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본격적 부동산 세금전쟁 내년부터 시작된다

입력 2019.12.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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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잡았다" 문 대통령의 한마디에 요동친 민심

"(집권)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방송에 출연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평이다.

대다수 국민의 현실인식과는 동떨어진 평가였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줄 것이라 믿었던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출석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기조에 대해 "알고 있다"며 "필요한 상황이 되면 시장 안정을 위해 전격적으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2년 반 동안 무려 17차례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각종 대출규제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3기 신도시 등 공급 대책, 종부세율 인상,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대대적인 자금출처 조사 등 종류와 방식도 다양하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 어떤 것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현 정부 들어 자주 등장하는 '핀셋 규제'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대부분의 규제는 '찔끔찔끔' 시장에 투하됐다. 정부가 충분하다고 자신한 '공급대책' 역시 실수요자들의 관점에서는 충분치 않았다.

그 결과 시장은 만성적인 규제에 익숙해졌고,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시장이 반등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져 왔다.

더구나 '오르고 있는데',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하는 국토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더욱 추락시켰다. 신뢰도가 떨어지자 정책의 약발은 더욱더 먹히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다음 부동산 대책 카드는...'세금' ?

어쨌든, 요동치는 민심 앞에 놓인 정부는 추가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서울 부동산이 6년 연속 오르다 보니 시장에 투기심리가 만연해 아주 작은 신호에도 반응하고 있는 게 현재의 시장 상황"이라면서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한시적 감면 뒤 중과,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같은 세금 대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세금을 올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원론적인 방법은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이다. 세금의 요율 자체를 상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 3억 원 이하는 0.6%, 3억 원에서 6억 원은 0.9%의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데, 적용되는 퍼센트의 숫자를 올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실효세율' 인상이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서 실제로 내는 세금을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목표 아래 이미 가용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국토부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85%에서 2022년까지 100%로 인상하도록 시행령을 이미 손질해둔 상태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주택의 공시가격에서 15%를 빼고, 나머지 85%만 주택가격(과표)으로 인정해 세금을 매겼는데 앞으로는 공시가격 그대로 인정해 세금을 매긴다는 이야기다.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통해 부동산 규제 총대 멜까…?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당장 공시가격을 더 빨리 올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를 두고 공시가격을 시가 수준에 맞게 올린다는 의미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라고 부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가 올해 밝힌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은 68% 수준. 만약 이를 내년에 70%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실질적인 종부세와 재산세 인상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재산세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전에 주택을 매각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시장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세금이 올라간다는 전제에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다음 주 공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다음 주에 발표될 개편안에는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어느 정도로 상향할지 구체적인 목표치가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개되는 현실화율 목표치에 따라 정부가 내년에 부동산 시장을 어떤 강도로 규제할지 가늠해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공시법 개정안'이 변수

'깜깜이 공시가격'이라는 비판에도 관련 정보와 계획을 공개하지 않던 국토부가 입장을 선회한 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유가 크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김현아, 박덕흠, 이헌승 의원 등이 발의한 4가지 개정안을 합친 위원회 대안이어서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높다.

국토부 역시 개정안에 대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전제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개정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투명성의 강화다. 개정안은 앞으로 정부가 공시가격을 공시할 때 적정가격(통상적인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과 조사·평가 및 산정 근거 등의 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확보하도록 공시가격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같은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깜깜이 공시가격'이라는 비판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는 국토부가 매년 감정원에 어떤 식으로 공시가격을 조사하라고 사실상 지침을 내리고 있다"면서 "그런 과정을 거쳐 가격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발표 내용에는 '좋게 들리는 선언적인 말'만 들어간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새로 발표되는 로드맵에는 공시가격 목표치는 물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지역별 편차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불투명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관기사] [文정부 부동산]④ 공시가격 산정 - 마법의 숫자 ‘현실화율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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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11:30:11
    취재K
"부동산 시장 잡았다" 문 대통령의 한마디에 요동친 민심

"(집권)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방송에 출연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평이다.

대다수 국민의 현실인식과는 동떨어진 평가였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줄 것이라 믿었던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출석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기조에 대해 "알고 있다"며 "필요한 상황이 되면 시장 안정을 위해 전격적으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2년 반 동안 무려 17차례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각종 대출규제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3기 신도시 등 공급 대책, 종부세율 인상,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대대적인 자금출처 조사 등 종류와 방식도 다양하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 어떤 것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현 정부 들어 자주 등장하는 '핀셋 규제'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대부분의 규제는 '찔끔찔끔' 시장에 투하됐다. 정부가 충분하다고 자신한 '공급대책' 역시 실수요자들의 관점에서는 충분치 않았다.

그 결과 시장은 만성적인 규제에 익숙해졌고,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시장이 반등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져 왔다.

더구나 '오르고 있는데',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하는 국토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더욱 추락시켰다. 신뢰도가 떨어지자 정책의 약발은 더욱더 먹히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다음 부동산 대책 카드는...'세금' ?

어쨌든, 요동치는 민심 앞에 놓인 정부는 추가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서울 부동산이 6년 연속 오르다 보니 시장에 투기심리가 만연해 아주 작은 신호에도 반응하고 있는 게 현재의 시장 상황"이라면서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한시적 감면 뒤 중과,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같은 세금 대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세금을 올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원론적인 방법은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이다. 세금의 요율 자체를 상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 3억 원 이하는 0.6%, 3억 원에서 6억 원은 0.9%의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데, 적용되는 퍼센트의 숫자를 올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실효세율' 인상이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서 실제로 내는 세금을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목표 아래 이미 가용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국토부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85%에서 2022년까지 100%로 인상하도록 시행령을 이미 손질해둔 상태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주택의 공시가격에서 15%를 빼고, 나머지 85%만 주택가격(과표)으로 인정해 세금을 매겼는데 앞으로는 공시가격 그대로 인정해 세금을 매긴다는 이야기다.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통해 부동산 규제 총대 멜까…?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당장 공시가격을 더 빨리 올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를 두고 공시가격을 시가 수준에 맞게 올린다는 의미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라고 부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가 올해 밝힌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은 68% 수준. 만약 이를 내년에 70%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실질적인 종부세와 재산세 인상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재산세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전에 주택을 매각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시장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세금이 올라간다는 전제에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다음 주 공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다음 주에 발표될 개편안에는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어느 정도로 상향할지 구체적인 목표치가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개되는 현실화율 목표치에 따라 정부가 내년에 부동산 시장을 어떤 강도로 규제할지 가늠해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공시법 개정안'이 변수

'깜깜이 공시가격'이라는 비판에도 관련 정보와 계획을 공개하지 않던 국토부가 입장을 선회한 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유가 크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김현아, 박덕흠, 이헌승 의원 등이 발의한 4가지 개정안을 합친 위원회 대안이어서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높다.

국토부 역시 개정안에 대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전제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개정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투명성의 강화다. 개정안은 앞으로 정부가 공시가격을 공시할 때 적정가격(통상적인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과 조사·평가 및 산정 근거 등의 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확보하도록 공시가격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같은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깜깜이 공시가격'이라는 비판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는 국토부가 매년 감정원에 어떤 식으로 공시가격을 조사하라고 사실상 지침을 내리고 있다"면서 "그런 과정을 거쳐 가격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발표 내용에는 '좋게 들리는 선언적인 말'만 들어간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새로 발표되는 로드맵에는 공시가격 목표치는 물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지역별 편차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불투명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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