람들 론스타하고 짬짜미하는 거 아니야? 이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할 정도로 대응논리가 취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은 누가 들어도 터무니없는 허황한 논리를 슬그머니 제시하고, 그것이 깨지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그런 것을 의도했을 수도 있거든요. 이건 거대한 연극일 가능성도 있는 거예요. 실제로 금액은 나중에, 예를 들어서 그걸 몇 대 몇으로 정해놓고요, 5조 원인데 그중에 1조 원이다 그러면 80% 대 20% 이렇게 나올 거 아니겠습니까?"

사전에 손해배상금이 조율된 상태에서 론스타는 많이 부르고, 한국 정부는 중재를 통해 적당히 지급한 뒤 분쟁에서 '선방'한 것으로. 전 교수가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이유는 한국정부의 분쟁 문건을 검토한 결과 지는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이것이 중재사건으로 성립해서 몇 년이 지났다는 의미에서 보면 100% 대 0%는 아닐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승소와 패소를 명확히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 아마 원고 승소, 원고 패소 이렇게 되지 않고 뭐 얼마를 배상하라.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많아서 그 배상 비율은 양자가 치열하게 싸울 때와 양자가 적당히 싸울 때 많이 달라집니다. 저는 제가 이 요약문을 읽은 느낌으로는 적어도 한국 정부는 죽자사자 싸운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정석은 이렇게 돼야 한다고 전 교수는 말한다.

"담 넘은 너는 잘못이고, 만약에 너한테 담 넘어도 괜찮다고 얘기한 관료가 있다면 그놈이 나쁜 놈이다. 그놈은 내가 싹 잡아넣겠다. 이렇게 하고 시작을 했더라면 죽자사자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조금 더 깊은 음모론, 국제분쟁 자체부터가 연극이라는 그야말로 '거대한 연극'이다.

전 교수의 음모 시나리오다.

"아주 음모론적으로만 본다면 그래, 나머지 돈 더 받아갈 거 있으면 ISD로 받아가. 소송에서 져서 돈 내주는 거는 누가 뭐라 하겠느냐. 이 소송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비밀리에 쓱 해서 쓰싹쓰싹해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졌고, 뭐 이만큼도 선방한 거다. 그렇게 해서 돈 주고 적당히 한판 굿거리하고 덮고 나갈 수도 있죠."

"ISD라는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거기서 패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민 돈을 갖다 쓸 수 있는 그런 통로가 형성되고, 그런 통로를 만들어서 돈을 주고받겠다는 밀약이 있었던 거 아니냐. 나갈 때 싸게 해서 론스타가 생각할 때 제값을 못 받고 나갔다면 이면 약정으로 나중에 소송해. 그럼 우리가 져줄게. 이런 식의 것이 있었던 거 아니냐. 이런 의혹의 눈초리가 꽤 있었고 꽤 많이 입소문을 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론스타가 2010년 11월 25일 하나금융과 첫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매매가는 4조 7천억 원, 2012년 2월 9일 실제 매각가는 3조 9천억 원이다. 차액 8천억 원은 하나금융과의 거래에서 손해 봤다고 주장하는 돈의 일부다.

배신론과 음모론의 출발은 국제분쟁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비밀주의다. 즉 한국 금융당국이 떳떳하지 못해 5조 4천억 원이나 되는 국제분쟁에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 모션그래픽 : 김수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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