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현장K] “컨테이너에서 죽을 뻔했는데 다들 퇴근했어요”…여전한 안전 사각지대

입력 2020.01.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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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항에 있는 컨테이너 세척 작업장입니다.

지난달 16일 이곳에서 28살 송병지 씨가 작업 도중 의식을 잃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곳이 송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탱크 컨테이너 작업 현장입니다.

당시 송 씨는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혼자 컨테이너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송 씨가 쓴 세척제는 '톨루엔', 대표적인 유독성 물질입니다.

[송병홍/송병지 씨 형 : "이 안에 쓰러져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 안에 들어가서 세척작업을 하는 건데.) 네, 네."]

지난주 퇴원은 했지만, 송 씨는 어지럼증과 불안증세가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송병지/피해자/28살 : "사고 다음 날 아침에 의식이 돌아왔고 그때부터가 기억이 납니다. 머리가 아프고 너무 어지럽고 기침을 많이 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업체는 방독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까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작업을 혼자 해, 다른 직원들은 송 씨가 쓰러진 것도 모르고 퇴근했습니다.

그날 저녁,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을 찾아 나선 어머니에 의해 송 씨는 발견됐습니다.

[서승은/송병지 씨 어머니 : "(만약 어머니가 찾아가질 않았다면 병지 씨가?) 그 다음 날 아침에 그분들이 출근해서 얘를 발견했겠죠. 생각하면 좀 무섭죠."]

송 씨는 원래 검수 업무를 맡았지만, 안전 교육도 안 받고 청소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회사 자체 조사에선 송 씨가 4차례나 비슷한 일을 겪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서승은/송병지 씨 어머니 : "'4번씩이나 쓰러질 때까지 회사에 그렇게 방치를 해놓느냐'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미취학 아동도 아니고 다 큰 애한테 회사에서 (조치)할 의무가 없다는 거예요."]

회사는 안전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며 송 씨에게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KBS에서 나왔는데요.) 아, 저희 뭐 특별하게 인터뷰할 사항은 없을 거 같고..."]

회사는 또, 송 씨가 톨루엔을 쓰지 말라는 지시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송병지/피해자/28살 : "여러 가지 심정이 복잡합니다, 솔직히. 아니 분명 말한 대로 뿌리는 약이라고 그렇게 시키는 대로 했는데..."]

여수노동청 점검 결과 환기와 출입 인원 점검, 감시인 배치 등 밀폐 공간 작업 때 지켜야 할 안전규칙 대부분을 지키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신영민/여수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 :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횟수가 많은 사업장으로 일반 사업장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데 사업주가 취해야 할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미흡하게 시행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송 씨처럼 유해물질에 중독돼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한 해 100명 가까이 됩니다.

현장K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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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8 22: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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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항에 있는 컨테이너 세척 작업장입니다.

지난달 16일 이곳에서 28살 송병지 씨가 작업 도중 의식을 잃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곳이 송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탱크 컨테이너 작업 현장입니다.

당시 송 씨는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혼자 컨테이너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송 씨가 쓴 세척제는 '톨루엔', 대표적인 유독성 물질입니다.

[송병홍/송병지 씨 형 : "이 안에 쓰러져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 안에 들어가서 세척작업을 하는 건데.) 네, 네."]

지난주 퇴원은 했지만, 송 씨는 어지럼증과 불안증세가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송병지/피해자/28살 : "사고 다음 날 아침에 의식이 돌아왔고 그때부터가 기억이 납니다. 머리가 아프고 너무 어지럽고 기침을 많이 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업체는 방독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까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작업을 혼자 해, 다른 직원들은 송 씨가 쓰러진 것도 모르고 퇴근했습니다.

그날 저녁,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을 찾아 나선 어머니에 의해 송 씨는 발견됐습니다.

[서승은/송병지 씨 어머니 : "(만약 어머니가 찾아가질 않았다면 병지 씨가?) 그 다음 날 아침에 그분들이 출근해서 얘를 발견했겠죠. 생각하면 좀 무섭죠."]

송 씨는 원래 검수 업무를 맡았지만, 안전 교육도 안 받고 청소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회사 자체 조사에선 송 씨가 4차례나 비슷한 일을 겪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서승은/송병지 씨 어머니 : "'4번씩이나 쓰러질 때까지 회사에 그렇게 방치를 해놓느냐'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미취학 아동도 아니고 다 큰 애한테 회사에서 (조치)할 의무가 없다는 거예요."]

회사는 안전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며 송 씨에게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KBS에서 나왔는데요.) 아, 저희 뭐 특별하게 인터뷰할 사항은 없을 거 같고..."]

회사는 또, 송 씨가 톨루엔을 쓰지 말라는 지시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송병지/피해자/28살 : "여러 가지 심정이 복잡합니다, 솔직히. 아니 분명 말한 대로 뿌리는 약이라고 그렇게 시키는 대로 했는데..."]

여수노동청 점검 결과 환기와 출입 인원 점검, 감시인 배치 등 밀폐 공간 작업 때 지켜야 할 안전규칙 대부분을 지키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신영민/여수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 :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횟수가 많은 사업장으로 일반 사업장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데 사업주가 취해야 할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미흡하게 시행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송 씨처럼 유해물질에 중독돼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한 해 100명 가까이 됩니다.

현장K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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